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21
기계신과 함께 – 221
“크아아아악!!!”
서울은 치열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마치 지옥의 한복판처럼, 엄청난 수의 좀비 몬스터가 서울로 들어오려고 아우성이었다.
4차방어결계 바깥으로, 몬스터들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며 결계를 두드려 댔다.
헌터들은 이미 5차결계 뒤로 모조리 후퇴한 상황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4차결계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4차결계와 5차결계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0미터에 불과했기 때문에, 저곳이 뚫린다면 5차 결계까지 놈들이 들이닥치는 것도 순식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5차 결계 내로 퇴거 명령을 내린 헌터 협회의 결정에 불안해했다.
곧.
콰르르릉—!!
4차 결계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쿠쿵.
5차결계 내부에 있던 땅 전체가 흔들린 것은.
쿠르르릉–
그 흔들림은 조금씩 강해지더니······.
콰콰콰콰콰–
마침내 진폭이 큰 지진으로 변모했다.
5차 결계 내의 땅이 모조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 어엇······!!”
헌터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달려들던 몬스터들의 모습이······.
“뭐, 뭐야, 이거!!”
아래로 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딛고 선 땅이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5차 결계가 둘러싼 모든 영토, 즉.
서울시 전체의 반가량이.
“프로젝트 ‘노아’, 가동합니다.”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홍수 속에서.
인류를 실은 방주가 날아올랐다.
쿠르르르르–
서울시가 거세게 진동하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용산구 일대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원형의 땅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5차 도시 방어 결계가 쳐져 있던 땅이었다.
“지, 지진이다!!”
도시 중심부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땅에 큰 지진이 난 줄 알고 혼비백산했다.
“도시가 떠오르고 있어?”
하지만 도시 외곽에 있거나, 먼 거리의 정경을 볼 수 있던 사람들은 지진이 다가 아니란 것을 눈치챘다.
그들은 흔들리는 땅에 중심을 잡으려 애쓰면서도 얼이 빠져 버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서울시의 반가량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땅에는 안타깝게도 도봉구나 노원구, 강동구 등 용산과 거리가 먼 곳은 제외되었다.
“아아······. 우리 집.”
도봉구에 집을 둔 사람이 망연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았다.
“아직 대출도 다 못 갚았는데······.”
“대출로 산 거면 개꿀이구만, 뭘. 은행도 다 망했는데.”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이미 한참 전에 제5차 도시 방어 결계로 피신한 상태였다.
그렇게 시끄럽게 안내방송이 울려댔으니.
“끄워어어어!!”
지상의 몬스터들이 아웅다웅거리며 멀어져 가는 도시에 매달리려 했으나 별 무소용이었다.
서울은, 아니, 이제 반쪽이 난 서울의 일부는 몬스터들의 손이 닿지 않는 하늘로 서서히 떠올라 갔다.
머리가 나쁜 언데드들답게 놈들은 하늘로 손을 뻗어 어떻게든 떠나가는 도시를 쥐고자 아등바등했다.
“하아······.”
“끝났나······.”
긴장이 풀린 헌터들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은 멀어지는 지상의 모습을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씨바, 졸라 많네.”
땅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시야가 닿는 지평선 끝까지 온통 몬스터들뿐이었다.
“우리가 저걸 막고 있었다 이거지?”
“어떻게든 막긴 막았네.”
헌터들은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진저리를 쳤다.
“아마 몇 시간만 더 버티라고 했으면 못했을 거야.”
이미 지금도 부상자와 사망자들이 넘쳐났다.
부상자들은 전열을 물리고 치료하는 데서 그쳤지만, 사망자들은 모두 저 아래 남은 끔찍한 놈들의 일부가 되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의 정신이 한순간 이어지지 않았더라면, 헌터들의 대다수가 그로 인해 기연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언데드가 된 동료들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헌터들은 죽어서까지 안식을 얻지 못한 동료들에게 먹먹한 심정으로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디.를.가.느.냐–!!”
사아아아–
허연 유령들의 군단이 지상 저편에서부터 서울을 향해 날아왔다.
뿐만 아니었다.
“음머—!!”
땅에서는 언데드들 중에서도 가장 부패한 몬스터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손이 되었다.
그런 손이 수십 개가 되어-
콰아악!!
날아오르려는 서울을 밑에서 잡아챘다.
서울은 허공으로 뜨다 말고 수십 개의 거대한 시체 손에 잡혀 멈추어 버렸다.
그 틈을 타서 유령 군단 쪽에서 유령 말을 탄 죽음의 기사가 날아올랐다.
사령술사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꿈의 언데드 몬스터 ‘데스나이트’.
타락한 기사의 영혼을 재료로 만들어진 최악의 몬스터는 서울의 결계를 두드렸다.
꽝—!!
계속되는 비행형 몬스터들의 공격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던 5차 도시 방어 결계가 꿀렁거렸다.
그 뒤를 이어 유령군단이 허공을 날아 도시 방어 결계에 들러붙었다.
“젠장.”
헌터들이 다시 무기를 잡고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선두에서 다가오는 저 유령기사 데스나이트는 15급 이상은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다들 결계를 보호하세요! 저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들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기체가 있었다.
날렵한 붉은 도장의 기체.
강하나의 기간테스 [엘리자베스]였다.
파란 바람의 정령을 기체 전체에 두른 그녀와, 유령의 몸으로 형체가 흐릿한 데스나이트가 부딪쳤다.
하지만 충돌음은 없었다.
휘리리릭-
푸른 바람과 검은 바람이 한차례 뒤엉켜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두 바람 사이에서 번개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바람은 언제 붙었냐는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양쪽 다 멀쩡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온몸에 검상을 입은 채 붉은 도장이 벗겨져 있었고.데스나이트 또한 검은 갑옷 사이사이가 파여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인.간.이.제.법.이.구.나.”
