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13
제213화
아젠만의 앞에서는 용병 하나가 사지가 찢어져 있었다.
나름 괜찮은 실력의 용병을 거금을 들여 강력한 저주를 거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런 용병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 건, 그냥 이놈이 배신해서다.
밤이슬이 용병의 품을 뒤져 몇 개의 기물을 꺼냈다.
괴상한 나뭇조각, 피로 물든 종이 같을 것들.
나뭇조각은 부서지기 직전이었고, 종이는 검게 그을렸다.
“저주 대책입니다. 작정했었군요.”
“이 아젠만 리안틀을 노리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지.”
용병은 기습으로 아젠만을 죽이려 했고, 아젠만은 고행 사제의 보호막과 밤이슬의 마법으로 목숨을 건졌다.
죽을 뻔했던 사람치고 아젠만의 반응은 덤덤했다.
공국에 있던 시절에 비하면 이건 애들 소꿉장난이다.
그는 공국 전역의 보급과 행정을, 즉 공국의 모든 창고를 가지고 놀았다. 공국의 자산이 그의 자산이었으니, 질투할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아젠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건 암살자들의 영향도 없잖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성황국 사제들도 이거 잘못 제거하면 죽는다고 엄포를 놓은 콧잔등의 사마귀 탓이지만.
아젠만은 콧잔등에 난 커다란 사마귀를 만졌다.
무능한 사제 놈들. 배가 갈라져 창자가 보이는 상처도 치료하면서 사마귀 하나 못 빼낸다고 호들갑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코를 통해 뇌의 신경과 연결된 기이한 사마귀라는데.
신경을 누르는 사마귀가 그의 지능과 관계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교회 소속 의사들의 소견이었다.
그건 그거고.
우선은 뒷정리다.
“누가 가서 버리고 오게.”
“제가 가겠습니다. 저주 대책을 가져왔다면, 마법사와 접점이 있겠죠. 사후 발동되는 저주라도 걸어 두었으면 골치 아픕니다.”
“그러게.”
짐수레에 시체를 대충 던진 사제는 수레를 끌고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아젠만은 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각하, 우리는 숲의 현자나 정치인이 아니라서 툭 던지면 뭔지 모른다니까?”
“불기둥. 자네들도 신비를 다루는 사람들 아닌가. 의견이라도 내보게.”
“그걸 지금? 물을 거면 그때 물었어야지.”
“바보처럼 입이나 벌리고 있길래 대답할 여유가 없는 줄 알았네만.”
“젠장, 부정은 못 하겠군.”
용병이 자기 머리를 헝클었다.
이름은 아루잔.
베스타롤라 출신으로, 용병치고 드물게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 주 업무는 서부에서 지랄하는 용병과 현상범의 제압 및 사살.
인망도 있고, 귀족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다.
아젠만은 그가 귀족 출신이라고 확신했다.
천박한 말을 쓰고 있지만, 가끔 보이는 행동이나 몇몇 단어에 묻어나는 발음은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의 것이었다.
“그거? 불침번 서면서 우리끼리 이야기 해봤거든? 사람이 할 짓이 아냐.”
거대한 불기둥은 케라스 아니게온이 사방에 싸지른 불을 모조리 빨아들였고, 바람처럼 흩어졌다.
아니, 바람이니 흩어지는 게 맞는데… 그 규모의, 그것도 불을 품은 바람이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그냥 휙 사라졌다.
“만일 저놈들과 싸울 일이 생기면, 난 결단코 반대. 의뢰 끝나고 각하 혼자 싸우쇼.”
“시체 버리러 간 사제 놈 포함해 모두 저놈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다른 용병 하나가 첨언했다.
“하지만 두 명이 빠졌잖나.”
“네 명이나 남았다고 해야지. 혼자 천 명을 틀어막던 미친놈도 남았고.”
“하나는 척 봐도 중상이었네만?”
아젠만은 저 거리에서 일어난 전투를 확인할 시력이 안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도구가 많다.
망원경은 측량에도 쓰이는 필수품이고, 아젠만도 몇 개 챙겨왔다.
“그거? 무슨 수를 썼는지 겉만 중상이고 속은 멀쩡해. 여자 둘도 보통은 넘었고. 왜? 진짜 박게?”
“자네들 말고, 근처에 깃발을 꽂은 다른 놈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루잔을 포함한 용병들의 얼굴이 묘해졌다.
