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53
60화-
무엇이 끔찍한지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왕이니까.
그가 끔찍하다면 끔찍한 것이다.
“악취라도 나는 것 같군.”
“송구합니다, 전하.”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가든 영 애가 답했다.
왕은 가든 영애를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훑었다.
마치 오물이라도 묻은 사람을 보 는 것 같은 눈길로.
가든 영애는 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넘기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든 감수하겠다는 듯이.
요 । 99
순간 스친 생각에 샤를레앙의 눈 이 살짝 커졌다.
……설마.
‘왕이 왜 이런 곳으로 왔는지 눈 치채고,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 나 선 것인가?’
죽일 것이면 자기를 죽이라고?
그의 추측일 뿐이었으나, 정황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애의 얼굴은 너무나 담담했고, 왕의 다음 행동 을 기다리는 듯한 기색마저 풍겼기 때문이다.
샤를레앙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 다. 그가 잘못 보았을 가능성은 적 었다.
그러나 믿기지 않았다.
‘……이 공포 마법을 이겨 낸다 고?’
왕은 ‘계대자’다.
오래 전 신관이 사라지고, 신들의 시대가 끝난 뒤.
오늘날 잊힌 신들은 오로지 계대 자를 통해서만 제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여 사람들은 계대자들을 작은 신들이라 부를 정도였다.
그런 계대자의 마법을 이기는 것
은 같은 계대자거나, 샤를레앙처럼 초월자일 경우에만 가능했다.
그런데 샤를레앙은 가든 영애에게 서 어떠한 마력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그녀는 그렇다면.
‘사람의 정신력만으로.
계대자의 마법을 이기는 것이 가 능하단 말인가.’
설사 저 영애가 나중에 계대자가 된다고 해도, 적어도 지금은 아니 지 않은가.
그 어떤 신성력도, 마력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지금 왕의 살기와
마법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샤를레앙은 솔직히 감탄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저런 정신 력을 드러내는 사람을, 샤를레앙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 니까.
그것은 쉬이 눈을 뗄 수 없는 사 건이었다.
그 공포 마법 때문에 언제나 상실 만을 겪어 왔던 그에게는 더더욱.
그가 동요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 니었다.
‘왕의 앞에서 동요할 수는 없는 데.’
그러나 그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 히려던 순간.
오 | 99
영애와 잠시, 시선이 마주친 것 같았다.
그의 냉한 얼굴이 움찔하고 굳어 졌다.
흔치 않은 은발, 코끝까지 오는 앞머리에 그녀의 눈은 가려져 있었 지만, 분명.
그녀의 눈길이 그를 스쳤다.
어찌 보면 이 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도 있는 그와 바르샤 브로켈을 전부 스치는 그녀의 눈길에, 그는 결국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알고 저러는 것이군.’
그래, 당돌하게 앞에 서는 자를 왕이 얼마나 짓밟는지 왕국에 모르 는 이가 없는데.
분명 알고 저런 것이었다.
……정말로 가족을 지키고 혼자 죽을 각오를 하고서.
“……흠.”
……비쩍 마른 영애는 보기에는 매우 음침해 보이고 볼품없어 보였 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아무런 힘 도 없으면서 가장 강인해 보였다.
샤를레앙은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 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영애가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이자르는 가만히, 잠든 듯 누워 있는 스칼렛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야자냐?”
평소처럼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불 러 보았다.
조금 목소리가 떨린 것 같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스칼렛?”
조심스럽게 이름도 불러 보았지만 스칼렛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깨어 있었더라면 ‘뭐 야? 왜 그렇게 불러? 징그럽게.’ 하 면서 질색을 했을 텐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어서, 잠든 게 아니라 의식을 잃 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까?”
“아…… 클로버, 재상?”
이전, 황제 일행이 잠시 저택에 머물 때 몇 번 얼굴을 마주하긴 했 지만 아직은 낯선 이들이었다.
황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 았던 터라 모든 게 낯설기만 한데.
“걱정 마십시오. 일단은 정신을 잃고 있을 뿐, 목숨에 지장은 없다 고 하니까요.”
“ 이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지만 클로 버 재상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단은, 대책을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언제까지고 이들이 기다리기만은 손 놓고 기다릴 순 없으니.
“우선 첫 번째. 이자르 아르만, 당 신은 스칼렛 영애의 부탁대로 황궁 에서 보호할 겁니다.”
클로버 재상은 스칼렛이 그 귀한 요정석을 주며 자신들과 거래했던 내용을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딱 일주일. 황 궁 일로 집을 비우게 명령을 내려 주시는 거예요. 그 후에도 제가 이 제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그렇게 출장도 잡아 주시면서 옆에 둬주세 요.”
당당하게 요정석을 가지고 와서
요구한 거래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소박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신변 보호도 함께 요청드려요.”
그녀는 무언가를 예감했는지도 몰 랐다.
그리고 그녀가 원인 모를 위험에 처하게 된 지금.
‘영애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해.’
스칼렛을 지키려 했던 듯한 자세 로 함께 쓰러진 그들의 주군 역시
도 그걸 바랄 테니.
‘이 이상 인질을 붙잡혀서도 안 되니 말이야.’
재상은 물끄러미,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러나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자르 아르만 을 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칼렛과 샤를레앙이 어떤 상황에 처햐 있는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채.
나름대로 동맹을 구축해 나가는 이들이었다.
나란 인간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도 얼굴에 눈이 돌아갈까.
심각했던 것도 잠시, 나는 헛웃음 이 나오는 것을 꾹 참았다.
지금은 진지해야 할 때이니까.
‘하지만 말이지.’
저런 얼굴을 그냥 내놓고 다니는 것 자체가 범죄가 아닐까?
길을 가다가 당신들 얼굴을 보고
기절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거야!
이렇게 딴생각을 하는 것은, 솔직 히 왕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기 때 문이었다.
“계집. 너는 내 앞에서 입을 열지 말라.”
프레데릭 왕이 꿀꿀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씨, 자꾸 계집, 계집 할래?
매우 짜증나는 말투였으나, 어쨌 거나 저게 악당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므로 그냥 조용히 허리를 숙 였다.
“크흠.”
왕의 눈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무릎을 살짝 굽히며 수긍의 인사 를 하는 내 옆을 왕이 뒤뚱거리며 지나간다.
지나가는 중에도 숨소리에서 꽥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신기했 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 다.
왜냐하면, 조금 전 그가 내게 살 기를 보내는 순간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신기가 진짜라는 것을.’
팔에 존재감 없이 채워져 있는 신 기는 살기를 감지하자 그제야 비로 소 입을 열었다.
그것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정말로 죽여도 죽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더불어.
……어떻게 타인을 치료할 수 있 는 것인지도.
그러므로 나는 두려울 것이 없어 졌다.
차례로 왕의 뒤를 따라 스쳐지나 가는 남주와 서브 남주에게서 희미 한 혈향이 났다.
둘 중, 다친 사람은 누굴까.
그런 한가로운 고민을 하면서, 나 는 여유롭게 부모님에게로 다가갔 다.
“많이 놀라셨죠? 죄송해요.”
그리고 두 분을 안심시키며 생각 했다.
빌어먹을 두꺼비가 감히 주제를 모르고 저 국보급 미남들에게 흠집 을 냈구나!
“레, 스칼렛?”
“ 네?”
“방금 살기가, ……아니, 아니다. 어서 가서 쉬어라.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네에, 하고 부러 개구지게 답한 뒤,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내 방으 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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