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thless Regression RAW - chapter (176)
프레스칸의 마법이 혈아육탐에 무참히 찢겨나간다.
요력과 내공의 결합은 그 근본부터가 파괴만을 위한 난폭한 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혈환신마공으로 통제하여 쏘아낸 혈아육탐은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통제가 되지 않았다.
창을 잡은 손에서 거센 떨림이 전해져 온다. 조금이라도 힘을 놓는다면 창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창을 끝까지 밀어 넣는다.
푸확!
창두 끝에 모여 있던 힘이 더욱더 강하게 폭발했다.
그렇게 터진 힘은 프레스칸의 마법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프레스칸이 겹겹이 만들어 놓은 방어 결계를 모조리 박살 냈다.
“허억!”
그것에 프레스칸은 경악했다.
완전히 깨달았다. 거리의 일부분을 완전히 소멸시킨 그 파괴적인 공격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프레스칸은 급히 블링크를 펼쳐 혈아육탐의 공격 궤도에서 벗어났다.
프레스칸의 모습이 사라졌을 때, 이성민의 시선과 감각은 이미 프레스칸의 위치를 쫓고 있었다.
이성민은 망설이지 않고 도약했다.
파악!
하늘 위로 뛰어오른 이성민은 다리를 휘저으면서 허공을 질주했다.
블링크로 모습을 드러낸 프레스칸은, 허공을 뛰면서 매섭게 질주하는 이성민을 보며 기겁하여 수인을 맺었다.
바로 블링크를 펼치는 것은 무리다.
리치인 프레스칸은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육체를 가진 이들보다는 블링크를 쓰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연속으로 블링크를 펼치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컸다.
육체가 으깨지지는 않을지라도 영혼이 파괴되거나 공간의 틈새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저주 마법으로 느려지게 할 시간은 없어……!’
그렇다고 방어 마법은 유효한가?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방어 마법이지만, 이성민의 무식한 위력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나약하게 찢겨나가 버린다.
결국 프레스칸이 선택한 것은 공격이었다.
그는 맺은 수인의 형태를 빠르게 바꿔가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러자 프레스칸의 주변에 수십 개의 구체가 연달아 생겨났다. 반복해서 만들어낸 마력 탄은 이윽고 수백 개로 불어났다.
“오지마!”
프레스칸은 그렇게 외치며 수인을 맺은 손을 앞으로 활짝 펼쳤다.
근접거리에서 쏘아진 수백 개의 에너지탄이 이성민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성민은 피하는 것보다는 돌파하는 것을 택했다. 어차피 저 정도의 양이라면 일보무흔으로 피하는 것도 힘들다.
높이 들어 올린 발에 힘을 주어 내리찍는다. 발판 없는 허공이었으나 보법은 발현된다.
무규칙적인 강기의 흐름이 미쳐 날뛴다. 한 걸음에서 강기를 일으키고 두 걸음으로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세 걸음으로 폭발시켜 앞서 있는 것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것이 무영탈혼의 오초인 삼보필살이다.
삼보필살의 강기에 휘말린 에너지 탄들이 폭발했다.
프레스칸의 몸이 그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이성민은 흩어진 마법이 만들어낸 마력의 안개를 뚫고 지나갔다.
프레스칸은 공중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수인을 맺었다.
‘틈을 줘서는 안 돼……!’
하지만 어떻게? 위력이 강한 마법은 그만큼의 수고가 들어간다.
마왕과 계약한 흑마법사만이 펼칠 수 있는 수인은 마법의 캐스팅 시간을 대량으로 단축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을 발현하는 것에 걸리는 시간이 0인 것은 아니다.
조건과 충분한 시간만 갖춘다면 마법사는 그 무엇보다 위험하고 강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아이네만 있었더라면……!’
