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69
78화-
왕은 다시 바르샤를 불러들였다.
오전에 불렀던 왕세자가 아직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하여.
“내 이 반란군들을 다 잡아 죽이 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할 지 경이다.”
다른 용건도 있었고.
바르샤는 자신이 스칼렛을 위해
반란군에 대해 과장되게 묘사한 것 때문인가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쌓였던 것이 터졌을 뿐.
“좌천된 베네딕트 크롬웰과 전장 에 있는 제이드를 불러.”
그것들에게 선봉을 맡기겠다.
두 사람은 공포 마법이 통하지 않 는 이들이지만, 협박할 거리를 생 각해내면 될 것이라고, 왕은 생각 했다.
물론, 협박할 거리를 찾아내야 하 는 것은 바르샤 브로켈이었지만.
“그리하겠습니다.”
바르샤가 덤덤하게 답하고 허리를 숙인 순간에, 대전의 문이 열렸다.
왕세자, 샤를레앙이었다.
스칼렛이 막 치료를 시작했을 무 렵.
샤를레앙은 집무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왔습니까?”
그리고 불청객을 지그시 노려보았 다.
바르샤는 몽롱한 표정으로 샤를레 앙을 보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 다.
“……상당히 격이 없어졌군. 공 작.”
창가에 앉아 있던 바르샤는 아무 렇지도 않은 얼굴로 내려와 섰다.
그리고 다가와서 뒤늦은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전하를 뵙습니다.”
“빨리도 하는군. 무슨 일로 왔지? 왕께서 날 부르셨나.”
“그렇습니다.”
샤를레앙이 냉랭하게 그를 스쳐지 나가며 말했다.
“알았으니 돌아가 봐라.”
“스칼렛 영애가 어딜 가나 봅니 다.”
“……돌아가 보라고 했을 텐데.”
올 때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진 샤를레앙이었다.
그가 왜 그렇게 짐짓 까칠하게 나
오는지 바르샤도 알고 있었다.
궁에 도착한 이상, 바르샤는 전처 럼 왕의 개 노릇에 충실해야 했으 니까.
맹약에 의해 왕에게 거짓을 고하 지 못하는 그로서는 샤를레앙이 그 를 경계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마 울 지경이었다.
알지만, 왕세자가 아무래도 모르 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음, 그거 아십니까.”
“ 뭘.”
“거짓을 고하지 못한다는 거 말입
니다.”
바르샤의 맹약에 대한 말이 나오 자, 샤를레앙이 멈칫했다.
바르샤 쪽에서는 벌써 시선을 거 두고 있었는데, 그 말이 나오자 바 르샤를 슬쩍 돌아보았다.
“……공작의 맹약에 대해서라면, 내가 들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맹점이 있거든요.”
그러나 몽롱하게 이어지는 태평한 목소리에 마침내 샤를레앙은 몸까 지 돌려 바르샤를 마주 보았다.
“들어는 주지.”
슬쩍 웃은 바르샤가 말을 이었다.
“굳이 완벽한 진실을 고하지는 않 아도 된다는 겁니다.”
“안다. 이번에 공작은 반란군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기도 했으니까.”
“그 정도가 다가 아니거든요.”
샤를레앙이 눈썹을 한 번 치켜 올 렸다.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면 완벽한 거짓도 포장해서 전달할 수도 있다 는 겁니다.”
“위험 부담이 중요한 것 아닌가.”
“네. 어차피 나중에 왕이 거짓인 것을 알았을 때가 되면 저는 죽고 우리 일족도 위험해지겠죠. 어디까 지나 시간을 버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샤를레앙이 냉한 눈초리로 바르샤 를 지그시 응시했다.
“한 번.”
바르샤가 살짝 굳힌 얼굴로 말했 다.
“한 번 정도는, 그러한 위험을 감 수해 드리죠.”
“ 어째서?”
“왕이 거짓을 알아채기 전에 죽을 수만 있다면, 여러 번도 가능하고 요.”
“그러니까, 어째서.”
“하고 싶어서요.”
바르샤가 오늘 한 말 중, 저 ‘하 고 싶어서요.’라는 말이 가장 무겁 게 들렸다.
저 깊은 생각이라고는 없어 보이 는 인사가, 근 며칠은 참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었다.
샤를레앙은 내키지 않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때문인가.”
바르샤는 문득 웃고 싶어졌다.
왕세자가 그에게 날을 무디게 하 고 반응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의 말에 긍정하는 제 마음을 느꼈 기 때문이었다.
왜일까.
