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최강은 근 며칠간 제대로 눈 붙일 시간도 없이 돌아다녔다. 우범하가 넘겨준 메일에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처리가 곤란한 몬스터, 극비리에 처리해야 하는 차원 균열, 요인 경호 등.
메일에 존재하는 임무는 다양했다.
그리고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를 돌아다닌 최강이 마침내 1주일 만에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였다.
사무실에서 주소희가 내온 비스킷과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두 사람이 보였다. 쇼튼과 엘리자였다.
“그러니까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건, 다 만들었다는 건가?”
쇼튼이 자신의 옆자리에 세워 두었던 검집을 던졌다.
“한번 확인해 봐.”
최강이 쇼튼이 던진 까무잡잡한 검집을 받아 들고는 구석에 세워 놓은 청화수로 향했다. 청화수를 검집에 집어넣은 최강이 잠시 후 청화수를 반쯤 빼 들었다.
‘확실히…….’
내력을 조금 주입해 보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잠잠해진 청화수가 느껴졌다.
-네놈, 이 몸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다 죽어 가는 듯한 신음 소리를 흘리는 청화수의 말을 듣고 최강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위력적인 부분은 차차 시험해 봐야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도 만족이었기 때문이다. 청화수를 누르느라 사용하던 여력을 다른 곳에 쏟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청화수와 눈싸움하던 최강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쇼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 만족해?”
최강이 쇼튼의 말에 답하는 것 대신 주소희에게 말했다.
“돌려줘.”
“알았어요.”
주소희가 담보로 받아 뒀던 쇼튼의 단검 한 자루를 사무실 금고에서 꺼내 왔다. 쇼튼이 주소희가 내미는 단검을 받아 들고는 말했다.
“이걸로 그럼 거래는 끝난 건가?”
“그래.”
최강이 소파로 가서 털썩 몸을 묻으며 쇼튼을 바라봤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가 주겠나? 내가 좀 피곤한데.”
쇼튼이 말했다.
“뭐, 원한다면.”
쇼튼이 엘리자를 바라보자 시선을 받은 엘리자가 일어났다. 최강을 다시 바라본 쇼튼이 말했다.
“근데 진짜로 아직도 프락시온에 들어올 마음 없으려나?”
“없으시다.”
최강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자 쇼튼이 엘리자와 함께 사무실 문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기 직전이었다. 곁눈질로 힐끔 보던 최강이 말했다.
“근데 혹시 말이다.”
“…….”
“뭣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발걸음을 멈춘 쇼튼이 잠시 후 뒤돌아서 평소와 같은 넉살 좋은 웃음을 그렸다.
“뭣 같은 생각? 그게 무슨 말이려나?”
“…….”
잠시간 쇼튼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최강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다시 보지 말자는 의미랄까?”
“…….”
“악연이든 뭐든.”
최강이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TV를 켜자 쇼튼과 엘리자가 최강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혹시나 쇼튼과 엘리자가 들을까 싶어서 기다리던 주소희가 10분쯤 지나자 말했다.
“근데 최강 씨.”
“왜?”
“진짜로 저 두 사람, 나쁜 생각 하고 있었던 건가요?”
“…….”
최강이 잠시간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도?”
“아마도예요?”
“그래. 뭐 그럼 안 되냐?”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이유가 궁금해서요. 뭔가 걸리는 게 있었으니까 그런 말을 한 거잖아요?”
최강이 주소희를 보며 말했다.
“저 녀석, 내가 청화수를 검집에 넣었을 때, 이유는 모르겠는데 웃었거든.”
“네? 음…….”
잠시간 생각하던 주소희가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근데 원래 좀 웃는 인상이었지 않나요?”
***
최강의 사무실에서 나온 엘리자가 사무실에서 멀어지자 말했다.
“혹시 눈치챈 걸까?”
“아니, 그건 아니라고 봐.”
만약 그랬다면 그 순간 자신의 질문에 그렇게 맥 빠지는 듯한 답을 했을 리 없다. 쇼튼이 말했다.
