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70
70화. 공장가동 (6)
‘반유현 – 팩토리’ 의 첫 신입생들을 뽑는 테스트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다.
내 휘하에 있는 셰프들과 교수진이 많은 수고를 해줬다.
어차피 매년 이들을 뽑을 것이고, 교육과정에서 잘하는 이와 못하는 이가 자동적으로 나눠질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이 요리에 대한 기본지식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냐는 것은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선, 서!”
300 여 명의 학생들이 오른손을 들며 크게 외쳤다.
어느 입학식이 그렇듯, ‘반유현 – 팩토리’의 입학식도 그렇게 시작되어 갔다.
“설립자이자, 반유현 팩토리의 원장이신 반유현 셰프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고, 단상 위에 있던 교수진들이 모두 일어났다.
스케줄이 바쁜 그들일 테지만, 입학식인 만큼 대부분이 참석했다.
현재 런던에 있는 노부마츠로부터, 고든 레지 두바이의 총책을 맡고 있는 카림까지.
우와아아아아!
신입생들의 설렘, 그리고 원장 또는 교장의 축하, 여기까진 여느 교육기관의 입학식과 똑같았다.
그런데, 그 축사를 하는 사람이 ‘나’라는 건, 어느 교육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차이였다.
“이곳은……. 대형마트의 모든 것을 비워낸 곳입니다. 여러분들이 입학평가를 받은 곳도 이곳이었고, 지금 여기 계신 교수님들을 선발할 때, 사용했던 곳도 이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조리대를 모두 치워 아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죠. 대체 여러분이 교육을 받을 학교는 어디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겁니다.”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아니, 어느 누구도 내가 실행하는 속도를 맞출 수가 없던 것이다.
“이곳이 반유현 팩토리의 캠퍼스가 될 곳인데, 공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교수진을 뽑고, 학생들을 선발하고 입학식까지 하는 것에 막힘이 없었다.
공사와 이곳의 입학식을 같이 준비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여유를 두지 않았다.
어어?
엥?
저마다 호기심 섞인 탄성들이 섞여 나왔다.
“그래서, 조금 오래 생각해봤습니다. 적당한 시설은 없고, 시설이 세워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저도 없고 여러분도 없을 테니까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은 여러분이나 저나 같습니다.”
호기심 섞인 탄성은 다시 열정으로 바뀐다.
“유럽 전체를 학교로 써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일단 반 배치 고사를 하는 걸로.”
어느 학교건 학원이건 수준별 교육은 필수다.
그럴만한 시설이 없어서 생각한 것이었다.
“테스트.”
***
“교수님 한 분당, 10명씩 맡아주시고. 원하시는 장소에 해주세요.”
일단, 교수 한 명당 10명을 배정했다.
그리고 각각 교수 포함 11명의 팀원들은 나라와 장소를 먼저 골랐다.
“런던, 로마, 마드리드…….”
나는 팝업스토어 방식의 테스트를 구성했다.
이는, 아주 효과적인 테스트이자 ‘반유현 – 팩토리’의 확실한 잠재력을 알 수 있는 전략이었다.
“순이익을 여러분의 실력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나라마다 월세와 세금이 모두 다를 테고, 식재료비도 다를 텐데, 어느 장소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느냐…….”
임시 매장을 뜻하는 팝업스토어, 그 형태로 레스토랑을 60일 동안 오픈한다.
그리고 얻은 순이익으로 절대 평가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효과적인 테스트라는 것은, 이 방법은 실제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복합적인 과정을 절대적인 수치인 매출과 순이익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반유현 – 팩토리’의 잠재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은, 팝업스토어 그 자체가 여러 사람들이 ‘반유현’이라는 이름 아래에 각 장소로 뿔뿔이 흩어져, 레스토랑을 꾸리는 것의 축소판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팩토리는 그걸 위해 세워진 것이었으니까.
“현실적인 제약마저도, 여러분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월세와 집기류, 모든 것은 포시즌스와 내가 지불한다.
그리고 그 비용들은 모두 매출로 되갚는 시스템이었다.
누가 60일의 짧은 기간 동안 건물 임대를 해주느냐, 주방 설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이 테스트의 일종이었다.
“이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전혀요…….”
교수진은 다소 비현실적인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팩토리의 첫 회 입학생인 셰프들의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저들끼리 건물을 알아보고, 메뉴를 연구하는 등 열정이 가득했다.
하기야, 모두들 자신의 레스토랑을 갖는 것이 꿈인 이들일 텐데 실제로 자유롭게, 짧은 기간이나마 레스토랑을 차릴 기회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들이 그나마 손쉽게, 좋은 조건으로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게 나는 나의 이름을 빌려주었다.
물론, 내가 쌓은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유현, 테스트- 레드’.
내 이름 뒤에 ‘테스트’라는 글귀가 작게 붙은 간판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제 이름을 이용해 벌써 임대료를 싼값에 구한 팀이 있다는데요.”
이미 ‘반유현’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장소를 잡은 팀이 있었다.
내가 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준 것은 처음 이 팀에서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한 팀만이 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 모두 나의 이름 뒤에 테스트라는 글귀를 붙이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준 것이었고.
물론, 나에게 처음 ‘반유현, 테스트 – XX’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제안한 그 팀의 실행력에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누구십니까. ‘반유현, 테스트’ 라는 이름을 사용 할 수 있게 먼저 허가 요청을 한 팀을 맡은 교수님은?”
“접니다.”
고든 레지, 두바이의 총괄 셰프인 카림이었다.