“칭찬 고마워. 하지만 이제 그만 죽어주면 좋겠는걸?”
둘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서로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그렇게 강하나가 데스나이트를 맡았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에 육박하는 위험 등급의 몬스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음머—!!!”
시체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손.
그 손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 손들은 서울을 지상에 묶어두는 데만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결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꽝, 꽝!!
그럴 때마다 결계가 출렁거렸다.
“이런 젠장, 저건 어떡하지.”
결계 주위 허공의 몬스터들은 그렇다 쳐도, 저 아래에서 솟아나는 저 거대한 또 손은 어찌한단 말인가?
헌터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짜낼 때.
쩌저적–
하늘이 갈라졌다.
* * *
“끼이익!”
어스 펭귄의 거대한 창이
퍼억–!!
마침내 두억시니의 가슴을 꿰뚫었다.
“펭귄······ 너무 세잖아······.”
두억시니는 그렇게 쓰러졌다.
하지만.
꿈틀.
두억시니의 손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부활의 징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어스 펭귄이 끼익! 소리와 함께 땅을 일으켰다.
콰과과과-
땅이 갈라지고.
스르르······.
그 속으로 두억시니의 몸이 사라져 갔다.
“끼이이익!”
어스 펭귄은 두억시니가 설사 부활한다 하더라도 다시 움직이지 못하게끔, 강력한 땅의 구속력을 발휘해 놈을 봉인해 버렸다.
두억시니와 어스 펭귄 모두 15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와 대마수.
하지만 결계 일부를 강제로 뚫고 오느라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두억시니의 패배였다.
“고맙다, 꼬맹아!!”
두억시니가 봉인된 것을 확인한 은하수가 재빨리 지상으로 나왔다.
그에게는 지금 지상에서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꽝!!
빌어먹게도 결계를 두드리는 저 시체의 손.
아마 언데드 ‘어보미네이션’인 게 분명한 몬스터를 처리해야 했으니까.
“오픈, [오시리스 월드].”
쩌적-
하늘이 갈라졌다.
그리고.
“나와라, [란드그리드].”
그 속에서 은하그룹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전투비행정 [란드그리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얗고 뾰족한 선두.
탄탄하고 유려한 선체.
그리고 고속 순항이 가능하도록 강력한 추진기가 달린 선미가 차례로 차원문을 빠져나왔다.
“와아–!!”
서울을 붙들고 있는 시체들의 손이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선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헌터들에게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은하수는 단지 보여주기만 하려고 이것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신의 응시] 조준.”
은하수의 지시에 따라 [란드그리드]가 새하얗게 백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사.”
콰아아아아–!!
굵디굵은 하얀 빛줄기가 시체들의 손을 꿰뚫고 지나갔다.
‘어보미네이션의 손’이 하얀 빛의 선에 의해 끊어졌다.
그러고도 광선은 끝나지 않았다.
콰콰콰콰콰–
하얀빛이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어보미네이션의 손’을 끊고 지나갔다.
“음머—!!”
시체들의 원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추악한 몬스터, 어보미네이션이 영혼에 손상을 입고 울부짖었다.
서울은 그 틈에 더욱 지상에서 떠올라 갔다.
“[란드그리드], 작전대로 갑니다!”
-알겠습니다!
[란드그리드]는 그 거대한 선체를 움직여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서울의 아래를 받쳤다.그리고.
콰아아아–!!
엄청난 힘으로 서울 전체를 밀어 올렸다.
선체가 크다고는 해도 지금 떠오르고 있는 서울의 크기에 비하면 타조알과 메추리알 정도의 차이였건만, 놀랍게도 [란드그리드]의 힘에 의해 서울이 더욱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었다.
* * *
아크 리치와의 전투 현장.
쾅, 쾅–!!
한서후와 리 신쿤이 각자의 기간테스를 타고 날아오르려는 본 드래곤의 날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놈이 비행하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뼈만 남은 날개가 비행에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본 드래곤의 비행 마법의 정수는 모두 그 날개에 깃들어 있었다.
때문에 날개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비행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아크 리치가 서울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다.
그 틈에 무결은 본 드래곤의 머리에 탄 아크 리치와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사방에서 그야말로 구름 떼처럼 일어나는 언데드들의 방해를 받으며.
“끄웨에에엑!!”
무결은 정신없이 [트리슈라]를 조종해 사방에서 날아드는 언데드들 사이를 곡예비행으로 날아다녔다.
그러면서 날아드는 아크 리치의 마법을 막자니 죽을맛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스터피스]의 영향으로 향상된 [디바이스 컨트롤]과 [배틀 센스]가 그를 한차원 높은 전투의 영역으로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무결의 능력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더불어 그가 지닌 [마스터피스]의 능력도.
“끌끌, 제법이구나. 내 권속들이 저지를 실패하다니. 과연 시간을 끈 의미가 있군.”
어느 순간 아크 리치가 뭔가를 느끼고 이빨을 딱딱 씹었다.
못마땅하다는 표시였다.
“내가 의미가 없지는 않을 거라 했잖습니까.”
무결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 또한 방금 전에 서울의 소식을 들었다.
‘무사히 떴군, 방주는.’
당분간 지상의 땅을 대신해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하늘의 땅’이 결국 무사히 이륙했다.
이제는 그것을 제대로 지키는 것만 남았다.
“후우, 그럼 이쪽도 제대로 결착을 볼까요.”
지금 막.
무결도 끝났다.
‘아크 리치’에 대한 패턴 분석이.
[마스터피스].무결의 두 눈이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