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최강이 주소희와 함께 온 곳은 아라크네 사건 당시 최강에게 주소희가 첫 식사를 대접했던 레스토랑이었다.
당시에는 걸신들린 것처럼 음식을 흡입하던 것은 최강이었고 구경하던 것은 주소희였는데 오늘은 반대였다. 스테이크를 점잖이 썰고 있는 것은 주소희였고 최강은 구경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굳은 얼굴로 한사코 자신을 바라보는 최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주소희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언제까지 그럴 거예요. 그깟 입술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래, 닳는 건 아니지. 근데 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무슨 짓인데요.”
주소희의 반문에 최강이 말했다.
“성추행! 시국이 어느 땐데…… 이거 성별 바뀌었어 봐! 나였으면 쇠고랑이다?”
뭐, 최강의 경우에 쇠고랑 차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완전히 아니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추행이라는 단어에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주소희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나이프랑 포크를 양손에서 내려놓았다.
“맞네요. 그건 생각 못했네요. 근데요, 그럼 뿌리치지 그러셨어요.”
주소희의 발언을 듣는 도중 입을 열려고 하던 최강이 다물었다. 그때 상황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뿌리칠 시간 정도는 드렸잖아요.”
그래, 주소희의 말따나//말마따나 있었다. 뿌리칠 시간은 충분했다. ‘잠깐…….’이라고 말할 틈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강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완전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가 아니라 뿌리쳤을 경우 주소희가 실망할 상황을 불러올까 봐 주저하는 찰나에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최강도 주소희도 억울할 만한 상황이긴 했다.
최강이 아무런 말이 없자 최강을 조용히 한동안 응시하던 주소희가 한숨 쉬며 말했다.
“뭐, 좋아요. 저 그럼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그렇게 제가 싫으세요?”
최강이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기껏 한다는 질문이 그런 거냐?”
“전 이거 나름 심각해요.”
“야, 그럼 나도 하나만 묻자”
“…….”
“내가 왜 그렇게 좋냐?”
주소희의 눈이 약간 동요했다. 최강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날 그렇게 좋아하냔 말이지. 우리 고작 1년 반 정도 그냥 같이 지냈을 뿐이잖아?”
“1년 반이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그건 개인의 차이지. 여하튼 내가 왜 좋은데.”
주소희의 입이 닫혔다가 한참 후에야 열렸다.
“잘 모르겠어요, 저도.”
“거 봐, 그러면서…….”
“근데!”
주소희가 시작하려는 최강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적어도 최강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요.”
“좋은 사람이라…….”
의자 앞발을 세우고 몸을 뒤로 젖힌 최강의 눈에 천장이 보였다.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말했다.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확실해?”
“확실해요.”
“예를 들면 어느 부분이?”
최강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강이 생각하는 스스로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최강이 선인이었다면 일전에 정보를 얻겠다는 이유 하나로 페르간의 그란디아인을 그렇게 가차 없이 죽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말숙이를 아껴 주시잖아요.”
“말숙이야 워낙에 처음부터 잘 따랐으니까.”
“거짓말하지 마요.”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최강이 무슨 소리냐는 듯 말하자 주소희가 말했다.
“아니요. 거짓말 맞아요. 정말로 단순히 말숙이가 잘 따른다는 이유로 그렇게 챙겨 줬던 거라면 그때 그 모녀를 챙겨줄 이유는 없잖아요?”
최강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렸다. 불편하다기보다는 그저 약간의 동요 같은 것이었다.
그때//삭제 트롤 사건 때 남편을 잃은 여자와 아빠를 잃은 여자아이. 최강은 그 두 사람을 위해 거액의 돈을 순순히 내놓았다. 심지어 생색이라도 냈다면 무슨 꿍꿍이속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최강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돈 주면 좋은 사람인가?”
“돈만 준 게 아니잖아요?”
주소희의 얼굴에 모처럼만에 웃음이 피어났다.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의 웃음. 이건 솔직히 좀 의외였다. 그때 아무도 모르게 송금을 부탁했던 것이라면 주소희도 알고 있는 일이었겠지만 그 뒤로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알고 있냐?”
“일단 서류적인 부분은 제가 정리하고 있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요?”
사무실로 파견된 최씨특전대의 일원들까지 주소희는 빼놓지 않고 파악하고 있었다.
최강이 말했다.
“변덕이었어.”
“그럼 나미사 씨를 일본에서 도와 주셨던 건요? 지우 씨가 직접 최강 씨를 찾아오기 전까지 모른 척했던 이유는요? 이번에 그 안토니 씨……였던가요?”
“알았으니까, 그만.”
주소희가 입을 다물자 최강이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치자, 그래서? 그것만으로 나를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잖아? 내가 뭐 하던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몇 살인지, 그보다 내 이름이 최강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고? 내가 그냥 그렇다니까 믿었을 뿐이잖아.”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 여태 그걸 물어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주소희가 말했다.
“잘됐네요. 이참에 알려 주세요. 뭐 하는 사람인지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또 뭘 하고 싶으신지 몇 살이신지 그 이름이라는 것도요.”
* * *
“어……음……”
최강의 말을 들은 주소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소리 내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농담은 아니시죠?”
주소희의 반응에 최강이 픽 웃었을 때였다.
“그래, 농…….”
“뭐야, 농담이 아닌가 보네.”
최강이 물었다.
“믿는 거냐?”
“거짓말 아니시잖아요?”