그들이야 전투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니, 저기 박는 건 미친개도 안 할 진짜배기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불기둥이 올라가는 것만 본 다른 놈들은?
저런 미친 규모의 마법을 쓰는 놈들 상대로 덤빌 수 없다고 꼬리를 말까?
아니면, 저런 미친 마법을 썼으니 다른 마법은 한동안 못 쓸 거라고 생각할까?
그것도 아니면, 저 불기둥에 진지 주인도 갈려 나갔다고 생각할까?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문이 도망간 공국 병사들을 통해 차근차근 퍼지고 있다.
외부 소문에 딱히 귀 기울이지 않는 아젠만의 귀에도 들어왔다.
합의를 끝낸 동쪽 깃발의 주인이 은근슬쩍 사람을 보내 의사를 물어왔던 게 그저께다.
‘빠르기도 하지. 지랄맞은 놈들.’
지금 깃발을 꽂고 있는 놈들은 경주가 시작되자마자 달려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깃발을 꽂고, 그것을 지켜내는 결단력과 무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불기둥이 올라가고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중상을 입었다.
그들의 땅은 황금의 젖줄과 가깝지만, 가까운 것과 붙어 있는 건 지정학적으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욕심 많은 인간이라면 한번 찔러볼 법하다.
“저기.”
용병 하나가 언덕 아래를 가리켰다.
기사와 용병이 포함된 수십 명의 무리가 진지에 다가가는 중이었다.
* * *
스트레킬은 진지 옥상에서 다가오는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숫자는 약 마흔.
미로 함정 중앙에는 마르할이 직접 꽂아둔 검은색과 붉은색이 반씩 섞인, 이번 토지 경주에 쓰이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용병 하나가 활을 당겼고, 화살이 깃발을 찢었다.
여유 깃발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땅에 박힌 깃발을 누군가 찢었다고 생각하니 살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스트레킬 옆에는 아주 노골적으로 살기를 줄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파직. 마린의 손가락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진흙으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진지는 꽤 단단하다.
카반 말로는 칼라엔스 공작가에 이어지는 자기 유파의 정수가 들었다나.
그걸 화 좀 났다고 손가락으로 파내고 있다.
‘몇 년 안에 따라잡히겠어.’
도둑에게 몇 수 배워오더니, 베이올라에 버금가는 괴물이 되었다.
스트레킬은 씁쓸한 심정으로 품에서 철 조각 몇 개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제가 갈게요.”
“미로는 부수지 마라. 보수할 사람도 없다.”
“그럴 필요도 없어요.”
옥상에서 뛰어내린 마린은 그대로 진지 앞에 있는 미로로 떨어졌다.
스트레킬은 진지 아래로 내려왔다.
“이건 또 왜 없어….”
“방금 나갔는데요?”
새벽부터 점심까지 쉬지 않고 진지를 보강하고 풀로 엮은 침대에 축 늘어진 아스탈의 말이었다.
스트레킬은 이마를 짚었다.
전투보다 먼저 남들과 상의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하나.
그의 새로운 기술을 실전에 사용할 날은 당분간 없을 듯했다.
* * *
아젠만은 시계를 꺼내 시간을 쟀다.
용병 한 놈이 간도 크게 마르할의 깃발을 쏘아 찢었고, 그 뒤로 30분이 되지 않아 기사와 용병이 전멸했다.
천하를 담은 땅을 건 토지 경주에서 깃발을 꽂고 지켜내는 실력자들이었고, 행색을 보니 최소 두 무리가 합세했다.
병력 전체를 투자한 건 아니겠지만,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상대할 전력은 될 것이다.
그런 자들이 고작 둘에게 도륙당했다.
학살의 당사자들은 피를 뒤집어쓴 걸 빼면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아루잔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덤볐으면 기사나 마법사 얼굴도 못 보고 뒤졌겠어. 음? 저거 설마 본대도 정리하려는 건가? 혼자서?”
적을 학살한 두 여인은 땅에 앉아 뭐라고 상의하더니, 주인이 죽고 남겨진 말을 타고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루잔이 허허 웃었다.
“각하, 용병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놈들이 누군지 압니까?”
“미친놈들이라고 으레 그러더군.”
“사람 죽이고 웃고 좋아하는 그런 정신병자들은 하숩니다. 저게 진짜지. 전 죽어도 저긴 안 가렵니다. 차라리 여기서 계약 파기하고 저주로 죽으렵니다.”
