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10
기계신과 함께 – 210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꾸에에에엑–!!
킹 크라켄이 갑자기 [테베르크의 팔]을 덧씌운 두 개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온다.’
무결이 슬쩍 긴장하며 그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꽝—–!!!
녀석이 그 두 다리로 심해의 바닥을 내려쳤다.
‘응?’
모든 헌터가 머리에 물음표를 떠올리며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저 녀석이 화가 나서 바닥을 내려치며 화풀이라도 하는 걸까 하는 생각.
하지만 곧 그들은 저 녀석이 화가 나서 바닥을 내려친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쩌적, 저저적—!!
놈이 내려친 바닥을 기점으로,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슈퍼 트리슈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슈퍼 트리슈라]가 있는 위치에 이르러-
꽈아아앙–!!!
바닥이 터져 나가며 엄청난 양의 용암이 치솟아 올랐다.
“이런!”
무결이 기겁하며 용암을 피해 회피 기동을 했다.
용암도 문제였지만 그 속에 섞여 있는 마력의 파동이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파아아앗–!!
용암은 [슈퍼 트리슈라]를 지나쳐 그대로 해수면 위까지 솟구쳐 바다 위로 튕겨 나갔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킹 크라켄은 멈추지 않고 두 다리로 계속해서 지면을 내려쳤다.
그럴 때마다 땅이 미친 듯이 갈라지며 [슈퍼 트리슈라]에게 다가와 용암을 토해냈다.
무결은 그때마다 회피 기동을 하며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무결은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쉽사리 놈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왠지 이것이 놈의 의도의 다가 아닐 거라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곧, 놈의 의도가 드러났다.
구구구구구–!!
대지와 바닷물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무결은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슈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해 왔다.
“갑자기?”
[예, 그것도······ 최소 진도 9 이상의 대지진으로 예상됩니다!!]쩌적. 쩌저저적······!!
그 말과 동시에 사방의 바닥이 미친 듯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킹 크라켄이 부순 바닥 정도는 어린애 장난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금이 바닥에 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는-
콰아아아아앙—!!!
갈라진 지면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수직으로 치솟으며 바닷속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 직후.
부글부글······.
시뻘건 용암이 깜깜한 심해의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바닷물의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
바닥과 함께 바닷물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슈퍼 트리슈라] 또한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몬스터를 포함해 킹 크라켄 또한 균형을 잡고 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지진파.
-으아아악!!
[슈퍼 트리슈라]에 타고 있는 헌터들은 온몸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느낌에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기를 반복했다.무결이 [디바이스 컨트롤]로 진동을 줄이고 있음에도 소용없을 정도로 엄청난 흔들림.
그 상황은 킹 크라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킹 크라켄은-
쾅! 쾅! 쾅! 쾅!!
계속해서 바닥을 미친 듯이 내려치며 재앙을 더욱 활성화하고 있었다.
놈이 바닥을 내려칠 때마다 지진의 강도와 바닷속에서 솟아나는 용암의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미친 자식, 다 같이 죽자는 거냐?”
무결이 킹 크라켄에게 이를 갈아붙이며 숨겨두었던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
[슈퍼 트리슈라]가 앞으로 손을 쭉 내뻗었다.그와 동시에 검은 아공간이 바닷속에 쩍 입을 벌렸다.
그리고.
파앗–!
그 속에서 황토빛의 작은 발 두 개가 튀어나왔다.
무결의 눈이 번쩍 빛났다.
[마스터피스]. [디바이스 컨트롤].무결은 어느새 위급한 순간마다 자신이 [마스터피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마스터피스]는 놀랍게도, 항상 무결이 원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무결은 [테베르크의 팔]과 합체한 킹 크라켄의 두 다리를 보고 받은 영감대로 [테베르크의 발]을 운용했을 따름이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파앗–!!
에메랄드빛에 휩싸인 [테베르크의 발]이, 그 모양을 변화시키며 [슈퍼 트리슈라]의 다리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그 빛이 천천히 사라져 갔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황토빛으로 물든 [슈퍼 테베르크]의 다리가 보였다.