최강의 표정을 뚜러져라//뚫어져라 바라보던 주소희가 확신하듯 다시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식어 버린 스테이크를 주소희가 한잎//한 조각 입에 넣었을 때였다.
최강의 허탈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게 다냐?”
주소희가 말했다.
“아니요, 솔직히 조금 충격적이긴 하죠. 700살 가까이 되신 할아버지이실 줄이야…….”
말을 하던 주소희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화나네요. 700살 드신 할아버지한테 그동안 차이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이미 장가를 한 번 다녀와 보셨다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마누라가 류세란 씨랑 닮았나 보죠?”
“그건 말 안 하지 않았냐?”
당연하지만 류세란과 관련된 부분은 최강은 언급하지 않았다. 평소에 질투심이 심한 주소희가 알아서 좋을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우 씨가 왜 세란 씨한테 형수님, 형수님 하는지 이제 알았어.”
최지우의 평소 행실 때문인지 깨달은 최강이 최지우를 속으로 욕할 때였다. 주소희가 말했다.
“세란 씨도 그거 알아요?”
“아니.”
“그건 마음에 드네요.”
나이프랑 포크를 내려놓은 주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절반쯤 남은 주소희의 그릇을 보고 최강이 말했다.
“다 먹었냐?”
“그건 아닌데 식어 버려서 식감이 별로예요. 최강 씨 것도 그럴 걸요?”
최강이 썰어서 입에 한 조각 넣어 보니 정말로 그렇게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최강이 자리에서 따라 일어나자 주소희가 깜박한 게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이제 최강 씨가 답하셔야죠. 저 싫어요?”
“말했잖아,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근데.”
“근데?”
“조금 더 싫어할 이유가 없어지긴 했어.”
최강의 답을 들은 주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뭐예요, 그게.”
* * *
프락시온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그 자리를 이제 미국이 차지한다.
미국의 작전은 어떻게 보면 절반은 먹혀들어 갔다고 볼 수 있었다. 적어도 프락시온이 더 이상 이전처럼 모든 국가에 입김을 불어넣던 시기는 지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전은 어디까지나 여전히 절반만 성공한 상태였다.
작전의 가장 중요한 파츠인 ‘최강’ 이라는 존재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강을 단순히 미국으로 스카웃할//스카우트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
인류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입지를 손에 넣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미국은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있었다. 이미 한차례 최강에게 거절을 먹어본//맛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최강의 존재로 국제 테이블에서 입김이 과하게 강해진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제 와서 최강이라는 존재의 이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정확히는 최강이 지금 한국의 소속도 아니긴 했지만 미국도 알고 있다. 근래에 최강이 대량의 부동산에 투기했던 사실을 말이다.
이건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최강이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무언의 암시로 보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재물로 설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
내막을 알지 못하는 미국의 대통령 조지의 눈에는 충분히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조지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그러고 보니 그간 우리가 최강이라는 사람을 섭외하는데 돈을 너무 아꼈었다.’
조지가 땅을 치고 후회하던 순간이었다. 그때 주머니를 싸맬 때가 아니라 오히려 풀었어//삭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 펼쳐졌을 텐데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 돈이 얼마가 들든 필요가 없었다. 반드시 최강을 포섭하는 게 최우선, 그것이 안 되더라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강과 절대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었다. 한국이 위기에 처하면 최강이 움직이듯 미국의 말에 최강이 움직여 줄 법한 상생 관계를 말이다. 하지만…….
“mr.우,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당장 입국할 수 없다니?”
지금 미국의 대통령 조지의 명을 받고 국제공항에 도착한 제이스는 발이 묶인 상태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입국 절차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더니 조금 있다가 협회장 우범하가 몸소 자신의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전까지는 있지 않던 일이었다.
“정확히는 최강 님을 만나는 것만 아니라면 입국하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이스의 물음에 답하던 우범하의 눈매가 좁아졌다.
“그러긴 싫으실 겁니다.”
“…….”
정곡을 찔린 제이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한국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얼마나 기다리라는 거지?”
“적어도 하루는 기다리셔야 합니다. 저희 쪽에서 최강 님께 말씀 드려 볼 테니 말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이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너무나도 부당한 처사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루 있다가 만나게 해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 안에 최강의 답을 대신해서 들려주겠다니, 이건 마치 실제로 물어보지 않고서 원하는 대로 대충 돌아가라고 으름장 놓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한국의 태도에 거북한 감정을 느낀 제이스가 미간을 구겼다. 아무리 최강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한들 얼마 전까지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한국이 미국의 대사나 다름없는 자신을 공항에서부터 제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제이스가 결정했다.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해 볼까?’
위협이 먹힌다면 어쩌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올 수도 있었다.
조용히 선글라스에 손을 올린 제이스가 선글라스를 벗어 내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공항에 위치한 모든 일반인은 물론이고 공포에 질린 듯한 서슬 퍼런 얼굴을 해 보이는 강성훈과 정대욱의 모습이 보였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지금 한국은 나와 장난하자는 겁니까?”
“이게 장난처럼 보이시나? 미국의 랭커님께서는?”
제이스가 자신을 향해 성큼 걸어 나오는 남자를 보고 의외의 눈을 해 보였다. 제이스의 정보망에 있는 남자였지만 자신의 위협에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는 모습.
마치 자신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듯 태연한 얼굴의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단언하지만 이 남자는 절대 얼마 전까지 이러한 수준의 사내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제이스가 남자의 존재에 의문을 품었을 때였다. 남자 조중일이 말했다.
“협력을 부탁하면 조용히 따라 달라고. 그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