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80
89화-
내가 이 세상에서 붕 뜰 수 있었 던 데에는 이곳이 소설 속이라는 것이 큰 몫을 했었다.
그저 문자 너머의 세상이었기 때 문에.
나는 그 높은 산을 어쩌다 넘어온 이방인이라서.
하지만 이 생생한 영상들은 그걸 끊임없이 방해했다.
그 방해 덕에 결국 여기에서 뿌리 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집은 정 말이지 막장이었다.
“와. 진짜로 아니었어.”
확인 사살을 당하고 나니 생각보 다 더 기가 막혔다.
“그렇지. 그래서 가주의 인이 이 몸으로 넘어왔다는 거지.”
아직도 그 인이 어디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살다 보면 스칼렛의 기억이 더 공
개되고 알게 되지 않을까?
만약 내가 공작이 된다면 누구도 내게 그 가주의 인을 기대하지는 않을 테니.
별로 다급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야……,
그러니까, 아론 공작이 스칼렛의 친아버지고.
바론 놈은 그 가주의 인장 때문에 잘 사귀던 연인을 버리고 임신한 형 여친과 결혼을 했고?
“허……
이 개새끼를 진짜 어쩌지?
그렇잖아도 그 일 년 같은 일주일 을 겪은 후 나는 전에는 평생 겪어 보지도 못한 살의를 느끼고 살아가 는 중이었다.
흑마법사들은 그 일 이후 책 속의 악당이 아닌 내 주적이 되었고, 공 작은……오
그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집무실 에 설치해 둔 통신 구슬에 녹화 기 능이 더해져 샅샅이 그의 행적이 기록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이는 이자르의 학대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루어진 일이니.
‘다 녹화됐을 거라는 말이지.’
나를 영원히 가둔다는 등.
황제가 말려들었다는 말에 배꼽을 잡으며 통쾌해했던 일들도 전부.
그저 가주의 자리가 후딱 처리하 기에 만만치가 않아서 충분히 증거 가 모이길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영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스칼렛. 너는 해.”
죽지 않도록,
어머니가 아프다고 외치면서 뛰쳐 나갈 때까지, 스칼렛의 어머니는 계속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 다.
“너만, 생각하고.”
너만 귀히 여기며.
“희생도, 동정도 하지 말고.”
살아남으라고.
그럼에도 그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으면 사용하라고 하면서 저 보물들을 남겨 둔 것이다.
그 상자에 있던 작은 돌들과 검은 물약을.
“힘이 될 거란다.”
그 말 이후, 촛불이 꺼지듯 어머 니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영상이 멈추었다.
다시 돌려 볼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서, 보물 상자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내가 잠들었던 일 주일 동안 나와 이자르를 도왔던 공작 부인에게로 갔다.
그녀에게 줄 늦은 선물과 함께.
‘조금 서두르는 게 낫겠어.’
가능하면 더욱 비참해졌으면 좋겠 으니까,
똥작이 그토록 바라던 가주의 인
장도 찾아봐야겠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책속에서의 일 년은 내가 싸움 에 익숙해지게 만들어 주었었다.
사람 죽이는 싸움 말고.
유리한 패를 쥐고 적을 흔드는 판 이 깔리면.
“아귀가 되어야지.”
공작 부인은 아닌 척 나를 반겼 다.
그리고 내가 약속했던 고자 약을 주자, 그것을 소중하게 꼬옥 쥐었
다.
냉랭한 그녀 특유의 우아한 얼굴 에 아까 보았던 스칼렛의 어머니가 겹쳐졌다.
바스러진 낙엽을 닮았던 그 사람 이.
“더 할 말이 남았느냐?”
“ 아뇨.”
겨울 꽃.
가루를 만들면 뿌리까지 제거하는 제모제가 되고.
즙을 내면 고자가 되는 독이 되어
버리는 풀.
그녀가 손에 쥔 그 꽃의 물약을 보다가, 나는 주머니에서 가루도 꺼내서 건넸다.
“그냥, 대머리도 만드시라고요.”
그 소중한 머리칼부터 빼앗자고.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별 다른 말없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남자는 며칠째 이상한 하루를 보 내고 있었다.
그날도 그는 번쩍 눈을 떴다. 그 가 눈을 뜨고 일어나자, 팔랑팔랑 하고 그의 코 위에 얹혀 있던 휴지 한 조각이 떨어졌다.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단 말이 지.”
귓가가 간지러웠다.
꼭 누가 밤새 귀 옆에 대고 속삭
인 것처럼.
악몽 때문에 착각을 하는 것일지 도 모른다.
그가 며칠째 꾸는 꿈은 그간 그에 게 원한을 품었던 이들이 차례로 나오는 꿈이었다.
그들은 나와서 그를 아주 잠깐 불 쌍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신난 기 색으로 매를 들었다.
