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갑무반의 무인들은 동림전장의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제갈협진의 명령으로 곧장 원화정으로 이동해 소림승들과 합류했다.
살피기 위함이다.
원화정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전서구를 띄워야 했다.
각 파에서 무인들을 파견하였다는 각료의 말은 거짓이었다.
하남 천중산에 사패천이 버티고 있는 시점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무인 오백이 움직인다면 마찰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을 말한 것은 그저 화청의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비록 소림 십계인 망어계(妄語戒)를 어긴 것이나 효과는 뛰어났다.
화청, 그리고 백마사.
그들에게 무언가 감추어진 것이 있음이 분명하다.
처음 제갈산산이 원화정을 포위하며 각료에게 했던 말이 있다.
제아무리 ‘궁’이라 한들 황실의 힘이 강하게 미치는 원화정을 손에 넣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결국 원화정은 이쪽의 발을 묶어 두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이 크며, 만약 원화정이 동림전장의 배후에 있다면 원화정 자체가 아니라 그곳을 드나드는 누군가가 ‘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원화정의 특성상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였고, 백마사는 그중 하나였을 뿐이다.
각료는 말도 안 된다 했었지만, 은밀히 살피던 그때 화청이 수레를 이끌고 은밀하게 원화정 안으로 들어갔다.
그럴 수도 있다.
오가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제를 올리는 것이 무슨 문제겠는가?
다만, 수레가 문제였다.
들어갈 때는 분명 빈 수레였다.
하지만 나올 때는 과하게 많은 물건을 싣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제를 올렸다면 응당 가득 배었어야 할 향냄새가 화청의 몸에서는 조금도 나지 않았으며, 간간이 내비치는 당황스러운 표정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기 충분했다.
“아미타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 각료는 어지러워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연신 불호를 외웠다.
중원 불문의 성지와도 같은 곳.
백마사.
그들이 외인들에게 연합하여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대사님.”
제갈산산의 말에 각료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하게.”
“지금 즉시 지원을 청해 주십시오. 만약 ‘궁’의 핵심이라는 자들이 백마사를 점거하고 있다면 지금의 수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알겠네. 정무맹은 어찌하고 있다던가?”
“명령서를 받으셨겠지요?”
“…….”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원화정이 시작이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음…….”
무거운 신음에 제갈산산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청상 도장.”
“예.”
제갈산산의 부름에 청상이 대답했다.
“백마사를 살펴야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청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누구보다 계산이 빠르고 냉철한 두뇌를 가진 전략가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적들의 중심이 원화정이 아니라 백마사라면 대군사께서 준비하고 있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청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장께서 갑무반을 이끌어 주십시오.”
그녀의 말에 대단히 싫은 표정을 짓고 있던 남궁창위가.
“그게 지금 무슨…….”
하지만 뒷말을 이어 가지 못한다.
모두가 그를 째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서안에서 그로 인해 갑무반 전체가 관에 잡혀가는 고초를 겪었다.
그 일 하나만으로도 갑무반 무인들의 여론이 좋을 리가 없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진무에게 개쪽까지 당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지금에 이르러서는 황보웅을 제외한 모두가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제가 말입니까?”
“예. 옆에서 제가 돕겠습니다.”
제갈산산의 말에 청우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청상은 고개를 돌려 남궁창위를 쳐다보았다.
그의 고지식한 성격 때문인지 조장인 남궁창위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흥!”
하지만 남궁창위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고 보자. 내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을 테니.’
속은 쓰리지만 다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남궁 공자의 의견도 그러하다면 제가 임시로 조장을 맡겠습니다. 하면 출발합시다. 전략 면에서는 제갈 소저가 누구보다 뛰어나니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예.”
“나머지 분들은 명심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명령이 있기 전까지 절대로 돌발 행동은 안 됩니다.”
“알겠소.”
청상이 다짐을 두자 모두가 대답을 했다.
