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99
144. 리얼판타즈(1)
“누가 오는데?”
~딸깍딸깍~
누군가가 문을 미는 소리가 들린다.
소심한 성격인 듯 세게 밀지는 않고 그냥 살짝 흔들어 보는 수준이다.
물론 열리지는 않는다.
“누구?”
“약속된 사람이 없고, 지금 연휴인데?”
설 연휴이니 대부분의 회사는 오늘까지 휴무이다.
그런데 찾아와서 문을 밀어 본다고?
“나가 보고 올게.”
“응.”
사장실을 벗어나 출입문으로 갔다.
희미하게 포기 처리된 문 앞에 검은 복장의 한 사람이 앉아 등을 기대고 있다.
~딸깍~
버튼을 누르자 EM락이 해제되고 등을 기댄 사람에게서 문이 반 뼘 정도 밀렸다.
태영의 발자국 소리에 방문객은 몸을 돌렸지만 반쯤 돌려서 어깨가 문을 민 형태이다.
“역시…….”
그 방문객이 중얼거린 말이다.
“누구세요?”
“역시…… 계실 것 같았습니다.”
웬 동문서답이야?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서는 사람은 눈이 쑥 들어가고 볼이 홀쭉하다.
나이는 30대 중반일 듯한데, 행색이 지저분해서 더 들어 보인다.
술 냄새도 살짝 난다.
대낮에 이 시간에 오면서 술을 마신 것인가?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패스.
진회색 기모 바지에 검은색의 패딩 점퍼.
점퍼는 씻지 않아서 때가 반질거리고, 신발은 흰 운동화인데 누렇게 보일 지경이다.
패딩 점퍼를 빼고 보면, 마치 같은 건물의 옆 사무실에서 온 것 같은 복장이다.
“그럼.”
문을 닫고 돌아섰다.
동문서답하는 사람과 할 이야기는 없으니까.
~덜컥~
EM락이 잠기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퉁퉁퉁~
“사장님, 잠시만 좀 뵙게 해 주세요!”
방문객이 유리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태영이 돌아섰지만, 머리 위 정도의 높이에서 무릎 높이까지 포기 처리가 되어 있는 강화 유리 도어이다.
방문객이 펄쩍 뛰어서 윗부분으로 보려고 했다.
점프해도 포기 처리 부분을 벗어나지 못하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몸을 반쯤 눕히며 안쪽을 보려고 한다.
그러게 조금 전에 왜 동문서답을 해서는.
~딸깍~
다가가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쌩하니 일어서서 그대로 문을 밀고 들어온다.
“사장님이시죠?”
“그러니까 누구세요?”
“아, 죄송합니다. 저는 김정한이라고 합니다. 작은 개발 회사에 있습니다.”
“게임?”
“네, 사장님.”
“오빠, 누구?”
그때, 이새봄이 사장실에서 나와 이쪽을 보고 섰다.
“아…….”
김정한의 행동이 뚝 소리를 내듯 멈추었다.
시선은 이새봄에게 고정되었다.
정신이 없는 사람이네.
“이봐요.”
“아, 그…….”
“이봐요.”
다시 불렀지만, 이새봄에게 향한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고, 모든 행동은 멈추어 있다.
태영은 김정한의 몸을 돌려세웠다.
김정한의 시선이 이새봄에게 향하려 했지만, 몸을 완전히 돌리자 어쩔 수 없이 떨어졌다.
강화 도어를 밀어 김정한을 밖으로 밀어냈다.
“앗, 죄송…… 죄송합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유리 도어 한쪽에 손을 끼웠다.
“으아아악~”
문을 닫자 EM락이 스스로 문을 당기려는 과정에서 김정한이 비명을 질렀다.
손이 유리 도어 사이에 끼인 것이다.
“으으아…… 으흐으으으.”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사람은 고생을 해야 한다.
