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1
기계신과 함께 – 191
“의사들 말로 살아난 게 기적이래.”
그렇게 말하며 병실로 들어선 이는 은하수였다.
그는 방금 강하나의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오는 길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대. 수술도 무사히 끝났다고 했고, 소유 씨를 비롯한 치료계 각성자들이 대거 달려들어 마력을 쏟아부었으니 곧 괜찮아질 거야. 이제 하나 씨가 정신만 차리면 돼.”
던전시대 전에는 분명 죽었을 만한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과학과 마법, 그리고 그 둘로도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이 가득한 현재에는 강하나를 살릴 수 있었다.
“아마 하나 씨가 깨어나고 경과를 봐야 알겠지만, 치료한 부분들의 후유증은 별로 없을 것 같아. 다만······.”
은하수가 어두운 얼굴로 팔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오른팔과 왼다리는 이질적인 재질로 되어 있었다.
“한쪽 팔과 다리는 완전히 소멸해 버려서······.”
그는 김소유의 흘끗 보며 말을 흐렸다.
하지만 김소유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헌터 생활은?”
무결이 그렇게 물었다.
은하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무결이 착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가볼게.”
“고마워. 수고했어, 형.”
은하수가 병실 문을 열더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은하수가 나가자마자 바로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위청천과 모용길이었다.
“위급한 구조 작업은 대강 끝났으니 저희는 이만 중국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위청천이 말했다.
“약속은 지켜주리라 믿소.”
위청천에 이어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길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조만간 좋은 소식이 가게 될 것입니다.”
“기대하겠소.”
무결의 대답에 모용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병실을 나섰다.
바쁘기도 했거니와, 환자가 있는 병실에서 수다를 떨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도 가는군. 하긴.’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터전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몬스터들은 그들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을 터였다.
‘내가 많이 도와주고 왔지만, 아직 불안하긴 할 테지.’
무결이 중국의 헌터들을 데려올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들이 애를 먹고 있는 강력한 몬스터들을 무결이 나서서 처리해 준 것이었다.
무결은 그동안 간간이 중국에 가서 이한철의 모습으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주로 한 것은 중국 헌터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네임드 몬스터들을 처리한 것.
처음에는 일개 헌터가 해봐야 어쩌겠냐던 중국의 헌터들은, 부대 단위의 헌터들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몬스터를 너무도 손쉽게 처리하는 무결의 모습에 경악했다.
수십 명의 레이드 파티를 짜도 어쩔 수 없는 거대 몬스터들을, 무결은 단신으로 가서 처리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을.
위청천이 중국 제일의 스타였다지만 그조차도 중국에서 이러한 위업을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마침내 그는 중국에서 위청천을 넘어서는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중국 헌터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협회장 취임 당시 이한철이 보인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그의 능력에 어떤 의문도 없었다.
그만큼 그가 압도적인 실력자임을 짧다면 짧은 시간에 걸쳐 입증한 것이다.
특히 무(武)를 숭상하는 중국의 정서상 이한철은 생각보다 더욱 쉽게 중국 헌터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전시 사건 직전 며칠간.
무결은 집중적으로 중국 거대 그룹의 해결사 노릇을 해주며 그들의 몬스터 치안을 안정시켜 주었다.
중국이 마음 놓고 자신들의 근거지를 떠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제까지 은하그룹에서 쌓아온 도시방어결계 등의 과학기술력을 보여주고, 그것을 전수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마침내 수많은 중국인들의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어차피 은하그룹의 핵심기술도 아닐뿐더러 조만간 전 세계에 기술을 공개할 생각이었던 은하그룹으로서는 전혀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무결이 중국 헌터들을 끌고 오게 된 배경이었다.
무결이 그렇게 지난 며칠간을 회상하고 있을 때.
꿈틀.
강하나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언니!”
김소유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으음······.”
곧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의식을 되찾았다.
“여긴······?”
“병원입니다. 여의도예요.”
“그렇군요······. 다들······ 무사한가요······?”
강하나는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의 안부부터 물었다.
“다들 무사해요. 언니만 일어나면 돼요.”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곧 쓴웃음을 지었다.
무언가로 대체된 자신의 팔다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없네요.”
“······.”
“······.”
공허한 그녀의 음성.
무결과 김소유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팔다리를 잃은 자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위로할 수도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하나는 그런 그들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곧 미소 지었다.
“살아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그런 표정 지을 것 없어요. 요즘은 의수와 의족도 많이 발전했잖아요?”
“······비록 완전 팔다리와 같진 않겠지만, 일상생활 정도는 무리 없이 가능할 겁니다.”
“계속······ 헌터 생활은 가능할까요?”
“······.”
무결도, 김소유도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에서 대답을 읽은 그녀가 풋 웃었다.
“둘 다 뭘 그렇게 침울해져요? 아까도 말했듯 살아난 것만도 기적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 어떻게 살아났어요?”
그녀의 그 물음에 김소유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랬구나. 무결 씨가 제 생명의 은인이네요. 고마워요. 매번 신세만 지는데 갚을 길도 없고······.”
강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결에게 인사하려 했다.
