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24
기계신과 함께 – 124
‘정말 되네?’
순간적으로 떠오른 직감에 의해 저지른 일이, 성공해 버렸다.
[마스터, 타이탄의 프로세스를 장악했습니다.]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성공했구나. 그럼 너도 여기 힘을 보태줘. 할 수 있지?’
[네, 마스터.]나는 [기계변환]의 힘을 다시 ‘블루드래곤의 하트’에 맞게 타이탄을 가공하는 데에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깡, 깡!
적들이 파괴한 머리뚜껑으로 빛이 새어 들어올 때쯤.
[마스터, ‘아크 앤젤’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확보되었습니다.]결국 성공했다.
위이잉-
조종석을 전체에 푸른빛 선이 뻗어나가며 조종석이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어, 어어?”
아크 앤젤의 뚜껑부의 벌어진 틈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자동 수복 기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디스플레이 송출합니다.]그리고 조종석 위의 화면이 마치 360도 파노라마 화면처럼 밝아졌다.
기기 조작에 필요한 조종부를 제외한 모든 곳이 투명해졌다.
나는 타이탄의 전후좌우 그 어느 곳도 조종석에서 마음대로 볼 수가 있었다.
오러를 집어넣은 검을 들고 당황하고 있는 제국군 검사.
그리고 사방에서 대기 중인 검은 타이탄들.
제국군 검사가 실패했다는 신호를 뒤쪽으로 보내자, 검은 타이탄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타이탄의 힘으로 머리 뚜껑을 찢어버리려는 것 같다.
‘슈리, 뒤쪽이 잘 안 보이는데 혹시 전에 타던 타이탄들처럼 디스플레이해 줄 수 있어?’
[가능합니다.]그 말과 동시에 전면부에 + 모양으로 생긴 패널이 생겨났다.
‘좋아, 그럼.’
[아크 앤젤] 발진이다.* * *
“여기야! 그냥 와서 머리를 잘라버려!”
제국의 병사 한 명이 새하얀 타이탄의 위에서 소리쳤다.
쿵쿵쿵.
검은색 타이탄이 새하얀 타이탄의 머리를 자르러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간 검은색 타이탄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내려치는 순간.
위이잉-
두 줄기 섬광이 검은 타이탄의 가슴과 검을 꿰뚫었다.
“······!”
동시에 새하얀 타이탄의 머리 위에 동그란 빛의 띠가 생겨났다.
제국군 모두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등에서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위잉- 위잉-
연달아 두 줄기의 섬광이 타이탄의 등에서 튀어나와 타이탄을 구속하고 있던 거대한 수레의 구속물들을 모두 잘라내었다.
투둑투둑.
남은 끈들을 끊어내며 새하얀 타이탄이 일어섰다.
그리고-
부웅.
지면을 낮게 날아서 떠올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그 타이탄이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술 취한 벌처럼 이리저리 허공을 비틀거렸기 때문이다.
“고······ 공격해! 저걸 부숴! 당장!!”
위기감을 느낀 제국군 장교가 결국 공격을 명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저 타이탄의 조종사가 타이탄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될 때,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란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한 결단으로 태초의 타이탄을 파괴하는 것을 선택했다.
뒤쪽에서 미리 캐스팅을 끝내놓고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을 퍼부었고, 흰색과 검은색 타이탄들이 그 포격 속에 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결단이었다.
위잉-
하늘에 떠 있는 [아크 앤젤]의 날개가 펼쳐졌다.
아니,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수십 개의 빛의 광선이 [아크 앤젤]의 등에서 튀어나오며 만들어낸 착시였다.
빛의 광선들은 발사되어 아크 앤젤의 주위를, 마치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퍼퍼펑!
타이탄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이, 모조리 그 빛의 구(球)에 막혀 터져 나갔다.
타이탄의 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캉! 캉!
“공격을 멈추지 마라! 더 몰아쳐!!”
제국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타이탄을 향해 공격을 몰아쳐 갔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미 무결의 타이탄 제어 능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하면······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런 스킬도 있었다니.”
무결은 타이탄의 기능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수 년 뒤의 미래에서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놀라운 능력들이 타이탄 하나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으음······ 이건 이렇게 쓰는 건가? 어디 한번 써볼까?”
무결이 한 가지 기능을 시험해 볼 생각으로 설레어했다.
“때마침 저기 좋은 게 오는군.”
마력대포가 사방에서 자신을 조준하고 있었다.
두꺼운 대장벽을 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위력은 웬만한 대성(對城) 마법 저리 가라였다.
그 마력대포들이, 단 한 기의 타이탄을 노리고 일제히 발사되었다.
“자, 그럼······ [앤젤 링].”
사방에서 날아오던 마력탄들이 [아크 앤젤]과 어느 거리를 기점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크기가 티끌만 해져 마치 먼지처럼 [아크 앤젤]의 주위를 휘돌았다.
“마법사들은 ‘공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했단 말이지? 우리 은하수 씨가 이걸 보면 놀라 자빠지겠군.”
무결이 신나게 웃으며 타이탄을 조작했다.
티끌이 되어 [아크 앤젤]의 주위를 한 바퀴 휘돈 마력탄들이 다시 그 크기를 되찾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왔던 방향을 그대로 거슬러서.
퍼퍼퍼펑!!
마력 대포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공중에 떠서 더 이상 타이탄들의 손이 닿지 않는 [아크 앤젤]에게로 계속해서 마법이 날아갔다.
하지만 그 마법들 또한 마력대포의 마력탄과 마찬가지로 [아크 앤젤]을 한 바퀴 후돈 다음 날아간 곳으로 되돌아갔다.
“으아아악!”
