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537
182. 우주 연구원
모인 사람들이 인사하는 초반인데.
“난 김송진, 우주 연구원에서 왔소. 이쪽은 오현수, 장기종, 권현호. 모두 위성 관련해서 부서의 책임자이거나 준책임자들이오.”
“감사합니다. 그럼, 오 회장님과 비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 기관에 계시는군요?”
“그래, 맞아. 최 사장이 록시마 올리려고 우주 센터를 6개월 동안 빌려 달라고 했었지?”
“그랬죠?”
“거길 빌리려면 이분들을 설득해야 하거든.”
“그렇겠군요.”
“그거.”
사이니지를 가리킨다.
태영은 내려 둔 가방에서 검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러곤 인식 센서 부위에 두 손의 엄지를 대자, 잠시 후에 LCD창에 글씨가 나타났다.
{저거 뭐 하는 거야?}
누군가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이다.
이 과정을 오영배는 이미 한번 보았다.
LCD창에 글씨가 나타나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지?}
{인공 지능 디바이스인가?}
그때와 반응은 비슷하다.
회의실 앞부분의 빈자리 중앙으로 갔다.
‘센터 디바이스’와 10개의 ‘사이드 디바이스’를 적절한 위치에 내려놓았다.
음성과 함께 사이드 디바이스가 위치 조정을 시작했다.
“10센티.”
“5미터.”
{헉, 저게 뭐야?}
{3D 디스플레이야, 뭐야?}
{저 기계는 또 뭐야? 사람 말을 알아듣네?}
과학자들도 자신의 기술 분야를 벗어나면 모른다.
이해할 수는 있을지라도 아는 것은 아니다.
그 반응이 저렇게 나오고 있는 거다.
“오디오 연결해.”
“네, 회장님.”
오영배가 옆에 있는 비서에게 지시하자, 비서는 오디오를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사이너큐브에서 완료를 알렸다.
“우선 이거 궁금하죠?”
오영배가 입을 쩍 벌리고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에게 싱글싱글 웃으며 묻는다.
손에 먹을거리 한 개 들고 아이들 앞에서 자랑하는 꼬꼬마 골목대장의 표정이다.
제 것도 아니면서.
“그게 뭡니까, 오 회장님?”
“박 실장, 설명 좀 해 드려.”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설명은 비서에게 하라고 한다.
“네, 회장님.”
지시를 받은 박 실장이 사이니지 앞에 섰다.
박 실장이 문자를 보낸 박의찬이 맞는 것 같다.
“이것은 터니테크에서 개발한 휴대 가능한 3D 디지털 사이니지입니다. 오늘 소개할 시스템은 사이니지를 통해서 할 것입니다.”
“사이니지? 왜 내가 알고 있는 사이니지와 다르지?”
“어, 촬영되네.”
오영배의 옆에 선 또 다른 비서다.
폰을 가로로 들고 이쪽을 향해 있다.
지난번, 위성 통신 관련 모임에서는 모든 것을 막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막지 않았다.
“잠깐, 박 실장님. 이 상황부터 설명 좀 해 보세요.”
남수진이 사이니지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린다.
“남 박사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다른 분들도 궁금하시겠지만, 오늘 온 이유가 사이니지가 아니라, 통신 위성 발사 관련한 것 아닙니까?”
“아, 근데 그건 우리 분야이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저건 무엇입니까?”
태영은 한쪽에 서 있고, 박의찬이 질문을 받고 답해 주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오늘 설명할 것은 이것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되고 있지만, 내버려 두었다.
‘아무래도 광고 회사를 하나 차려야 하나?’
오영배에게 약속할 때, 다른 곳에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직접 할 수는 있다고 했다.
‘한강 위에 걸쳐 놓으면 아주 좋지 않을까?’
‘교통사고가 많이 날까?’
올림픽대로나 강변 북로에서 잘 보이겠지?
그 길을 달리는 차량이 한눈을 팔고, 그래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대신 한강 고수부지에 쉬러 나온 사람들에게는 최상의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오늘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신 록시마 위성 통신 시스템 구축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문점에 대해 답해 줄 것입니다.”
위성 통신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과정들의 내용을 다 알 수는 없다.
위니의 정보 수집 능력은 수만 명의 인력을 둔 정보기관보다 더 뛰어나다.
그러나 정보 보고를 받을 시간은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태영도 하루는 24시간이기 때문이다.
또 잠도 자야 한다.
“저, 최 사장님. 이쪽으로.”
박의찬의 안내에 따라 사이니지 앞쪽에 섰다.
“안녕하세요. 터니테크라는 작은 기업을 하나 가지고 있는 최태영이라고 합니다.”
{작은 기업? 위성 통신 기술을 가지고 있고 쏘아 올리겠다고 했다면서 작은 기업이라고? 하.}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있다.
패드를 꺼내서 위성 통신 프레젠테이션 할 때의 자료를 띄웠다.
