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우드득!
다리가 뼈째로 부서지는 소음이 숲을 가득 메운다.
쾅!
움켜쥔 주먹이 강기를 머금고 후려치자 마치 짐승에게 물어뜯긴 듯 사방으로 살점이 튀어 올랐다.
“이런 개새끼들! 거치적거리지 말고 비켜!”
콰아앙!
진무의 시선은 오직 한곳에 멈춰 있었다.
이번 일의 원인이 가짜 방유척이라면 민초를 살해한 원흉은 이강백이었다.
콰앙!
겹겹이 달려들던 칠동천의 무인들이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차례로 무너졌다.
이강백은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 이런…….’
구혼탈백에 죽은 이를 제외하고도 오십이나 된다.
하지만 진무의 걸음은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막는 족족 부수고 으깨 놓았다.
운 좋게 기연을 얻은 약관의 고수 정도라고 생각했다.
탄강에 기검을 쓰긴 했으나 자신과 칠동천의 무인이라면 충분할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지워지는 데는 일각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무위를 가진 괴물이었고,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를 지으며 살육을 이어 가는 모습에 두려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랐다.
도망.
적을 두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결정이 내려졌다.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도사의 옷을 입은 저 학살자는 자신의 실력으로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무의 시선이 이강백이 발을 빼려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개새끼.
천주라는 놈이 수하들이 죽어 나가는데 도망갈 생각을 해?
아직 여물값도 다 못 받았다니까!
“하압!”
콰아앙!
거칠게 밟은 진각이 대지를 터트려 몰려든 마교인들을 튕겨 내고, 진무의 몸이 다시금 위로 솟구친다.
“거기 딱 서!”
흉포하게 변한 눈빛과 함께 진무의 주먹이 이강백을 덮쳤다.
“이런 젠장!”
다급해진 이강백이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막아 갔다.
쩌어엉!
허공 중에 부딪힌 두 개의 주먹이 거친 폭발과 함께 대기를 진동시키고, 이강백과 진무의 몸이 동시에 밀려났다.
“큭!”
그 역시 강기를 둘렀음인데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이강백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사이에도 밀려난 진무는 칠동천의 무인들이 공격해 오는 족족 후려쳐 땅바닥에 처박았다.
뿌드드득!
“끄아악!”
쓰러지자마자 짓밟혀 팔다리가 으스러진 무인의 비명이 날카롭게 전장을 울렸다.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냐? 어째서 이런 무공을 가지고 있지?”
더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강백이 자세를 취하며 진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말 주인이라고, 이 새끼야!”
이런 미친놈이.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엄청난 속도로 튀어 오는 진무의 모습에 이강백은 채 입을 뗄 겨를도 없었다.
빠르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슈아악!
이강백의 주먹이 거칠게 뻗어져 다가오는 진무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이강백의 주먹을 고개를 살짝 젖혀 피한 진무는 곧장 그의 복부를 향해 무릎을 찍어 올렸다.
뻐억!
무릎이 복부를 강타하는 순간.
퍼억!
접힌 이강백의 팔꿈치가 진무의 목 어림을 찍었다.
“큭!”
진무의 몸이 처음으로 비틀거렸다.
이강백 역시 오랜 경험을 쌓아 온 강기의 무인이다. 얻어맞고 충격을 느끼면서도 반격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진무의 두 눈에 더욱 선명한 살기가 이글거리는 것이, 충격을 받기는커녕 훨씬 더 화가 난 모양새였다.
청량해야 할 도문의 선기가 가공되지 않은 그것처럼 거칠게 뿜어졌다.
“그래, 그 정돈 해 줘야지. 그래야 조지는 맛이 있지.”
가볍게 숨을 고른 진무가 이강백을 쏘아본다.
“어린노무 새끼. 오냐! 나 이강백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 주마.”
다짐? 이 와중에?
진무가 피식 웃었다.
미친 새끼. 처음부터 있는 최선 없는 최선 다해 놓고.
쾅!
진무의 진각이 다시 한번 대지를 뒤흔들어 놓았다.
