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79
기계신과 함께 – 179
기사에는 무결이 [최초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올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다음에는 [모험가의 협곡]에 갔다 온 신무결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두 사진에서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날카롭군요.”
무결이 조금 감탄했다.
-근데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은하수가 물었다.
“뭔데요?”
-이게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라는 거지.
그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부릉-
무결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 바이크를 멈춰 섰다.
그는 바이크에서 내려 304호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만히 전자 도어록에 손을 대었다.
차칵.
도어록이 소리소문 없이 열렸다.
그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헐.”
[마스터의 어마어마한 팬인가 보군요.]웃는 무결, 찡그린 무결, 누군가와 악수하는 무결, 던전에서 갓 나와 다소 지친 무결의 모습까지 여러 가지 무결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붙어 있었다.
그 외에도 무결의 사진 몇 장이 인화되어 포스트잇과 함께 붙어 있었다.
“이 사람, 뭐야, 대체?”
무결이 뜨악한 얼굴로 방 안을 돌아보았다.
그는 포스트잇에 적힌 내용들을 읽어보며 자신의 행적을 이리 잘 아는 사람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러클 방어 체계에 구멍이 있었나?’
무결은 나름대로 여러 아이템들을 이용해 자신과 자신의 거처인 은하그룹 본사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뚫고 자신을 관찰할 정도의 고위 능력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신기하군. 대체 누구길래.’
무결이 그 당사자를 찾아 기감을 넓혀봤다.
하지만 이 그림을 그렸을 당사자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으흠.”
무결이 그렇게 방 안을 둘러보다가, 책상 위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옥상으로.
“······.”
마치 무결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쪽지였다.
무결은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을 느끼며, 건물의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익-
옥상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옥상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왔군.”
그녀가 담배를 난간에 비벼 끄며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무결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했다.
‘어디서 봤는데. 어디였더라······.’
그러다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때 엘리멘탈 골렘을 물리치고 봤던 그 기자!”
“후후, 제대로 봤군.”
당시 기자였지만, 지금은 기자가 아닌 김태나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래······. 오랜 시간이었다.”
조용한 중얼거림.
“······?”
무결이 그녀의 이상한 분위기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당신이 결정적인 사건을 터뜨릴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린 인내의 세월!”
그녀가 눈알을 번뜩이며 무결을 째려봤다.
“난 특종을 위해 지금까지 참아왔어. 당신 강한 특종의 향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녀가 광기 어린 얼굴로 무결에게 다가갔다.
무결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난 당신을 취재해야 했어. 그게 얼마가 걸리든, 당신은 대박이 날 거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야 마침내 기회가 왔어!!”
그녀가 광기에 차 크게 웃어 재꼈다.
그러다가 돌연 웃음을 뚝 멈췄다.
“그래서 마침내 기회가 된 지금 당신의 기사를 올렸어······. 그런데, 내가 수년 동안 준비한 기사가······ 다······ 내려가더군. 불과 몇 초 만에.”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이를 질끈 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지. 당신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단 것을.”
지난 3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결을 발견하고 촉이 온 것.
그를 추적하다가 단서가 끊겨서 포기한 것.
그리고 계속 업무를 보려다가 계속해서 무결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결국 다시 그를 취재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초능력이 발현된 것.
자신의 초능력을 바탕으로 무결을 관찰하던 것.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릿속에 뒤죽박죽이 되어 지나갔다.
“나는 내가 멍청했단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당신을 관찰했다면 당신이 언론통제를 하고 있었다는 것쯤은 쉽게 예상해야 했는데, 특종에 눈이 멀어 그러질 못했어. 기자로서 실격이야.”
그녀가 무결에게 다가가다 멈춰 섰다.
“그러니······.”
그는 무결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무결이 살짝 놀라 뒤로 회피하려는 찰나.
그녀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절 고용해 주세요!!”
“응······?”
무결이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 *
“······그렇게 돼서 데려오게 됐어.”
무결이 은하수를 보며 말했다.
“아니, 네 말대로라면 조금 이상한 사람 같은데, 괜찮겠냐?”
은하수가 미심쩍은 눈으로 화면으로 보이는 김태나를 바라보며 무결에게 말했다.
“음······ 뭐, 좀 특이한 사람이긴 한데 능력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잖아? 우리가 그동안 보안에 들인 공이 얼만데 그걸 혼자 뚫었어. 그것만으로도 능력은 입증된 거지.”
“그렇긴 한데······.”
“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 써먹을 테니까.”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인사팀에는 내가 얘기해 놓을게.”
“오케이, 땡큐.”
이로써 김태나 또한 은하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정말 의외의 수확이었어.’
무결은 [하늘의 눈]으로 본 그녀의 능력을 회상하며 생각했다.
그녀는 정보계 능력자 중에서도 최상위 능력자.
소위 ‘오러클’ 능력을 지닌 각성자였다.
‘미국에 배치할까. 아니면······.’
그렇게 무결이 김태나의 배치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오빠, 큰일 났어요!”
그리고 한 사람이 그렇게 외치며 방으로 뛰어들었다.
‘또냐.’
데자뷔가 느껴졌다.
뛰어들어 온 사람은 역시나 송애니였다.
“이번엔 왜 그러는데?”
무결이 심각한 얼굴이 되어 송애니에게 물었다.
송애니가 가져온 ‘위기 알림’은 하나같이 정말 급박한 것이었으니까.