아이네와 함께 왔더라면, 아이네를 통해 이성민을 붙들게 하고서 프레스칸이 여유롭게 마법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프레스칸의 곁에 아이네는 없다. 프레스칸 역시 한때 흑색 마탑주를 맡았던 만큼 뛰어난 실력의 흑마법사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이성민도 구파일방의 장문인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무위를 갖추고 있다.
꽈앙!
이성민이 휘두른 창이 프레스칸이 급히 만들어낸 방어막을 두드렸다.
그 일격으로 방어막은 박살 나지 않았다. 이성민도 그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요동친 방어막의 안에서 프레스칸이 다시 수인을 맺는다.
그것을 확인한 즉시 이성민은 구천무극창 중에서 가장 빠른 초식인 절명섬을 펼쳤다.
이미 한 번 두드린 덕에 방어막은 약해져 있었다. 그 때문에 절명섬은 방어막과 프레스칸의 몸을 동시에 꿰뚫을 수 있었다.
“케흑!”
수인을 맺고 주문을 외던 중이었다. 절명섬이 그 순간을 찌르고 끊어냈다.
완성되어가던 마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마력이 역류한다.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프레스칸의 몸뚱이가 터질 듯이 부풀었다.
“크르르르!”
프레스칸은 거품 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는 바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간신히 들어다가 이성민을 가리켰다.
파직!
손끝에서 전류가 흐르더니 이성민을 향해 쏘아졌다.
마력이 역류하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공격 마법을 만들어 이성민을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프레스칸이 쏘아낸 마법은 이성민의 호신강기를 꿰뚫지 못했다.
이성민은 파들거리는 프레스칸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푸확!
창에 꿰뚫린 안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끄으으으!”
프레스칸이 바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안개로 만들어진 몸이라 하여도 고통은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성민은 내심 그것이 궁금하였으나, 굳이 프레스칸에게 묻지는 않았다.
그는 찌른 창을 아래로 내리면서 프레스칸의 몸을 지상에 내리꽂았다.
콰앙!
프레스칸의 등을 뚫고 나온 창이 바닥에 꽂혔다.
창이 몸을 관통하기는 했지만, 프레스칸이 죽은 것은 아니었다. 혼을 멸하지 않는 이상 라이프 포스 배슬을 가진 리치는 죽지 않는다.
“여기서 뭘 하는 거냐?”
이성민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죽일 수가 없다. 프레스칸의 영체를 완전히 파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성민은 프레스칸을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서럽다.
프레스칸은 진심으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르베스에게 아이네를 빼앗겼을 때도 서러움을 느꼈지만, 그때는 아르베스의 앞이라 그리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르베스도 없다.
아이네가 필요한 상황인데 아이네도 없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벌레처럼 쉽사리 제압했던 이성민에게 이런 꼴을 당하니 서러움은 더욱 심해졌다.
“어흐흐흑!”
결국 프레스칸은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소리만 그렇게 냈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안개의 영체는 눈물을 쏟지 않는다.
그럼에도 프레스칸은 진정으로 서러움을 느끼면서 큰 소리로 우는 소리를 냈다.
프레스칸에게 창을 박아 넣은 이성민은 어이가 없어서 그런 프레스칸을 내려 보았다.
“대체 왜 우는 거냐? 아파서?”
“으흐흐흑! 크허엉!”
슬며시 물어보았지만 프레스칸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계속해서 서러운 울음소리만 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전생에서는 죽기 싫다고 펑펑 우는 놈을 여럿 보았었지만, 이번 생에서 이성민이 싸워 온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대부분 의연하게 그를 받아들이곤 했었지, 프레스칸처럼 세상 끝날 듯이 울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진짜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기에 프레스칸의 울음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성민은 프레스칸에게 꽂은 창에 내공을 밀어 넣었다.
파지직!
프레스칸의 영체가 뒤흔들렸다. 프레스칸은 몸을 떨면서도 우는 소리로 외쳤다.
“이, 개놈의 새끼야! 내! 내가 평생을 노력해 만든 심장을 훔친 도둑놈아!”
