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38
기계신과 함께 – 238
“어떠냐, 이 정도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보람이 있지?”
관리자에 말을 흘려 들으며 무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 선택지를 골랐다.
지금의 그에게, 이 티켓은 앞서의 보상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97층 직행 티켓].이것만 있으면, 슈리에게 닿는 과정이 대폭 줄어들 터였다.
“나는 네가 [마스터피스]의 능력치를 90대까지 올렸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이 티켓이 있더라도 네가 그녀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관리자의 말에 무결이 관리자의 눈을 직시했다.
처음에는 웬 관리자가 와서 무지막지한 시험을 내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짜증이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깨달은 것이다.
사실 관리자가 무지막지한 난이도의 시험을 낸 것은, 오히려 무결을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에게 97층 직행 티켓을 쥐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는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너는 수련을 통해 충분히 97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는 것을 확인했다. 71층부터는 시험의 통과에 필요한 시간이 대폭 길어지니, 이 티켓이 있다면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도움이다. 그러니, 가라.”
사내가 씨익 웃으며 무결에게 말했다.
“가서, 그녀에게 한 방 먹여주고 와라.”
무결은 그제서야 비로소 눈앞의 관리자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무결이 [신의 눈]을 사용해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름 : 포세이돈.
아테나와는 숙적이라 알려진 유명한 올림포스 신족 포세이돈.
눈앞의 관리자는 그의 화신이었다.
그동안 다른 관리자들도 그렇고 굳이 [신의 눈]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용을 미루어왔다.
혹시라도 어떤 관리자는 무결의 스킬 사용을 알아챌지도 몰라서 조심한 측면도 있었고.
포세이돈이 씨익 웃었다.
“네 녀석, 내가 누군지 알아챈 모양이군.”
‘역시, 저 정도쯤 되면 내 [신의 눈]은 간파당하나 보군.’
무결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올림포스 3대신이자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을 뵙습니다.”
무결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했다.
포세이돈에게서 호의가 느껴졌다.
이제 그의 느낌은 ‘통찰’의 영역에까지 뻗어 있었으니, 그는 자신의 느낌을 의심하지 않고 포세이돈에게 예를 차렸다.
과연 포세이돈은 껄껄 웃었다.
“것참 맘에 드는 녀석이군. 과연 아테나 녀석이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을 만했어.”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무결을 훑어봤다.
무결은 그때 깨달았다.
이 남자는, 정보를 캐기에 최적의 상대였다.
자신과 적대 노선을 탄 아테나에 대한 정보를 스리슬쩍 흘리는 것도 그렇고, 시험을 통과한 자신이 아직까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남자가 자신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포세이돈,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나는 너 같은 녀석이라면 ‘놈’의 후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놈’의 후예라면 충분히 내가 시간과 카르마 포인트를 할애할 가치가 있지.”
포세이돈 역시 아테나처럼 대답하는 데 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하는 모양이었다.
무결은 그의 호의에 일단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신경 쓸 것 없어. 어차피 이제 곧 카르마 포인트란 것도 다 쓸모없어질 테니까.”
“카르마 포인트가 쓸모없어져요?”
“그래, 카르마 포인트는 자네가 ‘던전 시대’라 부르는 지금에만 쓸모가 있는 거야. 어차피 곧 결말이 날 텐데 아껴둘 필요는 없지.”
“포세이돈, 이 게임의 결말에는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무결은 자신도 모르게 ‘이 게임’이라는 자신만의 용어를 사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무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간단하지.”
그는 씨익 웃으며 무결을 가리켰다.
“자네가 신이 되거나.”
그러다 그의 손가락이 아래를 향했다.
“인류가 멸망하거나.”
“······제가 실패하면, 인류가 멸망합니까?”
무결의 질문에 포세이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테나가 있는 이상 그렇게 될 거야. 그녀는 갖고 싶은 걸 반드시 갖고야 마는 탐욕스러운 여자거든.”
포세이돈이 멋진 눈썹을 찡그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다가 눈매를 풀며 투덜거렸다.
“······그렇기에 빛나 보이기는 하지만.”
“······.”
“흠흠, 이번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역시나 신화의 내용대로 포세이돈과 아테나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적 교류가 있는 모양이었다.
포세이돈이 이렇게 무결을 도와주면서까지 아테나를 방해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그녀를 미워하는 것 같다가도, 방금 전에는 그녀에 대한 호감의 감정이 느껴졌다.
참 그리스 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무결은 가장 핵심적인 질문으로 갔다.
“저, 포세이돈. 이 게임은 어째서 시작된 겁니까?”
포세이돈이 ‘게임’이란 단어의 맥락을 단번에 알아들었으니 무결 또한 그 단어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물었다.
그가 지금 한 질문이야말로 앞서의 대화를 포함해 앞으로 나눌 모든 대화를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포세이돈이 무결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내 카르마 포인트가 간당간당하니, 핵심만 얘기해 주도록 하지.”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는 바입니다.’
“신계에 있던 한 신이, 어느 날 격을 초월해 버렸네. 그는 우리와 같은 3차원에 신계에 머물고 있다가, 그날을 기점으로 4차원의 신계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지.”
포세이돈이 과거를 바라보는 눈빛을 했다.
“그의 이름은 헤르메스. 여행과 도둑, 상인, 그리고······.”
그가 무결을 똑바로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기계의 신이었지.”
