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62
기계신과 함께 – 162
아테네의 태도가 너무 고압적이라 기를 좀 죽여볼 겸 간을 본 것이다.
다행히 아테나는 영리한 상대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즉각 알아채고 반응한 것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일단 아이템 자체의 성능이 뛰어난 것은 경험해 봐서 알 테지.
“잘 압니다. 지금 당장은 활용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얼마 안 가 더 좋은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런 면에서 빼먹을 기술이 많은 로봇이 제게는 더 좋습니다.”
무결이 [하늘의 눈]으로 [고르가스]와 [아이기스의 방패]를 비교해 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름 : 고르가스
-희귀도 : 이벤트
-활용도 : S
-설명 : 글레이셔공화국산의 최고의 탑승형 전투 로봇. 미래기술의 집약체.
-이름 : 아이기스의 방패
-희귀도 : 이벤트
-활용도 : A
-설명 : 어떤 신의 방패. 대부분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 마력을 주입하여 그 모양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고르가스] 쪽이 더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아테나는 아직 내놓을 카드가 더 있는 모양이었다.
-만약 아이템이 성장한다면?
“음?”
무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장형 아이템이란 것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던전을 들어가 활약할수록 이 아이템의 봉인이 조금씩 풀릴 것이다. 최고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제련하고 내 권능이 깃든 방패이니, 성능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테나의 자부심 깃든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긴 하죠.”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을 풀 방법이 있다면 [아이기스의 방패] 또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일단 지금 나가도 유니크급의 성능은 충분히 낼 것이었고, 거기서 더욱 성장한다고 하면 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그 상대적인 가치가 떨어질 염려가 없었다.
더군다나 던전을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일상이지 않은가?
그토록 방법이 쉽다면 굳이 큰 수고를 들인다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하지만 무결은 곧이곧대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르가스]와 가치가 비슷해질 뿐입니다. 제가 결정적으로 [아이기스의 방패]를 고를 이유가 아직 없어요.”
무결이 좀 더 불러보라는 듯 뻗댔다.
사실 무결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긴 했다.
-쳇, 까다로운 녀석.
아테나가 혀를 찼다.
“당신도 제가 이것을 가지고 다님으로써 제 정보를 얻는 것 아닙니까? 제 위치라든지 상태라든지 하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보세요.”
-······.
명예의 신인 아테나는 함부로 거짓을 입에 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입을 열지 못했다.
무결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그것 보십시오. 제가 굳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당신에게 제 정보를 넘기면서까지 찜찜하게 이것을 들고 다녀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 짧은 순간 머리가 참 팽팽히도 돌아가는구나. 좋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제시하겠다. 하아, 정말 내가 이런 제안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보통 신의 아이템을 얻게 되었다 하면 좋다구나, 하면서 받아들였는데 네 녀석은 정말 어지간히 욕심 많은 놈이구나.
“제가 좀 욕심이 많긴 하죠.”
무결이 뻔뻔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이 자신의 욕심을 탓하기 시작했다면 훌륭히 협상을 진행했다는 증거다.
-네 녀석이 방패의 봉인을 풀 때마다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카르마 포인트가 쌓일 것이다. 그때마다 그 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해 네 궁금한 점을 하나씩 풀어주도록 하지.
“오. 제게 정보를 푸는 데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한가 보군요?”
“그렇다.”
듣던 중 아주 반가운 소리였다.
안 그래도 이 세계에 관해서는 아직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렇게 그 정보를 얻을 기회가 생기다니.
“콜. 좋습니다. 대신 질문 하나는 지금 대답해 주세요. 꼭 대답해 주셔야 하는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에 대답해 주시면 저도 당신의 아이템 [아이기스의 방패]를 고르도록 하죠.”
-좋다.
“당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
아테나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그녀가 이내 입을 열었다.
-대답이 긴 질문이므로 네가 들어야 할 말만 해주겠다. 이 세상에 벌어진 일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 세상에 벌어진 일’이라면 던전과 몬스터가 나타난 일을 말씀하시는 거겠군요.”
-그렇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나는 너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좋습니다.”
무결도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꽤나 만족스러운 협상이었다.
“던전지기, 선택을 바꾸겠어. 4번 [아이기스의 방패]로.”
[4번 [아이기스의 방패]를 선택하시겠습니까?]“그래.”
[[아이기스의 방패]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두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던전 ‘300인의 대난투’가 월드화됩니다.] [[300인의 대난투 월드의 마스터키]가 모험가 신무결 님에게 귀속됩니다.]“좋아.”
원하던 [월드]도 손에 넣었다.
이제야 비로소 던전을 클리어한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저기, 아테나. 하나만 더 물어도 됩니까?”
-물어도 이제 내게 남은 포인트가 없다. 정말 사소한 것이 아니면 대답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이건 사소한 질문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뭔데 그러느냐?
무결은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던 그리스 신화의 두 가지 가설에 대해 물었다.