쿵!
이강백의 신형이 거칠게 진무를 향해 쇄도해 갔다.
두 강기의 고수들이, 자신의 모든 힘을 꺼내 서로 얽혀 들었다.
‘대, 대단하다.’
운암과 정현, 정요.
그들 셋이서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어찌해 보지 못했던 이강백을 너무나 손쉽게 몰아붙이는 진무의 모습.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운암은 그저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비슷한 또래의 무인이었다. 또한, 이미 여러 차례 대련도 해 보았다.
하지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봐줬던 것이다.
자신은 사력을 다했지만, 진무는 그저 운암의 실력에 맞춰 상대해 해 준 것이다.
풍환의 말대로 그는 진무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망할…….
운암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진무가 보여 주는 경이로운 무위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리고 진무의 꾸짖음.
곤륜, 아니 중원의 수호자라 자처해 온 그들이 정파를 위한 일이라며 구야자를 쫓느라 민초들의 죽음을 외면했다. 마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물며 비록 허상이라 해도 진무가 아니었다면 구야자조차 보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정파로서 마땅히 지켜야 했던 힘없는 자를 외면한 것도 모자라 나약하기까지 했다.
뭐가 중원의 수호자이며, 뭐가 곤륜의 미래란 말인가.
그는 진무에 비해 얼마나 무력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후회, 모든 사람이 하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한 진무의 모습은 지독한 패배감을 느끼게 하기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호승심을 충동질했다.
또한, 그것이 무인으로서든, 옳은 길을 가야 하는 정파의 도사로서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쾅! 콰쾅!
터져 나가는 강기의 조각에 이강백이 더없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힐 때마다 전해져 오는 막대한 충격에 솟구치는 핏물이 입 안에 가득히 고여 왔다.
‘무슨 놈의 공격이!’
약관밖에 되지 않은 그의 공격은 지극히 간결하고 실전적이었다.
마치 전장에서 수십 년을 굴러 온 무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 순간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다.
자신과는 격이 달랐다.
일단 강기의 순도부터가 질릴 정도로 말이 되지 않았다. 그의 강기 앞에 이강백의 강기는 속절없이 부서지고, 흩어졌다.
거기다 공격이 회를 더해 갈수록 빨라져 막는 것조차 급급할 정도였다.
한계에 달해 버린 움직임에 근육이 끊어질 듯했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누군가 폐를 힘껏 움켜쥐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경지뿐만 아니라 무인으로서의 전투 경험 또한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일단은 몸을 빼야만 했다.
잠시 흐름을 끊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이강백이 단번에 기운을 뿜어내 진무에게 공격을 날린 직후 뒤로 튕기듯 몸을 띄우는 순간.
“잡았다! 요 새끼!”
“……!”
진무의 송곳니가 하얗게 빛난다.
마치 지남철처럼, 지면을 스치듯이 따라붙은 진무가 허공에 뜬 이강백의 낭심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 이런!”
주먹에 어린 퍼런 강기에 예상치 못한 곳이 노려진 이강백이 급히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허공에 뜬 상태였다.
허공답보(虛空踏步)처럼 허공을 계단처럼 밟고 움직이는 경지가 있었지만, 이강백에게는 턱도 없는 이야기였다.
“제길!”
다급히 다리를 모으고 무릎을 당겨 올려 방어하는 순간 솟구치던 진무의 신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허공을 밟고 뛰었다고?
자신에게 요원한 허공답보의 경지였지만 진무에겐 아니었던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위치를 놓쳤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실수가 이강백의 사지로 내몰았다.
아래에 있던 진무의 신형이 이강백의 등 뒤에 나타났고.
꽈악.
머리칼이 진무의 손에 잡혔다.
진무가 참된 가르침을 내릴 때 가장 즐겨 하고 좋아하는 위치다.
넌 이제 뒈졌다.
움켜쥔 손에 당겨진 머리.
진무의 입가에 맺힌 잔혹한 미소가 이강백의 홉뜬 시야에 들어온 순간, 주먹이 그의 안면을 향해 떨어졌다.
