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40
제40화
마르할과 베이올라, 그리고 레벨라는 교회를 찾았다.
경계라 불리는 장소에 있는 도시들은 대부분 대도시에 속했고, 대도시에는 으레 교회가 하나 정도는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돈이 모이고, 그러면 기적의 수요도 올라간다는 지극히 간단한 계산이다.
교회 앞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이상하군요. 교회에 이만한 인파가 몰리다뇨.”
종교가 동부 사람들 삶에 큰 의미를 가지는 건 맞다. 하지만 평소에 교회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성황국이 숭배하는 신은 전지전능한 유일신이며, 성서에 따르면 세상 모든 일은 신의 선택이자 신의 뜻이다.
그리고 사제들은 그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 선민이다.
사람들은 교회와 사제를 공경하며, 두려워해 잘 다가가지 못한다.
마르할은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그들은 대화를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엿듣기는 쉬웠다.
“무료로 상처를 치료해 주는 모양이네요. 특별한 날인가?”
사제의 기적은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증거.
기적이 일반인에게 베풀어지는 일은 극히 적다.
1년에 두 번, 성황국의 건국일과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세일에 병자 몇을 치료해 주는 정도다.
하지만 오늘은 창세일도, 건국일도 아니었다.
마르할은 주머니를 뒤적여 아젠만에게서 받은 종이를 꺼냈다.
잘린 팔을 붙인다고 했던가. 그건 종교인 사이에서도 평범을 넘어 비범의 영역에 도달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 기행도 이해가 된다.
사제가 기적을 강화하는 방법은 직접 상처를 입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실제로 그걸 실천하는 사제는 많지 않다.
평민 백 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귀족 한 명을 치료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돈을 받고 귀족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사는 꾸준히 쌓인다.
평민 따위에게 선택받은 자신들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사제들의 선민의식도 한몫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백 명의 평민을 치료한 역사는 그저 그런 역사지만, 그게 천 명이 되고 만 명이 되면 그건 위업이, 역사에 남을 업적이 되어 돌아온다.
인외, 인간을 벗어난 인간이 되어버린 성인이 한 말이니 틀림없다.
“들어가 보죠.”
마르할은 교회 안으로 발을 들였다. 부산스러운 바깥에 비해 안쪽은 조용했다.
병색이 완연한 사람과 다친 사람 몇이 차례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잡일하던 소동이 다가와 물었다.
마르할은 습관적으로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를 확인했다.
성황국어. 하지만 공국 억양이 남아 있다. 공국어를 먼저 익히고 성황국어를 익힌 경우다.
공국 억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건, 그만큼 교회 사제가 아이를 닦달했기 때문이거나, 아이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성황국어를 익혔기 때문이리라.
아이는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베이올라와 레벨라에게 잔뜩 겁먹어 있었다.
교회에서 몇 년 일하며 아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귀족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어디 부러지거나, 심하면 죽어 교회 바깥으로 나가는 또래를 몇 명이나 보았다.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게 누구든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젠만 각하의 소개로 왔어요.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데요. 여기 소개장.”
“자, 잠깐만요!”
아젠만 리안틀은 이 근방에서는 특급 귀빈으로 통한다. 어중간한 귀족도 아젠만 앞에서는 고개 숙인다.
아이는 마르할이 건넨 종이를 받고 달리는 것처럼 걸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교회 안쪽 방에서 한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마르할도 아는 여인이었다.
“어? 당신은?”
“이런 우연이 다 있군요. 교회 소속, 그것도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셨을 줄은.”
수녀는 마르할의 개척촌에서 깃발을 팔던 여인이었다.
기막힌 우연이다. 아니면 이 또한 ‘쌓인 것’들의 장난이든가.
여인은 혼자 깃발을 팔고 있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힘든 일이긴 했다.
능력 있는 상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노리는 게 깃발 판매 권리다. 판매 권리를 두고 사람 몇이 죽는 건 사건조차 안 된다.
그때는 상당한 수완을 가진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뒷배에 교회가 있다면 이해된다.
깃발 판매 권리 하나로 능력 있는 수녀에게 호의를 살 수 있다면 연합 입장에서도 나쁜 거래는 아니었을 터다.
“자, 잠깐만요.”
수녀가 손짓으로 마르할을 불렀다. 그녀는 마르할의 어깨를 가까이 당겼다.
