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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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해서 회의를 하는데, 머리가 깨지는 듯이 아펐다.
소주로 달릴 것 이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소주로 달리던가….
맥주로 달릴 것 이었으면 처음부터 맥주로 달리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심 사장과 마실 때처럼 처음부터 소맥으로 갔으면 페이스 조절도 되고 적당히 처음부터 안주를 충분히 먹어가면서 조절이 될 텐데….
소주로 달리다가 취해버린 후에 생맥주로 갈아타는 것은 정말 최악의 조합이었다.
소맥을 할 때는 병맥주라서 조금 덜한걸까….
아니면 급하게 막 먹을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어제 차리리 병우와 처음부터 소맥을 할껄 그랬다고 후회를 했다.
소주로 취할 만큼 취한 후에 거기다가 생맥주를 들어 부으니 맛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어제 병우와 둘 다 만취를 해서 이게 맥주를 마시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모를 정도로 생맥주를 들이 부은 것 같았다.
맥주를 마시면서는 서로 이십 대 때 있었던 일들만 잔뜩하고 떠들 다가 끝난 것 같기도 한데….
병우는 오늘 출근을 안 하니까 분명히 뻗어 있겠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회의부터 속은 쓰리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헛트름은 나오고…. 완전히 최악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팀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일요일도 비즈니스 하시나?
아유 술냄새….”
팀장이 내 얼굴에 코를 가까이 대보더니 말했다.
“입벌리지마….
아직도 술냄새나….”
“3월 시작하는데 한 번 잘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인다….
2월 끝났으니다 잊어버리고 3월 끝발나게 한번 달려보자.
오케이?”
팀장이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네. 팀장님.”
“사장님이 너 칭찬 많이 하시더라….
거래처 사장님이 너 이야기 많이 하셨데….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칼같이 나타난다고….
니 덕에 나도 사장님한테 나이 오십에 칭찬 받았다.
나 사장님이 저번 주에 호텔가서 점심도 따로 사줬다….”
나는 팀장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얼른 휴계실에 가서 이온음료를 세캔쯤 들이 마시고 싶었다.
“진짜 맛있더라….
나 3월 말에 사장님한테 점심 한 번 더 얻어먹게 해줘라….
나이 오십에 귀여움 좀 받고 살고 싶다.
난 칭찬에 굶주렸다.
알았냐?”
“네. 팀장님.”
“오늘부터 회의 때 말고는 내 눈에 띄지마….
발에 불나도록 뛰어다녀….
알았어?”
“네. 팀장님.”
다행히 더 이상의 팀장의 잔소리가 없어서 얼른 휴게실로 가서 시원한 이온음료를 자판기에서 뽑아서 연거푸 두캔을 마셨다.
살 것 같았다.
오늘은 일이고 뭐고 정말 잠깐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차를 몰고 나와서 아지트에 들러서 차를 세웠다.
오전에 오던 오후에 오던 한적해서 좋았다.
군데 군데 화물차들만 몇 대 주차를 해 놓은 것 같았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조수석 쪽 창문을 몇 센티만 살짝 열어놓았다.
예전에 신문에서 차에서 창문다 잠그고 자다가 산소가 부족해서 죽을 뻔했다는 기사를 본 후에 본능처럼 하는 행동이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내가 혹시 여기 아지트에서 잠을 자다가 벼락맞은 확률에 까까운 일처럼 산소 부쪽으로 콱 죽어버리면….
한 이삼일 있다가 발견될 것만 같았다.
그게 두려웠다.
그리고는 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천천히 눈이 떠졌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을 열어서 시계를 보았다.
오후 다섯 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 이곳에서 잠을 잔 모양이었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했다.
몇 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화물차 기사 한 명도 나처럼 기지개를 하고 있었다.
화물차 기사도 늘어지게 한숨 잔 모양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서 팀장에게 문자로 오늘의 한 일을 보고를 했다.
오늘 낮에 한 일은 하루 종일 차에서 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올릴 수는 없었다.
대충 꾸면서 문자를 보낸 후에 현지 퇴근하겠다고 남겼다….
차에 앉아서 서류들을 꺼내어 조금 보았다.
3월에는 일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5월초에 이혼을 하던 아내와 머리끄댕이를 잡던….
일단은 안정적인 내 생활이 전제된 후에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지….
내 안정적인 생활이 깨어져 버린 후라면….
다른 것들도 모두 산통이 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누가 누굴 버리고….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누굴 버리고…. 누가 누구에게 매달리고 그런 건 중요 한 게 아니었다.