다른 용병들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마르할은 카반과 함께 도시로 돌아왔다.
돌아왔다는 말은 마르할에게만 해당되는 말로, 카반은 도시가 처음이었다.
“이건… 굉장하군요.”
카반이 평야에 우뚝 선 도시를 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공성 기사인 그는 평야에 지어진 이 외딴섬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저 요새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드는지도 단박에 견적이 나왔다.
기적.
저 성벽은 기적의 산물이다.
“우선 들어가죠. 좋은 방법 있어요?”
“검으로 잘라도 되지만, 이런 성벽은 작은 구멍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입구 아닌 입구가 두 개 있긴 한데, 그쪽은 므에트 제국의 정예 기사들이 지키고 있어요.”
“성벽 위는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경계 순위가 떨어지죠.”
카반은 보따리에서 밧줄을 꺼냈다.
아스탈이 키운 식물을 엮어 만든 줄이었다.
카반에게 아스탈은 참으로 쓸모가 많은, 보물 창고와 같은 존재였다.
씨앗만 있으면 식물과 식물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뚝딱 나오니, 금화 몇 개를 가져와도 아스탈은 내줄 수 없다.
아니, 제국 금화 3만 개 정도 주면 ‘고려’ 정도는 해보겠다.
마르할의 사람인 시점에서 카반이 결정할 수 있는 건 무엇도 없지만.
성벽에 오른 둘은 바로 몸을 낮췄다. 저 앞에 기사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제국 최고 수준의 기사는 과연 매서웠다.
무언가 느꼈는지 기사가 발길을 돌려 마르할과 카반이 숨은 방향으로 다가왔다.
“들켰어요. 투석돼요?”
“아슬아슬합니다.”
카반이 재빨리 투석구에 돌을 달았고, 마르할은 바람을 이용해 적침을 알리는 기사의 고함을 막았다.
메아리처럼 맴도는 자신의 목소리에 기사가 당황한 사이 카반이 날린 돌멩이가 기사의 머리에 맞았다.
“투석구로 지평선 너머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사람도 있다는데, 카반은 어때요?”
“그 정돈 아닙니다. 연습하겠습니다.”
카반의 투석구는, 초인이 사용하는 것치고는 위력이 좋지 않았다. 카반의 전공은 검술이다.
돌을 벨 정도로 검술에 매진하느라 다른 무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카반의 투석구도 힘에 의존해 사용하는 거지 기술은 공성 기사들 사이에서도 평균이거나 그보다 떨어졌다.
“아뇨. 그거 쓸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데 있긴 있다는 거죠?”
“검술 대신 투석만 파고드는 유파가 하나 있긴 합니다. 들으신 소문의 주인은 아마 그 유파의 전대 주인일 겁니다.”
두 사람 아래에 돌로 만들어진 도시가 펼쳐졌다.
마르할이 카반에게 물었다.
“그래서, 도시를 본 감상은 어때요?”
“여긴, 저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카반이 황홀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항상 이런 도시를 원했다.
그는 돌을 베는 기사가 되었지만, 막상 그 능력을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카반도 현장에 투입된 적은 있다.
공성전에 쓰일 돌을 다듬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돌을 자르고 다듬는 건 석공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만 있으면 성벽도 베어 무너뜨릴 수 있지만, 공성전이 한창인 와중에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성벽에 달라붙어 몇 시간이나 칼질하는 걸 두고 볼 멍청이는 없다.
동부에서 그의 검은 썩어갔다.
빛을 보지 못했다.
여기, 그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있다.
돌의 요새.
도시 구성 재료 대부분이 돌로 된 도시.
“제국 최정예 기사. 숫자는 백 명 안팎. 야생의 용병이 수백, 천을 넘을지도 모름. 기한은 나흘 후 공국군이 도착할 때까지. 그 안에 도시를 함락시켜야 해요. 가능해요?”
“피해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됩니까? 성벽을 모조리 무너뜨려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성벽은 놔두고, 도시 내부는 얼마든지 부숴도 돼요.”
“시간이 남습니다.”
“철을 베는 기사도 최소 두 명 이상 섞여 있는데요?”
투구를 쓰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추할 정도로 얼굴근육을 일그러뜨리며 웃고 있는 흉한 얼굴은 하늘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생에 가장 큰 희열에 몸을 떨며 카반이 말했다.
“여전히, 시간이 남습니다.”
철을 베는 기사여, 보라.
너희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