“공항 근처로 잡았습니다. 반유현 셰프님을 좋아하는 관광객을 잡을 수도 있고, 제가 두바이를 들락날락거려야 하니까요. 분위기는 좋습니다.”
그의 말을 신호탄으로 다른 교수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거 어째 분위기가, 교수들 간의 경쟁에도 불이 붙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들도 학생들처럼 경쟁을 해야 그들이 애초에 원했던 레스토랑 ‘반유현’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무슨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멋진 레스토랑을 만들어보세요.”
***
“협찬으로 준비해, 유럽 각국에 완전하게 내 이름을 홍보할 수 있도록.”
“협찬이라 함은…….”
“조리복. 유니폼을 만들어야 되니까.”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조리복은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의 교복처럼 사용할 생각으로, 이들의 소속감과 그에 따른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한 장치였다.
그리고, 아직 반유현 팩토리가 완전히 설립되지 않았기에, 팝업스토어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셰프들이 나의 이름이 붙어 있는 조리복을 입고 다니면서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했다.
“아! 마침 ‘CCC’. 조리복 브랜드 이름인데, 이곳에서 먼저 협찬이 들어왔습니다.”
“조건은?”
“가슴팍에 커다랗게 자신들의 브랜드 이름을 걸어 달라는 조건이요. 대신 그에 따른 광고비도……. 조리복도 받고, 돈도 받고…….”
“어떤 셰프들인데, 그깟 푼돈 벌겠다고.”
오스틴의 말대로 조건은 괜찮았지만, 나를 따르는 셰프들을 광고판 옷걸이로 쓰기 싫었다.
“다른 곳은?”
“여기는 조금 규모가 작은 곳입니다. 유명하지도 않고요. ‘UCL’? 대표가 셰프 출신이던데 조리복 브랜드를 런칭했더라고요. 제발, 입어만 준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습니다.”
“거기로 선정해.”
‘반유현 – 팩토리’ 조리복의 디자인은 간결했다.
내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뒤에 색의 이름이 들어간다.
이를테면, 포시즌스의 레드, 블루, 옐로처럼.
앞으로 브라운, 그린, 바이올렛 등 많은 색깔이 생겨날 것인데 그 모든 색을 합치면 블랙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들은 모두 검은색으로 포인트가 된 조리복을 입곤 했다.
조리복의 깃과 단추, 그리고 주머니의 마감 부분이 검은색.
직급이 높은 지휘급 셰프들은 검은색 머플러가 추가로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디자인 감각도 있으시네요 셰프님.”
“어려운 거 아니야.”
조리복도 한두 번 만들어봤겠나.
“칼 같은 것도 세트로 셰프들한테 선물해.”
“예……. 그거는 이제 비용이 비용인 만큼 저희가 협찬을 알아봤습니다.”
적게는 4자루, 많게는 11자루까지 들어있는 칼 세트를 선물하라 지시했더니 직원들이 알아서 협찬을 알아봤나 보다.
“음……. 대체적으로 칼을 만드는 회사들이 뭐랄까 자부심? 그게 강하더라구요.”
“대부분 그런 회사들이 장인 정신을 앞으로 내세우니까.”
“그래서 협찬이라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도 했구요.”
“어떤 회사들이.”
“뭐, 세간에 알려진 모든 회사들이요. 작은 회사들이 몇 군데 연락이 오긴 했는데, 괜히 반유현 셰프님의 이미지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셰프님께서 선택해주세요. 지시대로 칼을 비롯한 셰프들의 도구를 구입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협찬해 준다는 칼, 받고, 뭐 국자, 그릇 접시 협찬 다 받아.”
“예에?”
돈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내가, 모든 것을 협찬받으라고 말한 것에 대해 크게 놀라는 오스틴이었다.
“미래에 투자할 줄 아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줘야지.”
그제서야 오스틴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얘도 내 옆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났나 보다.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한 것을 보면.
***
“이야! 이게 새로 나온 조리복이래!”
“야! 대박! 이것 봐! 우리는 스카프도 있어!”
반유현 팩토리의 재학생들과는 다르게, 로또 육인방에게는 검은 스카프까지 지급되었다.
엄연한, 지휘급 셰프라는 증거.
각종 언론과 TV를 봐도, 검정색 스카프를 가진 자들은 자신들과, 포시즌스의 총괄 셰프들뿐이었다.
반유현의 뜻밖의 선물에 이들은 엄청난 흥분과 설렘을 느꼈다.
“우, 우리가 레스토랑 반유현의……! 주축인 거야?”
“더 열심히 하라는 선물이겠지? 전 세계에 퍼져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가 올 것이라는 걸 ……! 암묵적으로 표현해 주신 거야! 이야호!”
메이가 주방에서 방방 뛰면서 그 흥분을 몸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TV에 비친 누군가를 보고 멈춰 섰다.
“응? 왜? 못 볼 거라도 봤어?”
그러더니, 그녀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지기까지 했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로또 육인방들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왜? 대체 뭔데, 저 아저씨가 뭐 나쁜 짓이라도 했어 너한테?”
[ 노부 마츠로, 반유현 팩토리 전격 합류! ]“아니……. 나를 처음 요리 가르쳐준 스승님인데…….”
“엥? 그분이 반유현 셰프님의 밑으로 들어왔다고?”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미슐랭 스타도 반유현보다 많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부 마츠로가 반유현 팩토리에 합류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그런데, 메이가 놀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카프, 스카프가 없어……!”
메이가 놀란 이유는 노부마츠로의 목에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검은 스카프가 없다는 것에 있었다.
“우리가 저분보다 직급이 높은 거야?”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