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제국군 입장에서 더 무서운 일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아크 앤젤]로부터 마법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류도 가지가지, 색색깔의 마법들.
근데 그 하나하나의 마법이 제국군 군인들의 눈에 익었다.
“저, 저거······ 방금 우리 편에서 쏘아낸 마법들이잖아?”
“심지어 마력대포의 마력탄도 그대로야······.”
[아크 앤젤]이 마법들을 ‘복사’해서 그대로 날려대고 있었다.콰쾅! 쾅!
어느 순간부터 무결에게 날아오는 공격이 사라졌다.
무결은 그 순간부터 총사령부를 돌아다니며 보급창과 타이탄 수리창 등의 주요 시설들을 하나하나 터뜨려 버렸다.
펑! 펑펑!
몇 분도 되지 않아 드넓은 사령부가 온통 불바다에 휩싸였다.
그리고 제국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을 때, [아크 앤젤]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 기의 타이탄, 아니, 한 사람의 모험가가 전쟁의 결과를 바꾼 전말이었다.
* * *
전쟁을 끝낸 나는 아카리프 왕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처음에 국왕은 ‘왕국의 보물’을 훔친 나에게 복잡미묘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대장벽에서 전사한 총사령관의 후임으로 부임한 가르오네가 작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왕국의 새로운 ‘공작’으로 책봉되었으니까.
뭐 그래봤자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내가 이 세계에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은 이틀간 공작의 위세를 누려봐야 무슨 영화를 본다고.
나는 결국 남은 이틀간의 시간을 [아크 앤젤]을 타고 날아다니며 이것저것을 실험해 보는 데 사용했다.
제국은 ‘태초의 타이탄’을 빼앗겨 배가 많이 아팠겠지만, 더 이상 쳐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아카리프 왕국, 아니, 정확히는 나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였다.
덕분에 평화로이 퀘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지난 10일간 ‘왕국의 보물’을 지켜냄으로써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원하시는 타이탄의 설계도를 선택하십시오.]1. 파이톤
2. 라미아
3. 오르토스
4. 아크 앤젤.
[보상으로 ‘아크 앤젤의 설계도’를 획득했습니다.] [잠시 후 던전에서 퇴장됩니다.]“후우······.”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꽤나 도박수를 많이 던졌던 던전이었다.
이렇게 잘 끝나서 기쁠 따름이었다.
“저기, 던전 클리어하신 헌터시죠?”
그때 내게로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영어였지만, 이미 그도 나도 통역기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예,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던전 클리어 기록 작성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그가 건넨 펜을 기꺼이 받아 들었다.
이런 식으로 던전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다른 던전의 클리어에 대한 기록이 되는 거였으니까.
물론, 내 기록을 그대로 적을 생각은 없었지만.
‘슈리, 불러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로만. 맞습니까?]‘오케이.’
내 경험은 어차피 다른 헌터들에게 들려줘 봐야 허풍밖에는 안 된다.
그래서 경험담을 적어줄 바에야 차라리 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위주로만 뽑아서 적어주기로 했다.
물론 스킬과 같이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부분은 최대한 피했다.
자신의 정보를 밝히기 싫어하는 헌터들에게, 헌터 협회는 관대했다.
마지막으로 소속 국가와 이름을 적는 것으로 기록이 마무리되었다.
“감사합니다.”
영국 헌터 협회 소속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자, 그럼 돌아가 보자, 고국으로.”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 * *
은하수의 연구실.
단 세 명만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 신무결.
은하그룹 후계자이자 과학부문장 은하수.
그리고 현 은하그룹 마법부문장 엘리스.
“두 사람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어.”
“뭔데? 빨리 꺼내 봐.”
은하수가 나를 재촉했다.
엘리스는 말은 안 했지만 은근히 재촉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갔다 온 던전에서, 이걸 얻었어.”
두 사람의 뜨거운 눈길 속에서 나는 [아크 앤젤 설계도]의 도면을 펼쳤다.
“이, 이건······?”
은하수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뭐야, 하나도 모르겠잖아.”
실망했다.
반면 엘리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도면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이건······ 마법 병기예요.”
그녀의 눈이 정신없이 설계도를 훑었다.
“세상에······ 이렇게 고차원적인 마법이······!”
그녀가 설계도에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로 경악했다.
그러다 조금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제 수준에서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이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 해석할 수는 있죠?”
나는 약간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마법이론가인 엘리스가 여기 있는 설계도의 마법을 이해할 수 없다면, 지금은 이 설계도를 이해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전생에서는 이 ‘타이탄의 설계도’를 시작으로 마도과학병기 [기간테스]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만약 엘리스가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연구 자체의 출발은 더 늦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으음······ 어렵겠지만 한번 해석해 볼게요. 여기 이쪽 마법진은 그나마 실마리가 보이니 조금씩 풀어가다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빛의 마법서’에서 보았던 술식들이 눈에 띄네요. 하나하나 차근차근 대조하며 연구해 봐야겠어요.”
엘리스가 의욕을 불태웠다.
신중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한테도 선물이라 한 이유는 뭐야?”
은하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듣고 놀라지 마, 큭큭.”
내가 은하수의 표정을 보며 뜸을 들였다.
“아, 뭔데 빨리 말해.”
은하수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그러나 그 눈에는 조금씩 기대심이 차올랐다.
내가 허튼소리 하는 성격이 아닌 것을 아니까.
“놀랍게도 이 타이탄을 타고 ‘공간’과 관련된 마법을 경험했어.”
“······!”
은하수가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은하수에게 던전에서의 경험을 일부 들려주었다.
주로 [아크 앤젤]의 공간 관련 스킬을 위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