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97
기계신과 함께 – 097
오랜 기간에 걸쳐 이단으로 지목한 종교들, 혹은 마녀와 마법사들에게 빼앗아 온 지식들이 고스란히 그들의 비밀 서고에 잠들어 있을 터였다.
세계의 이면에서 전승되어 오던 비전(祕傳)들이 결코 망상가들의 헛된 상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들이 비밀 서고에 간직한 비전이, 비밀이 그들의 마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들과 제대로 연결만 된다면······.’
그렇다면 전생에서 최고의 마도과학병기였던 ‘기간테스’를 뛰어넘는 걸작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 조금은 먼 미래의 일일 테지만.
“‘베히모스 월드’에는 몬스터가 없으니까, 당장 들어가도 될 거야. 형한테 오픈 권한을 줄 테니까, 잘 써먹어 봐. 난 이만 들어간다.”
“그래, 피곤했을 텐데 푹 쉬어라.”
나는 은하수와 인사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파아~”
포근하고 달콤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오랜만의 단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다음 날.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띵동띵동.
“으음, 피곤한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지금 몇 시지······?’
속으로 그렇게 의문을 갖기가 무섭게 슈리가 답을 알려줬다.
[오후 2시 34분입니다.]‘아······ 일어날 때가 되긴 했군.’
일어나서 인터폰을 받아보니, 송애니였다.
-아저씨!
“아, 애니구나.”
나는 문을 열어주며 애니를 집으로 들였다.
애니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엘리스와 애니를 바로 내 옆집에 머물게 했다.
내가 데리고 살까 했지만 나는 요 며칠 좀 바쁘게 돌아다닐 일이 있어서 아예 엘리스에게 애니를 부탁해 두었다.
엘리스는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애니를 무려 3일이나 지켜낼 정도의 실력자였으니 카이 같은 막장스러운 놈이 직접 오지만 않는다면 안심하고 애니를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아저씨, 이번에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애니가 배꼽 인사를 했다.
“오냐, 너도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메시지 남겨준 것도 잘했어.”
내가 애니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하얀 언니가 구해줬어요!”
애니가 그렇게 말하며 엘리스와 함께 다니며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뭔가에 생각이 미쳤는지 아! 하고 감탄사를 내더니 내게 물어왔다.
“그런데 아저씨!”
“응?”
“우리 티버 어떻게 됐어요?”
애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아······.’
티버.
내가 애니에게 선물했던 곰돌이 가방.
그 마법 가방은 애니가 납치될 위기에서 애니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빌런 놈들의 손에 찢겨 버렸다.
나는 망설이다가 애니에게 티버에 관해 얘기해 주었다.
“아······.”
애니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았다.
“티버······ 티버가······.”
닭똥 같은 눈물이 애니에게서 흘러나왔다.
“엉엉······.”
애니가 내 다리를 꼭 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내가 티버를 준 이후로 그녀는 자나 깨나, 화장실을 갈 때나 항상 티버를 데리고 다녔으니, 그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왜 우시나요?”
그렇게 애니가 엉엉 울 때 엘리스가 옆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왔다.
“하얀 언니······. 티버가······ 티버가······.”
애니는 엉엉 울면서 알아듣지 못할 말로 엘리스에게 자초지종을 열심히 설명했다.
가만히 애니의 말을 듣던 엘리스가 사정을 알아채고는 잠시 기다리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이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게 말하며 내미는 그녀의 손에는, 놀랍게도 거의 멀쩡하게 보일 정도로 잘 봉합이 된 티버 가방이 들려 있었다.
“티버!!”
애니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티버를 안아 들었다.
“안에 있던 마법 술식은 아직 복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복구 중이니 며칠만 있으면 원래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안에 굉장히 뛰어난 무사의 영혼이 깃들어 있더군요.”
나는 엘리스가 하는 말에 감탄했다.
‘[마법적성A]라더니.’
레어 아이템을 이토록 쉽게 복구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전생에도 흔치 않았는데, 그런 존재가 내 눈앞에 있었다.
‘성당기사단원이라더니.’
18억 천주교 인구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각성자만을 모아 만든 성당기사단의 일원이라 그런지, 이 내가 감탄할 정도로 실력이 정도로 좋았다.
나는 애니와 엘리스가 돌아가자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베히모스의 꿈’을 클리어한 자는 누구인가?] [클리어된 던전, 드러나지 않은 클리어러] [한국, 세계 최초 초대형/몬스터형 던전 클리어] [베히모스 던전 클리어로 한국 수도권 인근 던전 카르마 포인트 2배!] [소식 들은 외국 헌터들, 한국으로 집결!] [북두그룹의 불법 마루타 연구실 드러나 충격!] [이지스 클랜을 비롯한 다수 클랜, ‘북두그룹 좌시하지 않을 것’] [‘헌터들 전쟁 벌이나’ 시민들 공포]“으흠······ 전쟁은 잘하고 있나 보군.”
강하나가 내가 준 북두클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써먹고 있나 보다.
사실 전생에도 북두클랜이 각성자를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한 끔찍한 정황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때는 밝혀진 시기가 너무 늦었다.
그때는 인류가 한창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북두클랜 같은 개자식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했지만, 이번 생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저런 개자식들은 한시라도 빨리 지우는 게 나아.’
저런 인체실험이 아니고도 던전시대에는 강해질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각성자끼리의 혼란과 공포, 분열을 조장하는 저런 놈들은 한시라도 빨리 치워버리는 게 인류에 있어서 이득이었다.
