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22
123화. 이번엔 진짠데?
호소다 감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9월 회식을 이후로, 제작진들이 기운을 차렸다고 말이다.
– 너가 현장을 직접 본다면 깜짝 놀랄 거야. 우리들 엄청 무서워졌어.
“독기 찬 사람만큼 무서운 게 없긴 하죠.”
제작진들의 작업이 무서운 속도로 빨라졌다는 것.
오기가 그 장작이 되었다는 듯하다.
그리고 추가 수당마저 있었으니 말이다.
– 아, 물론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고 대충 그리는 것도 아니야. 작화 수준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놀라울 정도지.
“그렇겠죠.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호소다 씨 선에서 컷을 했을 테니.”
– 음, 당연하지. 어이쿠, 이만 작업해야하거든. 미안하지만 이만 끊을게.
“부탁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의자를 등을 기댔다.
모든 인력에게 시간이 촉박한 만큼,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힘든 상황임에도 진행 상황이 좋다는 점은 다행이네.”
내가 말하자, 주위에 날아다니던 라피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주변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긴 하죠. 그 덕분에 작업 능률이 올랐나 봐요.”
“응, 12월 2일을 맞추겠다고도 하셨거든.”
호소다 감독은 제작 인력들의 속도향상을 느꼈기 때문일까.
12월 2일 개봉을 하자는 영화관의 제안을 수락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모든 일정들이 차례차례 정해졌다.
영화를 시범적으로 상영하는 시사회 날짜도 결정됐다.
제작 상황을 고려해, 개봉 이틀을 앞둔 11월 30일로.
“으음, 좀 아슬아슬하긴 한데.”
열정을 불태우는 제작진들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들이 작업을 무사히 완수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앞길은 꽃길로 바뀔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날아오를 준비는 되어 있어.”
내 원작을 다룬 애니메이션, 는 시청률 평균 7%대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방영이 종료됐다.
[ 25회 시청률 7.8% 달성. ] [ 한국 첫 심야 애니메이션은 시범은 대성공. ] [ SBC日, 차기 심야 애니메이션은 계속 물색중. ]애니 성공의 효과로 국내 단행본 부수도 폭발적으로 오르고, 주간 제트의 부수마저 상승했다.
“나 대명성의 작품뿐만 아니라, 서울출판사, 다원, 학선 등의 작품들도 매출이 올랐죠.”
“와 같은 작품을 보고 일본행을 노리는 작가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여러모로 한국 만화의 수준과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한국 만화시장을 살리려는 내 노력에 성과가 있던 것이다.
“한국 시장은 회귀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으로 뛰어올랐어.”
다시 90년 초기의 만화 르네상스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기형적이게도,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무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박을 친다면, 다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제작 투자가 들어올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작을 다룬 애니 제작의뢰는 출판사에서 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거든.”
마치 공생관계.
만화가 흥하면 애니메이션도 덩달아 흥하는 것이 법칙이었다.
“그 시스템을 한국에 자리 잡게 하는 거지.”
그렇다면 한국 서브컬쳐의 부흥 그 이상의 것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 그 꿈을 이뤄줄 거야.”
멀게만 느껴졌던 그 꿈이, 어느새 내 손에 잡혀지기 시작했다.
* * *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 11월 28일.
시사회 이틀 전이었다.
밤 시간대, 화실에서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전화가 왔다.
– 바, 방금 보냈다! 결국 마감 지켰어!
호소다 감독은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독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스태프 분들한테도 수고하셨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 그래, 너도, 우리 모두 노력했지. 스태프들도, 도 너무 자랑스럽다.
은 완성되어, 무사하게 영화관에 안착했다.
– 퀄리티는 문제없어.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제출을 내일로 미뤘을 거야.
호소다는 자신 있게 답했다.
그렇게 해서, 30일.
문제없이 시사회를 열게 되었다.
서울의 어느 상영관에 약 50명 정도가 참석한 시사회.
나는 정체를 숨기고, 관객 입장으로 참가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소다 감독의 짧은 설명이 끝나고, 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시작됐다.
‘이미 호소다 감독을 통해서 본 장면들이지만…….’
시사회 상영관 스크린을 통해 보는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내 각본이 이런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 줄이야.’
기쁨과 슬픔, 그리고 감동.
제작진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담아낸 .
어느새 93분이란 러닝 타임이 끝났고.
그와 동시에 관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다.
* * *
– 짝짝짝짝!
박수는 1분을 넘도록 지속 되었다.
특히 시사회에 참석한 인터넷 기자 이정필은 큰 힘을 실어 박수를 쳤다.
그는 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작품 내용이 감동스러웠기도 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이…… 죽지 않았구나……!’
서브 컬쳐 팬으로서 기쁨의 안도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적어도 보단 좋은 작품이길 바랬는데…… 그걸 훨씬 뛰어 넘었어!’