킹 크라켄의 특별한 두 다리처럼 기하학적인 문양이 깃든 두 개의 다리.
무결은 그 순간 느꼈다.
자신이 저놈을 능가하는 힘을 얻었음을.
그에게는 놈에게는 없는 또 하나의 [테베르크]의 파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직파직-
[슈퍼 트리슈라]의 심장부에 자리해 있던 [테베르크의 동력석]이 무결의 컨트롤에 의해 다리 부근으로 옮겨졌다.그러자 [슈퍼 트리슈라]의 두 다리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다리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기이한 힘이, [슈퍼 트리슈라]를 뒤흔드는 지진의 힘으로부터 [슈퍼 트리슈라]를 안정시켰다.
무결이 잦아드는 진동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럼 끝을 보자고.”
무결의 조종에 의해 [슈퍼 트리슈라]가 두 다리를 쫘악 굽혔다.
그리고.
파아앙–!!
[역장]과 여러 헌터의 스킬이 발동되며, [슈퍼 트리슈라]가 심해 아래로 쏘아져 나갔다.“너도 어디 당해봐라 이자식아–!!”
무결이 그렇게 외치며 심해의 바닥을 [슈퍼 트리슈라]의 발로 힘차게 내리찍었다.
그 순간.
꽝-!! 콰가가가가가–
무결이 발로 내리찍은 곳으로부터 엄청난 충격파가 일며 땅이 터져 나갔다.
킹 크라켄에게로.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앙—-!!!
미친 듯이 다리를 내려치던 킹 크라켄의 땅바닥 부근이 터져 나가며, 엄청난 양의 용암이 쏟아져 나왔다.
킹 크라켄이 무결에게 쏘아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양의 용암과 충격파가-
꾸에에에엑–!!
킹 크라켄을 해수면 위까지 엄청난 속도로 쏘아 올렸다.
[슈퍼 트리슈라]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지면을 박찼다.꽝!!
그러자 [슈퍼 트리슈라]가 엄청난 속도로 해수면을 향해 쏘아 올려지며-
팡!!!
바닷물을 뚫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을 위로, 갓 낚아 올려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킹 크라켄이 보였다.
화르륵.
[슈퍼 트리슈라]의 오른손에 다시금 화룡검이 불타올랐다.불꽃은 붉은색이 아니었다.
마(魔)를 멸하는 흰색의 불꽃이 그의 화룡검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화정검가주가 혼신의 힘을 담아 생성해 낸 ‘정화의 불꽃’.
그 불꽃에 무결의 마력과 [테베르크의 동력석]의 힘이 더해지며, 고작 200m 남짓한 [슈퍼 트리슈라]의 손에서-
콰아아아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킹 크라켄을 능가하는 크기의 불꽃이 생성되었다.
어둑해진 밤바다가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하압!!”
무결이 온 정신을 집중해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불의 검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악–!!
대지가 새하얗게 작열하며 불꽃으로 타올랐다.
킹 크라켄이 그 엄청난 열기에 겁을 먹고 허우적거리며 모든 다리를 움직여 자신과 [슈퍼 트리슈라]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 순간.
불의 검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슈악–!!
깨끗하게 킹 크라켄을 통과해 지나갔다.
화르륵.
온 세상이 화려하게 타올랐다.
“내가 말했지? 그렇게 열 내다간 타코야끼 된다고.”
바다 위에 새까맣게 타버린 킹 크라켄이 둥둥 떠 있었다.
탄내가 진동하는 가운데 무결이 [슈퍼 트리슈라] 밖으로 나와 킹 크라켄의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녀석의 잘린 다리들 가운데 유일하게 멀쩡한 두 다리 중 하나로 걸어가, 거기에 손을 댔다.
그러자 문어의 두 다리에서 하얗게 빛이 일며 장갑을 벗었다.