“아마도 의심 정도이지 않을까?”
“의심? 우리가 뭔가 의심 살 짓을 했나?”
쇼튼의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아마도 감이려나? 엘리자가 그렇듯, 감이 발달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야.”
엘리자의 질문에 답하고는 쇼튼이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감들이 좋은 거야, 하나같이.”
엘리자가 쇼튼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거, 나 말하는 거?”
“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
“뭐야?”
엘리자가 쇼튼에게 한소리 하려고 할 때였다. 쇼튼이 손을 내밀어 엘리자를 멈춰 세우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어, 크리스.”
때마침 크리스에게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검집은 잘 전해 줬나?
“전해 주기야 잘 전해 줬지. 검집을 사용하는 것도 보고 나오는 참이야.”
-잘됐군. 그럼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나?
크리스의 말에 잠시간 고민하던 쇼튼이 말했다.
“아니, 문제까지는 아닌데, 걸리는 게 하나 있어.”
-걸리는 거?
쇼튼이 마지막 사무실을 나오기 직전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혹시 무슨 실수를 했을 수도 있겠군.
“글쎄, 그걸 잘 모르겠단 말이지……. 솔직히 습관에서 나온 거라면 눈치챌 수 있을 리 없으니까.”
크리스가 생각에 잠긴 듯하자 쇼튼이 넌지시 물었다.
“클락과 케인은?”
-…….
크리스가 말했다.
-두 사람이라면 내일쯤 그곳에 도착할 거다. 근데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없는 건가?
최강의 경고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걱정은 없어 보였다. 클락과 케인이라면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와 몇 마디 대화를 더 주고받다가 쇼튼이 통화를 종료하자 엘리자가 말했다.
“이제 돌아갈 거지?”
“그, 엘리자.”
엘리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 쇼튼이 싱긋 웃었다.
“구경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최말숙은 최강이 돌아간 이후부터는 늘 한가했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그때쯤부터 산짐승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최말숙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랄까…….
여왕의 자리는 역시 군림하는 자리이다 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외로웠다. 물론 명령을 해서 옆에 있으라 한다면 혼자는 아니겠지만, 최말숙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다고 해소될 외로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지킬 존재.
문득 최강이 평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쫑긋쫑긋.
모처럼 만에 찾아온 산토끼 두 마리와 최말숙이 쪼그려 놀고 있을 때였다. 두 마리의 토끼의 귀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 움직이더니 곧이어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토끼가 달아나자 최말숙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네 명…….’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총 네 명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모두 강력했다.
최말숙이 바짝 긴장하자 남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저 애가 엘리트 아라크네라는 말이지?”
“근데 정말 알티스보다 강할 거라고 생각하나, 레온?”
“뭐, 마나양은 보통이 아니긴 한데…….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이봐, 알티스!”
남자들 중에 한 남자가 버럭 소리 냈다.
“알았다고!”
아마도 저 남자가 알티스인 것 같았다. 알티스로 생각되는 사람이 홀로 앞으로 나서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혼자 할 거지?”
“그래. 그러니까 너희는 지켜보기나 해.”
다행이었다. 함께 달려들었다면 승산이 조금도 없었을 텐데 약간의 승률이라도 올라간 것이었다.
“어떻게 죽고 싶냐, 거미 년아.”
알티스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최말숙이 말했다.
“경고하는데, 그 이상 다가오는 건 추천하지 않사와요.”
최말숙이 자신의 말에 저 멀리 떨어진 남자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버럭 소리 지르는 알티스의 모습을 봤을 때였다.
알티스가 최말숙을 노려보며 말했다.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나마 곱게라도 죽으려면.”
“…….”
남자가 등에 사선으로 매고 있던 그랜드 소드를 한 손으로 꺼내는 모습을 포착한 최말숙이 거리를 가늠했다.
‘남자와 자신의 거리는 약 30미터. 이 정도면…….’
