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175
58. 암흑술사 레이드.
“불의 정령의 분노!”
“체인 라이트닝.”
“변환 -지옥불 화살.”
[이 날파리 같은 놈들이! 죽어라. 암흑의 손길!]“철벽!”
쾅! 쾅!
“그레이트 힐.”
“융성한 치유의 향연.”
분명 당장 쓰러져도 무방한 상황.
하지만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모두는 암흑술사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푹! 푹!
당연히 나도.
아니, 오히려 그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내가 멈칫하는 순간 겨우 움직이는 이 엔진은 여기서 멈출 테니까.
“제기랄! 이번에 꼭 잡고 만다!”
“나도. 이 난리를 2번 반복할 생각은 없다고!”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자들도 있고.
하지만 오기만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을 증명하듯 몬스터 디텍트 스킬을 가진 힐러의 목소리가 보스방에 울려 퍼졌다.
“레이드를 시작 한지 2시간 27분 경과한 지금 암흑술사의 잔여 생명력은… 10%입니다.”
2시간 16분에 암흑술사의 생명력이 20% 남았었다.
그래서 2시간 30분에 사용할 암흑술사의 저주 광선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14분.
그 14분 안으로 20%의 생명력을 빼야했었다.
즉, 7분에 10%.
하지만 10%를 빼는데 11분이 걸렸다.
그리고 아홉 번째 저주 광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물론 현재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이정도도 기적과도 같은 속도다.
아쉬워하는 것이 오히려 욕심으로 비춰질 정도로.
“터지는 화염.”
“솟구치는 대지의 기둥.”
“살을 에는 강풍.”
불가능. 그리고 예정된 실패.
지금 상태에서 처음보다 256배로 강해진 저주 광선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쌩쌩한 초반이라면 어떻게 발악이라도 해보겠지만 지칠 대로 지치고 피로도도 높은 지금은 발악조차 무의미했다.
뻔히 결과가 보이니까.
하지만 모두 덤덤하게 자신이 할 일을 했다.
그 누구도 여기서 포기하고 그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실패에 대한 순응.
하지만 단순히 실패는 아니다.
지금도 20명 모두에게 장착된 카메라도 모든 것이 찍고 있고 이것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다음 레이드의 성공률을 압도적으로 올려줄 것이기에.
하지만 나는 아니다.
값진 실패를 위해서 이렇게 사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값진 성공을 위해서 온 사력을 다하는 것이지.
슬쩍 19명 전부를 훑어봤다.
총 20명.
탱커 5명, 딜러 10명, 힐러 5명으로 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리고 탱커 1명, 딜러2명, 힐러 1명으로 총 5개의 팀을 구성했고.
“팀을 3개로 줄인다!”
“네?”
“지원이형 그게 뭔 소리야?”
뜬금없는 내 외침에 나머지 19명이 토끼눈을 하고 쳐다봤다.
온 사력을 다해 암흑술사를 공격하는 딜러마저.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홉 번째 저주 광선을 버텨내고 이번 레이드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아홉 번째의…”
내 외침에 모두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뱉었다.
물론 충분히 이해가 갔다.
누가 봐도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니까.
하지만 무시하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외쳤다.
모두가 똑바로 알아들을 수 있게.
“2개 팀은 탱커 2명, 딜러 2명, 힐러 1명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나머지 딜러 6명과 힐러 3명은 내 쪽으로 붙어라.”
2명의 탱커라면 2명의 딜러와 1명의 힐러를 대신에 아홉 번째 저주 광선을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번갈아 가면서 힐러의 힐을 받는다면 충분히.
문제는 나.
나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즉, 10개의 저주광선.
그것도 첫 번째보다 무려 256배 증가한 상태의.
물론 힐러가 3명이나 있지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게 그나마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실패를 맛봐야 한다면 이걸 해보고 맛봐야한다.
그래야 아쉬움 따위는 없을 테니까.
어쨌든 5명, 5명, 10명으로 구성된 3개 팀.
“지원이형이 10개의 저주 광선을 버틴다고? 형! 첫 번째보다 무려 256배의 대미지야!”
“맞습니다. 대장님. 아무리 3명의 힐러가 있다지만 10개의 저주 광선은 절대 무리입니다.”
곧바로 자콥과 샤이어 길드원이 불가능하다고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내뱉었다.
“안다. 하지만 이게 그나마 최선이고 가장 높은 확률이다. 성공을 위해서.”
짧게 말하고 나머지 19명과 천천히 눈을 마주쳤다.
말도 안 되고 해봤자 헛수고라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19명과.
“대장 말을 따른다!”
“나도 찬성. 어차피 대장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다음을 기약하지도 못했을 거니까.”
“저도 따르겠습니다!”
사무엘 밀러와 자콥의 외침에 나머지 모두도 언제 부정적이었냐는 듯이 외쳐댔다.