“하면, 대사님. 저희는 먼저 백마사로 가 보겠습니다. 대사님께서는 원화정을 살펴 주십시오. 만약 그곳이 궁과 연관된 것이 확실하다면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곧바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조심하게.”
“예!”
각료와 인사를 나눈 청상이 몸을 날리자 갑무반의 무인들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그 뒤를 쾌속하게 뒤쫓았다.
“음.”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각료가 씁쓸한 표정으로 명을 내렸다.
“공도야.”
“예.”
“본사에 전서구를 보내거라. 나한전의 아이들을 속히 하산시키라고.”
“예!”
각료의 명령을 서둘러 작성한 십팔나한의 수장인 공도가 전서구를 띄워 올렸다.
소림이 있는 숭산까지는 고작해야 백 리.
전서구가 당도하고 나한전의 승려들이 도착하는 데는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각료는 수심 어린 얼굴로 푸드득거리며 날아가는 전서구를 바라보았다.
“큰비가 내리겠구나. 아미타불.”
왠지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만 같았다.
* * *
“뭣이?”
원화정의 일을 끝내고 돌아온 화청의 보고에 종려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소림이 원화정을 포위했으며, 더욱이 정무맹이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
생각보다 대응이 너무 빨랐다.
“무당지검이 이번 일에 관련된 듯합니다.”
“무당…….”
“예. 동림전장을 털어 간 것도, 치부책을 찾아낸 것도 그놈인 듯합니다.”
까드득.
종려군의 어금니가 부서질 듯이 갈린다.
무당지검.
약관에 강의 경지에 올랐다는 무인.
그의 소식을 듣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영의 보고에 따르면 고작 철모르는 애송이가 표주를 나와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했다.
긴 세월 그런 이가 한둘이었던가?
한데 그놈이 어째서 전장, 그것도 동림전장을 쑤시고 돌아다녔단 말인가?
어째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이토록 어그러뜨리고 있단 말인가?
생각을 거듭할수록 분노가 치민다.
하필 이 시국에.
이제 막 삼궁을 손안에 넣고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거늘.
망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설쳐 대는 바람에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비리 조사가 확대되는 바람에 그동안 자신들과 연을 맺은 관부의 인물들의 시선이 회의적으로 변했다.
잘못하면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 삼궁이 정무맹에 잠입시켜 둔 세작들이 모조리 축출될 수 있거니와, 궁에서 그녀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위험마저 있었다.
“망할…….”
어쩌면 좌천되었던 상관평이 노린 것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과한 것일까?
중원의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영은당의 무영이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몰랐을 리가 없으리라.
자신에게 일부러 보고를 누락한 것이 틀림없다.
실로 괘씸한 일이나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이미 동림전장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 분봉대를 무영에게 보냈고, 약탈당한 동림전장의 황금을 되찾기 위해 살부와 금강야차대를 이동시킨 뒤였다.
지금의 백마사에는 정무맹의 무인들에 맞서 싸울 전력이 부족했다.
그녀가 잡혀 버리면 궁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찌할까요? 원화정에 남은 흔적은 제가 모두 지웠습니다.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이대로 버틴다면…….”
“지워? 버텨?”
화청의 말에 턱 언저리에 근육이 짙게 잡히도록 이를 악문 종려군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미 늦었다.”
“그게 무슨?”
“놈들은 이미 백마사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
“멍청한 위인 같으니.”
“……예?”
“소림의 각료가 어째서 네놈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으냐? 네놈의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그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선 화청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와중에도 종려군의 머릿속은 맹렬히 회전하며 탈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화청.”
“예!”
“백마사를 버린다.”
“예?”
“어차피 들켜 버린 이상 머무를수록 손해다. 응전할 준비를 갖춰라.”
“으, 응전을…….”
“놈들의 주 전력이 도착하기 전에 포위망을 뚫고 개봉으로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종려군의 명에 화청이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멍청한 놈.
생각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놈.
