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67
기계신과 함께 – 067
퀴잉- 퀴잉-
“으아악!”
“뭐, 뭐야, 저 괴물 자식!!”
두 번째 총격음과 함께 차례차례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명중률은 첫 사격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떨어졌다.
녀석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와 회피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호막 스킬 있는 사람들 빨리 쳐!!”
“뭐 해, 스킬 안 날리고! 저놈 이상한 총 쓰니까 빨리 조져!!”
그들끼리 악다구니가 오가는 것이 들렸다.
내게 원거리 공격 스킬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윈드 데토네이션]. [파이어 애로우].마법을 사용한 원거리 공격이 가장 많았다.
몇몇 마법 공격이 네 플라스마 방어막을 뚫고 들어왔으나, 이번엔 블랙미슈릴 슈트에 닿아 소멸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법 공격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치이이익-
내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이 보였다.
‘바주카포?’
예전에는 군대에서나 볼 수 있던 대전차무기가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몬스터와 싸우느라 군용 화기의 보급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리 플라스마 방어막이라 해도 저기 맞으면 링 자체에 타격이 올 것이다.
하지만.
퀴잉- 퀴잉- 퍼펑!!!
내 코일 건들이 불을 뿜자 날아오던 바주카포의 미사일들이 그 자리에서 터져 버렸다.
‘다행히 위협이 되는 무기는 없네.’
바주카포 정도는 포탄의 속도가 느려서 충분히 내 저격으로 터트려 버릴 수 있다.
지금까지 현대 장르의 던전에서 많은 미래무기가 나오긴 했지만, 내 플라스마 링을 뚫을 만한 무기는 별로 없었다.
그 정도의 무기는 출토된 게 그리 많지 않은데, 대부분 큰 기업에서 사 가서 연구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무기를 실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건 현재로서는 은하그룹을 비롯한 소수의 기업밖에 없었다. 그들조차도 대량생산 설비는 아직 못 갖춘 상태였고.
때문에 내 플라스마 링의 플라스마 방어막을 부술 만한 미래무기는,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지만 엄청나게 비싼 상태였다.
그리고 삼일그룹은 그 정도로 비싼 무기를 산하 헌터들에게 투자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헌터들에게 투자하는 것과 기술 개발 둘 다 게으른 기업인가 보군.’
삼일그룹의 미래가 눈에 훤히 보였다.
더불어 저들의 미래도.
‘근데 아직 쓴맛을 덜 봤네.’
나는 적들에게 계속해서 총격을 날리면서도, 녀석들이 아직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날 상대하기 위한 최선의 전투 포메이션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틈에 많이 죽여둬야겠군.’
나는 내게 위협이 될 만한 스킬과 포격을 날려대는 녀석들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다음, 다시 총격을 난사했다.
퀴잉—
조용한 코일건의 발사음과, 적들의 비명 소리가 또다시 숲속을 뒤흔들었다.
“원거리 딜러 지켜!!”
“막아!! 막으라고!!”
그제서야 포메이션이 제대로 짜이기 시작했다.
내 공격을 막을 스킬을 가진 자들이 원거리 공격수들을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때쯤 수는 40명에서 15명가량 줄어 있었다.
‘앞으로 25명.’
나는 속으로 수를 세며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플라스마 링으로 막아내었다.
치이이익- 치이이이익!
플라스마 링이 계속해서 증기를 내뿜으며 날아오는 공격들을 증발시켜 버렸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녀석들과의 공방에 균형이 맞아가는 것이 느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내 코일 건 사격에 녀석들이 죽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들의 수가 15명쯤으로 줄었을 때쯤부터 슬슬 내 플라스마 링의 방어막도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스톤 미사일] 같은 질량 공격이 플라스마 링에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흐음, 이 정도면······.’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을 들어 올려 이 대치 상황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콰아아앙!!!
마침내 레일 건이 불을 뿜었다.
“끄아아악!”
레일건 한 방에 한곳에 똘똘 뭉쳐 있던 3명의 각성자가 지워졌다.
보호 스킬이고 뭐고 한 방에 뚫어 버린 것이다.
“으악!!”
레일 건이 한 번 더 불을 뿜자 다시 2명의 각성자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략 열 명.
“젠장! 조장들, 따라와!!”
마침내 팀장이란 녀석이 나섰다.
[광폭화]와 [거인의 주먹]을 갖고 있던 각성자 관성택 팀장.그의 뒤로는 조장이라 불린 두 명이 함께 따라나서고 있었다.
25명이란 인원이 워낙 창졸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앞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도망치지 않고 나를 상대하려 나서는 용기는 가상히 생각해 줄 만했다.
상으로 그들을 향해 레일 건을 발사해 댔다.
워낙 반동이 심해서 레일 건을 발사할 때는 제자리에 굳건히 서서 발사해야 했다.
콰아앙!!
레일건은 한 방 한 방이 발사될 때마다 어깨가 묵직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그만큼의 효과를 보장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레일 건의 공격이 막혔다.
쾅!!!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나는 놀라고 말았다.
세 사람이 합동으로 내 레일 건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레일 건을 이토록 완벽하게 막아낸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나는 방금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조장이라 불린 자들 중 한 명이 [염동력]으로 총탄의 속도를 줄이고, 다른 한 명이 [윈드 데토네이션]이란 스킬로 또다시 속도를 줄인 것을, 마지막으로 팀장이란 자가 ‘주먹으로’ 후려쳤다.
물론 평범한 주먹이 아니었다.
대지로부터 올라온 암석들이 그의 주먹을 둘러싸, 타격 직전에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이루었다.
