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thless Regression RAW - chapter (276)
이성민은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위지호연이 천외천에 필요한 이유, 에 대해서는 권존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사마련주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위지호연을 사용해서 법칙에 간섭하는 것. 하지만…… 모호하기 짝이 없는 말 아닌가.
그들의 목적은 법칙에 간섭해 인외를 말살하는 것이다.
그 법칙에 간섭하는 것에 위지호연이 필요한 것이고.
권존은 종언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흑룡협은 종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어도 말하였고, 그것은 무신의 목적이 종언을 막는 것과 연결된다는 것.
그렇기에, 법칙에 간섭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이성민과 사마련주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인외 말살과 종언을 막는 것이 연결되어 있다.’
무신이 정녕 종언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면의 경우이겠지만.
이성민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인외에 훨씬 가까운 존재였다.
인외의 말살이 종언을 막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면…… 이성민은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마련주도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 사마련주는 그것을 떠올렸으나, 그에 대해서 흑룡협에게 질문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대신에 사마련주는 다른 것을 물었다.
“영매는 뭔가?”
“그건…… 나도 모르오. 그녀는 워낙에 신비로운 존재이고, 나도 그녀를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소. 지령만을 들었을 뿐…… 영매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오.”
“그렇다면 더 들을 것은 없군.”
사마련주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기에 흑룡협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고 여겼으나, 그를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가 겪어 본 사마련주의 무위는 가히 신화적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흑룡협이 기억하는 무신은 강력하기는 하였으나, 그 강함은 폐관에 들어가지 않은 백 년 전이었다.
그때의 무신과 지금의 사마련주는 비교가 안 된다.
‘아쉽기는 하지만…….’
살아만 있다면, 다른 차원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흑룡협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했다. 미련에 대해서 그런 마무리를 하고 나자, 이성민 쪽으로 자꾸만 시선이 갔다.
흑룡협은 이성민이 입고 있는 마갑을 보며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온 아버지의 비늘로 만든 갑옷.
마음속에서 끓어 오르는 복잡한 감정에는 증오도 섞여 있었다.
그 매서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이성민은 흑룡협이 했던 말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천외천이 위지호연에게 집착하는 이유.
왜 위지호연은 휴잴 산맥에 올랐던 것일까. 아마, 아니, 틀림없이. 위지호연이 목표로 했던 곳은 야나가 구미호로서의 힘을 얻은 장소인 마령정이었을 것이다.
‘그곳에 왜 간 것이지?’
위지호연과 헤어지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꾸었던 꿈에 대해 말했었다.
안개가 가득한 곳.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던 모호한 말.
그래. 위지호연이 마령정으로 향한 것은, 누군가가 그녀가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의도하였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휴잴 산맥이 어디에 있지?”
“……남쪽…… 어르무리에서도 일주일은 가야 있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성민의 대답에 사마련주가 턱을 어루만졌다. 잠깐 거리를 헤아리던 사마련주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이곳에서 남쪽까지는 멀다. 지금 남쪽으로 내려가 보았자, 소천마가 그곳에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지.”
“무신이 휴잴 산맥에서 소천마를 만난 것은 벌써 몇 달 전이외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곳에 남아 있을 리가 없겠군. 마령정…… 너는 마령정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
사마련주의 질문은 흑룡협과 이성민, 둘 모두에게 향한 것이었다.
흑룡협은 휴잴 산맥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대답할 수가 없었지만, 이성민은 아니었다.
“휴잴 산맥에는 마령정이 있습니다.”
“마령정?”
“마령과 접신할 수 있는 곳…… 이라 하더군요.”
이성민은 야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사마련주에게 들려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마련주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어르무리의 구미호에 대해서는 본좌도 들어 보았다. 강력한 힘을 가진 요물이라고 하였는데…… 마령정의 마령은 그 정도의 힘을 인위적으로 줄 수 있을 정도의 권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네 말대로, 소천마가 휴잴 산맥에 간 것은 마령정의 마령을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군. 그 이유는 모르겠다만…… 어쩌면 무신이 그곳에서 죽었을지도 모르겠어.”
“뭐요?”
사마련주의 말에 흑룡협이 놀란 소리를 냈다.
“무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연락이 없다면 연락하지 못할 이유가 있어서 아니겠나. 죽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런…… 무신의 무위는 하늘에 닿았소. 그런 그가 마령에게 죽었다니, 말이 안 되오.”
“본좌는 신령이나 마령을 만나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들과는 다르게 진정한 의미에서 신과 닮은 존재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아무리 무력이 높다고 하여도 인간은 결국 인간일 뿐이다.”