“제가 깃발 판매상을 했다는 건 비밀로 부탁해요.”
“일탈입니까?”
수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사제나 수녀가 성황국의 뜻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건 즉시 처형감의 중죄지만, 무슨 일이든 예외는 있다.
무슨 분야든 ‘잘 쌓는’ 사람은 있고, 조직과 국가는 기를 쓰고 그런 인재를 확보하려 한다.
마르할은 깃발 팔던 수녀의 복장을 떠올렸다. 반팔보다는 길고 긴팔보다는 짧은, 팔뚝이 살짝 드러나는 가벼운 옷이었다.
드러나 있던 목과 팔뚝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기적을 익히는 과정에서 흉터가 남지 않도록 신중한 치료를 받았거나, 그만큼 본인이 기적을 잘 받아들이는 체질이라는 뜻이다.
성황국 교황청 차원에서 관리하는 특급 인재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일행의 상처부터 봐주시겠습니까?”
“저분이죠? 팔을 다친 건가요?”
“토지 경주에 나갔다가 신경을 다쳤습니다. 피부는 나았습니다만, 팔은 그대롭니다.”
“저, 기사분? 잠깐만요.”
수녀가 레벨라의 축 늘어진 왼팔의 소매를 걷었다. 그러고는 팔 전체를 손으로 주물럭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바로 치료할 수 있겠어요. 잠깐만요.”
수녀가 눈을 감고 레벨라의 팔을 한번 어루만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레벨라의 왼손이 움직였다. 레벨라는 감각이 돌아온 왼팔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레벨라가 어설픈 성황국어로 더듬더듬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돈을….”
“아뇨. 필요 없어요. 돈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서요.”
“저쪽에 있는 사람은 안 그런 것 같은데요.”
교회 한쪽 구석에서는 사제 한 명이 이쪽으로 아니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에 이쪽을 혐오하는 기색도 보인다.
전형적인 걸 넘어 꽤 극단적인 성향을 지닌 사제로 보였다.
저 인간에게 치료받으려 했다면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안톤 주교님은 제가 무료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걸 안 좋아하세요.”
“저 사람만요?”
“…사실 대부분의 사제님들이 그래요.”
핵심을 찌르는 마르할의 말에 수녀가 우울하게 대답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에게 치료받는 사람의 반 이상은 간단한 처치로 나을 상처를 방치해 악화된 것들이다.
성황국이 독점하는 건 기적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병세를 살피고 치료하며 얻은 자료. 즉, 의학 지식 또한 성황국이 가진 무기다.
므에트 제국 황실의 의사들도 성황국의 전문 치료사들과 비교하면 장인 앞의 도제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황국은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다. 성황국 상층부가 단체로 미치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알려질 일은 없다.
의학이 퍼지면 기적이 가진 신비가 줄어들 거고, 반대로 의학을 기적이라 포장하면 기적의 권위와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그녀가 성황국을 떠난 건, 그녀가 무언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어찌어찌 서부에 도착해 깃발 판매상까지 해본 건 좋았지만, 그건 그녀에게 냉혹한 현실만 일깨워 주었다.
“주교님하고 약속했거든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이만 가볼게요.”
“수녀님은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알라실, 알라실 에고만이요.”
“그렇군요. 알라실 수녀님.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알라실은 다시 교회 안쪽 방으로 사라졌고, 세 사람은 교회 밖으로 나왔다.
마르할은 물론이고, 한마디 할 법한 베이올라와 레벨라도 교회에서 멀어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교회가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 와서야 베이올라가 입을 열었다.
“에고만이라면… 율란 에고만, 성인의 성 아냐?”
“같은 성은 대륙을 뒤지면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성을 가진 성황국 수녀라면 달리 없겠죠.”
베이올라와 레벨라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용사와 그 일행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성인은 독신이에요. 친척도 없는 고아고요.”
“수양딸일 가능성은?”
“그것도 아닐 것 같은데요. 성인이 외부 활동을 했다면 난리가 났겠죠?”
설령 양자를 들였다 해도, 성황국 체제에 반감을 품고 있던 성인이 양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주어가면서까지 사제나 수녀로 키울 것 같지도 않았다.
‘성황국 독단일 가능성이 높은데…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지.’