그날, 자신을 버린 남작을 보고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눈물 한 방울 없이 울던 그녀를 본 날부터일까?
잠시 말이 없던 바르샤가 맹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순간 얼굴이 굳은 샤를레 앙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길 바라십니까?”
“그래. 그래야 네 말을 조금이라 도 믿을 수 있을 테니까.”
“지키고 싶어졌습니다.”
온 인생을 지키는 데에 매여 살았 던 이가 참 새삼스럽게도 그리 말
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이들 말고, 지 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으니.”
“한 번. 조금만. 어쩌면 크게라 도.”
느릿하지만, 진정성 있는 목소리 가 흘러나와서, 샤를레앙은 생경한 눈으로 바르샤를 바라보았다.
연분홍빛 눈동자가 창밖 어딘가를 향하며 가볍게 휘었다.
“그 사람을 위해 움직여 볼까…… 해서.”
“ 알았다.”
더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스칼렛 영애를 향해서는 샤를레앙 자신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 니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었 기에, 그는 납득했다.
누군들, 제 목숨을 도외시하며 남 을 챙기는 이를 돕고 싶지 않을까.
그런 인물은 동화책에는 심심찮게 나오는데, 현실에서는 참 보기가 어려웠다.
‘충성도 아니고, 연인 간의 애정도 아니고. 심지어 아무런 관련이 없 는 자에게 향하는 애정이라니.’
비현실적이기까지 한데, 그걸 직 접 보니까……오
‘매혹, 되지.’
참 낯간지러운 단어였으나,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샤를레앙은 어제 저녁, 그가 인정 해 주는 말을 하자 기쁨으로 반짝 이던 스칼렛의 모습을 떠올렸다.
눈처럼 하얗고, 더하여 어쩐지 생 기가 느껴지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신비로운 것도 있지만, 그 생기 없음은 사람을 조금 아릿하게 하는 데가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꽃으로 화한 듯 생기로 넘쳐서.
샤를레앙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더 생각을 이어가기에는, 할 일이 많았다.
그는 제 답에 눈을 빠르게 깜박이 는 바르샤를 힐끔 보고서, 단호하 게 하려던 업무를 시작했다.
“……어어, 알았다고 하셨습니
까?”
“그래. 그러니 가봐라.”
나는 아주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야.
바쁘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축객령을 내리는 왕세자를 보고 바르샤가 약 간 썩은 표정을 했다.
나, 나도 바쁜데. 너만 바쁜 거 아닌데……오
하지만 저 왕세자는 화나면 무서 운 사람이었다.
가든 영지에서 그간 쌓여온 분노 를 터뜨리던 모습은 두려웠었다.
‘진짜 왕의 무서움은 이런 거라고 생각했었지.’
조잡한 공포의 마법 따위가 아니 라.
안타깝고, 아프고, 무력하고.
동시에 그것들에 지지 않는 하루 를 살아가는 이의 분노였다.
‘사실 만약 왕을 모신다면, 이 사 람을 모시고 싶다고.’
그래도 역시 얄미운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 하찮은 생각을 하며, 바르샤 가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다.
“네……으 그건 그렇고 왕이 오라 고 했는데 안 가십니까?”
“열을 좀 받게 하려고 한다만.”
“직위 강등을 하려고 하는 것 같
던데.”
“그런가.”
바르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왕세자의 직위에는 군권도 포함되 어 있다.
오늘 왕은 그 부분을 확실하게 강 등시키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줄 생 각이었다.
바르샤가 예상하기로, 왕은 아 마……,
“경비대 쪽을 알아보던데요……;
한 나라의 왕세자를 왕궁 경비대 소속 기사로 강등하는 것은 역사서 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말도 안 되 는 일이었다.
잠시 펜을 놀리던 손을 멈추었던 샤를레앙이 담담하게 답했다.
“각오하고 있다.”
속이 진짜 말이 아닐 텐데.
이번에 반란군을 가라앉히는 공을 세운 왕세자였다.
여름 궁전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런 왕세자를 동행하게 하더니, 무 려 공작의 뒤에서 따라오게 했고.
그로 모자라 이번엔 말도 안 되는 모욕까지 하겠다는 거다.
귀족들 사이에서 왕세자의 위치가 얼마나 땅에 떨어질지.
……바르샤 브로켈이 그걸 염려하 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지만 말이 다.
바르샤는 짐짓 장난스럽게 물었 다.
“어, 각오하고 있다고 한 거 혹시 알려도 됩니까?”
“아뇨, 안 알릴게요.”
바로 꼬리를 말았지만.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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