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91
제291화
베이올라의 갑옷에는 멀쩡한 부분이 없었다. 장인의 손길로 세워진 작은 가시와 돌기는 모조리 부러졌고, 급소가 있는 부분은 찌그러져 입고 있는 사람의 호흡을 압박할 것 같았다.
마린의 공격과 마르할의 공격 모두 갑옷에 직접 손상을 줄 위력을 가졌다.
한 번 마련하면 철을 베는 기사를 만나거나 마족에게 찢기지 않는 한 평생 입는다는 전신 갑옷이 한 번의 전쟁으로 망가졌다.
패전 소식을 들으며 베이올라는 멍하니 서쪽을 바라보았다.
환호하는 안체 전사들이 있었다. 저기 안체인은 반도 안 된다는 걸 베이올라는 안다.
이해관계로 엮인 이들이지만, 저들이 공유하는 기쁨은 진짜일 것이다.
태양이 하늘에서 승자를 축복했다.
베이올라는 갑옷을 거칠게 벗었다. 던진 투구가 땅에 박혔다.
일단 베이올라의 직책은 지휘관이었다. 그녀 근처에 있는 사람도 대부분 초인이었지만, 그들도 베이올라의 기세에 숨을 죽였다.
베이올라는 승자를 보며 스스로가 비참해졌다.
졌다.
유렐은 못 죽였고, 첫날을 제외하면 마린조차 뚫지 못했다.
아니, 자신은 유렐을 죽이고 싶긴 했었던 걸까?
자기 마음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고,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무슨 짓들을 했지?’
마르할의 호의를 이용했다.
소국 하나는 먹여 살릴 식량을 수확해 하일리의 세력 전체를 배 불리고 있는 곡식은 마르할이 그녀에게 쥐여준 땅이었다.
처음 서부에 왔을 때, 스트레킬과 만나 돌입한 지하에서 배신한 기사들에게서 목숨을 구해준 사람도 마르할이었다.
자각은 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거리의 범죄자들도 도리질하며 손가락질할 일을 했다.
그런 염치없는 짓을 해가면서 복수를 이루고자 했다.
현실은? 유렐을 앞에 두고 그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다.
마르할이 유렐과 함께하는 한 앞으로도 유렐에게 손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르할은 한 번 살의에 삼켜졌던 그녀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베이올라도 제어할 수 없는 폭력이었다. 그대로 두었으면 3만 병력을 모조리 썰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힘이었다.
마르할은 그 힘을 완벽히 통제하고, 억눌렀다.
세찬 바람이 신비를 억누르고 흩어버리던 감각이 손끝에 선명했다.
베이올라는 고개를 떨구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자기혐오가 머리까지 차올랐다.
변하려던 거 아니었어? 황족으로서 행동하려던 거 아니었어? 이게 그 결과야? 국보급 갑옷을 고물로 만들고 패배해 도망가는 현실이?
베이올라에게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지휘관 몇 명이 다가왔다.
자신감에 찬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지휘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겁니까?”
“책임?”
베이올라의 고개가 슬쩍 들렸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퀭한 눈에 지휘관은 겁먹었지만, 금방 기세를 되찾았다.
“홀로 행동해 군대의 대열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당신의 싸움에 휘말려 부상당한 아군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 때문에 졌다고?”
“그렇습니다. 연합을 대표해 당신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겁니다.”
베이올라를 보좌하던 지휘관이 끼어들었다. 이번 전쟁에서 표면으로는 중립을 지키는 하일리가 보낸 사람으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황녀님을 도발해 사고를 치게 하려는 겁니다. 무시하시면 됩니다.”
“무슨 소리. 엄밀한 사실이다. 그대는 한 번도 지휘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지. 그대가 적군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했다면 우리가 승리했을 것이다.”
“전쟁사에서 결과론만큼 추한 것도 없습니다. 황녀님 대신 마법사와 그 여자를 견제할 수단이 있습니까?”
“우리도 마법사가 있다. 대포와 초인도 있지.”
“그걸로 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습니까!”
보좌가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군 지휘관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지휘부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래, 알았어. 책임을 지면 되는 거지?”
“황녀님!”
“그러면 피해 보상을 논의….”
연합군 지휘관은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베이올라의 시선이 그의 목을 베었다.