어찌 보면 신화 속 거인의 주먹을 닮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TV 속에서 보던 로봇의 주먹을 닮기도 한 대지의 주먹이 플라스마 방어막에 충돌하자, 주먹의 표면이 급속도로 기화되었다.
츠츠츠츠측-
플라스마 방어막이 출렁거렸다.
동시에 플라스마 방어막을 펼치고 있는 플라스마 링에 파지직 전기가 일었다.
엄청난 부피의 분자를 일시에 분해하느라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칙, 치칙······.
그리고 결국 플라스마 링의 작동이, 정지해 버렸다.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망가져 버린 것이다.
“크하하하! 죽여버려!!”
방어막이 사라지자 관성택이 황소처럼 내게 돌진해 왔다.
나는 뒤로 도약해 녀석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큭.”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여 내 움직임을 방해했다.
‘염동력······!’
관성택을 보조하는 두 명의 조장 중, 염동력자의 능력이었다.
바람의 마법사로 보이는 한 명도 연신 바람 마법을 날리며 내 움직임을 봉쇄했다.
나는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리며 양팔로 내 앞을 X자로 막았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거대한 주먹이 내 몸을 내갈겼다.
* * *
“쿨럭, 쿨럭.”
나는 피를 토하며 간신히 서 있었다.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내 앞으로는 기다란 고랑 두 개가 파여 있었다.
나는 우리 일행이 있는 곳까지 크게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블랙미슈릴 슈트는 충격으로 사방이 터져 나가 있었고, 그 안쪽으로 몸 여기저기가 터져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내 주먹을 막아냈어······?”
“헐, 저걸 맞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단 말야?”
나를 친 관성택과 양옆의 조장들은 잠시 충격 받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뭐, 나쁘지 않은 주먹이네. 꽤 쓸 만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지금이라면 내가 기다리던 ‘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무결 씨!”
“형!!”
우리 일행이 깜짝 놀라며 내게로 몰려들었다.
잘 싸우다가 갑자기 크게 한 방을 얻어맞고 걸레짝이 되다시피 했으니 깜짝 놀랄 수밖에.
“물러서세요.”
“이제 저희가 맡겠습니다.”
강하나와 한서후가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둘 다 무척 지친 와중이었지만, 자신들의 차례임을 직감한 것이다.
나는 아직 다리가 다 낫지 않은 김치우와, 큰 싸움에는 끼어들지 못하는 김송호 옆에 주저앉았다.
김소유와 천재령이 내게 다가와 치유 스킬을 쓰려 했다.
‘나와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나올 때가 되었잖나.’
내 부름에 화답한 걸까.
마침내 숨어 있던 칼날이 그 존재를 드러내었다.
뜨거운 태양일수록 그림자는 더 짙다.
내가 앉아 있는 이곳도 나무와 사람들의 그림자로 가득했는데, 그중 한 그림자에서 불쑥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끝이 쇠꼬챙이처럼 뾰족한 단도였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단도는 곧장 내 슈트의 찢어진 공간을 노리고 파고들어 왔다.
내 손이 유령처럼 움직여 그 단도를 쥔 자의 손목을 잡아내었다.
“······!”
소리 없는 경악이 단도를 쥔 존재와 우리 일행 사이를 지나갔다.
그 순간 무시무시한 흡인력이 나를 기습한 존재를 다시 그림자 속으로 빨아들였다.
‘놓치면 안 돼.’
나는 그 손목을 으스러져라 쥐고 놔주지 않으나, 손목은 조금씩 땅속, 아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에 따라 내 손도 딸려들어가는 듯했으나,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으로 볼 때, 내 손은 그림자가 아닌 단순히 땅속을 향해 파고들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어.’
여기서 놓치면 이놈은 영영 우리 앞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터였다.
‘여기서 잡을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그림자 속으로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내 몸이 그림자 속으로 쑤욱 딸려 들어갔다.
* * *
내가 딸려 나온 곳은 짙은 녹음이 가득한 숲속이었다.
높고 커다란 나무들에 둘러싸여 그림자로 가득한 이곳은, 나무의 넓은 이파리들로 인해 숲 전체가 어두침침했다.
숲의 어둠만이 나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슈우욱-
내 머리를 노리고 다른 단도 한 자루가 날아왔다.
내가 잡고 있는 존재가 반대편 손에 든 단도로 나를 찔러온 것이다.
“큭.”
나는 머리를 뒤로 젖혀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일격이 날아왔다.
내공이 가득 담긴 엄청난 빠르기의 일격.
스킬을 사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대로 칼침을 맞아버렸다.
팟!
피가 튀었다.
나는 어깨에 칼을 맞은 채로 상대를 꽉 껴안았다.
곧 상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상대가 내 포근한 포옹에 사랑과 평화를 느끼고 움직임을 멈춘 건, 물론 아니었다.
그렇다고 상대의 척추를 부러뜨려 버린 것도 아니었다.
나는 평화롭게 [유가선공]으로 상대의 혈도를 틀어막아 움직임을 멈추어 버린 것이다.
점혈(點穴)이었다.
“후우, 드디어 잡았군.”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온몸의 상처를 치료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까 관성택의 [거인의 주먹]에 맞아서 블랙미슈릴 슈트와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사실 보기와는 달리 부상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이건 다 내가 ‘일부러’ 연출한 거였기 때문이다.
왜?
어둠 속에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상대를 꾀어내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지?”
상대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마혈은 짚었지만 아혈은 짚지 않았기 때문에 말은 할 수가 있었다.
“뭘?”
내가 상처를 치료하며 대수롭지 않게 묻자 상대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
“아.”
나는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사실 확신은 아니었어.”
“뭐?”
“찍은 거라고,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