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79
88화-
바바는 스칼렛과 투닥대며 나가면 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신경 쓰이네.’
그가 운명을 보았을 때는 입을 통 제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미안할 일도 더러 생기고 는 했고.
‘신이 융통성이 없어.’
잠들었지만 근래 들어 가끔 깨기
시작한 그의 신은, 굳이 말 안 해 도 되는 걸 꼭 알려 주라고 생떼를 부린다.
덕분에 보기 좋기만 했던 애들이 어울리지도 않게 고민들을 하고 있 었다.
정확히는, 애 하나가.
그래서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고 자극을 좀 했더니.
“ 와아.”
“ 뭐야.”
스칼렛이 싸늘하게 물었다.
“아니, 폐하 말야.”
스칼렛이 꼭 폐하라고 불러서 그 도 그를 폐하라고 부르고 있었다.
“응, 왜?”
스칼렛이 시무룩하게 물었다.
얜 참 솔직하다니까.
아니, 감추는 걸 잘 못 한다고 해 야 하나.
첫 춤을 춘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속상하고 미안한 거겠지.
그럼 뭐 해.
눈치를 끓여 먹었는걸.
아니지, 생각보다 겁이 많다고 해 야 하나.
예지력을 가진 이에게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텐데, 기대하지 말자.
현명한 것 같지만 이보다 바보 같 은 말이 없었다.
‘아마 관심이 가면 갈수록 더 겁 이 나겠지.’
사람이니까.
안 그러던 사람도 겁이 나게 된
다.
그래도 이러면 반드시 후회할 것 같은데.
“스칼렛, 나는 말야. 하고 후회하 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
“ 응?”
이건 말을 해준다고 깨닫는 부분 이 아니니까.
바바는 가만히 스칼렛을 보다가 맹하게 말했다.
“샤를레앙 폐하를 어떻게 생각 해‘?”
스칼렛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미꽃 향이 날 것 같은 눈동자가 참 어여뻤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말하는 표정이 몹시 다정했다.
“ 아하.”
바바는 스칼렛과 샤를레앙을 좋아 하는 편이었다.
스칼렛은 여름의 쨍쨍한 해 같은 친구였고.
샤를레앙은 겨울의 바람처럼 고요 하고도 격렬한 친구였다.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것 같은 데.
‘또 어울리더란 말이지.’
그는 그들을 따라 나왔을 것이 분 명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속으로 개 구지게 웃었다.
“근데 되게 새삼스럽다. 그런 건 왜 물어?”
“아니, 뭐. 너네끼리만 노니까, 짜 증나서……?”
“아이고, 외로우셨어요? 생일이 언제랬지? 애기 잘 때 안고 잘 곰 인형을 주도록 할게.”
“곰 말고 상어.”
“싫어, 주는 사람 마음이야.”
“그런 게 어딨어.”
유치한 대화를 듣다 못한 샤를레 앙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 폐하?”
“이런 데서 뭐하고 있지?”
“쫓겨나서 요.”
스칼렛의 답에 한차례 웃은 그가
건방진 바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게 지금 자신과 스 칼렛을 두고 머리를 굴리는 것 같 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낼 기분까지는 나지 않 았다.
그는 바바에게 말했다.
“들어가 봐. 이제 들어가도 될 테 니.”
“오, 알겠습니다.”
바바는 기다렸다는 듯이 쌩 사라 졌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파혼해 달라는 이야기, 금방이라 도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가 먼저 할 생각은 절대 로 없었고.
어제까지만 해도 말하면 바로 해 줬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니 었다.
“추운데.”
“별로 안 추워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스칼렛 을 보다가, 그가 길게 숨을 몰아쉬
고서 다가왔다.
“ 폐하?”
그리고 분수대에 앉아 있던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뒤꿈치가 까진 새 구두를 벗겨 주었다.
“헉. 폐하?”
아니, 다른 곳도 아니고 무도회 정원어)서!
스칼렛이 눈을 깜박이며 입을 살 짝 벌리자, 그가 슬며시 미소를 지 었다.
그리고 말했다.
“들어가기 싫은가?”
“네?”