“포세이돈이 당신에게 고백했다 차인 겁니까, 당신이 고백했다 차인 겁니까?”
-으으, 빌어먹을 인간 놈들. 왜 인간들은 이렇게 우리 신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테나가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연예인이나 할 법한 소리를 해대며 부들부들 떨었다.
“다 선망의 대상이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무결이 천천히 아테나를 얼렀다.
-우리가 세상에서 물러난 지 벌써 몇 세기나 됐는데 아직도 그것 갖고 해명해야 한단 말이냐!! 다 필요 없다! 난 가겠다!
그녀는 그렇게 빼액 소리를 지르고 사라져 버렸다.
무결이 혀를 쯧쯧 찼다.
“차였네, 차였어.”
왠지 [아이기스의 방패]가 손목에서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마지막 세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은 놀라운 능력으로 이벤트 몬스터 트리톤을 처치하셨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이룬 대가로 모든 스테이터스와 스킬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그래, 이게 사실 나 아니면 불가능하긴 했지.’
그 개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 보상쯤은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초 뒤 던전에서 퇴장됩니다.]“아차.”
퇴장 메시지가 흘러나오자 무결은 얼른 [유가선공]을 발동시켜 얼굴을 바꾸었다.
잠시 후 그의 몸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렇게 중국발 2차 재앙형 던전은 무결에 의해 무사히 클리어되었다.
* * *
파앗-
빛이 사라지고, 무결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엇!!”
던전 주변에 이리저리 앉아 있던 기자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갑자기 이곳에 등장했던 재앙형 던전이 사라지고, 그곳에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크, 클리어되었다!”
기자들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다.
찰칵찰칵!
이런 경우 매스컴에 노출되기 싫어 그냥 도망가 버리는 헌터들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무결이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재앙형 던전치고 대기하고 있는 기자의 수가 적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이곳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중국 헌터 협회의 요원들도 없었다.
중국은 나름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던전에서 다쳐서 나온 헌터들을 위해 의료 수송 인력을 던전 주변에 대기시켜 두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인원조차 없었다.
무결은 그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계획대로 되어가나 보군.’
재앙형 던전에 들기 전에 생각해 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이렇게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당연했다.
“헌터님! 헌터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헌터님께서 재앙형 던전을 클리어하신 건가요!?”
“다른 참가자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로부터 정신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무결이 잠시 차분하게 손을 들어 올려 기자들의 소란을 가라앉혔다.
“한 분당 하나의 질문을 대답해 드릴 테니 천천히 말씀하십시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안타깝게도 함께 들어갔던 각성자들께선 모두 전사하셨습니다. 먼저 그에 대한 조의를 표합니다.”
무결이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간혹 플래시를 터뜨리는 무례한 기자들이 있긴 했지만, 장내가 그로 인해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무결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황 속에서 기자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가 내뿜는 부드러운 기파가 성질 급한 기자들의 기질을 더욱 조용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이번 제2차 재앙형 던전의 생존자는 저 하나뿐입니다. 제 이름은······.”
그의 눈빛이 빛을 발했다.
“이한철입니다.”
찰칵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 * *
지금 중국은 큰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머리를 쥐고 괴로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 각성자인 자들이.
덕분에 치안에 막대한 지장이 생겨 버렸다.
“아아악!”
한 헌터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 채로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베이징을 지키는 방어 인력으로, 지금 몬스터와 맞서 싸우던 중이었다.
“장유청 헌터님!!”
한 헌터가 그 헌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달려드는 다른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안 돼!!”
콰직콰직.
그들은 달려드는 몬스터들에 의해 한 줌의 고깃덩이로 변해갔다.
이처럼 헌터들이 갑자기 이성을 잃고 괴로워하는 일이 지금 몇 분 전부터 중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몬스터들과 싸우던 헌터.
그들을 통솔하던 헌터.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헌터.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헌터들이 한꺼번에 머리를 쥐며 주저앉는 바람에 지금 중국 전체에는 비상사태가 걸려 있었다.
대몬스터 업무와 던전 공략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업무 체계가 모두 마비된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하나의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 * *
카이가 암중에서 모두를 지배했던 곳이자 무결이 카이와 재회한 곳이었던 암룡각(暗龍閣).
그곳에서 비상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위잉- 위잉-
커다란 지하 동혈 속에 위치한 그 전각의 내부를 일단의 침입자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놀랍게도 세뇌에서 풀려난 후, 무결의 지령을 받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위청천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 중국의 전통복 치파오를 입은 노인들이 따라 달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노인치고 강렬한 기파를 내뿜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주변으로 강력한 각성자들이 모두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달리고 있는 그들의 앞을 막았을 이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은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에도 침입자들을 경계하기는커녕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위청천의 뒤를 따라 달리던 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허, 정말 위청천의 말대로 될 줄이야.”
“이들이 다 세뇌되어 있던 자들이란 말이지?”
“카이가 정말······ 죽은 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