EM락이 잠기지 않은 상태이기에, 김정한이 문을 밀어 열고, 대신에 문틈 사이에 발을 끼워 넣어 문이 닫히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손을 주물거리며 털고, 다시 주물렀다.
“후웁, ?. 후우, 우와아, 무지 아프네.”
도무지 정신 집중을 못 하는 유형인가 보다.
10초는 기다려 주지.
그 뒤에는 바로 쫓아내고 말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는데, 김정한이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안녕하세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리얼판타즈 김정한이라고 합니다.”
“네, 그런데요?”
태영은 기분이 약간 나쁜 상태였기에 선 채로 물었다.
설 연휴 동안 약을 만드느라 계속 일만 했다.
이제 휴식을 취하려는데 그것을 방해한 방문자이다.
그리고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는, 메타버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개념을 잘 몰라 별로 주의를 끌지 못하기도 했다.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 주면 안 되겠습니…….”
“네, 말씀하세요.”
“그게, 잠시 자리에…….”
“그냥 이야기하세요.”
“아…….”
태영이 자신과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인지한 한 것 같다.
“…….”
“……저희 회사에 투자를 좀 해 주십시오.”
다짜고짜 나온 말이다.
뭐 이런 사람이 있어?
“우린 투자 회사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투자가 가능하실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이제야 조금 진중해졌다.
“오빠, 이야기 들어 보자.”
저 뒤쪽에서 이새봄이 거든다.
“김정한 씨 들어와 보세요.”
“아, 가…… 감사합니다.”
태영은 대회의실로 들어갔고, 김정한이 따라 들어왔다.
“오빠, 차 좀 준비해 갈게.”
“아니야, 같이 준비하자.”
“으응.”
먼저 다실로 들어간 이새봄.
“오빠, 메타버스 해 본 적 있어?”
커피를 커피 그라인더에 넣으면서 물었다.
“그게 뭔데?”
“역시, 안 해 봤을 줄 알았어. 오빠가 군에 있는 동안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할 기회가 없었을 거야.”
이새봄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김정한의 말을 듣자마자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 한 것 같다.
그런데 플랫폼이라고 하면, 그런 유의 서비스를 통칭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게임?”
“아니, 게임과 유사하기는 한데 개념이 달라.”
“어떻게?”
“게임일 수도 있고, 현실을 대체할 수도 있는 가상 공간이면서 현실 공간 같은 거라고 하면 맞을까?”
스스로도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하다?”
“내가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 조금 해 봤거든. 조금 복잡한데 설명하려고 하니, 그게…….”
“그럼 위니에게 좀 물어보자. 위니.”
[네, 마스터.]커피를 준비하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에 메타버스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새봄은 자신이 설명하려던 것을 위니에게 물어보자 입을 삐죽거렸지만, 기다려 주었다.
위니와의 대화는 태영만 가능함을 알고 있다.
자신과도 대화할 수 없느냐고 물었을 때, 아직은 방법이 없다고 말을 돌렸었다.
“그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 있어?”
[네, 마스터. 37종을 가지고 있습니다.]많이도 가지고 있다.
37종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면 정말 많다.
“수준은?”
“비교의 수준을 숫자로 말하면 어느 정도야?”
[전체 그레이드를 100으로 보고, 지금 서비스 중인 것을 1로 보면, 37종 중 제일 낮은 등급이 50 정도입니다.]“그래?”
[네, 리얼리티 측면에서도 90%에서 100% 수준입니다.]“그것들은 사용할 수 있어?”
[인프라 부족으로 적용이 어렵습니다만, 그레이드를 낮추면 그 중에 몇은 가능합니다.]몇은 가능하다?
만일 37종 중 도입을 하게 되면, 시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미래의 것을 도입하면 된다.
“그레이드를 낮추는 기준으로 해서, 어느 정도 갖춰야 가능한 거야?”
[플랫폼 제공자, 통신 환경, 개인 사용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개략적으로 설명해 봐.”