“지금부터 록시마 위성 통신과 관련하여…….”
서두가 길면 재미없다.
“가능하면 질문은 마지막에 해 주십시오.”
그리고 자료를 플레이시켰다.
자료가 3D로 플레이되는 15분.
그동안 그 누구도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간혹 손가락으로 영상을 가리킨다.
몸을 어쩔 줄 모르고 움직이기도 한다.
여기 온 사람들은 통신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위성을 올리는 것이 어떤 일인지는 매우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역시 안다.
“후우~”
처음으로 들려온 말이다.
“말이 안 되네, 말이.”
“그러니까…….”
“그거, SF영화에 나오는 부분 아니오?”
SF영화의 한 장면? 비슷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이들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을 테니.
“어떻게 생각하시든, 위성 통신 허가가 나오고, 우주 센터 사용 승인이 떨어지면, 조금 전에 보았던 영상의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아니, 이건 논리도 설명도 없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리고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발사체는 어떤 것이냐?
엔진은 자체 개발한 것이냐?
연료는 무엇을 사용하느냐?
연구진은 어디에 있느냐?
합동 연구가 가능하냐?
그 발사체를 다른 위성 올리는데도 사용이 가능한가?
미국의 스타 조인과 경쟁에 이길 수 있느냐?
우주 연구소에 기술 이전을 해 줄 수 있느냐?
기술 이전비로 얼마를 생각하면 되느냐?
온갖 질문이 다 나왔다.
그냥 두면 질문 목록만 책 한 권은 나올 것 같다.
조금씩만 답해 주고, 적절한 선에서 잘랐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
“비밀 유지 각서를 받지 않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
“박 실장님, 폰으로 찍은 그 영상 나가면 안 됩니다.”
“……네.”
“우리가 SF영화니, 상상이니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 거요?”
오현수라고 소개한 사람이다.
“네.”
“아, 내가 질문하는 것은 통신 이야기가 아니오. 위성을 그렇게 올리는 것이 정말 가능합니까?”
“믿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제가 7월 안으로 시험용 1기를 쏘아 올려 보낼 테니, 그 허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시험용?”
“네.”
“위성이 시험 삼아 쏘아 올리는 것이오?”
“조금 전 질문하신 SF영화 속의 영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태영의 말에 대답 대신 옆 사람을 본다.
태영은 오영배를 바라보았다.
웃는 것도 아니고, 표정이 괴상하다.
“대신, 가능 여부를 가능하면 5월 안에 답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5월 안이라고 정하는 이유는 뭐요?”
“위성과 부대설비를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3월 중순이니, 시간은 두 달 반 정도 남아 있다.
“2개월 안에 위성을 만들 수 있소? 발사와 관련한 모든 것을 포함해서?”
“네.”
“안 되면?”
“그 말씀에 답할 필요는 없지만, 위성 통신 이야기를 하면서 그 정도 준비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으니 하는 말이오.”
이런 식의 대화는 계속되어 봐야 의미가 없다.
저들의 머릿속에 담긴 지식과 경험으로 납득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위성을 올리려면,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해 줄 사람이 앞에 앉아 있다.
“자, 의문이 많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박의찬이 앞으로 나섰다.
“그 자료 받을 수 있소?”
“아, 이걸 드려도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태영이 사이니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거기서만 보이는 거요?”
“네, 그렇습니다.”
“그건 어디 가면 살 수 있는 거야?”
역시 신경질적인 반말로 내뱉는 사람은 남수진 박사다.
“아직 파는 곳이 없는데?”
“뭐야, 대체? 네놈은 어른에게 그렇게 하라고 배웠어?”
태영의 대답에 발끈한다.
아, 이걸 그냥.
에이, 여기까지도 참자.
“이만 끝낼까요?”
오영배를 향해 물었다.
“야, 대답 안 해?”
남수진이 벌컥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쪽 능력으로는 못 살걸?”
태영은 태연하고 능글맞게 대답했다.
“뭐? 그쪽? 그쪽이라고?”
“좀, 그만 좀 해.”
고종필의 얼굴이 벌겋게 되며 남수진에게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 않다.
“뭘 그만해요? 새파란 놈이 말을 저따위로 싸가지 없이 하는데.”
“남 박사가 먼저 시작한 거 아냐?”
“아, 정말 미치겠네.”
남수진이 짜증을 내고, 고종필은 남수진에게 화를 내자, 다른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다만, 잔뜩 짜증 난 표정으로 구경한다.
“자, 먼저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가십시오.”
태영은 그 말을 끝으로 사이니지를 접었다.
그리고 조각조각을 보관 상자에 집어넣었다.
~툭~
여자의 구두 끝이 사이니지 한 조각을 툭 차서 멀리 밀어냈다.
“돈 많아?”
“뭐?”
“그거 비싼 물건인데, 아줌마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평생 모아도 그거 한 조각 못 사.”
태영이 빙긋 웃으면서 말할 때 고종필이 옆으로 왔다.