그것은 사마련주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말했었다.
자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오슬라나 신 같은 존재를 어찌할 수는 없다고. 그것은 그들의 강함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인간과는 격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라 했었다.
“우선 북쪽으로 가야겠군.”
“뱀파이어 퀸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예정은 바꾸지 않는다. 남쪽이 수상쩍기는 하다만 그곳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게다가 그곳에 간다고 한들 마령정에 들어가 마령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사마련주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흑룡협을 힐긋 보았다.
“본좌는 스스로 한 말을 어기지는 않는다. 너를 보호해 주겠다 하였었지. 무신이 살아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무신이 너를 죽이려 한다면 보호는 해주마.”
“……알았…….”
“하지만.”
흑룡협의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사마련주가 그렇게 말했다.
“본좌가 너를 죽이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았었지.”
“미친…… 들을 것을 다 들어놓고 죽이겠다고?”
“성급하게 말하지 마라.”
흑룡협이 발끈해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사마련주가 손을 들어 올리며 흑룡협의 행동을 제지했다.
사마련주는 딱히 내력을 끌어낸 것도 아니었으나, 흑룡협은 사마련주의 손이 움직인 것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럴 수도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제기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시오. 나한테 대체 뭘 더 요구하는 것이오?”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네가 죽일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본좌는 너를 죽이지 않는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군.”
“우선 본좌의 제자에게 살의를 품지 마라.”
그 말에 흑룡협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그는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을 깊이 억눌렀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흑룡협은 완전히 참지 못하고 항변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와 당신의 제자…… 귀창과는 악연이 있소. 놈은 드래곤인 내 아비의 심장을 먹었고, 내 아비의 비늘과 가죽으로 갑옷을 해 입었단 말이오.”
“갑옷만 해 입은 줄 아느냐? 창도 만들었다.”
“크르르…….”
사마련주가 이죽거리며 답하자 흑룡협의 머리카락 끝이 위로 곤두섰다.
이성민은 괜한 말을 하는 사마련주를 흘겨보면서, 억울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우선 오해나 좀 풉시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럴 능력도 없지.”
사마련주가 약 올리듯 덧붙였다. 이성민은 그 말을 무시했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드래곤 하트와 비늘 따위를 얻었고, 그것을 필요에 맞게 가공해서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들인 내가 언짢음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렇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댁들 천외천은 나를 노리고 있고,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당신들을 죄다 죽여버릴 수가 없었으니, 가지고 있던 드래곤의 소재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먼저 천외천을 적으로 돌린 것은 너다.”
“무신을 배신했으면서 천외천의 소속인 것처럼 말하는 이유는 뭐요?”
이성민이 반박하자 흑룡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배신을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게 되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여기서 북쪽까지 거리가 꽤 멀 텐데.”
오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아공간 포켓에서 큼직한 마도서를 꺼내더니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계속 말싸움을 할 건가요?”
“그래.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어떠냐? 어쨌든 간에 동행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크으…….”
사마련주의 말에 흑룡협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동요되는 감정을 진정시켰다.
그래. 생각해 보면 지금 와서 이렇게 분노할 이유도 없잖은가.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단 한 번도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는, 만나 본 적도 없는 존재였다.
이제 와서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할 이유가 없단 말이다.
“앞으로 사이좋게 지냅시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흑룡협이었지만, 이성민이 슬며시 걸어 온 말에는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의 분노는 사마련주의 눈치를 보느라 표출되지 않았다.
스칼렛은 큰 내색 없이 충돌하는 기류를 느끼며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마도서를 내려 보면서 투덜거렸다.
“괜히 따라왔어.”
말은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사마련에 남는 것보다는 낫다 생각하고는 있었다.
* * *
쿠르르릉!
산사태라도 난 것처럼 산이 뒤흔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봉우리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면서 난 소리였다.
주저앉은 봉우리는 커다란 바위산이 되었고, 번쩍하는 빛과 함께 바위산이 다시 폭발했다. 크고 묵직한 바위들은 가느다란 모래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신의 몰골은 처참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입은 옷은 옷이 아니라 누더기가 되었다.
뺨은 움푹 들어갔고 눈 밑에는 음영이 짙었으며, 부릅뜬 눈은 핏발이 서서 붉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성큼성큼 바위산의 잔해를 빠져나왔다. 그즈음에 바위산은 더 이상 바위산이 아닌 모래 무더기가 되어 있었다.
“크으으…….”
무신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억눌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알 수가 없었다.