[플랫폼 제공자는 페사티급 컴퓨터 100세트와 아이템, 그 중에 아이템은 데이터베이스에 대부분 있습니다.]“아이템, 그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통신 환경은?”
[지금 마스터가 계획 중인 위성 통신용 위성 250개를 올리면 시작 가능 합니다.]“원활하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려면?”
[모든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7,500개입니다.]30배다.
그런데 모든 서비스?
서비스의 일부만 사용하면 위성의 개수를 줄여도 된다.
“현재의 통신망으로는 안 되나?”
[가능합니다만, 리얼리티 손실과 통신 딜레이를 감수해야 합니다.]“아무튼, 개인은?”
[개인은 필수 3종, 선택 1종이 있습니다.]선택이 있다는 것은 다른 장비들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리라.
“많네. 처음부터 다 필요한 것인가?”
[장비는 리얼리티 정도에 따라 21개의 등급이 있습니다.]“가장 기초적인 것을 말해 줘 봐.”
[VR헬멧 또는 VR글라스, 햅틱 웨어러블 디바이스 4종, 선택으로 트레드밀, 그 모두를 제어할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VR헬멧이나 VR글라스는 지금도 게임이나 가상 현실 등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아주 무겁다.
무게는 통상 1Kg에서 2Kg 사이다.
그렇다고 해도 위니가 말하는 성능은 아닐 것이다.
햅틱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모든 동작을 전달하는 옷이라고 보면 되는데, 4종이라고?
“4종은 뭘 말하는 거야?”
[상의, 하의, 장갑, 신발입니다.]아, 4곳의 신호가 필요한 것이구나.
트레드밀의 다른 이름은 러닝머신이다.
러닝머신은 한 방향으로 달린다.
위니가 말하는 트레드밀은 360도 어느 방향이든 달릴 수 있는 장비 같다.
그런데 이것이 선택 장비라고 한다.
그다음에 모든 것을 연결하여 처리해 주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다.
“그 외에는?”
[인바이런먼트 디바이스로,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예를 든다면?”
그것은 그럴 수 있겠다.
선 채로 비행하는 느낌을 가질 순 없을 테니까.
“컴퓨터와 장비는 유선인가?”
[무선입니다.]그렇지, 유선으로 하면 이곳저곳 걸리는 선이 많아서 정상적인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로그인하면, 플랫폼의 인트로 룸에 도착합니다. 거기에서 리얼 라이프 또는, 수많은 종류의 게임들이 있는 판타지 월드로 선택 입장이 가능합니다.]그건 아주 좋다.
“그럼 메인 로비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이 가능한 거야?”
[네, 아침에는 본인의 모습을 한 아바타로 리얼 라이프에 입장해서 회사 출근하고 일하고, 사람을 만나는 등의 일이 실제 생활처럼 가능합니다.]“잠깐, 실제로 출근하지 않고, 메타버스 속의 아바타가 출근한다고?”
[네, 맞습니다. 만남과 교제 또한 그렇게 가능합니다.]이건 정말 놀랄 일이다.
실제로 몸이 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럼, 판타지 월드는?”
[리얼 라이프에서 인트로 룸으로 나온 후에, 판타지 월드로 입장하면, 생활 아바타와는 다른 형태의 아바타로 판타지 세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양쪽의 아바타 모습이 다르다는 뜻이다.
하긴 생활 환경에서 괴물의 모습을 한 아바타를 자신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
“판타지 월드는 게임이 한 가지인가?”
[플랫폼 당 리얼 라이프 외에 평균 247개의 게임이 있으며, 내부에는 미션 또는 인스턴트 게임 35억 개가 있습니다.]어마어마한 거네?
“그럼 로그인 한번으로 그 많은 종류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입장할 때, 아바타의 모습을 다르게 할 수 있나?”
[네, 모두 달리할 수 있습니다.]궁금한 것은 아직도 많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커피가 다 내려왔고, 이새봄은 각 잔에 나누어 따르고 있다.