[테베르크의 팔]이었다.무결은 그것을 [공간주머니] 속에 갈무리하고 다시 킹 크라켄을 내려다봤다.
킹 크라켄의 다른 부위들과는 달리 [테베르크의 팔]로 감싸고 있던 녀석의 두 다리는 새까맣게 탄 다른 곳들과는 달리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냄새군.”
무결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대난투 던전 월드’를 열어 킹 크라켄을 집어넣었다.
킹 크라켄 정도의 네임드 몬스터의 사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아이템의 소재로 연구할 수도 있었고, 지금처럼 모든 물자가 부족한 때에는 훌륭한 식량이 될 수도 있었다.
-마무리했으면 빨리 와주게. 부상자들이 많거든.
“아차, 알겠습니다.”
무결이 리 신쿤의 채근에 [슈퍼 트리슈라]로 되돌아왔다.
후쿠오카가 가라앉으며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럼 최대한 신속하게 도쿄로 모시겠습니다. 모두 꽉 잡으십시오.”
철컹, 츠르륵.
[슈퍼 트리슈라]의 형태가 순식간에 제트기의 형태로 변화했다.그리고.
파아앙–!!
공기를 찢으며 일본에 남은 최대도시, 도쿄를 향해 날아갔다.
* * *
무결은 후쿠오카에 일본의 헌터들을 내려주었다.
“전 다시 한국으로 가보겠습니다.”
“벌써 가나? 술이라도 한잔 기울이고 싶었는데 아쉽군.”
이화정검가주 리 신쿤이 무결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아쉬우면 한번 놀러 오시든가요.”
무결이 씨익 웃으며 리 신쿤을 바라보았다.
“알겠네. 조만간 한번 시간 내보도록 하지.”
리 신쿤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무결은 그러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비록 인성이 바르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뛰어났던 시무라 켄지가 죽은 지금, 리 신쿤이 짊어진 책임은 더욱 늘어났다.
그런 만큼 몸을 빼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것이다.
“아, 근데 가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여신의 심장]은 도대체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여신의 심장].그것은 막대한 에너지원으로서 이번 사건에서 후쿠오카를 지켜낸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었다.
무결이 이것에 대해 묻는 이유는, 왠지 같은 에너지원인 [테베르크의 동력석]이 이에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뭐, 운이 좋았네.”
그렇게 시작된 리 신쿤의 말은 간단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신의 심장]은 얼마 전에 들어갔다 나온 재앙형 던전에서 획득했다고 한다.
그때 죽을 위기를 넘기며 해치운 보스 몬스터가 뱉어냈다는데, 리 신쿤 자신도 갑자기 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얻게 되어 당황했다는 얘기를 했다.
‘재앙형 던전을 완벽하게 클리어해야 에픽 등급 아이템이 나올까 말까인데······ 리 신쿤, 전생보다도 더 강해졌나 보군.’
무결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여신의 심장]을 생각했다.
왠지 전투 중에 [슈퍼 트리슈라]가 평소보다 더한 출력을 냈다.
처음에는 [슈퍼 트리슈라]와 부분 합체를 했던 [테베르크의 팔] 때문인가 했다.
하지만 슈리를 시켜 전투 로그를 분석하다 보니 그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슈리는 에너지 저장고인 [테베르크의 동력석]이 왠지 평소보다 더 활성화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이화정검가주에게서 나온 에너지라고 했다.
자세한 건 연구해 봐야 알겠지만 무결은 어쩌면 리 신쿤이 지닌 [여신의 심장]이, 봉인되어 있는 [테베르크의 동력석]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테베르크의 동력석]의 봉인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도 같은데.’
하지만 선뜻 그것을 달라 그러기가 뭐 했다.
[여신의 심장]은 이번에 킹 크라켄으로부터 후쿠오카를 보호하고, 킹 크라켄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보물 중의 보물.
함부로 보여달라 하기조차 조금 민망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 선물이네.”
리 신쿤이 뭔가를 툭 던져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