그리고 암흑술사를 향한 공격을 퍼붓는 와중에 일사불란하게 새롭게 인원구성을 맞췄다.
5명, 5명, 10명으로.
“2시간 30분. 현재 암흑술사의 생명력 8%입니다.”
힐러의 외침과 함께 암흑술사의 몸을 뒤덮는 금색 배리어가 나타났다.
[이것도 한번 버텨봐라!]곧 20개의 저주 광선이 그대로 뿜어져 나와 20명에게 쇄도했다.
“2팀, 3팀의 탱커 2명은 번갈아가 가면서 버텨라. 힐러는 마지막 온 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대장 2팀, 3팀은 탱커2명이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보이는데 우리 1팀은…”
내 뒤쪽으로 발만동동 굴리는 6명의 딜러들이 연신 불안한 눈초리를 보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나나 무적상태인 암흑술사나.
“이럴 때 푹 쉬고 생명력이 8% 남은 암흑술사를 상대할 걱정이나 해.”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10개의 저주 광선이 그대로 내 몸을 타격했다.
처음보다 무려 256배로 증가한 대미지로.
“큭.”
1개면 그게 아무리 처음보다 256배라도 웃으며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의 나니까.
하지만 무려 10개가 한 번에 타격하자 거의 900만에 가까운 생명력이 십만 단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메가 힐.”
“그레이트 힐.”
“융성한 치유의 향연.”
곧 내 뒤쪽의 3명의 힐러도 연신 힐을 내게 뿌렸지만 생명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지만.
10초, 20초, 30초 그리고 40초.
“헐… 이걸 버티는 게 가능한 거야?”
“저쪽의 탱커는 서로 자리 바꾸느라 난리인데.”
“분명 아홉 번째 저주 광선인데.”
내 뒤쪽으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지만 거기까지 신경 쓰기에는 너무 바빴다.
급박하게 떨어지는 생명력의 추이를 살피느라.
“지원이형 생명력도 이제 10%도 안 남았잖아. 대장인 지원이형이 죽어야 한다면 내가 대신 죽겠어!”
연신 힐을 흩뿌리는 자콥이 갑자기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앞으로 뛰쳐나가기에 뒷목을 바로 붙잡았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힐이나 사용해!”
분명 아홉 번째 저주 광선이 큰 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틴 이유는 하나다.
믿을만한 구석이 있으니까.
바로 8등급 불꽃의 심지가 깃든 팔찌가.
[불꽃의 심지가 깃든 팔찌(8등급)절대 꺼지지 않는 영원히 불타오르는 불의 심지가 미약하게 담긴 팔찌이다.
아주 가느다랗고 미약한 심지이지만 영원히 불타오르던 불에서 튕겨져 나왔기에 절대로 사그라지지 않는다.
-모든 스탯 포인트 100씩 증가
-체력 500 증가
-생명력이 0 이하로 떨어지는 피해를 입을시 그 피해를 무시하고 전체 생명력의 35%를 즉시 회복한다.(마지막 불꽃(활성화중) : 한번 사용되면 30일간 비활성화 상태가 된다. 30일이 지나면 다시 활성화 상태로 변한다.)]
포식의 군주를 상대했을 때도 불꽃의 심지가 깃든 팔찌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마지막 불꽃의 설명대로 죽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피해를 무시하기에 레이드에 실패조건인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어야 한다는 것에 저촉되지도 않고.
“하지만 지원이형!”
“그냥 힐이나 사용해.”
다시 한 번 자콥의 말을 끊고 전방을 주시했다.
곧 생명력이 바닥을 드러낼 테니까.
[생명력이 0 이하로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불꽃의 심지가 깃든 팔찌의 마지막 불꽃이 활성화됩니다.-전체 생명력 8815700의 35%인 3085495의 생명력이 즉시 회복됩니다.
-마지막 불꽃이 비활성화 상태로 변합니다.]
“어?”
“대장의 생명력이?”
나에게 계속 힐을 넣던 힐러들이 가장 먼저 변화를 감지했다.
“놀라는 것은 끝난 뒤에 해도 충분하다. 이제 저주 광선이 10초도 안 남았다. 모두 끝까지 버틴다!”
기사회생.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바닥을 기던 생명력이 상당량 회복된 것을 확인할 힐러들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얼추 회복된 생명력이 저주 광선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했기에.
그리고 무조건 실패라고 판단했던 아홉 번째 저주 광선이 그렇게 사라졌다.
단 한명의 사망자 없이.
“마지막 복수다. 모두 암흑술사를 공격해라.”
“네.”
“알겠습니다.”
정말 끝.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장애물조차 뛰어 넘었다.
그리고 이제는 피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모두가 암흑술사에게 달려들었고 곧 결과가 나타났다.
