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79
제79화
시간이 지날수록 합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과도한 업무에 죽으려 하던 일꾼들도 숨통이 트였다.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마르할이다.
마르할은 그들에게 딱히 일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들이 눈치껏 일을 도왔다.
그들도 안다. 마르할의 말 한마디면 그들은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걸.
중간에 식량이 부족해 한 번 웃돈까지 주며 구입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걸 빼면 무난한 여행이었다.
백 명으로 시작했던 여행은 오백 명가량으로, 약 인원이 다섯 배가 불어나 다시 경계에 도착했다.
“이 정도면 성공한 건가요?”
마르할 근처에 나타난 마리나가 물었다.
“마법사답게 결과 중시예요?”
“마법은 역사의, 기행의 결과입니다. 자연스레 뛰어난 마법사는 결과를 중시하게 됩니다.”
“일의 성패라… 애매하네요.”
아이와 노인도 힘쓰는 일은 못 해도 간단한 반복 작업은 할 수 있다. 서부에는 반복 작업조차 할 인원이 모자라다.
그런 면에서 사백 명의 일꾼은 크다.
작은 마을을 세 개는 만들 수 있는 인원이다.
하지만 마르할은 이번 일을 성공이라 섣불리 단정할 수 없었다.
고향을 나온 청년들은 어찌 되어도 좋다. 마르할에게 중요한 건 미친 수행자에게 죽은 사람들이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태어난 땅을 떠나 서부까지 온다는 큰 선택을 내린 이들이다.
지켜주진 못할망정 수십 명이나 피해를 냈으니, 마르할에게 이번 여행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일이 밀려 있을 거라서요.”
“천하의 실라나티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도 있어요?”
“시키는 사람이 없다고,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마리나는 연합 지부가 있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용사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한마디도 안 했네요.]귀신처럼 나타난 알라실이었다.
[제국어는 못 알아듣는 거 아니었어요?] [간단한 단어는 알아요. 용사, 마법사, 성인, 도둑, 그리고 최근엔 길잡이라는 단어도 배웠고요.]알라실이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저도 돌아갈게요. 안톤 주교가 지랄할 게 벌써 눈에 훤하네요. 걱정 말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전 성황국에서도 아주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거든요.] [그게 어떤 취급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마르할은 성황국 사정을 모르지만, 교황청과 성황국 고위층이 할 생각은 뻔하다.
성인은 아마 후사를 보지 않는다. 제자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성인은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되려고 한다.
솔직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성인은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으며, 바깥일에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성인의 역사가 이어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그 역사가 사라지게 두기에는 아깝다.
알라실은 그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람이다. 역사 잇기, 성인 없이도 성인의 역사를 이을 재목.
성공하면 성황국 내에서도 상당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교황청이 그녀를 실패작이라 판단하면, 그녀의 최후는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한 말 기억해요? 자유를 찾아왔다고.] [그랬죠.] [그냥 그렇다고요. 다음에 또 봐요. 손가락 자를 일 있으면 부르고요.]알라실도 말을 몰아 교회로 향했다.
“자유라.”
자유를 찾았다는 건, 전에는 자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성황국에서 살던 그녀의 생활이 그랬겠지.
성황국이 그녀가 돌아다니도록 놔두는 건 그녀에게도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기적을 사용하는 성직자를 만드는 건 자해의 반복으로도 가능하다.
끝없이 병에 걸리고, 끝없이 상처 입으면 병을 치료하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는 성직자는 만들 수 있어도 성인은, 인외의 존재는 만들 수 없다.
성황국은 성인과 같은 인외의 존재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알라실 본인도 자기 처지를 아는 모양이니, 분명 그녀에게도 선택을 내려야 할 날이 오리라. 그녀가 선택하기 이전에 마르할은 그녀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건 알라실이라는 인간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마차들이 아젠만의 창고에 들어섰다. 이 인원과 물자를 감당할 장소는 많지 않다.
스트레킬은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고, 베이올라와 마린은 떨어진 장소에서 신기한 얼굴로 스트레킬을 구경하고 있었다.
확실히 스트레킬이 온화하게 웃는 건 자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마르할 옆에 갑자기 인기척 하나가 나타났다.