“내궁주님.”
화청이 나간 이후 종려군을 보필하기 위해 남아있던 분봉대의 무인, 연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뭐냐?”
“개봉이라면 이미 양소방에 의해 점거된 지역이 아닙니까? 어찌?”
“백마사를 버린다 하지 않더냐.”
연화의 의문에 종려군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
연화는 그제야 종려군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백마사라는 거처를 말한 것이 아니었다.
궁에 회유된 백마사의 세력 자체를 버린다는 뜻이었다.
“백마사의 중들이 저들과 교전해 시선을 끄는 동안 우리는 은밀하게 빠져나가 분봉대와 합류해 사태를 지켜본다.”
“예!”
* * *
고요했던 백마사에 갑자기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은 점차 그 위세를 더해 건물을 태우기 시작했고, 곳곳에서는 백마사의 중들이 무구를 꺼내 들고 흉흉한 기세를 뿌리며 쏟아져 나왔다.
“청상 도장!”
“젠장, 저들이 눈치를 챈 모양이군요.”
“어쩌죠? 여덟으로는…….”
제갈산산의 말에 청상이 잠시 고민했다.
갑무반에 내려진 임무는 전투가 아니라 조사였다.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소림의 지원이 완전히 이루어진 다음에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그러나 저들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 이상 어떻게든 묶어 두어야 했다.
여덟이라는 숫자로야 이란격석(以卵擊石)에 불과할지라도 잠시 동안의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각료 대사께 신호를 보내세요. 일단은 지원이 오기 전까지 저들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청상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이해한 제갈산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청상의 명령에 제갈산산이 멀리 떨어져 있던 이백의에게 신호를 주었고.
피융- 퍼엉!
높이 솟구쳐 오른 붉은 신호탄이 허공을 수놓음과 동시에 갑무반의 무인들이 백마사의 담을 넘었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겁도 없이. 뭣들 하느냐! 놈들을 죽여라!”
선두를 이끄는 화청의, 승려답지 않은 잔인한 외침에 백마사의 승려들이 갑무반의 무인들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적을 상대함에 사정을 두지 마라!”
청상이 짧게 외치며 검을 곧게 펴고 쏘아져 나가자 갑무반의 무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스걱! 차아악!
휘둘러지는 검에 살기가 진득하게 배어,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사방에 피가 뿜어진다.
비록 이제 막 가진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갑무반의 무인들이었으나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다.
끓어오르는 젊은 혈기와 솟구치는 흥분이 그들의 두려움을 감추어 놓았음인지 백마사를 가득 채운 승려들에게 조금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청상은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의 검 끝에서 푸른 검기가 흩날릴 때마다 백마사의 승려들이 손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쓰러졌다.
청상은 난전 속에서도 재빨리 시선을 돌려 화청을 찾았다.
호기롭게 갑무반과 떨어져 적진 깊숙한 곳으로 달려갔던 남궁창위의 머리 위로 가공할 기운을 머금은 석장(錫杖)이 휘둘러졌다.
취리릭! 따아앙!
거칠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
“크윽!”
실린 힘이 만만치 않았던지 비껴 내려 했던 석장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 남궁창위가 땅바닥에 처박혀 자세가 흐트러졌다.
“죽어라!”
흉흉한 살기를 머금은 석장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순간, 청상이 급히 몸을 날리며 화청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따아앙!
하지만 녹록지 않다.
남궁창위를 향해 직각으로 찍어 내리던 석장이 횡으로 방향을 바꾸어 청상의 검을 튕겨 내었다.
으드득!
자신을 막은 청상의 검에 이를 갈아 댄 화청이 눈에서 불을 토하며 노려보았다.
“남궁 공자! 물러나 다른 곳을 막아 주시오! 저자는 내가 막겠소!”
청상의 말에 남궁창위의 미간이 깊이 찡그려진다.
“닥쳐라! 이깟 중놈은 내가…….”
