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개척촌을 나선 마르할은 가까운 마을을 찾았다.
마을 구석에는 작은 도박장이 있었다. 도박장 안에는 낮에도 주사위 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도박장이야?”
“이 시간에 도박이나 하고 있을 인간이면, 십중팔구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다곤은 그런 인간들의 대장이죠.”
쾅! 도박장 문이 강하게 열렸다. 술 냄새와 함께 손가락 하나가 없는 사내가 손에 단검을 들고 나왔다.
베이올라도 이제 살기라는 걸 읽을 줄 안다.
몸을 단련한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을 몇 명은 죽여본 살기를 품고 있는 남자였다.
“씨발 놈이, 왜 남의 집 앞에서 지랄이야. 배에 칼침 한 방….”
눈이 반쯤 풀린 남자가 입을 벌렸다.
“칼침 한 방. 그리고요?”
남자가 자기 손에 들린 단검을 뒤로 던졌다. 갑자기 날아온 흉기에 집 안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마르할을 보며 양손을 파리처럼 비볐다.
“농담입니다. 당연히 농담이죠.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제가 인사라도 한 번 갔어야 했는데, 헤헤….”
“다곤 어딨어요?”
“어, 돈 쓸 일 생겼다고 가셨습니다. 그… 아시잖습니까. 형님은 돈 쓸 때 방해받는 걸 제일 싫어하셔서요….”
“하필 겹쳤네요.”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다곤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마법사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다곤의 주업은 용병들의 불법 의뢰 알선이다. 서부 전역에서 그가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다.
다곤은 그 돈으로 새로운 독이나 산을 만든다.
다곤의 부하들이 보는 다곤은 무자비하고 돈을 밝히는 살인마다.
약재와 광물을 잔뜩 사서 섞어보며 실험하는 광경을 부하들에게 보여줄 순 없다. 그래서 다곤이 만든 핑계가 돈 쓸 때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다.
‘소모가 심하다고 했던가.’
최근 여러 사건으로 약을 쓸 일이 많기는 했다.
그래도 하필 이때 다곤과 연락이 완전히 끊어지는 건 마르할도 예상하지 못했다.
“들어가서 할 일 하세요. 아니다.”
마르할이 레벨라의 수배서를 꺼냈다.
“이 수배서에 나온 사람 정보 있어요?”
“아, 그거 말입니까. 잡으러 가시는 거라면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튀어 나가려는 베이올라의 어깨를 마르할이 붙들었다.
남자는 자신이 실수한 걸 알고 목을 잔뜩 움츠렸다.
“죄, 죄송합니다.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현상금이 올랐습니다. 오늘 아침 소식으로는 공국 금화 10개에 성황국 금화 15개였습니다.”
“현상금이 오르는 건 가끔 있는 일이지만, 잠깐 사이 두 배도 넘게요? 그것도 금화로?”
“멀쩡하던 하늘에 태풍이 쳤느니, 마족이 다시 나타났느니 하면서 서부도 마족으로 시끄럽지 않습니까. 그래서 바람잡이가 붙었다는 모양입니다. 저희 같은 놈들 수법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명예, 평화, 대의 등으로 사람들에게서 돈을 뜯어낸다.
여러 이유를 만들어가며 현상금을 추가로 걸도록 지주나 근처 졸부를 누군가 부추겼을 것이다.
아니면 부자 본인이 허영심에 돈을 더 걸었을 수도 있고.
좋은 현상은 아니다. 현상금이 늘어날수록 레벨라를 노리는 사람도 늘어난다.
금화 10개에는 자존심을 팔 수 없다며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도 금액이 두 배, 세 배가 되면 또 모른다.
눈 딱 감고 마음의 목소리를 한 번 무시하는 대가로 몇 년 동안 수련에 집중할 돈이 들어온다면 혹할 사람이 많다.
“사람 움직일 수 있어요?”
마르할의 질문에 남자는 어색하게 웃었다.
“헤헤.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저희가 뒷세계의 거물이니 뭐니 해도, 제가 아는 사람은 형님뿐입니다.”