휴고였다.
“주인님. 일이 조금 있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꽤 밀렸죠?”
“솔직히 그렇습니다. 하늘이 갈라진 것과 토지 경주 참가 조건 변경으로 지주들이 시끄럽습니다.”
“토지 경주는 예상했고, 하늘이 갈라진 건, 용사라도 찾겠대요?”
“그렇습니다. 지주들만이 아니라 연합과 공국에서도 사람을 보내고 있습니다.”
“규모는요?”
“이름 있는 고위 기사와 용병이 확인된 것만 스무 명이 넘습니다.”
힘 있는 자들이 서부에서 얌전히 행동할까? 대부분은 아니다.
멀쩡하던 사람들도 서부의 자유와 방탕을 맛보면 힘에 취해 사람을 죽이는 망나니가 되곤 한다.
“개판이겠네요. 제일 급한 건 뭐죠?”
“일주일 뒤에 토지 경주가 하나 있습니다.”
“장소는요?”
“개척촌 중심으로 남향, 요충지는 없습니다.”
요충지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 어차피 대부분은 빈 땅이니, 자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길을 내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 부근은 식수도 풍부하고 기후도 나쁘지 않으니 도시가 활성화만 되면 수백 년간 이어질 요충지가 될 수도 있다.
그걸 노린 사람들이 토지 경주에 대거 참가할 것이다.
남들이 토지 경주 하나에 모든 것을 걸 때, 이미 땅을 가진 자들은 다른 곳에 주목하고 있다.
“북쪽 곡창지대는 소식 없어요?”
“연합 내에서도 소문이 없습니다. 있어도 고위층에게만 정보가 돌 겁니다.”
“그것도 그래요.”
북쪽 곡창지대. 대륙 중부의 북쪽을 광범위하게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과거 아프란체는 곡창지대에 국토 일부가 걸쳐 있다는 것만으로 강국의 반열에 발을 걸쳤다.
대륙의 젖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땅이지만, 정작 과거 그 땅이 제대로 활용된 적은 거의 없다.
식량은 힘이다. 북쪽 곡창지대를 차지한 국가가 막대한 힘을 가질 것이 뻔하기에 사방의 견제로 곡창지대의 지력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곡창지대를 두고 다투던 국가들은 모두 사라졌다. 곡창지대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남아 있지 않다.
토지 경주라는 명분도 있다.
향후 10년은 오지 않을 거대한 행사다. 연합을 결성한 국가와 집단들은 그 행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싶을 터다.
“이번 경주는 포기하죠. 남쪽은 성황국의 입김이 세기도 하고, 남쪽으로 시선을 끌고 갑자기 북쪽에서도 토지 경주를 열지 모르니까요.”
“그러면 참가 자격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주라면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했죠? 신청받아서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줘버려요.”
“사기꾼들이 꼬일 겁니다. 백작과 사제도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은 게 아니라, 확신하고 있죠?”
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작이라… 그쪽 사람들이 수천 명 단위로 참가권을 달라고 하면 확실히 자금 문제는 생기겠네요.”
마르할이 소매에서 꺼낸 깃펜을 만지작댔다.
한 번이나 두 번은 괜찮다. 하지만 토지 경주가 벌어질 때마다 경주에 참가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수천 명씩 참가권을 달라고 하면 마르할의 재력으로도 버티지 못한다.
돈도 돈이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뤼겐 백작과 알레스 사제는 자기 사람에게 참가권을 사줄 필요가 없다. 그냥 마르할이 무제한으로 푸는 참가권을 얻어 쓰면 된다.
“깃발은 어때요? 참가권이 생긴 대신 깃발이 없어진다거나 한다는 소식은 아직 없죠?”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깃발 판매 수입은 연합의 주요 장사 수단의 하나니까요.”
“말했던 대로 참가권은 무제한으로 풀 거예요. 단, 깃발을 구입한 사람에게만요.”
토지 경주는 매 경주마다 다른 깃발을 사용한다. 그리고 깃발 판매 기한과 판매 위치도 정해져 있다.
토지 경주 시작 사흘 전. 토지 경주를 위해 땅에 긋는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출발선의 중앙.