제 실력이 그에 미치지 않음을 알면서도 남궁창위가 고집을 피우자 청상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고집 세고 멍청한 놈을 상대하는 것은 이미 진무에게 아주 잘 배운 바 있다.
설득?
그딴 거 필요 없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싸움 중에 무슨 설득이란 말인가?
퍼억!
검을 잡고 일어난 남궁창위를 걷어차 버린 청상이 곧장 화청을 향해 검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깡! 까강!
무당의 유운검이 독한 기운을 머금고 펼쳐져 화청의 석장과 어우러졌다.
“이런 개새끼가!”
날벼락을 맞아 땅바닥을 뒹군 남궁창위가 거친 욕설과 함께 일어났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청상과 화청의 싸움에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백마사의 중들이 공격해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망할 자식! 두고 보자!’
그저 마음속으로 청상을 욕한 남궁창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공격을 막기 위해 열심히 검을 휘둘러야 했다.
그 사이 화청과 청상의 검격이 수십여 차례 부딪혔다.
깡! 까강!
화청은 끈질기게 자신을 공격해 오는 청상의 검격에 짜증이 치밀었다.
고작 여덟이다.
약관에서 서른 안팎으로 보이는 애송이들이 자신의 길을 막고 있는 것도 모자라, 만만히 제압하리라 생각한 핏덩이 놈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더욱이 그의 검격.
도무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언제부터 도가의 검이 이렇게 실전적이고 살기등등하게 변했단 말인가?
간간이 검기를 끊어 날리는 것이 탄기 정도의 경지가 분명한데, 그 활용법에는 상황도 잊고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충기로 흘리고, 검기로 허점을 파고들고, 탄기로 흐름을 끊어 놓는다.
뭐가 저리 자유자재란 말인가?
의기에 이른 자신이 이토록 고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화청이 독이 잔뜩 올랐다.
“이런 핏덩이 놈이!”
후아악! 까아앙!
거칠게 휘둘러진 석장을 막아 낸 청상이 훌쩍 물러났다.
“…….”
석장에 실린 힘이 만만치 않다. 검을 잡은 손이 아려 온다.
과연 의기의 무인.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반드시 잡아 두고 있어야만 했다.
백마사의 주지인 그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버텨야 한다.
신호탄이 터졌으니 소림이 금세 도착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버티자.
청상은 눈에 독기를 품으며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허점을 보이고 상대의 급소를 친다.
비틀.
일부러 균형을 무너뜨려 보인 허점. 화청이 놓치지 않고 석장을 찔러 들어온다.
부우욱!
허리를 급히 꺾은 청상의 가슴팍이 뜯겨지듯이 찢어지고 피가 튄다.
상처에서 피가 튀어 오르고 쓰라림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모두가 자신이 원한 결과였다.
화청을 자신의 검격 안으로 끌어들였다.
취릿!
순간적으로 검에 맺혀진 기운이 휘두름에 따라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피윳!
날아오는 검기에 대경한 화청이 급히 석장을 당겨 막았다.
따아앙!
거친 폭음과 함께 두 걸음 밀려난 화청이 얼굴을 찡그리며 청상의 신형을 찾았다.
“……놈?”
없다. 분명 전면에 있었던 청상의 신형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화청이 급히 고개를 트는 순간.
스걱!
발목을 베고 지나가는 날붙이의 아릿함.
“크윽!”
짧은 신음과 함께 주저앉은 화청이 신경질적으로 석장을 휘저었다.
터어엉!
둔탁한 소음과 함께 복부를 얻어맞은 청상이 거칠게 바닥에 처박혔다.
“사형!”
“청상 도장!”
청우와 제갈산산이 싸움 중에 다급히 외쳤다.
“크윽…….”
서너 번이나 땅바닥을 뒹군 청상이 검을 지지해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화청을 바라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화청.
그의 발목에서 핏물이 터져 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베었다.”
이길 순 없었으나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
화청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