한 시간 넘게….
한달 동안 내가 움직일 동선들을 구상을 했다.
조금이라도 요령껏 머리를 써가면서 일을 하고 싶었다.
아니…. 일에 빠지고 싶었다.
내가 일에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를 위해서다….
아내와 헤어지면….
난….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내가 원해서 말이다.
많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하루도 밀린 적 없이 꼬박꼬박 통장에 꼿히는 월급은 나를 지탱해줄 수 있다.
밥을 먹을 수 있고…. 옷을 사서 입을 수 있고….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할….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면….
누군가를 다시 만날수 있는 그런 작은 나의 조건들이 필요했다.
회사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하기로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북어국 마시고 오전 회의 끝나고 이온음료 먹은 것 말고는 먹은 게 없었다.
소변이 마려워서 잠시 차를 세우고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았다.
그리고 퇴근길의 러시아워에 같이 뛰어들어서 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구수한 된짱찌게 냄새가 좋았다.
아내가 끓이는 고기를 조금 넣은 된장을 진하게 풀지 않은 맑은 된장찌개가 좋았다.
이런 식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먹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은 느끼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게 좋았다.
아내와 별 대화 없이…. 밥을 먹었다.
아내와는지난 주말 모임 이후에 제대로 얼굴을 마주 한 건 처음이었다.
아침에는 술이 던 깬 상태라서….
뭐가 뭔지 모른 상태에서 보았고….
제정신으로 마주 한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아내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항상 생글생글 웃는 인상이던 아내가 그냥 무표정한 얼굴….
아니 무표정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아주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내의 인상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내가 뭐라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쯔음…. 아내가 입을 열었다.
“찌게 괜찮아요? 너무 싱겁지 않은 가?”
“응. 난 이게 괜찮어…. 너무 짜면 안 좋이지….
혈압 높아져….”
내가 그냥 평소처럼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서 약간 높은 톤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남은 밥을 마져 먹었다.
아내는 아무런 대꾸가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다 먹고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나는 뉴스를 보았다.
오늘은 운동을 하루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낮에 그렇게 퍼지게 자고도 아직도 더 자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밥을 배불리 먹으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아내가 커피를 타고 과일을 깍아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아내는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난 조용히 뉴스를 보고 싶었다.
아내가 한참을 그렇게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병우오빠는 잘 있어요?”
“응…. 뭐…
그냥저냥…. 중국에 3개월 동안 갔다가 들어왔데….
다른 직장을 구할꺼라고 하네….”
나는 시선을 티브이에 둔채….
과일을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그렇구나….”
아내가 혼잣말로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내도 나도 그냥 티브이의 뉴스를 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벌써 아홉 시 반이 되었다.
하품이 나왔다. 졸렸다.
아내가 먼저 과일과 커피잔을 다 치우고 씻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욕실 앞에서 원피스를 벗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오빠… 나 지금 씻을 건데….
파스 이제 그만 뗄까요….”
아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했다.
나는 파스를 잊고 있었다.
아침에 술김에 붙이기는 했었지만, 파스에 대해서는 전혀 잊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지 않게 대답했다.
”어…. 떼어야지….
내가 새거 붙여줄게….”
아내는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서 파스를 떼어내는 것 같았다.
꼭 욕실 문 앞에서 내가 보는데 저렇게 옷을 다 벗고 뗄 필요는 없는데, 아내는 내 눈 앞에서 파스를 떼어냈다
아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고 나도 대충 씻은 후에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로션을 다 바르고 자려고 침대에 올라왔을 때 내가 안방 테이블 위에 있는 어제 산 파스를 하나 더 꺼냈다
“엎드려봐….”
아내는 원피스를 입은 차림으로 침대에 엎드렸다.
원피스를 걷자 맨 엉덩이가 드러났다.
엉덩이 아래 허벅지에 시퍼런 멍자국이 아직도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금 멍자국이 줄어든 것 같기도 했다.
아내의 멍자국 위에 파스를 붙이고 잘 붙도록 손으로 몇 번 쳐줬다.
그리고 원피스를 내려줬다.
“조심 좀 하고 다녀…. 이게 뭐냐….”
내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네….”
아내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불을 껐다.
“오빠…. 잘 자요….”
아내가 말했다.
”응….”
내가 천천히 대답을 했다.
한번 가볍게 안아 줄 수도 있는 건데….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 쪽으로 돌아눕지도 않았다.
아내는 내가 조금 더 따뜻하게 해 주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금 너무 졸렸다.
천천히 잠이 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