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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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 한 접시를 다 비우고 한 접시를 더 시켰다.
오년 넘게 한 자리에 있던 집인데….
이 육회집에 혜정이도 같이 왔던 기억이 있었다.
연애를 할 때인가….
육회를 많이 먹어 보지 않았다고…. 잘 먹지 못한다는 혜정이에게 계란 노른자와 시원한 배 채썬 것과 같이 쓱쓱 비벼서 한 입 먹여줬을 때 오물오물 씹으면서 고소하고 맛있다고….
그 다음부터는 술만 먹으면 육회 먹으러 가지고 했던…. 혜정이의 결혼 전 모습이 생각 났다.
나에게도 병우에게도…. 그리고 혜정이에게도…. 육회집은 참….
추억이 많은 곳 같았다.
아…그리고 병우의 옛 마누라인…. 연숙이에게도 말이다….
실내 인테리어도 그대로인 것 같았고….
달라진 것은 사람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혜정이와 만나서 연애를 하고 사귈 때….
술을 먹고 모텔을 가던 유흥가도 다 이 쪽이었다.
어쩌면….
지난 사십년 동안 살아왔던 나의 인생에서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인 것만 같았다.
혜정이와 다니면 다른 남자들이 흘끔대는 눈길이 느껴져서 항상
기분이 우쭐해 지는 것 같았다.
혜정이가 미니스커트라도 입고 데이트 하러 나오는 날에는 정말
거리를 걸어다니던 술집에 가던 남자들의 수많은 시선에 등이 따가울
정도 였었으니까….
그렇게 행복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행복한 시절을 어느덧다 잊어먹고 사는 것 같았다.
병우도 살짝 혀가 꼬이고….
나도 살짝 혀가 꼬였다.
우리 둘 다, 이 정도로 맛이 갈 정도의 주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편해서 혀가 꼬이면서 말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만나는 여자 없냐?”
내가 넌지시 병우에게 물어보았다.
병우가 나를 쓰윽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야…. 이 습새야…. 나 어제 중국에서 돌아왔다.”
병우가 젓가락을 테이블에 탁 놓으면서 이야기 했다.
“여자? 이런…. 젠장…. 여자는 고사하고…. 우리 오형제님하고만 신나게 놀다. 돌아왔다.”
병우가 손바닥을 펴서 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병우가 말을 이어나갔다.
“야…. 진짜….
나이 마흔되어서 까지도 오형제의 힘을 빌릴줄은 정말로 몰랐다.
아…정말 챙피하다….
니가 아냐…. 마흔살이 오형제의 힘을 빌리는 비참함을….
니가 아냐고…. 임마….”
병우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이야기 했다.
“알어…. 임마…. 나도 알어….”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상하게도 어제 그렇게 스스로 부끄럽고 챙피했던 나의 자위행위가….
병우 앞에서 이야기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도 어제 쳤어…. 임마….”
내가 혼자 깔깔 대면서 병우에게 말했다.
병우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어제 니 이쁜마누라 찜질방에서 외박했다고 했지….
아…징한 시키….
마누라 하루 집에 없다고 바로 딸을 치냐….
아…진짜 징한시키다….”
병우가 혼자 배를 잡으면서 웃었다.
병우가 갑자기 웃다가 표정을 확 바꾼다….”군데….
호군아…너 정말 니 이쁜 마누라 외박시키면 안돼….
니 이쁜마누라가 그럴 사람이 아닌건 나도 잘 알지만, 니 마누라만 열라 깨끗하면 뭐 하냐….
주변 남자들이 전부 승냥이 시키들 일 텐데….”
“하여간 마누라 단속 잘해….
시키야…. 내 꼴 나지 말고…. 호군이가 호구되는 거 순식간이야…. 너는 특히 단속 더 잘해야 해….
아직까지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니 이쁜마누라가….
제일 이쁘다….”
병우는 조금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병우는 연숙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병우는 연숙이 때문에…. 자꾸만 혜정이를 단속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 같았다.
병우는 장난식으로 이야기 하지만, 속마음은 정말로 장난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도 할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한 해 뒤에…. 병우가 결혼을 했다.
