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사위를 뒤흔들어 놓는다.
“이런 젠장할!”
어린아이만 한 크기의 거대한 도끼를 등 어림에 멘 우람한 체구의 사내, 살부 곡마량의 욕설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어찌 된 일인가?
천웅방의 중심부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섬서와 감숙을 연하는 협곡을 은밀하게 지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앞서 전황을 살피기 위해 이동했던 분봉대는 협곡이 무너져 내리며 전방에 갇혀 버렸고.
후위에 있던 금강야차대는 협곡의 상단부에서 쏟아진 돌과 화살 비에 갇혀 제대로 된 전투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설마 천웅방 놈들이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자신들이 협곡을 지날 것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쏴아아!
수십여 대의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고.
화르륵!
던져진 기름 동이를 쏘아 맞힌 불화살에 쏟아지는 불비.
촤아악!
군데군데에 던져진 그물이 덮쳐 와 무인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갇혀 버린 무인들은 절정의 무위에 달해 있음에도 혼란에 빠져 화살에 꿰이고, 불에 타고, 서로의 검에 상처를 입고 있다.
협곡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렸다.
도대체 이게 다 무엇인가? 어찌하여 무림인들이 화살에, 돌 더미에, 기름 주머니를 던지고 불을 지른단 말인가?
무림인들의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군문에서 사용하는 전략 같지 않은가?
“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오고, 옮겨붙은 불에 휘적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수하들의 모습이 보인다.
으드득!
곡마량이 턱 언저리에 근육이 짙게 잡힐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죽어 가는 자신들을 비웃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해 오는 협곡 위의 적들.
“비겁한 놈들!”
후우웅! 따다다닥!
어느새 뽑아 든 거대한 도끼가 휘둘러지며 발생한 풍압이 쏟아지는 화살을 쳐 낸다.
“뭣들 하느냐! 고작 이따위 공격에 우리 야차대가 무너질 것이냐! 협곡을 타고 올라라! 놈들을 공격해라!”
곡마량의 외침에 금강야차대의 무인들이 일제히 절벽 면을 기어오른다. 화살을 맞은 동료가 옆에서 떨어져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훈련되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협곡을 오르는 순간 놈들을 도륙하고 각자가 품은 폭약을 터트리면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어…….
“……!”
그 순간 협곡의 상단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방관을 쓴 사내.
마치 제 놈이 제갈량이라도 된 것처럼 까마귀의 깃으로 만든 흑색 익선(翼扇)을 곧게 뻗는다.
동시에 반대편에서 적색 수기가 올라와 힘차게 휘저어졌고.
“와아아!”
함성과 함께 흑색 장포를 걸친 무인들이 줄을 달고 낙하했다.
“크아악!”
펼쳐진 줄이 한계에 달하는 순간 절벽 면을 타고 걸으며 휘두른 검에 금강야차대의 무인들이 제대로 방비조차 못 하고 허공에서 얻어맞은 파리 떼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런 개자식이…….”
곡마량이 이빨을 갈아 대는 순간 한차례의 공격을 끝낸 흑색 장포의 무인들이 물러나고, 모습을 드러낸 역사(力士)들이 거대한 창을 수직으로 꽂듯이 던졌다.
쿠아악!
절벽을 오르던 금강야차대가 창대에 꼬치처럼 꿰여 떨어졌다.
그 사이 곡마량의 시선은 단 한 사람을 쫓고 있었다.
공격이 바뀔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사방관의 사내. 그의 명령을 따라 색이 다른 수기가 올라 휘저어질 때마다 시기적절한 공격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왔다.
저놈이다.
모든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군사 놈. 일단 기세를 잡으려면 놈을 잡아야 한다.
판단과 행동은 단숨에 이루어졌다.
쿠악! 파앙!
곡마량은 마치 수직면이 아닌 수평면을 달리듯 발끝으로 바위 면을 찍으며 쏘아져 나갔다.
따아앙!
그를 향해 창대와 화살이 비처럼 날아들었으나 그의 움직임을 제약하지는 못했다.
“흐읍!”
가슴 가득히 숨을 마시고 힘껏 던져 낸 도끼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날아오른다.
곡마량은 상대의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려 버린 자신의 도끼를 따라 협곡 위로 솟구쳤다.
콱.
한계에 달한 도끼를 손에 잡은 곡마량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천웅방 무인들의 모습.
‘놈!’
흑익선을 들고 사방관을 쓴 놈.
