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76
기계신과 함께 – 176
“얼마 전에 ‘던전 월드’로 추정되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던전 월드에 ‘제한시간’이란 게 없는 것 같더군요. 수만 년이나 지난 ‘던전 월드’인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 것이었습니까?”
-후후, 가능하지.
“어떻게······. 제가 얻은 던전들에는 전부 제한시간이 존재했습니다. 두 개 다 3년이었죠. 그래서 하나는 지금 폐쇄되기 직전입니다만, 그 시간을 늘릴 방법이 있었던 겁니까?”
-있다.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 방법이 궁금하더냐?
“······예.”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지금까지 모은 카르마 포인트를 다 써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
‘던전 월드’는 이 던전시대에서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민간에 만약 ‘던전 월드’에 대한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터였다.
-그런 안전한 곳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몬스터들이 창궐하는 위험한 곳에 우리들을 방치해 둘 거냐!
이렇게 외치며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각국의 ‘던전 월드’를 얻은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였다.
던전 월드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자신들이 그 공간을 쓰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제한 3년.
그 시간이 지나면 던전 월드는 자동으로 폐쇄된다.
그 활용 가치가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지구 어디에도 없는 안전지대의 시간을 무한히 늘릴 수만 있다면?
‘······위험해.’
무결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만약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그 누가 있어 죽을 각오로 싸우려 하겠는가?
안전한 도피처가 있는데.
무결은 잠시 고민했다.
이 정보를 알아내야 할지.
하지만 이내 아테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 자신은 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할 수 있었으니까.
“예,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후후, 방법은 간단하다. 여러 개의 ‘던전 월드’를 합치면 되는 것이지.
“던전······ 월드를요?”
-그렇다. 다만 던전 월드를 합칠수록 게이트가 불안정해져서 출입할 수 있는 횟수는 줄어들게 된다. 서서히 외부 세계와 단절되게 되는 것이다.
“······.”
간단했다.
너무도 간단해서 문제였다.
하지만 무결은 일단 무결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었다.
죽어가는 ‘베히모스 월드’를 살릴 방법이 생긴 것이니까.
“그런데, 아무 던전 월드면 됩니까?”
-그렇다. 자, 이제 모든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다음 질문까지는 말을 아끼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아테나가 사라졌다.
“음······.”
무결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스마트워치에서 생중계되는 강하나의 경기를 바라보았다.
저 경기에 참가해야 할 이유가 갑자기 생겼다.
[모험가의 협곡]의 보상으로 ‘던전 월드’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무결은 음소거해 놓았던 소리를 다시 켰다.
-아아, 경기 시간이 30분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이미 대세는 너무나 많이 기울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팀의 탈락은 기정사실이······.
중계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 기사님, 광화문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아니다, 제가 운전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은하그룹의 운전기사는 앞으로 자신이 당할 운명도 모른 채, 무결에게 핸들을 넘겼다.
“광화문으로 갈 테니, 벨트 꽉 매세요.”
운전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꼭 맸다.
“그럼 갑니다.”
[디바이스 컨트롤].부와아앙-!!
[모험가의 협곡]을 향한 무결의 광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헉, 헉. 우웨엑~!!”
운전기사가 옆자리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토악질을 하는 가운데, 무결이 차에서 내렸다.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던전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다.
던전은 마치 오벨리스크처럼 생겼는데, 그 꼭대기에서 허공으로 여러 개의 영상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각 팀 선수들 개개인을 비추는 영상과, 전장 전체를 조망하는 영상이었다.
특히 선수들 간에 교전이 벌어지면 그 화면이 전면으로 드러나며 더욱 커져, 교전 상황을 더욱 잘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외부 사람들이 던전 내부를 관측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특이한 던전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보너스 던전’ 혹은 ‘이벤트 던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 화면에서는 막 4:4 교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팀과 브라질 팀의 모든 선수가 한데 모여 서로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브라질 팀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오버플레이를 남발하던 마법로의 김섭강이 상대에게 기습당해 죽어버렸다.
그래서 대결은 4:3으로 시작된 불리한 상황.
한국 팀 무인인 양금호는 브라질 측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검산철벽]!두꺼운 검기의 막이 그의 전면에 펼쳐졌다.
네 브라질 각성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피의 복수]. [서리화살폭격]. [일도참살].브라질 측의 공격스킬들이 한꺼번에 그에게 쏟아졌다.
양금호는 쏟아지는 상대 측의 공격을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대미지가 급속하게 누적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들이 싸우고 있는 곳이 가장 위쪽 진격로인 ‘무공로’ 인근이라는 것.
이곳에서는 무인인 양금호의 파워가 극대화되고 있던 덕분에 적 네 명의 공격에서 잠시나마 버틸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그들의 막강한 공격을 꿋꿋이 버티던 그도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인원수가 4:2까지 몰려버린 최악의 상황.
다행히도 양금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솔, 지금이야!”
“언니!!”
양금호가 시선을 끄는 동안 정신 집중을 완료한 초능력자 조솔이 강하나에게 [블랭크 아더]를 걸었다.
강하나의 몸이 순식간에 브라질 각성자들의 후방으로 이동되었다.
강하나가 정확한 위치, 정확한 타이밍에 스킬을 발동시켰다.
[108정령의 가호]. [혼연일체].그녀의 몸이 분노하고 있던 불의 정령과 합쳐지며, 순식간에 적 후방 공격수들을 쓸어버렸다.
“꺄악!”
“으악!!”
적의 마법로와 초능력로 각성자들이 불타오르며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제길!”