[이 복수를…]암흑술사의 틀에 박힌 대사와 함께.
[27번 상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였습니다.]“우와아아!”
“잡았다! 시카고의 스펜서 놈들보다 먼저 잡았다!”
“이지원! 이지원!”
“이지원! 이지원!”
19명 전부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를 번쩍 들어 올리고 헹가래까지 시도했다.
이지원과 19명의 인원이 암흑술사 레이드 성공을 자축하는 사이.
홍콩의 최고급 호텔.
총 5명의 인원이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넓은 방의 테이블에 앉았다.
청룽 길드의 길드장 위청을 포함한 2명과 나유타 길드의 길드장 오카모토를 포함한 2명.
그리고 그 사이에 앉은 남성 1명이.
5명이 앉아있지만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 속에 위청의 입이 열렸다.
나유타 길드의 길드장 오카모토가 아닌 홀로 이 자리에 참석한 남성에게.
“그래.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뭐지? 그것도 나유타와 함께 엮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위청은 잠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이어 말했다.
“7대제의 일원인 던전 제작자께서 말이야. 아, 이제 5대제 인가?”
씨익.
위청의 말에 홀로 이 자리에 참석한 5대제의 일원이자 던전 제작자로 더 유명한 카즈나리는 입가에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말했다.
“그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대화는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렇지. 하지만 그 상대가 나인 것이 의문이라는 거지. 자네는 나유타와 좋은 관계지 않나? 하지만 청룽은 나유타와 좋지 않은 관계라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얼마 전에도 청룽과 나유타는 손을 붙잡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적의 적은 친구니까.”
위청은 앞의 차를 입에 대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선빈보다 나유타가 강해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이득이고. 왜냐, 나유타는 아무리 강해져봤자 선빈보다는 못할 테니까.”
대놓고 나유타 길드를 깔아뭉개는 위청의 말에 나유타 길드의 길드장 오카모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저희야 발전하고 발전해봤자 선빈의 발톱에 낀 때만 하겠습니까? 그리고 청룽도 가까이에 언제든지 위협이 될 날카로운 창보다 뭉뚱그려져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 창을 두는 것이 좋을 테고요.”
나유타 길드장 오카모토의 말에 위청이 오카모토의 두 눈을 쳐다봤다.
오카모토도 위청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네 한층 발전했군.”
“하하하. 어찌 청룽만 하겠습니까?”
위청은 소파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좋아. 대화를 시작해보지.”
위청의 말에 5대제의 일원이자 던전 제작자로 더 알려진 카즈나리가 입을 열었다.
“이지원. 이지원 그놈의 발에 브레이크를 달아야지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영공을 이용한 공작도 이지원 그놈이 다 망친 것이나 마찬가지고요.”
“음…”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의 말에 위청이 짧은 침음을 내뱉었다.
“선빈과 친한 사이. 청룽과 나유타 입장에서는 입안에 박힌 가시 같은 놈일 겁니다. 저도 상당히 신경이 쓰입니다. 이지원이 그동안 행보를 보면 말이지요.”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묶어놔야지요. 제동을 걸어서 더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게 끔요.”
“감옥이라도 만들어서 집어넣자는 건가?”
“아뇨. 저는 감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지원을 거기에 잡아놓을 능력도요. 하지만…”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가 눈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가능하죠. 감옥 같은 던전은.”
“쉽지 않을 텐데.”
위청도 5대제의 일원이자 던전 제작자인 카즈나리에 대한 약간의 정보는 갖고 있다.
거기에 재수 없는 일본 놈이니까.
던전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손쉽게 던전을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이렇게 청룽 길드와 나유타 길드를 모신 것 아니겠습니까? 잠재적인 공동의 적을 갖고 있으니까요.”
“필요한 것은?”
단도직입적인 위청의 말에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복구되지 못하는 1회씩의 사망 페널티를 감당할 2000명의 바리움과 최소한 8등급의 아이템 1개 그리고 10억 골덴링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과하군.”
“상대는 다름 아닌 이지원입니다. 그런 이지원을 1~2년. 못해도 1년 이상을 던전에 가둬둘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몬스터도 없고 먹고 마실 것도 없는 상황에 순간 이동 주문서 같은 것도 통하지 않고 거기에 죽어도 던전 안에서 부활하는 그런 감옥 같은 던전에서요.”
“흠…”
침음을 내뱉었다.
위청과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던 나유타 길드의 길드장 오카모토도.
꽤나 필요한 것이 많으니까.
특히 첫 번째가.
“이지원 그놈은 항상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헤쳐 나왔다. 누구나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포기했던 일을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했지.”
“후후후.”
위청의 말에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가 웃으며 말했다.
테이블 위로 오른손을 내려놓으며.
“이 녀석이 있으니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곧 카즈나리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들썩이며 무언가가 움직여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던전 두더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