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세계정복 준비 (3)
총괄, 오너 셰프라면 그 레스토랑의 맛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셰프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단기간에 맛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그 부분에 조금 소홀했다.
그래서, 이들이 내 주방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던 것이다.
나는 그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런 내 마음은 60명이 넘는 모든 셰프들을 집결시켰다.
“참치 국수, 어디 부위를 썼지?”
이름 그대로, 익히지 않은 참치의 살을 밀가루 면처럼 가늘고 길게 잘라, 국수나 파스타처럼 먹는 요리였다.
참치의 기름짐과 담백함, 그리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묻혀 다양한 맛을 보여주어 다음 요리를 기대하게 만들고, 식욕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 구성된 것 중 하나였다.
원래 그렇듯이, 그 레시피를 모두 알려주지 않고 그 최상의 맛을 찾아내라고 주문해뒀는데, 일식 레스토랑인 ‘반유현 – 블루’의 총괄 셰프인 에쉬는 내 주문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했다.
“가마도로, 목살입니다.”
“왜? 목살을 사용했나.”
“지방 함량이 가장 많은 부위로, 가장 비싼 고급 부위이기도 하면서…….”
“가장 비싼 부위,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니었을 테고.”
“저는 그 지방이 주는 고소한 풍미를 국수의 전반적인 베이스…….”
“참치 가져와.”
다소 공격적인 내 언사에, 60여 명의 셰프들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으나, 나는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대외적으로 포시즌스 레스토랑, 반유현을 홍보하고 나서부터는 세간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앞서 말했듯이 셰프들의 여유가 느껴진 것도 있지만 주방의 분위기도 들떠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 반유현의 밑에서 포시즌스 세 개의 레스토랑을 각각 지휘할 셰프는 누구인가. ] [ 내부에서 비밀 유지 중. ] [ 반유현의 직속 셰프가 된 행운의 주인공은 과연? ]역사 깊은 세 개의 레스토랑을 모두 얻게 되었다는 사실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이야기였지만, 그 레스토랑을 각각 총괄하는 셰프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이들의 마음에 풍족함과 여유를 불어넣어 줬을 것이다.
자신들이 뭐라도 된 줄 알았겠지. 내가 할 일은, 그 자리가 오직 나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라면, 부담감에 쉬지를 않았을 텐데, 셋이 떠들고 있는 모습부터가 틀려먹었어. 쉬는 시간? 그런 여유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셰프!”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조금 들떠있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내실을 더 다지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칫 분산될 수도 있는 주방에서의 내 힘을 다시 공고히 했다. 그 밑에 있는 셰프들에게도 이 레스토랑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금 집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레드, 블루, 옐로, 세 개의 레스토랑의 경연을 연 것은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가 존재했던 것이다.
다섯 명의 셰프가 주방에서 참치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왔고, 나는 날카로운 칼 하나를 들었다.
나의 존재를 다시 되짚어주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이 정도 퍼포먼스는 해줘야 되지 않겠나.
“참치 목살, 가마도로라 불리는 부위는 지방의 함량도 적절하고, 횟감으로도 많이 쓰이는 고급 요리지. 그런데…….”
곧장 참치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셰프들은 언뜻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감탄의 표정들, 나, 반유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깨달았다는 모습이었다.
“전채 요리로 쓰일 참치 국수의 역할이 뭐라고?”
“참치라는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맛을 내어…….”
“그런데, 왜 네가 한 요리는 다양한 맛이 아니야?”
참치를 해체하기에는 다소 작아 보이는 칼로, 말없이 계속해서 살을 발라냈다.
드드득!
“이건 적신이라고도 불리지, 참치의 속살.”
참치의 살 중에서 가장 붉은색을 띠는 살을 도마 위에 올려놨다.
“중뱃살, 배꼽살, 대뱃살…….”
드드득!
쩌어어억!
군더더기 없이, 단 하나의 헛된 칼질이 없었다.
그렇게 말한 부위들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해체했다.
와……!
이내 차갑고 굳어버린 분위기를 잊었는지, 셰프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다양한 맛을 낼 거니, 다양한 부위를 써야지.”
“아…….”
“단순한 걸 왜 어렵게 생각해.”
나는 곧장 도마 위에 올려진 살들을 칼국수 면을 자르듯이 썰어댔다.
각 부위별로 색깔이 달라, 참치살로 만들어진 면들은 다채로웠다.
아무런 간과 소스도 하지 않은, 면처럼 얇게 썰린 참치살을 젓가락으로 휘감아 에쉬의 입에 가져갔다.
“먹어봐.”
“커헉!”
“다양한 맛을 먹겠다고, 고기의 여러 부위를 한입에 넣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그 요리의 형태가 ‘면’이라면 그럴 수 있잖아. 왜 참치‘국수’를 만들었겠어.”
놀란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 에쉬, 그의 입안에서 그려지는 맛을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참치 특유의 담백함과 지방의 기름짐, 그 두 풍미가 누가 이겼다고 할 것 없이 터져 나온다.
참치의 어떤 부위에서도 맛볼 수 없던 오묘함이 에쉬의 입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맛에 심취해 있는 에쉬를 바라보는 60여 명의 셰프들.
에쉬도 그들의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이 타이밍이 아주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간도 되지 않고, 소스도 없잖아. 나머지 맛은 네가 채워서, 여기 있는 셰프들에게 보여줘. 설마, 자신 없는 건 아니지?”