“그냥 물어본 거였어요. 다곤 오면 말해요. 그 사람 찾아서 보호하라고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마르할이 등을 돌렸다.
베이올라의 불안한 시선이 마르할을 향했다.
“레벨라는 어떻게 되는 거야?”
“괜찮을 거라 믿어야죠. 그보다 걱정되는 건 소문이에요.”
“소문?”
“파푸란이 그랬죠. 마족과 비슷한 힘을 쓴다고. 방금도 마족 이야기가 나왔고요. 단순한 소문이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레벨라가 마족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파푸란이 말하길 수배범은 검은 눈에 검은 안개를 사용한다고 했다.
검은 안개는 특별한 신비의 일종이라 쳐도, 검은 눈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가스터의 눈도 검은 안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마족을….”
“저번에 봤잖아요? 소일라 므에실리고의 이름과 함께.”
베이올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턱을 타고 핏물이 떨어졌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내리치는 폭풍.
그 아래 강림하는 거인.
그리고 이름 하나.
소일라 므에실리고.
마왕의 이름.
베이올라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멈춰 있지 않기로 했다.
황제의 좌는 멀기만 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다른 형제들의 자비만 바라는 삶은 끝내기로 했다.
하일리를 찾아가 이름까지 팔았다.
여기선 주저앉는 게 아니라 나아가야 한다.
“레벨라는 가족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온다고 했어. 그리고 레벨라는 사서 위험에 뛰어들 사람이 아냐.”
“확실히 그렇죠. 하지만 황녀마저 함정에 빠뜨리는 자들이 호위 기사 하나 어쩌지 못했을까요? 베이가 말했잖아요. 자기가 구사하는 고대 제국어는 수준급이라고. 위험인물의 측근 하나를 제거하고, 덤으로 당신의 정신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남는 장사 아닐까요?”
나아가겠다고 결심했건만, 이어진 마르할의 대답은 그녀의 의지를 다시 무너뜨렸다.
“…또 나 때문이야?”
베이올라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피가 무서워 고대 제국어를 배웠다. 그 고대 제국어가 원인이 되어 서부로 도망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 탓에 레벨라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나는 태어나면 안 됐던 걸까.”
“설마요. 그런 논리라면 도둑보다 도둑맞은 사람이 나쁘다는 게 되는데요. 도둑을 욕해야지, 왜 도둑맞은 사람이 자길 욕하고 있어요. 조용히 살려는 사람을 건드린 사람들이 나쁜 거예요. 그리고 아직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확인?”
“마족이 되었다면, 왜 레벨라는 서부로 온 걸까요? 제도에서 서부까지는 빈말로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에요. 마족이 된 레벨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서부에 뭐가 있길래요?”
땅을 바라보고 있던 베이올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희미하게 생기가 돌아왔다.
“베이, 당신을 만나려는 거예요. 레벨라가 서부에 두고 온 건 당신밖에 없으니까요. 레벨라의 마지막 의지일지도 몰라요. 그걸 외면할 거예요?”
“…아니.”
베이올라가 찢어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았다.
“레벨라가 나에게 전하려는 게 있으면, 나는 그걸 들어야 해. 그게 나의, 베이올라 므에실리고의 의무야.”
“결심이 선 거 같네요. 감동적인 재회를 위해서는 주변이 조용해야겠죠. 안 그래요, 스트레킬?”
“그래야지.”
스트레킬이 검을 뽑았다.
건물 사이에 숨은 기척이 열 가량.
마르할이 대화하는 사이 한 명씩 늘어난 숫자다.
“용병 길드인가.”
“파푸란은 아니에요. 가볍게 자기 미래를 팔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도 안다. 그때 길드 안에 있던 용병이겠지.”
“잘된 일인지도 몰라요. 저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레벨라를 노리는 사람은 줄어들 테니까요. 저희 정보를 역으로 뿌려볼까요?”
“나쁘지 않겠어. 몇 명은 살려 보내야겠지?”
“세 명이면 적당할 것 같아요.”
스트레킬이 날카로운 눈으로 건물을 훑었다. 벌써 몇 명이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베이, 너도 검을 들어라.”