“이쪽이 돈을 쓴다면, 그쪽도 돈을 써야죠.”
가짜 참가자를 고용해 마르할의 재산에 타격을 주려고 하면, 그들도 무의미한 깃발을 사야 한다.
뤼겐과 알레스는 제국과 성황국의 뜻을 대변하는 대변인이다.
둘 중 한쪽이 약해지면 망설임 없이 상대에게 독니를 드러낼 것이다.
서로의 눈치를 봐서라도 제 살을 깎아 먹는 전략은 경솔하게 쓸 수 없다.
“조치하겠습니다.”
“주제 파악 못 하고 설치는 기사들이야 아젠만 각하가 알아서 하겠고, 다른 일은 없어요?”
“기사 하나가 주인님을 찾고 있습니다.”
“누군데요?”
“돌을 베는 기사 카반. 전신 갑옷을 가지고 있는 기사였습니다.”
“맞다. 그가 있었죠.”
저번 토지 경주에서 칼라엔스 공작을 배신하고 지주가 된 기사다.
“뭐래요?”
“돈이 필요하답니다.”
“그렇겠죠. 기사한테 돈이 어디 있겠어요.”
칼라엔스 공작이 제대로 물먹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투자자들이 나타나겠지만, 제국까지 소식이 한 번 오가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
“빌려주시겠습니까?”
“제가 끌어들였으니, 최소한의 도움은 줘야죠. 그 전에.”
마르할의 시선 끝에 부하들과 함께 있는 울테칸이 보였다.
모두가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그는 소외되어 있었다.
인근에선 볼 수 없는 외모와 복식이 시선을 끌었지만, 울테칸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에게는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카반은 어디 있어요?”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을 준비해줘요. 저는 데려갈 사람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휴고가 마차를 가지러 갔고, 마르할은 울테칸에게 다가갔다.
* * *
경계에 있는 마르할의 별장. 마르할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던 여관 주인에게서 여관을 빼앗아 그걸 개조해 만든 물건이다.
여관으로 쓰였던 건물이라 빈방이 많은 게 장점이다.
1층에 있는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과 그들이 먹을 식사를 감당하는 커다란 주방도 나쁘지 않다.
마르할은 식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원탁에서 마르할의 위치를 기준으로 양쪽 사선으로 각각 울테칸과 카반이 앉아 있다.
마르할은 식탁 중앙에 있는 술병에서 술을 따랐다. 유리병이 아니라 나무통에 담은 싸구려 맥주다.
“술 할 줄 알아요?”
“술을 못 하면 기사단 생활을 못 합니다.”
카반이 정중하게 마르할이 주는 따르는 술을 받았다.
마르할의 신분과 그가 가진 힘을 보았다. 마르할의 말에 거절한다는 선택은 그의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성황국어는 할 줄 알아요?”
“전혀 못 합니다. 송구합니다.”
“송구할 것까지야. 그게 보통인데요. 지원은 해줄 수 있어요. 마린의 땅도 근처에 있으니까, 겸사겸사 재건하면 되겠네요.”
마린이 가진 토지가 중심이고, 그의 도시가 덤이라는 투였지만, 카반은 개의치 않았다.
바체아 제국의 유일한 후계자가 하는 말이다. 마르할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 전에, 일을 하나 해줘요. 교회에서 사람을 빼오는 일이에요.”
“교회에서 말입니까?”
제국 기사인 카반은 딱히 신앙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교회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안다.
“괜찮아요. 모든 건 극비에 이루어질 테니까요.”
마르할이 사용하는 언어를 바꿨다. 제국어에서 성황국어로.
[울테칸, 인사해요. 여기는 돌을 베는 기사 카반. 사람을 납치하는 일이라면 철을 베는 기사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죠.]울테칸이 어색한 공국어와 함께 카반에게 손을 내밀었다.
“울테칸, 안체의 전사다.”
“제국 고위 기사… 아니, 그냥 고위 기사 카반. 돌을 베는 기사다.”
“서로 인사도 끝냈으니, 바로 출발하죠.”
“어디로 말입니까?”
“서부에서 교회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겠어요?”
남쪽 경계 도시.
알레스 사제가 지주로 있는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