동맥 바로 위에 있는 가죽이 갈라졌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동맥이 잘리고,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죽었다.
연합군 지휘관은 창백하게 질려 뒤로 넘어졌다.
“희생양이 필요하면, 연합의 공식 문서를 가져와. 내가 안체 군대와 함께 연합 본부로 들어가면 어쩌려고?”
연합군 지휘관이 베이올라를 삿대질했다.
“당신의 목적이 유렐에게 복수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유렐과 손을 잡겠다고?! 죽은 당신 친구가 뭐라고 생각할까!”
보좌가 베이올라의 눈치를 보았다.
보좌는 하일리의 아래에서 일하며 베이올라와도 몇 번 일한 경험이 있었다.
베이올라 앞에서 친구 이야기를 꺼내 좋을 게 없다는 걸 빤히 알았다.
베이올라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죽이는 건 안 됩니다! 차라리 팔을 자르십쇼!”
보좌가 애타게 외쳤다.
저놈이 연합군의 뜻을 대표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연합군의 이름 아래 있는 동안 서로 칼질하면 피곤해지는 건 이쪽이었다.
“내가 그럴 사람처럼 보여?”
보좌는 대답하지 못했다.
베이올라는 보좌의 표정을 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지휘관의 개소리보다 몇 달 동안 그녀를 도운 보좌의 두려움이 더 가슴에 박혔다.
베이올라는 병사들이 타는 마차에 올랐다.
지휘관용 마차가 따로 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를 본 병사들의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베이올라는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서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마주했다.
동시에 소리가 쏟아졌다. 고위 추적 기사조차 뛰어넘은 청력이 주변 모든 소리를 여과 없이 받아냈다.
괴물은 얌전한 욕이었다.
아군도 죽일 학살자다.
과연, 친족을 모두 죽인 므에실리고 2세의 핏줄이다.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황제가 전장의 피 웅덩이 속에서 주웠다더라. 어미의 배가 아니라 망자들의 피와 원혼이 수태했다더라.
여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건 힘을 숭상하는 제국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짓을 저질러서다.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실제로 약간의 신비가 그녀의 몸을 압박했다.
그녀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했어야 할 저주지만, 병사들이 만들어내는 저주는 그녀의 몸을 은근하게 압박했다.
아까 보았던 남자와 똑같은 지휘관 복장을 한 남자가 베이올라가 탄 마차로 다가왔다.
“황녀님. 말리바 리시 이사님께서 찾으십니다. 그 일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하셨습니다.”
“안내해.”
베이올라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래, 결과적으로 유렐은 죽지 않았다. 말리바 리시와의 약속은 지켰다.
이제 그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베이올라는 말리바 리시의 마차로 들어갔다.
주변의 수군거림이 더 커졌지만, 베이올라는 모두 무시했다.
“오셨습니까.”
“자료부터 내놔.”
“여기 있습니다.”
말리바 리시는 들고 있던 서류 더미에서 종이 몇 장을 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게 다야?”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말리바 리시는 얇은 유리판 사이에 끼워 보존한 머리카락 하나를 내밀었다.
“의뢰받은 마법사도 그런 눈으로 절 보더군요. 소일라 므에실리고라 추정되는 여인의 머리카락입니다. 저는 귀족의 머리카락이라는 것만 겨우 알아냈습니다. 가족이라면 어떨지 모르죠.”
베이올라는 머리카락을 유심히 살폈다.
평민의 푸석푸석한 머리카락과는 달랐다. 손상 하나 없는 매끈한 머리카락이었다.
이런 머리카락을 가지려면 태어났을 때부터 평생을 관리받아야 했다. 제국에서도 고위 귀족이라 불리는 자들의 여식만이 가질 수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또 머리카락은 길었다. 날개 뼈까지는 내려올 듯했다.
한 가닥의 머리카락은 금색이었다. 베이올라와 똑같은 금발, 그리고 소일라의 색이기도 했다.
눈에 힘이 너무 담겼을까. 머리카락을 보호하던 유리가 긁혔다. 베이올라는 황급히 눈에 힘을 뺐다.
“그런데 재미있더군요. 소일라라 추정되는 인물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당신 땅으로 가는 개척민 집단이었습니다.”
“…뭐?”