“오빠, 대화 끝?”
“응, 어느 정도 개념은 정리가 되었어.”
“그럼 가.”
위니의 대답을 듣지는 못해도, 태영의 질문은 들었을 것이다.
회의실로 돌아갔을 때, 김정한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열심이 터치하며 앉아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커피를 내밀자 약간 수줍은 모습으로 받는다.
어떤 모습이 본인의 모습일까 상상이 안 된다.
“말씀해 보세요.”
커피 한 모금을 하고 잔을 내려놓는 것을 보며 말했다.
“우선 저를 소개드리면, 1년 반 전에 리얼판타즈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메타버스 플랫폼인 리얼판타즈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내민다.
“네.”
태영도 명함을 주었다.
이새봄에게 ‘왜 명함 안 줘요?’ 하듯이 바라본다.
“아, 저는 명함이 없어요. 데이트 중이었는데, 사장님이 방해하신 겁니다.”
이새봄은 태영과 자신의 관계를 김정한에게 명확히 밝혔다.
처음 보았을 때, 자신을 향했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아, 네. 죄송합니다.”
이새봄이 그렇게 말해 주고서야 김정한은 눈치를 챈 것 같다.
“말씀해 보세요.”
“처음에는 국내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에 제안을 하고, 개발 책임자로 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맞지 않았습니다.”
“과정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가죠.”
“네, 저희는 좋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개발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금이 부족합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성공은 가능하구요?”
“네, 저희 플랫폼이 국내 시장 탑이 될 거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철이 없는 건가?
“해외와 국내에서 메타버스 서비스 중인 곳이 얼마나 되는지 알죠?”
“네, 국내에도 너이브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있고, 통신 회사에서도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탑?
하긴 그 정도 목표라도 소박하다.
“그 속에서 국내 탑이 가능해요?”
“그…….”
“그리고 국내 탑하면 뭐 해요? 면스북이나 엔에스 같은 곳이 막대한 자본과 뛰어난 인력을 쏟아붓고 있고, 이미 그 시장의 절대 강자인 루브락스 같은 곳이 있는데.”
“……피휴후우우우.”
입을 모아서 숨을 내쉰다.
“결국 안 되는군요. 쩝.”
이대로 포기?
몇 분이나 설득했다고 포기하는 거야?
“직원이 몇 명입니까?”
“네?”
“직원이 몇이냐고요?”
“15명입니다. 저 포함해서.”
“자본금은?”
“자본금 8억이구요, 창투사의 CB 16억, 그리고 차입금 7억이 있습니다.”
또 다른 부채가 있겠지만, 자본금과 CB 그리고 차입금을 합치면 31억.
직원이 15명에, 인건비와 설비비, 그리고 사무실의 유지비가 나간다.
그래도 대충 두드려 보면?
“15명이면 돈은 여유 있게 남아 있을 것 같은데요?”
“한때, 80여 명까지 있었습니다만, 그사이에 많이 퇴직했고, 차입할 당시에 현 인원만 두고 모두 내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그럼, 실 자본금은 8억?”
“네.”
“창투사 CB, 그리고 차입금은 출자 전환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차입금은…….”
“그전에, 연휴인데 우리 회사를 찾아오면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반쯤 도박이었는데요. 평일에는 만날 방법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여러 번 왔었거든요.”
“몇 번이나 왔는데요?”
이번에는 이새봄이 물었다.
“오늘이 여섯 번째입니다.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구요.”
하긴 온다고 다 만나 줄 수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면 제법 끈질기게 왔다.
“오늘 만났으니 운이 좋은 거네요.”
“그보다는 지금 학생인데, 이 정도 성공을 하셨으면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했을 거라 생각했고, 연휴를 다 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휴에 다 쉬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은 적중했다.
“그래요?”
“네, 예상은 적중했는데 하필 데이트 중이라는 차이가…….”
그리면서 이새봄을 힐끗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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