‘뭐,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은 우리가 잘 받아먹으면 되고.’
이미 은하그룹에서는 내 말에 따라 북두그룹이 무너져 내릴 때를 대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북두그룹이 지금 시대의 깡패라 할 수 있는 헌터들에게 밀려 무너져 내릴 것은 기정사실.
혹시 그렇게 안 흘러가더라도 내가 그렇게 되게 만들면 된다.
그렇게 북두그룹이 무너지면 은하그룹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 좋고, 강하나 일행은 복수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이 또한 윈윈이지.’
“구자운 씨.”
“······왜.”
어둠 속에서 구자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그렇게 불퉁하게 굴지 마시죠. 1년만 같이 일하면 될 거. 그리고 좋은 아이템도 얻게 해드렸지 않습니까.”
“흥, 하인한테 몽둥이 쥐여줘 봤자 그게 주인 거지.”
“1년 후면 당신이 당신 자신의 주인이 될 겁니다.”
“어디 두고 보지.”
“그건 그렇고 부탁드린 건 조사해 보셨습니까?”
나는 구자운에게 ‘빌런왕 카이’를 비롯한 그 일당들의 조사를 맡겨놨다.
구자운은 음지에서 움직이는 각성자 중 한 명이었으니, 같은 음지에 있을 그놈들에 대한 조사로는 적격이었다.
“······그 새끼들, 뒷세계에도 건들면 안 되는 악종들로 소문난 놈들이야. 나도 더 이상 그놈들 정보에 접근을 못 하겠어. 더 들어가려면 나도 지원이 더 필요해.”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돈이든 장비든 사람이든 필요한 조력은 다 해드릴 수 있으니까, 원하시는 대로 말씀하세요.”
“······안 그래도 당신의 능력에는 지금도 감탄하고 있어. 여기 무슨 괴물들만 모아놨어? 스킬북이 필요하다니까 바로 갖다주고, 장비가 필요하다니까 그 이상의 장비를 갖다 주고. 나는 세상에 이런 곳이 왜 아직도 널리 안 알려졌는지 그게 의문이라니까.”
그거야 물론 나 덕분이었다.
“어쨌든 준비가 되면 다시 한번 파보도록 하지. 나도 이쪽 세계엔 그래도 제법 영향력이 있으니까.”
“부탁드립니다.”
구자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자아······ 그럼 바티칸에 가기 전에 밀어뒀던 던전이나 좀 클리어하고 와야겠군.”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2주일 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위치한 경복궁 1.3배 크기의 나라, 바티칸.
그 크기는 나라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작았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나라였다.
“바티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엘리스가 바티칸의 입구, 성 베드로 광장에 들어서는 나를 보며 웃음 지었다.
아마 그녀로서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느낌이겠지.
“사람들이 꽤 많군요?”
나는 광장에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살짝 놀라며 말했다.
“예, 던전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비해서는 사람이 상당히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 꽤 많은 사람이 찾는 편이죠. 그래도 이탈리아 로마 내에서는 여기가 제일 안전하거든요.”
“성당기사단 때문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엘리스가 볼을 붉히며 뺨을 긁적였다.
나는 광장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탑에 다가갔다.
“이게 바로······.”
“예, 이게 바로 [라비우스의 악마] 던전이 열렸던 건축물, 오벨리스크(Obeliskos)입니다.”
나는 광장 한가운데 수 미터 높이로 나 있는 오벨리스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 오벨리스크는 고대 로마 시대에 이집트로부터 옮겨 온 것으로, 원래는 태양신을 상징하는 건물입니다. 하필 여기에서 그 끔찍한 던전이 열리는 바람에 모두가 다 죽을 뻔했지만요.”
엘리스가 그때를 떠올리는지 잠시 고개를 젓고는 다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시죠.”
그녀는 현대 가톨릭의 성역이라 할 수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안내했다.
대성당 내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라 하면, 그 유명한 조각상, 피에타(Pietà)였다.
“여러분도 이름은 들어보셨죠? 이게 바로 천재 미켈란젤로가 24살 때 조각한 피에타 상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무릎 위에 안고 계신 성모 마리아를 조각한 것이죠.”
“대단하네요.”
나는 위대한 천재가 빚어낸 조각상의 자태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말 살아 있는 인간이 조각이 된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섬세한 예수의 근육 묘사.
그리고 금방이라도 나풀거릴 것 같은 성모 마리아의 치마 묘사.
조각상은 현대인인 내가 봐도 이게 왜 보물, 혹은 성물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왜 사상 최강의 근육 덕후라 불리는지도.’
엘리스는 감탄하는 내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뿌듯해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평소에는 예절 바르며 조금은 조용한 성격이던 엘리스는 시종일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바티칸의 그림과 조각, 그리고 유물들에 대해 안내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바티칸의 예술품과 유물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열정 어린 안내 덕분에 나는 관광하는 기분으로 바티칸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저분이 바로 안토니오 추기경님이세요.”
엘리스가 성 베드로 성당 안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한 성직자를 가리켰다.
70대가 넘은 할아버지 성직자가 조곤조곤하게 미사를 드리러 온 신도들을 향해 축언을 읊고 있었다.
“저분도 이상 행동을 보이신 분입니까?”
내가 조용하게 엘리스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엘리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늘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름 : 안토니오 드 러셀
-상태 : 기생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