도둑이나 마법사에게 같은 일이 있다면 후자를 의심했겠지만, 성인이라면 전자일지도 모른다.
마왕을 죽이고 동부로 돌아가는 길에 성인은 성황국에 돌아가면 연락은 힘들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성인이 가려는 길은 마르할이 보기에도 쉬운 길이 아니다. 그에게 한눈팔 여유 같은 건 없을 거다.
모든 정황 증거로 볼 때, 알라실은 가짜다. 그녀는 성인과 전혀 연관이 없다.
“역사 잇기인가?”
혼자 고민하던 베이올라가 입을 열었다. 마르할이 생각하던 것과도 같은 답이었다.
“아마도요. 그것밖엔 없겠죠.”
“역사 잇기요?”
“레벨라도 몰라?”
“모릅니다. 대강 어떤 건지 짐작은 됩니다만.”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아마 스트레킬도 모를걸요? 이건 정말 오랜 역사를 지닌 집단들만 어렴풋이 아는 개념이거든요. 역사 잇기. 쉽게 말해 끊어진 역사를 강제로 이어버리는 거예요.”
“역사를 강제로…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마족의 발호와 함께 바체아 제국은 완전히 멸망했죠. 하지만 어떤 미친 사람이 자기가 바체아 제국의 황족이라 믿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습니다.”
맞는 말이다. 자길 바체아 제국 황족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동부의 모든 귀족이 달려들어 죽이려 하겠지.
바체아 제국은 멸망한 서부의 상징이다.
바체아 제국 황족은 존재 자체로 서부의 상징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서부 사람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지주 몇을 포섭하고, 서부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 노장들을 부르면 나라 하나는 뚝딱 만들 수 있다.
동부 귀족들도 그걸 안다. 그래서 손을 썼다.
마르할이 알기로 서부의 유명 귀족들 중에 마족을 피해 동부로 대피한 사람이 몇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마족과의 전쟁이 끝나고 모두 죽거나 모습을 감췄다.
한둘도 아니고 모두.
“너무 현실적으로 말하지 말고요. 만약 그 사람이 살아남아 그런 정신 나간 주장을 계속하고 다닌다면, 게다가 제법 수완도 좋아 순조롭게 추종자를 늘려간다면, 그리고 주변 사람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바체아 제국 황족이 된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역사는 쌓이는 것입니다. 쌓은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역사를 날름 삼키다니.”
“업이라는 말 알죠?”
“수행자 집단에서 쓴다는 은어로 압니다.”
그들이 무얼 수행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탐구하고 수행하는 모종의 집단은 분명 있다.
그들은 ‘업’이라는 독자적인 용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마르, 그러니까 마법사에 따르면 업은 한도 끝도 없이 쌓이기만 하고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모양이에요. 영원히 유지되는 탑이 있어요. 탑은 커지긴 해도, 절대 사라지진 않아요. 남들은 탑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사라진 건 탑의 주인이고 탑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누가 탑을 찾아 자기가 그 주인이라 주장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새로운 탑의 주인이 되는 거죠.”
“그게 가능하다면, 역사 속의 수많은 기술이 실전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인류의 역사에 수많은 인재와 천재가 있었고, 그들이 만든 기예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파와 기술은 극히 일부다.
신이 내렸다고 전해지는 많은 기술이 실전되었다.
“가능하다고 했지, 쉽다고는 안 했어요. 그냥 가능하다는 거죠.”
인외의 마법사라던 마르 실라나티엘 본인도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이다. 범인이 시도하면, 평생을 헛된 시간 속에 살다 죽을 뿐이다. 역사 잇기는 그런 일이다.
“그러면, 그 수녀는?”
“개인에게 역사 잇기는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국가라면요? 성황국이 그녀를 성인의 수양딸이라 주장하고, 성황국 사람들이 그걸 인정하면, 성인이 가진 역사가 일부라도 그녀에게 이어지지 않겠어요? 성인은 살아 있는 사람이니 더욱 쉽겠죠.”
“…당신이 한 말에 따르면 성인은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성황국의 독단이겠죠. 성인이 해결할 일이에요. 저희가 여기서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일도 아니니 가자고요.”
레벨라는 교회가 있는 방향을 슬쩍 바라보았다.
알라실 에고만, 성인의 이름을 거짓되게 잇는 자. 그리고 그녀 옆에 있는 용사 일행의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