“죽여 버리겠다!”
그를 발견한 순간 분기탱천한 곡마량은 거대한 도끼를 거칠게 아래로 휘두르며 낙하하는 그 힘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우우웅!
도끼를 잡아당긴 팔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자 시퍼런 도끼날에 기운이 거칠게 모여들었다.
단박에 쪼개 버릴 것이다, 망할 학사 놈!
당겨졌던 도끼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다.
“……!”
도끼날이 학사의 머리를 쪼개 놓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묵직한 기운이 그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왔다.
무시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했기에 곡마량이 재빨리 몸을 비틀며 도끼를 휘둘렀다.
터어엉!
묵직한 충격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진다.
치이익.
허공에서 맞아 버린 터라 한참이나 밀렸다가 착지한 곡마량이 고개를 쳐들어 자신을 방해한 인물을 노려보았다.
보통 사람보다 반 배는 더 큰 듯한 우람한 체구의 무인.
“이런 쌍놈의 자식이, 감히 우리 천주님께서 임명하신 사패천의 총사님을 노려?”
솥뚜껑 같은 주먹을 가진 사내, 천우명. 그가 적생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네놈은 뭐냐?”
“나? 천우명이다.”
“천우명?”
사패천 최강의 무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의 이름을 곡마량이 어찌 모를까?
천웅방을 치러 갔다가 천웅방에 붙었다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패천의 총사? 그게 무슨 말인가? 어찌하여 사패천의 총사가 천웅방에 있단 말인가? 사패천이 천웅방을 돕는다고?
“이놈이 수장인 모양이군.”
“…….”
천우명의 옆에서 또 한 놈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가 석 자는 족히 될 만한 장도를 든 사내, 천웅방주 원공후였다.
“이번엔 내게 맡겨 주게, 우명.”
“자네가?”
“암, 자네야 근래 천주님과도 한번 몸을 풀었지만, 나는 한동안 적절한 상대가 없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거든.”
“싫다. 저놈 몸 봐라. 비리비리한 네놈보다는 내가 낫지.”
“이놈아, 어디 싸움을 몸 크기로 한다더냐? 무식한 네놈보다는 내가 낫다.”
“이놈이?”
협곡 아래에서 계속해서 수하가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치열한 상황에서 서로 싸우겠다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두 분이 함께 싸워 주십시오.”
“응?”
“뭐?”
갑자기 끼어든 적생을 원공후와 천우명이 동시에 쳐다보았다.
“하오문의 전갈에 의하면 천주님께서 미현에서 적을 유인하신다 했습니다. 서둘러 이 싸움을 끝내고 그분을 도우러 가야 합니다.”
“…….”
적생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는 둘.
“제길, 총사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걸리적거리지 마라, 공후!”
천우명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원공후는 이미 곡마량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저, 저 약삭빠른 놈이!”
허겁지겁 그 뒤를 따르는 천우명.
그리고.
“이런 개자식들이 감히 나를 상대로…….”
곡마량의 분노로 증폭된 살기가 폭풍처럼 토해졌고.
쓔아악!
가볍게 휘둘렀음에도 그 안에 거암을 쪼개 버릴 듯한 기세가 실려 있었다. 원공후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궤적을 향해 파고들었다. 진무, 아니 혁련무강에 의해 깨달았던 삼도(三刀)의 묘리.
그 첫 번째는 잠(潛).
후우웅!
분명히 부딪혔고 원공후의 몸이 잘렸으나 도끼는 허공을 가른 듯한 소음을 만든다.
“……!”
자신이 자른 것이 허상임을 깨달은 곡마량이 눈을 부릅떴다.
두 번째는 속(速).
촤좌좌좍!
도끼의 궤적에서 벗어나며 실체화된 원공후의 도가 빛살처럼 뻗어 나왔다.
“헛!”
예상치 못한 공격에 곡마량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재빨리 허리를 뒤로 넘겨 피한 뒤 원공후를 갈라 버리려 도끼를 잡아당기는데, 도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길게 꼬리를 지었던 원공후의 도강이 가슴 언저리에 멈추더니 별안간 응축되었다.
“……!”
곡마량의 눈에 의아함이 서리는 순간.
세 번째는 폭(爆)!
응축되었던 강기가 벽력탄처럼 폭발했다.
콰아아앙!
“크으윽!”
졸지에 일어난 폭발을 도끼를 잡아당겨 막고 호신강기까지 일으켜 보호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줄이지는 못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물러난 곡마량이 고개를 쳐들었을 때, 원공후는 웃고 있었다.