안타까울 정도로 부드럽고 오묘하 게 발을 쥐고서 추운 날씨에 얼지 않도록 녹여 주면서.
“계속 여기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평온을 가장한 어두운 눈과 스칼 렛의 눈이 마주쳤다.
“나도 여기 있을 테니. 춤 안 춘 건 이걸로 대신하지.”
스칼렛이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그럼 안 되죠. 아까 거는 제 선택이 아니었으니 무효예요.”
어느새 어깨에는 그의 겉옷이, 무 릎에는 손수건이 덮여 있었다.
“와, 진짜.”
그걸 보고 어색하게 웃은 스칼렛 이 고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 았다.
“폐하, 이제 저랑 연습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녀의 말에 샤를레앙이 슥 웃으
며 답했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얼마 안 됐어요!”
연애 연습 말이다.
그 웃기는 단어를 입 속에서 굴려 보면서 스칼렛이 다시 웃음을 흘렸 다.
연습 아닌데.
그 말을 하려다, 그는 그냥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별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다.
그녀가 보는 세상은 역시 보기 좋
았다.
나는 집에 가자마자 영상을 돌려 보려던 것을 꾹 참았다.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좋아.
인정하겠어.
난 저 폭군이 좋다!
좋아! 좋다고!
근데 막, 세기의 사랑 이런 대단 한 사랑꾼이 될 자신은 없었다.
문제는 저 남자는 그 세기의 사랑 꾼이 될 가능성을 가진 남자라는 거였고.
“아, 짜증나.”
솔직하게 그 영상들 보는 거 이젠 조금 짜증난다.
‘그냥 원작 기억이 아니라 내 예 지 능력이라는 것도 좀……『
현실감이 없고.
가만히 천장을 보다가, 나는 문득
스칼렛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스칼렛이 보물을 숨겨 놓던 곳이 있었다.
나는 생각난 김에 그 장소로 향했 다.
어린아이가 들어갈 만한 작은 덤 불 속 공간.
“오. 재밌겠다.”
뭐 숨겨 놓고 그런거 아니야?
숨겨 놓고 잊어버리거나 말이다.
하여 찾아가 보았는데.
거짓말처럼, 거기에 진짜 보물이
있었다.
“아니, 일기를 이런 데에 숨겨 놨 어?”
상자가 발견되어서 열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안에 조약돌 몇 개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약 한 병.
그리고 일기가 들어 있었다.
“희한하네.”
일기는 감추고 싶은 동시에 가장 가까이에 두고 싶은 보물이다.
그래도 생활 공간과 거리가 꽤 있 는 곳인데.
“흠 한번 볼까.”
나는 자리를 펴고 앉았다.
아이의 전신을 가릴 수 있었을 정 도의 공간에 앉으니, 상체만 불쑥 덤불 위로 솟은 채였다.
키득거리며,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하게도 흐뭇하게 미소 를 지으며 볼 만한 내용은 아니었 기에 그리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지 만.
진지하게 기록들을 살피다가, 나 는 끝장에 가서 완전히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가짜였다.’
마지막 장이었다.
그리고 눈물로 아롱진 그 글자 사 이로, 흐릿하게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니야. 안 돼.
이건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속상해하면서 원작의 커플 이야기를 돌려 보는 것은 해도, 스 칼렛의 기억은……오
하지만 영상은 마음의 준비를 할
최소한의 시간도 기다려 주지 않았 다.
스칼렛의 과거 중 영상으로 떠오 른 것은 지금껏 몇 개 없었다.
오죽하면 처음엔 내가 원작을 영 상으로 기억한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화가 난 채로 정면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 점차,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반쪽짜리라고요?”
“……그래.”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란다.”
죽어 가면서도, 어머니의 발음은 또렷했다.
한때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던 여인은 마른 낙엽 같은 형상을 하 고 있었다.
입만 달싹이면서, 어머니가 아프 게 아이를 보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여서. 네가 아 프게 태어났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속삭 였다.
“신의 힘은, 한 그릇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인데.”
그걸 잊을 만큼, 그를 사랑했어.
아론. 그 햇살 같던 사람을.
‘아론이 라.’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스칼렛은 저 똥작의 딸이 아니었구나, 하고서.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