베이올라가 군말 없이 검을 뽑았다.
그녀의 긴장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베이올라는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한다.
베이올라는 한 명도 사람을 직접 죽인 적이 없다.
몇 달이나 서부에서 검을 잡고 살았으면서 살인 경험이 없다고 말하면, 아마 용병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서부에서 무기를 들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이나 그녀는 주변의 배려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끝이다.
대지주와 교섭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몸과 기술을 단련하는 걸로도 부족하다.
직접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
검을 든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스트레킬은 이미 달려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건물 사이의 사각에서 비명이 들렸다.
“베이.”
나지막한 목소리. 마르할이 그녀를 불렀다.
차분하고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베이올라의 등을 떠밀었다.
베이올라는 자기 손을 보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생겼던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흐른다.
떨어지는 핏방울과 어렸을 때의 기억이 교차한다.
아침에 일어난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창밖을 보았다. 키우던 고양이가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나무에 매달려 있다.
모든 일의 시작.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건.
그날 이후 베이올라의 침실에 있는 창문에는 천이 달렸다. 창문이 다시 열리는 일도 없었다.
그녀가 다시 현실을 본다.
소녀는 훌쩍 자라 성인이 되었고, 그녀의 손에는 검이 들렸다.
생명을 죽이는 무기가 손에.
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물건을 사용하는 힘과 기술도 가지고 있다.
“스트레킬이 전부 끝내겠어요.”
다시 작은 목소리가 그녀를 재촉한다.
비명이 몇 번이나 들렸지?
열 번은 안 된다.
남은 사람이 있다.
베이올라가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걸음은 뜀박질이 된다.
베이올라는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모든 감각이 놀랍도록 선명하다. 이 감각이 자신의 것이 맞는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녀의 귀가 사방에서 소리를 잡아냈다.
비명에 섞여 도망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베이올라는 발소리를 쫓았다.
저기 도망가는 남자가 있다.
젊은 남자다. 걸음에 특별함은 없다. 평범한 성인 남성이다.
남자가 뒤를 본다. 달려오는 베이올라를 보고 자리에 멈춰 무기를 뽑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장검이다. 군데군데 이가 빠졌지만, 힘을 실으면 옷과 살은 가를 수 있다.
남자의 얼굴에 결의가 어린다.
베이올라가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억지로 눈꺼풀에 힘을 준다.
검과 검이 맞닿는다. 남자가 이를 악물고 팔을 비튼다.
베이올라의 검이 검면을 타고 옆으로 흐른다. 기초적인 검술이다.
서부에 처음 왔을 때의 그녀라면 당황했겠지만, 이제 그녀는 검술을 안다.
베이올라가 팔에 힘을 줬다. 검면을 타고 흐르던 검이 방향을 바꾼다. 셀 수 없이 반복하며 몸에 새겨진 동작이 자연스레 그녀를 이끌었다.
검 끝이 남자의 목젖을 향한다. 남자가 눈을 크게 뜬다.
기초 검술에 따르면, 검사의 실력에 따라 여기서 서너 번은 더 공방이 오가고, 그 이상은 순발력과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검술이 전부인 남자가 다음을 알 리가 없다.
검이 막힘없이 나아가 목을 찌른다.
남자가 입에서 피를 뱉어낸다. 목을 찌른 검을 타고 피가 흐른다.
-찔렀으면 회수해 다음 공격을 대비해라.
수백 번 들은 말이고, 수백 번 반복한 행동이다.
베이올라가 검을 뽑았다. 검을 뽑은 자리에서 피가 뿜어졌다.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고, 갈색 옷을 붉게 물들였다.
타다당. 베이올라가 손에서 검을 놓았다. 떨어진 검이 쇳소리를 냈다.
남자가 목을 붙잡고 앞으로 쓰러졌다. 나머지 한 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베이올라는 죽어가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손이 떨리고 숨이 가쁘다.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거울을 보지 않고도 알겠다.
남자의 몸에서 나온 피가 그녀의 발치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베이올라는 입을 벌리고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손이 그녀의 발목을 파고든다.
“베이, 끝났어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베이올라가 피 웅덩이에 위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