“그게······ 이번에는 저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빠한테 얘기하는 것밖에 ‘답’이 안 보였거든요.”
“누구의 위험이었는데?”
“그게······. 배경운 헌터님이랑 하이나 헌터님······.”
송애니가 위험할 것 같은 헌터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그녀의 입에서 계속해서 헌터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거 심각한데?”
애니가 이토록 대규모 위험 예고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결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이 시기에 이렇게 큰 위험이 닥칠 만한 일이 있었나?’
전생에서의 큰 사건사고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지금 시기에 일어날 일은 없었다.
‘미래가 확실히 빨라지고 있어.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사건을 생각하는 게······ 아!’
무결의 머릿속에 실마리가 떠올랐다.
“하수 형, 전에 전국적인 몬스터 탐지 장치 개발하고 있다 그랬지?”
“그렇긴 한데 아직 완성 못 했어. 완성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거야.”
“그거 나 좀 보여줘 봐.”
“뭐 하려고?”
“사용해 보려고.”
* * *
은하수는 연구실 한쪽으로 무결을 안내해 커다란 기계를 보여주었다.
“이거다만, 미완성이라니까?”
무결은 대답 없이 거대한 기기에 손을 얹고 스킬을 발동했다.
[디바이스 컨트롤] [기기변신].기기가 에메랄드빛으로 휩싸였다.
그리고 기기 자체의 부품이 저절로 해체되었다 조립되었다.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품도, 주변에서 날아와 들러붙는 부품들도 있었다.
크기나 모양이 조금 맞지 않는 부품들은 알아서 그 모양이 변형되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많은 것이 바뀐 [광대역 몬스터 탐지기]가 무결의 눈앞에 완성되어 있었다.
“됐다.”
무결이 완성된 장치를 조작해 나가기 시작했다.
“너, 너 그 기술 뭐야······.”
은하수는 처음 본 무결의 [기기변신]에 입을 떡하니 벌리며 말했다.
개발 중이었던 [광대역 몬스터 탐지기]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완성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야, 그런 기술 있었으면 진작에 연구에 도움 좀 줄 것이지······!”
순식간에 미완성 기술을 완성시키는 기술.
연구, 개발에 있어서 반칙과 같은 기술 아닌가?
“아, 미안하지만 이 기술로 연구에 협력할 순 없어, 형.”
“왜?”
“쿨타임이 매우 긴 기술인 데다가 마력 소모가 심해서······ 이거 한번 쓰면 내 헌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거든.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기술로 만든 물건을 연구라도 하려 하면 저절로 기술이 해제되어 버리더라고.”
“저절로?”
“응, 아마 미래기술에 대한 일종의 보안이 걸려 있는 것 같아.”
“하긴, 그런 사기적인 기술이 그렇게 제약이 없을 수가 없지.”
은하수가 납득한 듯 아쉬운 눈으로 무결이 완성한 기기를 살펴보았다.
무결의 능력을 온전히 연구에 사용할 수만 있었더라면 지금쯤 개발하려던 물건들은 벌써 다 개발되었을 것이다.
“그럼······.”
무결이 [광대역 몬스터 탐지기]를 발동시켰다.
그의 의식이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 * *
광활한 대한민국의 대지가 무결의 감각에 느껴졌다.
대전, 대구, 부산, 위쪽으로는 개성과 평양까지.
그리고 그곳에 걸쳐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내 개인의 사용에 맞게 개량된 건가.’
원래의 [몬스터 탐지기]는 마력이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몬스터를 표시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무결이 사용하는 장치는 마력을 기반으로, 그의 감각처럼 몬스터를 느끼게 되어 있었다.
‘기묘하군.’
무결은 몬스터의 존재가 마치 눈으로 보듯 뚜렷이 느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감각을 이용해 한반도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쭈욱 훑어나갔다.
그가 특이사항을 감지한 것은 대전 인근이었다.
‘너무 많다.’
대전 근교 지역은 다른 지역의 두세 배 정도 될 정도로, 몬스터의 수가 많았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초대형 몬스터 브레이크의 전조다.’
그렇게 대전시 인근을 샅샅이 훑어내려가던 그의 감각에 문득 이상한 점이 감지되었다.
‘······뭐지, 이 느낌은?’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무결조차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섬세하게 가다듬어진 무결의 감각이 그 미세한 느낌을 캐치해 냈다.
사람이 많아 더욱 감지가 어려웠던 대전시의 시내 한복판.
그곳에서 가느다란 몬스터의 느낌이 풍겨오고 있었다.
무결이 그곳으로 감각을 집중해 보았다.
그리고 감각을 집중할수록 그에게서 식은땀이 났다.
‘뭐, 뭐야, 이건?’
은밀하게 숨어 있던 마력은 깊게 파고들어 갈수록 점차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미풍인 것 같았지만, 폭풍과도 같은 흉폭한 기운을 내재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가, 무결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 순간, 녀석의 마력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했다.
“컥!”
무결이 엄청난 기세로 기기에서 튕겨 나왔다.
“쿨럭, 쿨럭!”
무결이 피를 토하며 가부좌를 틀었다.
들끓는 마력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무결아!”
은하수가 달려왔지만, 가부좌를 튼 무결의 몸에 손은 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무공을 익힌 사람이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치료사를 부르러 방을 나가려 했다.
“형.”
하지만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내상을 다스린 무결이 일어서며 은하수를 불렀다.
그의 표정이 전에 없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큰일 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