그다음 순서로, 반유현-레드, 옐로를 맡고 있는 게리와 아론도 각각 나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너희 둘도 마찬가지, 너희 밑에 있는 셰프들에게 오늘 네가 느낀 맛을 보여주지 못하면 자격 없는 거야.”
이때에는 내가 주는 압박감도 그렇지만, 자신의 밑에 있는 셰프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워 또 다른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터였다.
아울러, 오늘 느낀 자극과 부담감은 이들의 태도를 더 변화시킬 것이고, 정확히 맛과 효율로 직결될 것이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빼앗은 건 미안하지만,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그랜드 오프닝이 이제 코앞이다. 정신 무장의 필요가 있었다.
***
“꺼지지 않는 주방?”
포시즌스 파리의 간부 회의, 사장 로만을 중심으로 열린 회의는 오늘도 반유현에 관한 얘기였다.
“1층 레스토랑에, 퇴근을 하는 셰프가 없다고 합니다.”
“벌써 근 2주째, 주방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조 셰프들뿐만 아니라, 각 주방을 지휘하는 총괄 셰프들까지 퇴근을 하지 않고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아니면 그 반대로, 총괄 셰프들이 주방을 떠나지 않았기에 그 밑의 셰프들도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떤 정신 무장을 시켰길래, 모든 셰프들이 하나 같이 자신의 일처럼 일을 할까.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좋은 일이었지만, 셰프들의 그런 열정은 너무 과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노동법과 셰프들과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문제 될 소지가 있습니다.”
오늘 회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저들이 원해서 퇴근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나중에 마음이 변한 셰프들이 문제 삼을 소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흠, 마음이 변할 리가……. 반유현 셰프는 그 정도까지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반유현 셰프님의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셰프들이 줄을 지어 섰는데, 누가 그 자리를 떠나겠습니까.”
법에 의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는 논리와, 애초에 모든 가능성을 반유현이 생각했을 것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
“반유현 셰프는?”
“곧 올 겁니다.”
정확한 이야기는 반유현이 회의장에 도착하면 할 수 있을 터, 경영진과 ‘반유현 팀’의 직원들은 다른 회의 안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랜드 오프닝 초대장은 대부분 발부가 되었습니다.”
“응답률은?”
“초대장을 보낸, 200명 중, 183명이 답했고, 169명이 참석의사를 밝혔습니다.”
“허허…….”
포시즌스 내부에 위치한 세 개의 레스토랑이 동시에, 그랜드 오프닝을 하는 것은 역사상 없던 규모였다.
포시즌스뿐만 아니라, 이 파리 내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행사 중, 단언컨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그랜드 오프닝일 것이리라.
그 행사를 허가한 장본인이 로만이었지만, 초대 인원의 참석률을 듣고, 저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약 85%가량이 되는 참석률, 규모도 규모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원래, 대부분의 레스토랑 그랜드 오프닝이라 하면 참석률이 거의 50%…….”
“압도적인 비율입니다. 현재, 반유현 셰프는 그만큼 파리 요식업계에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 마냥 좋다고 해야 할 일인가? 나머지 100장은 또 무슨 계획을 하고 계시지?”
더군다나 초대장은 아직 100장이나 남아있는 상태, 로만의 경험상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그랜드 오프닝의 초대장을 제작할 때, 참석률을 고려해 초대 인원의 2.5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제작하는데, 레스토랑 ‘반유현 – 레드, 블루, 옐로’는 초대장이 되려 100장이나 남은 상태였다. 그것도 딱 100장이라 하니, 반유현에게 다른 계획이 있는 것 같았다.
“총 300명 규모로 하기로 했었잖아.”
“방송에 출연하실 계획이 있어, 그 방송에 출연하신 뒤에 초대장을 발부할 예정입니다.”
“방송에까지, 직접 출연한다는 건…… 흠,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감당이 될는지 걱정이구만. 그나저나 무슨 방송?”
이번 행사는 어쩌면 포시즌스 파리의 인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대한 행사로 발전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로만은 최고 경영자로서 자신의 커리어도 반유현에게 배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프랑스 공영방송사인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에서, 올해의 셰프로 선정돼.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방영 날짜가 언제인데?”
“생방송입니다.”
더군다나 반유현이 출연을 앞둔 방송이 생방송이라니, 그의 모든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때 마침, 회의장의 문이 열리면서 무표정의 반유현이 걸어 들어왔다.
“바, 반유현 셰프님!”
로만이 손을 들어 인사하자 반유현이 고개를 까닥하고는 숙인 뒤에 자리에 앉았다.
모든 간부와 경영진들의 시선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듯이 반유현은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셰프들이 퇴근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던데,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혀 문제 될 소지가 없습니다. 적어도, 제 주방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바보 같은 셰프는 없으니까요. 직원들 정신교육은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앞서 직원이 이 말을 대신해주었지만 반유현이 직접 말하니 깊은 신뢰가 느껴진다.
그 특유의 자신감이 말투에서 묻어나왔다. 마치, 60명이 조금 넘는 인원들을 한 손에 꽉 쥐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새, 생방송에 출연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 요리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나눠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방송의 힘을 좀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후……. 어떤 방식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유현이 대답하자, 로만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까 전, 초대장에 응한 사람들의 참석률을 들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직원들을 휘어잡는 능력이며, 그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들은 또, 새로운,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 것만 같은 느낌이다.
“놀라는 것도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반유현 셰프님.”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존경을 표할 수 있는 것은, 로만의 안목과 그가 20년이 넘는 기간 호텔, 요식업계에 몸담은 세월 때문이었다.
반유현이 이제껏 만들어 낸 일들은 모두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