“내가 가져가고 싶어서 가져간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
“닥쳐라! 내가 대체 왜! 왜! 나 혼자 던전에서 연구할 때가 그립구나! 어흐흐흑!”
“……항상 데리고 다니던 년은 어디에 두고 온 거냐?”
그에 대해서는 이성민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네.
이성민과 같은 심장을 가진 인공 생명.
프레스칸과 싸우면서 이성민은 계속해서 아이네의 개입을 경계했으나,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이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이네!”
프레스칸이 부르짖었다.
“내 사랑스러운 딸! 나의 전부! 으흐흐흑!”
“어디에 두고 왔냐니까?”
“빼앗겼다!”
프레스칸이 고함을 질렀다.
“위대한 리치의 왕에게! 으흐흑! 힘이 없어서 서럽기 짝이 없구나. 내가 보다 뛰어났더라면 아이네를 빼앗기지 않았을 텐데……!”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냐?”
“내가 그걸 알려 줄 것 같으냐!”
프레스칸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성민은 굳이 프레스칸에게 대답을 듣기 위해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어차피 말하지 않을 것이 뻔했고, 캐물어 봤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푸확!
창에 강기를 완전히 밀어 넣자, 프레스칸의 영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영체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겨 두었던 라이프 포스 배슬로 돌아간 것이다.
이성민은 바닥에 꽂힌 창을 뽑아내고서 앞을 보았다.
우선 엔비루스를 따라가야 했다.
* * *
멀리서 들린 소란스러운 소리에 광천마와 루비아는 당황했다.
기분전환 삼아 야시장을 즐기기 위해 나왔는데 이런 소란을 만나게 되었다.
루비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광천마의 옷자락을 잡았다.
“괜찮다.”
광천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루비아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소란에 엮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선 안전한 요정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광천마는 루비아를 데리고 몸을 돌렸다.
만약 들리지 않았더라면.
“추성이 돌아왔다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이 광천마의 귀를 스쳤다. ‘추성’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광천마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루비아는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광천마를 올려 보았다.
우두커니 선 광천마에게서는 억누르고 있었던 포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광천마는 시뻘건 빛으로 물들어가는 눈동자를 떨면서 루비아를 내려 보았다.
“……혼자 돌아가거라.”
“네?”
“미안하다.”
광천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루비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루비아는 당황하여 광천마의 손목을 잡았다.
“아저씨는 어디 가려고요?”
“추성이 돌아왔다는구나.”
그 말에 루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광천마의 손목을 꽉 잡았다.
“가, 가지 말아요.”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적어도 이성민 님이랑 있을 때……!”
“이건 본좌의 일이다.”
광천마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손목을 잡고 있는 루비아의 손을 떨쳐내며 몸을 돌렸다.
그의 등 뒤에서 루비아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광천마의 귀에는 루비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광천마는 소란이 시작된 방향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경공을 펼쳤다.
앞을 가로막는 인간과 요괴들은 도약해서 뛰어넘었고, 보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지붕 위를 달렸다.
광천마가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다. 건물이 불타고 시체가 불탄다. 그 한가운데에서 추성은 흩날리는 재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태워 죽인 시체들이 느낀 공포와 그들이 가졌던 요력이 추성에게 흘러들어온다.
입으로 씹어 삼킨 것이 아닌데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추성은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광천마는 불길 너머에서 추성을 보았다.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닌데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생생했다.
불타는 마을, 시체.
데르시아도 저렇게 죽었을까. 그것을 떠올리니 광천마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쿠오오!
광천마의 발 밑에서 시뻘건 호신강기가 솟구쳤다.
“아아아!”
그는 꽉 눌러 참고 있던 고함을 터뜨리면서 일장을 날렸다.
거대한 장풍이 타오르는 불꽃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에 추성은 웃음을 멈췄다. 인위적인 바람이다.