베이올라의 생각이 정지했다. 누가 어디에 있다고?
“당신이 곡창지대에 있던 시기와 상당히 겹칩니다만, 한 번도 못 보셨습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면, 당신과 함께 다니는 마법사는 어떻습니까? 듣기로는 자주 단독 행동을 한다는 것 같던데요.”
베이올라도 안다. 뻔한 이간질이다.
말리바 리시 정도 되는 인간에게는 호흡과 같은 행동이다.
베이올라는 마차에서 뛰쳐나갔다. 마차의 문이 부서지고, 벽 일부가 뜯겨 나갔다.
“이 느낌, 오랜만이군.”
타인을 자기 뜻대로 주무를 때의 희열. 마르할이나 네루와 엮이고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감정이었다.
그는 곧 다시 우울해졌다.
망해가는 연합으로 돌아가면 두 개의 목줄이 그를 기다릴 테니까.
* * *
베이올라는 근처를 어슬렁대던 밤이슬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소일라 언니가 살아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하더군요.”
“누가?”
“마왕의 행적을 알 만한 사람이 따로 있습니까?”
“언니가 내 마을에 있다는 건?”
밤이슬은 진심으로 놀랐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돌아가면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베이올라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저 동쪽, 그녀의 마을이 있는 방향이었다.
* * *
베이올라는 잠도 자지 않고 달렸다. 그녀의 몸은 고위 기사보다 튼튼했고, 각성제를 먹은 말보다 빠른 속도로 며칠이고 달릴 수 있었다.
잠도 자지 않고 달린 베이올라는 그녀의 마을에 도착했다.
마르할의 도움으로 얻은 토지, 하일리의 자본으로 만든 건물, 그리고 하일리의 이름에 이끌려 모인 사람들까지.
그녀의 것이지만, 그녀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었다.
문득 그녀는 공허함을 느꼈다.
마을에는 커다란 그녀의 저택까지 있지만, 여기 그녀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찌그러진 갑옷을 입은 사람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베이올라의 얼굴을 확인한 다음에야 경계를 풀었다.
베이올라는 수확이 끝난 땅에 다시 씨를 뿌리고 있는 청년을 향해 물었다.
“소일라라는 사람을 만난 적 있어?”
“소일라요?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청년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래, 아무 조치도 안 했을 리가 없지. 무언가 신비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름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였다.
베이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소일라라는 여인을 알아? 그녀를 만난 적 있어? 얼굴은 봤어?
질문을 받은 사람은 모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그러던 중 베이올라는 소일라의 옆집에 산다는 남자를 만났다.
“아, 소일라 말입니까? 제 옆집에 삽니다.”
“어디야?”
“따라오시죠.”
남자는 따라가며 소일라에 대해 말했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딸은 얼마나 귀여우며, 남편은 또 얼마나 능력 있는지.
소일라가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는 말에 베이올라는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안으로 꾹꾹 눌렀다.
대신 베이올라는 소일라의 남편에 관해 물었다.
“뭐든지 능숙한 사람입니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떠돌이라는데, 과거는 말 안 해줍니다. 이름요? 글쎄요? 그 친구 이름을 몰랐네. 찾으면 귀신처럼 나타나는 사람이라 따로 부를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베이올라는 소일라 가족이 산다는 집에 도착했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딸은 밤까지 마을 바깥을 쏘다니고, 두 사람 다 일하느라 낮에는 집에 잘 없습니다. 아이를 혼자 둬서 괜찮냐고요? 지금까진 괜찮았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평소에도 용무 있는 사람들은 안에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베이올라는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 옷 몇 벌을 빼면 특별함은 전혀 없는 평범한 집이었다. 집 바닥에서 금발 몇 가닥을 발견했다. 서로 길이가 다른 흑발 두 개도 있었다.
밤이 되었다.
집 안이 어두워졌다. 아무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올라는 그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가져다주는 죽을 먹으며 기다렸다.
베이올라를 안내한 남자가 말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누가 죽거나 사라졌다는 소식도 없었으니 멀쩡할 겁니다. 곡식을 노린 마적을 그 친구가 몇 번이나 물리쳤거든요.”
마을 주인인 베이올라도 모르는 정보였다.
베이올라는 계속 집에서 그를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났다.
소일라는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