“기계신······.”
무결이 중얼거렸다.
“그래, 기계의 신. 그는 인류에 이토록 기계가 발달하기 한참도 전이었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기계신의 신위를 차지했어. 꽤 경쟁이 치열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결국엔 차지하고 말더군. 그때는 나를 비롯해 모든 올림포스의 신들이 그를 비웃었지. 고작 기계신의 위를 차지해서 무엇에 쓰겠다고.”
그렇게 말한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기계신의 위를 통해 4차원의 신격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
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아무도 몰랐어, 인류가 이토록 기계 문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는. 나를 비롯한 다른 신들은 그때 기계신의 위를 차지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말았지. 하지만 이번에 헤르메스가 3차원 신계를 떠남으로써 기회를 잡은 거야.”
그가 무결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떠남으로써 ‘기계’의 신위가 공석이 되었다. 물론 여행과 도둑, 상인의 신위 또한 공석이 되어 있었지만 그건 곁가지에 불과했지. 신들은 ‘기계’의 신위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어. 그때 그가 모든 신들에게 제안했다.”
-기계신의 신위를 포함해 내 ‘전지’를 물려받을 기회를 주겠다.
“신들은 경악했어. 그의 ‘전지’는 그가 4차원 신격으로 오를 수 있게 만든 세상의 ‘진리’가 들어 있었으니까. 그의 ‘전지’를 받아들여 소화시킬 수만 있다면 다른 신들 또한 ‘전지’를 발전시켜 4차원 신계에 드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지.”
“‘전지’라면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라는 뜻인데, 신들마다 어떻게 ‘전지’가 다를 수가 있죠?”
무결은 고개를 갸웃했다.
신들에게 ‘전지’가 있다면, 그들이 단어의 뜻 그대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이 같아야 했다.
무결은 질문과 동시에 깨달았다.
“‘전지’는 불완전한 지식이군요?”
“그래, 진정한 ‘전지’를 터득한 신은 아마 지금은 차원계를 떠난 그분밖에는 없을 거야. 너희가 ‘창조주’라고 부르는 우리의 어버이. 우리 또한 그분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는 어린 양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
포세이돈이 피식 웃었다.
의외였다.
신들은 오만했고, 포세이돈 또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을 ‘어린 양’에 비유하는 이 진솔한 고백은 뭐란 말인가.
무결은 신들에 대해서는 종잡을 수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세이돈이 무결의 심정을 짐작한 듯 큭큭 웃었다.
“물론 우리가 어린 양이라고 해서 너희와 같다는 뜻은 아니야. 우리 입장에서 너희는 개미에 불과하니까. 아무튼, 헤르메스는 거기에 한마디를 덧붙였어.”
-단, 인간 또한 시련의 기회를 주도록 하지.
“헤르메스는 인류를 사랑하는 신이었다. 그렇기에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던전시대’, 그리고 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게임’을 연 거야. 즉, 개미가 양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지.”
그가 무결이 알아들었는지를 살핀 다음 말을 이었다.
무결의 빛나는 눈이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만든 게임에서 우리 신들 측에게는 던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시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겼지. 인류는 우리의 시련을 통과하며 강해지고, 마침내는 그의 뒤를 이어 ‘기계신’이 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만약 인류가 실패한다면, 우리 신들에게도 그의 전지를 흡수할 기회가 오는 방식이지.”
“인류의 실패란······.”
그 단어가 갖는 묵직한 비극을 예감한 무결이 자신의 짐작을 포세이돈에게 물었다.
포세이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인류의 ‘멸망’을 뜻하지.”
“······.”
무결은 헤르메스에 대한 짜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가만히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던 인류에게 왜 갑자기 ‘신’이라는 돌을 던졌단 말인가.
굳이 인간은 신이 될 기회를 잡지 않아도 행복을 향해 발전하고 있었다.
‘신’이라는 존재는 종교에서만 접하더라도 충분한 것을, 굳이 뭐하러 이런 난리를 벌이면서까지 인간을 신으로 만들 생각을 했단 말인가.
무결이 그런 질문을 하자 포세이돈이 껄껄 웃었다.
그러다가 돌연 웃음을 뚝 그쳤다.
“이래서 인간은 어쩔 수 없다니까. 너희,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을 쓴다지?”
무결이 고개를 끄덕이자 포세이돈이 말을 이었다.
“너희가 딱 그 짝이야. 우물 밖의 존재가 너희 개구리들을 몰살시킬 예정이었어. 너희는 어차피 이 게임이 아니었더라 해도, 조만간 멸망하게 되어 있었다고.”
“······!!”
무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
던전시대가 열리지 않았어도 어차피 인류가 멸망할 거였다니.
“너희의 말을 빌리자면······ 그래, ‘외계인’.”
포세이돈의 날카로운 눈이 무결을 향했다.
“너희 행성 밖 외계의 존재가 너희의 존재를 감지하고 몰려와, 끝내는 너희를 멸망시킬 예정이었다.”
“아······.”
무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침음했다.
외계인이 실재했고, 또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다니.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너희는 헤르메스 덕에 그것들에 대항할 힘을 갖춘 거야. 고마운 줄 알라고. 그가 이 게임을 엶으로써 인간과 신들이 가까워지고, 인간들은 신의 힘을 일부나마 계승하지 않았나.”
무결은 ‘신의 힘’이라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마력과 스킬.
그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미지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