추성은 머리를 돌려 바람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고, 그가 본 것은 시뻘건 혈광을 흘리며 달려드는 광천마의 모습이었다.
“너는 뭐냐?”
추성이 물었다. 그 말은 광천마의 귀에 꽂혔다.
광천마는 답을 늦추었다. 대신에 그가 한 것은 극성으로 펼친 혈환신마공을 일장에 쏟아내는 것이었다.
덮쳐오는 시뻘건 강기를 보며, 추성은 저것이 결코 경시할 만한 위력이 아님을 알았다.
뚜두둑!
추성이 들어 올린 팔의 피부가 시커먼 철갑으로 변했다.
꽈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추성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으아아!”
광천마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펼쳐 뻗은 손바닥을 주먹으로 바꿔 쥐면서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시뻘건 강기가 그의 오른 주먹에 어리더니 부풀었다.
저것도! 맞으면 안 된다, 그런 직감에 추성은 전신에 강철의 피부를 덮었으나, 광천마는 그를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주먹을 때려 박았다.
꽈아앙!
추성의 무릎이 굽혀졌다. 지면이 통째로 주저앉았다.
광천마는 저릿거리는 주먹을 무시하고서 허리를 비틀었다.
왼 주먹이 추성의 팔 아래를 파고들었다.
뚜두둑!
추성의 몸이 기역으로 휘어지면서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추성의 몸은 무거웠다. 낮게 떠오른 추성의 몸을 향해 광천마는 양손을 펼쳐 강기를 폭발시켰다.
새빨간 폭풍에 휘말린 추성의 몸이 뒤로 날아가 불타던 건물을 무너뜨렸다.
광천마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서 추성이 처박힌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방금의 공격을 통해 추성이 죽었으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다.
콰아앙!
건물의 내부에서 터진 폭발에 건물 전체가 폭사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파편이 광천마의 앞을 막았고, 광천마는 양팔을 휘둘러 파편을 모조리 쓸어냈다.
불꽃 속에서 몸을 일으킨 추성이 광천마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인간 놈이!”
추성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면서 씹듯이 내뱉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것에도 놀랐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인간 중에서도 저만큼 강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광천마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추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적귀가 어르무리를 지배하고 있었을 적에 추성은 어르무리에서 적귀 다음으로 강했다.
야나가 나타난 후로는 야나 다음으로 강했다. 언제나 2인자.
그것에 추성은 항상 불만을 품고 있었으나, 온갖 요괴와 강력한 대요괴들이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 항상 두 번째였다는 것은 추성이 그만큼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뜻했다.
“시건방진 놈!”
불꽃 속에서 걸어나온 추성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광천마보다 컸던 덩치는 이전보다 두 배는 커졌다. 입고 있던 옷도 모조리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맨살은 보이지 않았다. 추성의 온몸은 시커먼 색의 철갑으로 덮여 있었고, 얼굴도 인간의 것이 아닌 요괴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시뻘건 두 눈은 흉측하게 찢어졌고 철갑은 두른 몸은 불꽃이 붙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완전한 요괴의 모습을 취한 것이다. 추성은 용처럼 길어진 주둥이를 벌려 시뻘건 숨결을 내뱉었다.
요괴의 모습으로 변한 추성은 이전보다 더욱 진하고 난폭한 요력을 흘려냈다.
감당할 수 없다, 라고. 야나가 광천마에게 경고했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광천마가 초절정 고수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추성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광천마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앎에도, 광천마는 성큼성큼 추성에게 다가갔다. 무리일지라도 해야만 했다.
추성이 강하다고 하여 모르는 척하거나 도망치기에는 복수심이 더욱 강했다.
데르시아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리고 다른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복수. 그를 모르는 척하는 것은 광천마가 여태까지 살아오며 만들어낸 자아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광천마는 호신강기를 몸에 두르고 추성을 향해 돌진했다.
성질이 다른 두 개의 붉은색이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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