일순간에 기습할 수 있는 거리였다.
최말숙이 남자의 시선이 잠깐 자신에게서 그랜드 소드 쪽으로 옮겨 가는 것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커억…….
최말숙의 계산대로였다. 최말숙의 주먹에 명치를 허용한 남자가 무기를 떨구고 동료들을 지나 수백 미터 뒤까지 밀려난 것이었다. 성공이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남자를 해치우기 위해서는 무기가 있어서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랜드 소드를 집어 든 최말숙이 남자들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손에 들린 그랜드 소드를 힘껏 투창하듯 던져 버렸다.
빠르고 묵직하게 직선을 그리며 날아간 무기가 먼 곳에 있는 민둥산에 박히며 조그마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최말숙의 행동을 지켜보던 남자의 적의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어이가 없군.”
최말숙이 깜짝 놀라 남자를 향해 뒤돌았다. 그래도 조금은 충격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남자의 목소리가 벌써 들려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남자를 확인한 최말숙이 천천히 준비 자세를 취했다.
최말숙을 지켜보던 남자가 기가 차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기 없이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거냐?”
우두둑우두둑.
뻐근한 목을 풀며 다가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금 전에 도망가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이어서 이 같은 말을 남기며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최말숙의 동체 시력으로도 겨우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최말숙과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일 테다.
최말숙이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주먹을 몸을 틀어 피하고는 남자의 턱을 발로 올려 찼다.
남자에게 자신의 공격이 직격한 것을 확인한 최말숙이 주먹을 꽈득 쥐어 내질렀다. 지금이라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짜증 나게…….”
의외로 충격이 없었는지 생각보다 빨리 날아온 남자의 발길질에 복부를 얻어맞은 최말숙이 이번엔 뒤로 밀려났다.
“대들지 말라고, 몬스터 주제에!”
최말숙이 이어지는 남자의 맹공을 막아 내고 피하며 연달아 뒤로 물러났다. 무형기를 사용했음에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말숙이 피할 때면 남자의 주먹에 스친 최말숙의 드레스가 불에 타는 종이처럼 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결국 드레스에 구멍이 잔뜩 생겨났을 때였다. 최말숙의 눈이 빛났다. 남자의 움직임이 커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공격을 깔끔하게 피해 낸 최말숙이 무형기를 이용해서 만든 찰나간의 틈을 비집고 남자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
최말숙의 눈에 아차 하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남자의 손에 자신의 주먹이 막힌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너무 훤히 보인다고!”
정통으로 따귀에 공격을 허용한 최말숙이 물수제비처럼 통통 튀어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 충격 때문인지 힘겹게 일어나는 최말숙을 보고 남자가 말했다.
“전력으로 때렸는데, 제법이네?”
최말숙이 이윽고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기술적인 면이나 위력적인 면에서 남자는 자신보다 한 수 위였지만 아직 자신이 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방만…….’
딱 한 방만 정확한 마나 운용을 통해서 준비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도 승산은 있었다.
그리고 최말숙이 자세를 다잡았을 때였다. 남자가 주먹에 강력한 마나를 집중시키는 것이 보였다. 기회였다.
‘오른 주먹!’
미리 어느 손으로 공격할지 알면 대응하기 쉬운 것은 당연했다.
물론 페이크 동작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공격쯤 허용해도 치명상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무기를 던져 버린 이유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사라지는 것에 맞춰 주먹을 꽈득 쥔 최말숙이 남자가 나타난 방향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최말숙의 생각대로 남자는 오른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남자의 주먹과 최말숙의 주먹이 허공에서 만났다.
콰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두 사람을 중심으로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먹을 맞대고 있는 최말숙의 모습을 본 남자가 말했다. 남자 딴에는 진심이 담긴 주먹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버티다니, 칭찬해 주겠다만…….”
말을 뱉는 남자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입을 다물고 인상을 쓴 순간이었다. 호흡을 깊게 한 번 들이켠 최말숙이 말했다.
“천지 가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