“누워 계십시오.”
하지만 무결이 마력으로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침대에 다시 눕혀 버렸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저야말로 늦어서 미안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강하나 씨가 다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무결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아쉬움과 미안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니에요.”
강하나가 그런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무결을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무결 씨는 최선을 다한 거잖아요. 맞죠?”
“······예.”
“그럼 된 거예요. 무결 씨는 그 누구에게도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아니, 오히려 모두에게 감사받아야 할 입장이라고요. 그러니 어두운 얼굴 펴고 웃어줘요. 제 병실에서 그런 칙칙한 표정은 금지입니다.”
무결은 강하나의 말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유 너도 마찬가지야. 울상 짓지 말고 웃어. 알겠어?”
강하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김소유를 보며 말했다.
“아, 알았어요, 언니.”
김소유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결이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그녀의 말대로 미소 지었다.
“누구보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에게 되려 제가 위로를 받네요.”
“이게 뭐 위로라고······. 그건 그렇고 바쁘실 테니 이제 가보세요. 소유 너도 지금 한창 전후처리로 바쁠 거잖아. 여긴 나 혼자 있어도 되니까 어서 가봐.”
“하지만 언니······.”
“난 괜찮대도. 이 병원 많이 와봐서 아는데 간호사님들 실력이 끝내줘. 너보다 내 병수발 잘 들어주실 분들이니까 어서 가봐.”
“아, 알았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살펴 가세요.”
그렇게 무결과 김소유가 강하나의 병실을 나섰다.
탁.
병실 문이 닫혔다.
침묵에 잠긴 병실.
강하나가 가만히 침대에 몸을 기댔다.
“······.”
무결과 김소유가 있을 때와는 달리 미소가 사라진 얼굴.
“헌터······ 이제 못 하는구나.”
쓴웃음이 달린 그녀의 얼굴 위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던전 [모험가의 협곡] 4강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 스크린에서 싸우는 두 팀 중 하나는 프랑스 팀이었다.
프랑스는 용병들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용병 출신의 각성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풍부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올라왔다.
그런 프랑스 팀의 상대는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 팀.
두 나라의 경기는······ 안타깝게도 매우 일방적이었다.
“으악!!”
프랑스 팀의 진영이 미국 팀 각성자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었다.
미국 팀의 각성자들은 미국 최고의 각성자들이 모인 미 해군 네이비 씰 소속의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은 네 명이 마치 하나가 된 듯이 기계처럼 움직여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랑스 용병들을 하나씩 박살 내버렸다.
얼마 안 있어 미국 팀이 승리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곧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까 프랑스 팀이 발라버릴 거라던 놈 어디갔냐?
-당장 튀어나와라 ㅋㅋㅋ
-접니다. 당장 머리 박겠습니다, 형님덜
-ㅋㅋㅋㅋ 인증샷 찍어 와라.
잠시 농담 따먹는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간이었다.
-그나저나 파리도 이제 몇 분 뒤면 난리 나겠네.
-그러게. 이제까지 진 팀들이 들어갔던 던전에서는 하나같이 엄청 센 몬스터들로만 나왔잖아.
-그래도 상위 라운드일수록 몬스터가 조금씩 약해졌으니 4강쯤 되면 에펠탑이 부서질 정도는 아니겠지?
-하필 던전이 생긴 게 각국 수도인 게 진짜 너무해. 지금쯤 파리 전체에 소개령이 내렸겠군.
-에휴,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는지.
잠시 세상에 대해 한탄하던 이들의 주제는 이내 걱정으로 이어졌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이제 어쩌냐.
-그러게. 강하나 완전 부상당해서 이제 못나온댔는데.
-그래도 신무결이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모험가의 협곡]은 팀 게임인데 신무결 혼자 어떻게 되겠어?
-그건 그래. 우리 진짜 지면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하대피소에 숨어서 기도나 해야지.
-그래도 한국 헌협에서 그 정도 몬스터들은 우리나라 각성자들로 충분히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야. 뭐든지 일단 의심하고 봐야 오래 산다.
-그건 인정.
그렇게 대한민국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대한민국의 4강전이 시작되었다.
상대는 제3세계 최고의 헌터 국가라 불리는 아프리카였다.
경기 초반.
두 팀은 전선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한데 이변이 일어났다.
“우린 기권하겠다.”
아프리카 팀의 리더로 보이는 장신의 사내가 무결에게 말했다.
“······기권이라고요?”
무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였다.
“네가 우리 형제를 구해주었다지? 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아, 쿠조.”
무결이 일전에 구해주었던 쿠조를 떠올렸다.
“쿠조와 쿠이나가 안부 전해달라더군.”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본진에서 움직이지 않을 테니, 그동안 기지를 부수도록 하라.”
“······당신들의 도시는 어떻게 합니까?”
[모험가의 협곡]은 지게 되면 진 팀이 입장한 던전으로부터 몇 분 뒤 몬스터가 튀어나온다.“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오든 잡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니 걱정 마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무결은 사양하지 않고 아프리카 팀의 본진을 부쉈다.
그렇게 한국 팀은 손쉽게 결승에 올라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