하지만 적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강하나의 공격에 반응한 브라질 측의 올라운더가 몸을 번개같이 움직여 한국 팀의 초능력자 조솔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꺄악!”
조솔이 힘을 잃고 쓰러져 죽었다.
남은 것은 브라질 측 각성자 둘과 강하나 하나.
필살기를 쓰느라 힘이 빠져 버린 강하나는 둘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한국의 에이스인 것일까?
두 명의 합공에 죽기 전의 순간.
“하아압!”
강하나가 자신의 복부에 칼이 박히는 순간, 폭발적으로 움직여 브라질 측 무인의 목을 날려 버렸다.
그러고는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
완벽한 동귀어진.
4 대 4 교전에서 남은 것은 결국 브라질 측 올라운더 하나뿐이었다.
쾅! 콰쾅!!
그는 홀로 살아남아 한국 팀의 본진 건물들을 최선을 다해 파괴해 나갔다.
“끝낼 수 있나?”
그가 저 멀리 보이는 한국 팀의 사령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군.”
자신이 사령부를 부수는 것보다 한국 팀 각성자들이 살아나는 것이 빠를 듯했다.
그는 한국 팀 건물들을 적당히 부순 다음, 그들이 살아나기 전에 서둘러 브라질 팀 본진으로 귀환했다.
괜히 어기적거렸다가는 오히려 살아난 한국 팀 각성자들에 의해 협공당해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화면을 보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강하나가 죽는 순간 안타까운 탄성이 흘렀다.
하지만 무결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잘됐군.’
그는 오벨리스크로 다가가 거기에 손을 댔다.
그 순간.
[부활 대기 중인 각성자에게 교체 요청을 보내시겠습니까?]이 같은 메시지가 떴다.
“응.”
그러려고 온 것이었으므로, 무결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하나와 한국 팀원들에게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수 교체를 원하는 각성자가 있습니다.] [이름 : 신무결]. [교체 카드를 사용하시겠습니까?]오직 부활 대기 중인 사람들만 이 선수 교체 메시지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 한국 팀원들은 모두가 죽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이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신무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양금호와 조솔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신무결’이라는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2년 정도 전에 헌터들 사이에서 도시전설처럼 알음알음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헌터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이름은 아니었다.
온몸이 유령처럼 변해 있는 한국 팀원들의 시선이 모두 강하나에게 쏠렸다.
한국 팀 중에서도 그렇고, 죽어 있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발언권이 강한 것은 팀장인 강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강하나는 당연히 이렇게 외쳤다.
“교체 카드는 당연히 사용한다!”
‘결국 와줬군······!’
그녀는 늦게나마 신무결이 와준 것에 대해 미소 지었다.
‘조금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불리해진 후였다.
본진 건물의 2/3가 부서진 반면 적들 측 건물들은 전부 쌩쌩한 상태.
거기에 더해 적들의 레벨과 장비 상태가 훨씬 좋은 축에 속했다.
신무결이 참여한다고 해서 과연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싶긴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참여함으로써 그나마 적은 확률이나마 승산이 생겼다는 것이다.
[교체하실 분께서는 ‘교체에 응한다’라고 말해주시기 바랍니다.]“김섭강 씨, 미안하지만 섭강 씨가 교체해 주셨으면 해요.”
“예? 하지만······!”
“팀장으로서의 명령입니다.”
강하나는 단호하게 김섭강의 반발을 틀어막았다.
그동안 가장 골칫거리에 팀플레이도 해치던 그가, 사실 강하나의 눈에는 눈엣가시였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김섭강보다 나은 헌터가 없어서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신무결이 온 이상 얘기는 달랐다.
“쳇, 알겠습니다.”
김섭강이 잠깐 투덜거리더니 남은 세 명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저 나간다고 뭐가 좀 달라질 것 같죠? 어림도 없어요. 저만한 마법사가 어디 흔한 줄 알아요? 큭큭큭.”
그렇게 한껏 같은 팀원들을 비웃어주었다.
“교체 카드도 한 장밖에 못 쓰는 거 알죠? 나중에 간곡히 불러도 저 못 온다고요? 정말 괜찮겠어요?”
“괜찮으니 빨리 나가기나 해요.”
이번엔 강하나가 아닌 조솔이 질렸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
그녀 또한 이제까지 팀플레이를 망치는 김섭강의 행동에는 질려 있었던 것이다.
“흥!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김섭강은 그렇게 말하고는 “교체에 응한다!”라고 외쳤다.
그의 몸이 사라지고······.
[‘대한민국 팀’에서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이와 같은 메시지가 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브라질 측 선수들도 이 메시지를 들었을 터였다.
대한민국 본진 사령부에서 한 사람이 유령의 몸이 되어 걸어 나왔다.
“무결 씨!”
강하나가 그를 반갑게 불렀다.
“안 온다더니! 여긴 왜 왔대요?”
“다시 돌아갈까요?”
“아니요! 잘 왔어요!”
물론 지금 와서 돌아갈 방법이 없단 건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양금호입니다.”
“조솔이에요.”
양금호와 조솔이 김섭강 대신 들어온 무결을 환영했다.
“신무결입니다. 반갑습니다.”
“자, 대충 인사도 끝났겠다, 시간 없으니 작전 회의부터 하죠. 일단 김섭강 씨가 빠진 마법로는 제가 갈게요.”
“네에?”
“팀장님이요?”
조솔과 양금호가 깜짝 놀랐다.
둘은 내심 새로 들어온 신무결이 마법로로 가는 헌터인 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강하나가 맡고 있는 포지션인 ‘올라운더’는 모든 진격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