무신을 가두고 있던 결계는 진법도 마법도 아니었다.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이 만들어 낸 진정한 의미에서의 결계였다.
흐르는 시간 축도 달랐거니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것들이었다. 무신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령이 인정하였듯, 그는 인간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경지에 도달한 인간 같지 않은 괴물이었다.
그런 무신이었으나 결계를 빠져나오는 것에는 많은 심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감각을 모조리 엉클어 끝없이 헤매이게 하는 결계는 그에게 있어서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으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결계를 억지로 깨부수고 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될 줄이야……!’
무신은 이를 갈면서 두통을 억눌렀다.
마령의 힘을 우습게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령의 권능을.
마령이라는 존재를 멸하기에는 무신의 무력으로도 도모할 수 있었겠으나, 마령의 권능에 저항할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
“오만했군.”
무신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즉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메말랐던 단전은 한 줌의 내공을 한 바퀴 돌리는 것만으로 충만하게 차올랐다.
무신은 심호흡을 한 뒤에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나름의 모험을 걸었다. 맨몸으로 마령을 만난 것.
이것만큼은 영매를 통해서도 알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무신은 마령과 만난다는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 몸을 던져야만 했다.
그 덕에 무신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마령은 나를 죽일 수가 없다.’
개미…… 라고 모욕받았다. 권능으로 만들어진 결계에 갇혔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 결계는 무신을 가두기 위한 것이었지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개미라고는 해도, 개미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마령은 소천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명이 움직였다. 이미 종언은 시작되었다. 마령과 소천마가 만났다.
소천마의, 마령의 목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종언이 시작된 이상…… 소천마의 행보를 주시해야만 한다.
종언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무신의 목적이었으니까.
‘인간인 이상, 마령의 권능에 저항하는 것은 힘들다.’
가장 큰 성과는 그것이었다. 무공을 떠나서. 무신은 마령의 권능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 결계를 뚫고 나오는 것에 어마어마한 심력을 소모했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무신은 하늘을 올려 보았다. 그가 보는 것은 밤하늘 가득 뜬 별이었다.
“수개월은 흘렀군.”
고작해야 며칠 결계에 갇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만한 시간이 흘렀을 줄이야. 무신은 낙담하며 ‘중개인’을 불러냈다.
무신을 전담하고 있는 에레브리사의 중개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무신은 즉시 최근의 굵직한 모든 소문을 요구했다.
머지않아 중개인이 소문을 종합하여 무신의 머릿속에 넣어주었다.
한때는 이 알 수 없는 중개 길드와 중개인을 경계하기도 하였으나, 그러한 의심과 경계는 오래전에 떨쳐냈다.
드래곤이 이 세상에 남긴 거대한 마법 시스템. 그들은 종언이 두려워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종언에 대항하기 위해 ‘변수’의 편의를 위해 에레브리사를 만들었다.
“……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무신이 몇 달 동안 마령의 결계를 헤매는 동안 이 세상에 종언에 관련된 크나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소천마 외에 무신이 경계하는 것은 북쪽 트라비아의 뱀파이어 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북쪽에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곳에 있을지.’
소천마의 행방은 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신은 초조함을 느꼈으나, 마령이 연관된 이상 에레브리사를 통해 소천마의 행방을 쫓을 수 없다는 것은 인지했다.
이리된 이상 영매를 믿을 수밖에 없다. 영매가 접신하는 것은 신령. 마령과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존재다.
‘……마황이 움직였다고?’
무림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론이 쑥대밭이 되었고 무림맹이 박살 났다.
맹주 흑룡협은 사마련주에게 제압되어 납치되었다. 무신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흑룡협을 맹주로 세운 것은 표면적인 일. 천외천은 이미 오래전에 무림맹의 중추를 잡고 있었다. 그리 한 것은, 언젠가 찾아올 종언에 대항하기 위한 확실한 거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양일천…… 이…… 개새끼…….”
그것이 사마련주의 행보로 인해 꼬여버렸다. 사마련주가 크론에서 난동을 부린 탓에 무림맹의 위신은 땅으로 떨어졌다.
맹주가 패배하고 납치까지 당해버렸다.
무신은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종언이라는 대재앙이 찾아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똥을 쳐 발라버리다니.
무신은 분노를 꾹 삼켰다. 틀림없이. 흑룡협은 사마련주에게 천외천의 모든 것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놈이 또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은커녕 방해가 된다면 죽이는 수밖에.’
하지만 그 전에. 무신은 머나먼 북쪽을 보았다.
종언은 이미 시작되었다.
위험이 되는 뱀파이어 퀸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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