“……?”
측면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기운. 그리고 대기를 우그러뜨리며 휘둘러져 오는 거대한 주먹.
피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곡마량이 다급히 기운을 겹겹이 포개 넣었다.
쩌어억!
“크으윽!”
천우명의 붕권이 그의 옆구리에 깊숙하게 작렬한다.
몸이 옆으로 꺾이고 들려 버릴 정도의 충격. 졸지에 두 번의 공격을 허용해 버린 곡마량이 진한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젠장, 혼자 해도 됐을 것인데.”
천우명의 투덜거림.
“내가 다 해 놓은 걸 홀랑 주워 먹고는.”
원공후의 핀잔.
비틀거리던 몸을 세운 곡마량이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이놈들……. 감히 나 곡마량을 상대로. 오냐, 뒤를 생각지 않고 싸워 주겠다.”
고개를 쳐든 곡마량의 두 눈에 시뻘건 광기가 피어오른다.
“야, 저거…… 위험하겠는데?”
“젠장, 니놈이 화를 돋우는 바람에…….”
장난스럽게 서로를 탓했지만 둘 모두 곡마량이 끌어 올린 기운에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기세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곡마량의 몸에서 진득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협곡 상부가 통째로 뒤흔들리고 있었다.
“총사.”
“……예?”
“서둘러 피하게. 전부를 데리고.”
칼을 움켜쥔 원공후가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경고했다.
“…….”
적생은 그들이 말하는 바를 대번에 이해했기에 바삐 걸음을 물리며 흑선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갈가리 찢어 주마!”
짐승의 포효와 같은 거친 울림과 함께 곡마량의 신형이 폭사해 나왔고.
콰아아앙!
협곡 상단이 거칠게 터져 나갔다.
* * *
대기를 꿰뚫고 창처럼 날아온 검, 일휘.
피할 생각도 없는 것인지 종려군이 그저 손을 슬쩍 휘젓자 몸 주위에서 회오리치던 적강(赤罡)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쩌어엉!
일휘와 강기가 부딪히며 만들어 낸 거센 충돌음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간다.
슈가각!
동시에 횡으로 휘둘러진 또 다른 검, 강기로 만든 기검(氣劍).
첫 번째 수를 보인 다음의 빈틈이었으나 종려군의 얼굴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내밀었던 손을 꺾어 당기자 일휘를 튕겨 내었던 적강이 매듭을 짓듯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까아앙!
하지만 진무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검을 튕겨 낸 적강의 매듭이 풀려 원형으로 날아오자 자세를 낮춰 구르며 종려군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슈아악!
노린 곳은 발목. 지면을 낮게 스치며 휘둘러지는 기검에 종려군이 재빨리 몸을 띄웠다.
걸렸다.
진무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강기의 고수가 기를 이용한 허공답보의 수를 쓸 수 있다고 해도, 지면에서의 움직임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공격을 펼친 직후다. 검의 속도에 절대로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튕겨 나간 일휘와의 거리는 반 장.
이기어검을 펼치기에 딱 적절한 거리란 말이지.
우웅! 취릭!
진무가 손을 뻗자 종려군의 뒤편에 있던 일휘가 방향을 바꾸고 섬전처럼 쏘아져 그녀의 목덜미를 노렸다.
끝이다. 절대로 피할 수…….
취릿!
“……!”
하나가 아니고 둘?
종려군의 두 번째 손길에 만들어진 또 다른 적강.
까아앙!
일휘가 튕겨지는 거친 쇳소리에 진무의 눈이 일그러지는데, 허공에 떠 있던 종려군이 무시무시한 안광을 토하며 거칠게 발을 찍어 눌러 왔다.
진무는 욕설을 집어삼키며 사력을 다해 바닥을 굴러야 했다.
염병, 강기의 고수씩이나 돼서 나려타곤을…….
꾸우웅!
거친 폭음과 함께 지면이 마치 바람 맞은 강물처럼 너울을 만들어 낸다.
진무는 진각의 범위를 피해 다시금 사력을 다해 뛰었다. 휩쓸리면 끝장이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했다.
쩌적! 콰콰콰쾅!
“…….”
너울이 사라짐과 동시에 종려군의 진각을 중심으로 지면이 동심원을 그리며 터져 오른다.
씨발, 엿 됐네.
진작 말하지. 엄청 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