쩍!
둔탁한 소음을 시작으로 진무의 주먹이 이강백의 얼굴에 거칠게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쩍! 쩍! 쩍! 쩍!
허공에서 시작된 잔혹한 구타는 떨어지는 속도를 더했고.
콰앙!
이강백의 신형이 기어이 땅바닥에 거칠게 처박혔다.
쩍! 쩌적!
그사이에도 진무의 주먹은 쉴 새 없이 그의 안면 위를 누볐다.
땅바닥에 처박히건 말건, 계속해서 이강백의 얼굴을 때려 땅속으로 깊숙이 처박아 넣었다.
기회를 잡았을 때는 멈추지 않는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부숴 버려야 후환도 없는 법이니까.
“끄으으…….”
코뼈가 박살이 나고 이빨이 모조리 털려 버린 이강백이 터져 나오는 핏물을 울컥거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이강백은 머리를 반쯤이나 땅속에 처박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강기를 운용하는 절대 고수였지만 방비조차 하지 못하고 복날 개 맞듯이 처맞아 버린 다음에야 버틸 재간이 없었다.
진무의 주먹은 이강백이 사지를 축 늘어뜨리고 나서야 멈췄다.
“후우…….”
주먹에 엉겨 붙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새파란 안광을 토해 내며 호흡을 고르는 진무의 모습은 도사가 아니라 막 지옥에서 올라온 야차 같았다.
턱.
잠시 이강백을 바라보던 진무가 그의 다리를 잡고 무릎 위에 발을 올렸다.
“아직 멀었다. 죽은 이들을 위로할 곡소리라기에는 비명이 부족했어.”
새파란 눈빛이 빛나고.
뿌드득!
이강백의 다리가 역으로 꺾였다.
“끄아아악!”
극심한 고통이 점차 흐려지던 이강백의 정신을 단번에 깨우고, 처절한 비명이 숲을 뒤흔들었다.
“그래, 그 정도 목청은 되어야 구천까지도 자알 들리지. 그런데 한 번 가지고는 백여 명분의 넋에 다 기별이 갈 것 같지 않거든. 니 몸속 관절 개수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지?”
뿌드득!
“끄아악, 아악!”
두 번째 다리가 부러졌다.
진무는 마치 여름날 잠자리 날개를 뜯어내는 아이처럼 이강백의 관절을 하나씩 꺾어 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잔인하여 곤륜의 제자들은 눈을 찌푸렸으나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몇 살아남지 못한 칠동천의 무인들은 두려움에 몸이 얼어붙은 듯 발조차 떼지 못했다.
“다리는 끝났고…….”
참으로 성실하게도(?) 일일이 내지르는 이강백의 비명을 반주 삼아 발가락의 관절 하나까지 빠짐없이 꺾은 진무가 팔을 향해 몸을 옮겼다.
팔까지 꺾고 나면 척추뼈를 하나씩 부숴 놓을 참이었다.
복수는 얼추 끝나 가고 있었다.
잔뜩 끓어올랐던 분노도 이미 옅어져 있었다.
그런데.
“……!”
예기만으로도 살을 에일 듯한 섬뜩한 기세가 느껴졌다.
또 다른 적?
진무는 콧등과 미간을 찡그리며 재빨리 물러났다.
슉! 슈슛!
그리고 진무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가 날카롭게 베어졌다.
훌쩍 물러난 진무가 나타난 이들을 사나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검은 장포를 두른 괴인. 모두 다섯이다.
그리고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완만하게 휘어진 검.
어피(魚皮)로 감싼 손잡이, 주홍색 칠을 한 검날의 폭이 다른 것의 반도 되지 않는다.
찌르는 것에 특화된 검.
살인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녀석들이다.
그들은 죄다 충혈된 듯 벌건 눈으로 진무를 쏘아보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매섭고 예리한 기세를 발출했다.
“멈추어라!”
얼마간 진무와 괴인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는데, 갑자기 허공을 훌쩍 넘어 장내로 난입하는 인물.
또 뭘까, 이 새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