가끔은 채찍이었고, 가끔은 이불 로 말린 채 맞아야 했다.
그들은 전부 다른 얼굴을 하고서 는, 똑같은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
다.
이히히히히, 하고.
“계속 꾸니 너무 찝찝하군.”
고작 꿈을 가지고는 의원도 부를 수 없었다.
꿈에서 맞는 것은 매우 실감이 나 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실제로 몸 에 상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그는 대체 자신이 뭐가 부족해서 이런 꿈을 계속 꾸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하나도 피로가 풀 리지 않는 채로 아침을 맞이한 그
는, 다크서클이 내려온 푸석한 얼 굴로 세수를 시작했다.
물에서는 레몬 향이 났는데, 이상 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레몬 향이 아니 라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는 것 같 았다.
“뭐지?”
결국 그는 물을 찝찝하게 보다가 아무런 이상한 점도 찾지 못하고 세안을 마쳤다.
이윽고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돌이 씹혔다.
“이익, 집사!”
집사 벡터가 황급히 다가왔다.
“또! 돌이 들어갔지 않느냐!”
그가 입에 있던 돌을 퉤 뱉었다.
“도대체 몇 번째냔 말이야!”
“이런…… 주방 녀석들이 잘리고 싶어서 환장을 했군요. 당장 혼쭐 을 내겠습니다!”
벡터가 식식대며 말했다.
하지만 요즘 몸이 많이 축나기 시 작한 공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불같이 화내던 것이 무색하게, 순 식간에 쳐진 모습이었다.
“됐다. 그냥 다 잘라. 그리고 치워 라. 이상하게 요즘 고기에서 쓴맛 이 나고 수프에서도 쓴맛이 나. 입 맛이 없군.”
야채에서는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이게 그가 신경질이 나 서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예, 주인님.”
벡터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물론, 그는 지금껏 학대당해 왔지
만 그가 지켜 줄 수 없었던 아가씨 와 도련님의 편이었으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일을 이 어 갔다.
주방 녀석들은 물론, 잘리지 않았 고.
이윽고 공작은 일을 시작했다.
그는 하루 종일 일을 하는 편이었 는데, 사실 실제 처리하는 일의 양 은 매우 적었다.
그는 집중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 니었으며, 중간에 딴짓을 많이 하 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너무 없는 일 거리를 붙들고 하루를 다 보낼 수 는 없었다.
“요즘은 할 일이 없군.”
조금씩 스칼렛과 이자르에게 옮겨 지는 일감을, 어쩐 일인지 그는 좀 처럼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요즘 그의 주변에 사용인들 도 줄어 있었는데, 그는 그저 건방 진 자식 둘이 그에게 겁을 먹고 조 용해지자 제 주변도 조용해진 거라 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을 잘못 먹었나.”
그는 벌써 끝난 일감을 힐끔 보고 는,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향했 다.
그것이 진정한 수난의 시작인 줄 도 모르고.
그의 일상을 서서히 침투하던 누 군가의 손길은 마침내 화장실에도 닿아 있었다.
“어후. ……어?”
공작은 당황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다.
마법사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잡일이 휴지 만들기일 만큼, 휴지 가 없는 화장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요 99
공작은 한참을 고민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추위를 견디 지 못하고 작게 외쳤다.
“누, 누구 없나?”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수밖에.
그는 이내 그것을 깨닫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외쳤다.
“누구 없느냐! 누구 없느냔 말이 다! 집사!”
휴지가 필요했다. 꼭.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한참 을 바락바락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던 그는 밖에 아무도 없는 것 을 확신한 뒤 어떻게든 처리를 했 다……으
그리고 홀로 가진 수치심을 무마 하기 위해, 오랜만에 정원으로 산 책을 가기로 했다.
“부인?”
그러다 요즘 들어 칩거를 하고 있 는 공작 부인을 마주쳤다.
이자르 놈과 가끔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근래 들어 식사 자리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 영……오
‘날 견제해서 제 아들을 공작으로 만들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 지.’
그는 누군가에게 지위를 물려줄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사는 인물 이었다.
하지만 공작 부인은 다를 것이었
다.
매우 오만한 눈초리로 공작 부인 을 깔아보던 공작은 이내, 그녀에 게 다가갔다.
이 여자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 는다.
그는 제 짐작대로라며 확신했다.
거드름을 피우며 그녀가 앉은 맞 은편에 앉은 공작은, 이상할 정도 로 살벌한 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공작 부인을 보고 흠칫 했다.
“거, 요즘 뭐 하고 지내시오?”
“……어머. 그래, 제가 뭐 하고 사 는지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공작 부인의 목소리가 조금 이상 했다.
조금 쉰 목소리.
“물론이지. 그건 그렇고.”
그는 벼르고 있었던 말을 그녀에 게 하기로 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