내 결혼도 병우의 결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병우는…. 채 육개월을 살지 못 하고 이혼을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부인이 집을 나가버렸다.
병우가 결혼을 할 꺼라고…. 나에게 여자를 소개 시켜줬을 때….
조금은 병우가 소개시켜준 여자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뭔가 이상하고…. 정이 안 갔다.
외모는 이쁘장한 편이었지만, 뭔가…. 비밀이 많은 것 같고…. 행동이 이상했다.
하지만, 삼십 대 중반이 되어버린 병우에게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병우는 결혼을 했다.
무려 아홉살이나 어린 여자와 말이다….
결혼을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부터 하나씩 터지기 시작 했었다.
여자의 과거….
그리고 남자들….
하지만, 병우는 과거의 일이라고 괜찮다고 상관 없다고…. 그렇게 여자를 감쌌다….
하지만, 돈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병우 부인이 된 여자는 여기저기에 숨겨놓은 채무들이 꽤 있었다.
처음에는 병우가….
그 것들을 대신 막아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병우 부인은 처갓집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정상적인 집안이 아니었다.
여자는 계속 병우에게 돈을 요구했고…. 병우가 그 돈들을 해 줄 능력이 되지 못 하는 육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여자는 어느 날 집을 나가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이혼이 아니라, 가출이었다.
하지만, 병우는….
여자를 찾아서 다녔다….
하지만, 처가집도 친구들도…. 모두다 어딘가….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병우와 함께…. 몇 번 같이 가서 일을 봐 줬던….
그 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연숙이….
연숙이였다.
임연숙….
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이다….
나에게도 그리고 병우에게도….
솔직히 말하면….
이혼이라고 하기가 그랬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까….
병우는 법적으로는 총각이다.
하지만, 결혼식을 했고…. 결혼 사진을 찍었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왔고…. 남들 하는 건다 했으니까….
결혼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병우는 항상 우리 연숙이라고…. 이름 앞에 우리라는 말을 붙였다.
내가 이미 결혼한지 일년이나 지난 유부남일 때….
나와 병우 그리고 연숙이는 이 육회집에서 같이 술을 마신적이 종종 있었다.
나는 연숙이가 편하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그건 나이 차이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결혼 전에 그런 내마음을 병우에게 말했더라면….
병우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전의 손실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병우는 한번도 단 한번도 연숙이를 욕한 적이 없었다.
삼십 대 중반이 되도록….
정말 오랜기간 연애를 한 여자가 없던 병우가 제일 오래 만난 여자가 연숙이였으니까….
병우는 아직도 연숙이 생각을 할까….
소주를 마시고…. 육회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병우가 내 빈잔에 소주를 한 잔 따라주면서 말했다.
”개시키….
너 지금 연숙이 원망했지….”
병우가 술을 다 따르고 말을 했다.
”예리하기는….
맞다…. 그래….
연숙이 생각했다.
어쩔래….
나는 생각도 맘대로 못 하냐….”
내가 병우에게 쏘아붙여줬다.
병우가 슬픈 얼굴이 되었다.
“연숙이 보고 싶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 때 한 번 이라도 더 할껄….
연숙이랑 너무 하고 싶다….
난 연숙이랑 속궁합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았는데, 불쌍한 년….
돈 때문에 어디서 몸이나 파는 건 아닌지….
그냥 다 용서해준다고 같이 살자니까….
그 지랄 같은 자존심이 뭔지….”
병우가 술을 한 잔 마시고 지가 다시 따라서 또 한 잔을 연거푸 마시면서 혼자서 넋두리 하듯 말을 했다.
병우가 혜정이 이야기를 알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두 번째의 육회 접시도 거의 다 비워져 가고…. 테이블에는 벌써 꽤 많은 소주병이 늘어져 있었다.
병우가 따라준 소주를 한잔 쭈욱 들이키고 병우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병우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뭘 째려봐. 임마, 나가서 연숙이나 찾아와. 오늘 연숙이랑 한딱가리 하게….”
“병우야…. 나 혜정이랑…. 이혼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천천히 하지만 또박또박 병우에게 말을 했다.
병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졌다.
병우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