“정말 그럴 거야?”
고종필이 남수진을 끌어당겼으나, 남수진은 버텼다.
그러다 결국, 옆에 있던 김송진과 오현수가 가담하면서 끌려갔다.
“건방진 놈이 같잖게 지가 우리 보고 오라 가라 해?”
남수진이 한쪽으로 끌려가다시피 이동하며 빽 소리를 냈다.
아, 그렇구나.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왜 초장부터 행동이 그랬나 했더니, 궁금하면 오라고 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럼, 안 오면 되는데 왜 왔을까?
“이거 고장 났으면, 배상 청구할 거야.”
“지랄하지 마.”
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더 했더니 돌아보며 소리를 빽 지른다.
태영은 왼손 중지를 접고 그 위에 엄지를 얹어 손을 두 번 돌렸다.
[네, 마스터.]오른손 끝으로 ‘인태프’와 ‘남’이라고 썼다.
[남수진에게 인태프 심어 두겠습니다.]끝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저쪽은 우주 에너지 관련 분야일 뿐 위성 발사는 무관한 기관이어서 다행이다.
***
“이번 주말 골프나 같이하자.”
다들 나가고, 오영배와 박의찬, 그리고 윤병광이 남았다.
“오늘 출장 가요. 다음 주까지.”
“대체 너는 어떻게 나보다 더 바쁘냐?”
“너?”
“아, 내가 잘못했다. 취소. 최 사장은 어떻게 나보다 더 바쁘냐?”
“그룹의 회장님이 나보다 바쁘지 않으면 일 안 한다는 거죠.”
“그럴 리가 있겠냐?”
“그리고 나는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그건 맞는 말인데,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인데 오늘 출장을 가?”
“윤 박사님.”
오영배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윤병광을 불렀다.
윤병광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남아 있는 것인데, 오영배와의 대화로 가만히 기다리는 중이다.
“네, 최 사장님.”
“말씀하십시오.”
오늘 온 이유와 원하는 것을 말하라는 거다.
“음, 지난번에 보여 준 드론 말씀입니다.”
“드론?”
오영배가 급 관심을 보이며 태영에게로 몸이 기울어졌다.
“거참, 왜 그것도 욕심나요?”
“당연하지.”
“그럼 직접 개발을 하세요.”
“최 사장이 개발한 드론은 뭔데?”
“윤 박사님, 전화번호 하나 보낼 테니 그 사람을 만나 보세요.”
오영배에게 답은 해 주지 않고, 윤병광에게 말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우리가 개발한 드론 사업을 하는 회사 사장이요.”
“감사합니다, 최 사장님.”
태영은 패드를 찾아서 류기현의 연락처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전송했다.
“그 회사는 드론에 관한 한 윤 박사님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최 사장.”
“이번 주 말고, 다음 주말에는 골프 가능해요.”
“드론 사업 제휴하자.”
“내가 어떤 드론을 가진 줄도 모르고 제휴를 해요?”
“최 사장이 하는 거라면 무조건.”
“기술 제휴하면, 제휴비 10조를 먼저 내놓고 하셔야 하는데.”
“10조?”
“네, 그것도 달러로.”
“야이, 미친.”
“그러니까요. 내가 미친 거 나도 알아요. 그리고 제휴하자고 청한 곳이 오 회장님이 세 번째인데, 다들 10조 달러는 못 내겠답니다.”
“그 돈을 내고 제휴를 어찌해?”
“그러니까, 안 하면 되는데 왜 하자고 하는지. 참, 알다가 또 모르겠어.”
태영의 대답에 오영배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윤 박사님, 그 연락처 나랑 공유 좀 해요.”
한참 후에 시선이 윤병광에게 돌아갔다.
“오 회장님.”
“네, 박사님.”
“허락은 최 사장님에게 받으셔야 하는데요.”
“……?”
윤병광을 바라보던 오영배가 시선을 태영에게 다시 돌렸다.
“최 사장아, 그 연락처 나도 줘라.”
“다음 골프 때, 드리죠.”
“좋아. 다음 주 토요일, 골프 약속.”
“그래요.”
“너 혼자 올 거야?”
“또 너?”
“아, 아. 실수. 최 사장 혼자 올 거야?”
“오 회장님과 얽히는 사람은 나 혼자면 돼요.”
물론, 골프장에서 연락처를 주기로 했으니, 류기현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 된다.
류기현이 골프를 하던가?
지레짐작일지 몰라도, 못 했을 것 같다.
한 명 남아 있던 직원과 날밤을 새우고, 많은 빚을 지고 있던 사람이다.
안 되면 죽을 결심까지 한 사람이 골프같이 돈이 들어가는 운동을 했을 리가.
내부적으로는 김경훈 전무나 김성태 전무 중에 한 사람을 데려가도 된다.
아니면, 유제범 부장을 데리고 가도 된다.
그러나 그들은 오영배의 마수를 떨쳐 내기 쉽지 않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