얼마동안 기다려왔을까.
한국 애니메이션에 매번 배신을 당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렸다. 언젠가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면서.
‘결국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정필 기자는 아주 강하게 확신했다.
“저기, 혹시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시사회가 종료되고, 참여 관객들에게 질문을 했다.
“정식 상영하면 한 번 더 보러 올 거예요.”
“친구들한테도 알려주려고요. 꼭 한 번쯤은 봐야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요.”
“단언컨대 제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시사회 관객들은 빠짐없이 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었다.
‘ 시사회 때랑 다르다.’
이정필 기자도 시사회를 참여했었다.
그 당시에는, 조금 껄끄럽긴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이니까 무작정 지지를 해줘야한다는 느낌이 만연했다.
‘다들 애매한 표정이었지. 이걸 욕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말이야.’
하지만 은 그게 아니었다.
다들 진정이 담긴 얼굴로 호평을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하이라이트 씬에는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만 눈물을 훔친 게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고 말이다.
‘엄청난 작품이 나왔다. 이거, 큰일 한 번 저지르겠어.’
그동안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실패한 이유가 있었다.
엉성한 스토리, 성우 선정실패, 그 외 여러 가지들.
‘특히 기획력의 부재가 제일 문제점이었지.’
예시로, 의 작화는 좋았다.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BGM처리, 과도한 연출, 부실한 요소들이 눈에 보였고.
결국 감독의 역량과 동시에 기획 단계부터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점이었다.
그로 인해 작품의 스토리도 이상하게 흘러갔으니. 관객들에게 악평을 받을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맞아. 결국엔 기획이 문제점이어.’
의 몰락 이유였다.
‘감독은 투자금이 부족했다곤 하지만.’
충분한 투자가 들어왔다면, 안정적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익 분기점은 절대 못 넘기고 말겠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패한 작품이었으니까.
얼마를 투자하든 흑자로 전환할 일은 추호도 없다.
‘관객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제대로 정하지 못한 것이었으니.’
의도도 공감이 되지 않고, 타겟층 조차 불명확하다.
그런 작품이 310만 명이란 손익분기점을 어떻게 넘기겠는가?
‘결국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줬어.’
안타깝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를 비롯한 한국 애니는 결국 망할 만 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이번만큼은 다르다.
‘으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은 되살아날 것이야!’
대중을 향해 타겟층을 잡았다.
기획과 스토리부터 느껴지는 작품성이 훌륭했다.
‘그 의 안서준 씨가 쓴 각본이라던데. 역시 만화가가 짠 스토리라 다른가?’
만화가가 참여한 각본이라서 조금 의아했지만, 직접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안서준의 각본은 그야말로 국내 최고의 것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손익분기점인 120만 명은 아주 거뜬히 넘길 것이라고 예견했다.
‘나만 좋아할 때가 아니다. 얼른 사람들한테 알려야 해!’
이 기쁜 마음을 모두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 감동을 계속 유지하고, 타자를 쳐서 기사를 올렸다.
[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보았다. 시사회, 관객 반응은 대호평. ]“이 기사를 보고 을 보러 영화관을 향해 발을 돌렸으면 좋겠다.”
이정필 기자는 뿌듯함 마음이 여전했지만.
그의 생각대로만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오한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시사회 때도 흥행 예감이니 뭐니 그러지 않았음? ] [ 뿐이겠나? 이랑 생각 안나나? 그때랑 똑같아. ] [ 한국 거니까 무작정 좋다고 하는 거 한 두 번 보나ㅋ ] [ 애국 보너스 굿굿. ] [ 또 일본 뛰어넘었다고 하지 그래?ㅋㅋㅋㅋㅋ ] [ 이번엔 안 속는다. 양치기 소년한테 속는 것도 3번까지다. ]시큰둥한 반응.
아주 냉소적이었다.
“야, 양치기 소년이라니…….”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 , 그리고 까지 3연타였다.
수십, 수백억대 거금을 들이고도 최악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그러니 이제 희망을 잃을 법 하기도 하지.’
관객들의 기대가 점점 떨어지는 건 알았으나, 그래도 곧 개봉할 까지는 희망의 끈을 붙잡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정필 기자의 예상과 다르게, 이미 관객들은 지칠 대로 지친 것이다.
아무도 의 호평을 믿지 않으려 했다.
“……아니, 은 정말 좋은데……?”
이정필 기자는 크게 당황했다.
이제야 말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다름 아닌, 희망을 잃은 관객을 보고나서였다.
‘이란 수작이 나왔는데, 정작 중요한 관객들이 보지 않는다면…….’
그대로 묻혀버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부터 잊혀 질 것이다.
‘그, 그게 말이 돼? 이번에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기다린 작품이 나왔는데……!’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고 한들, 관객들이 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허무하게 한국 애니 업계가 무너질 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 * *
나는 라피스와 함께 를 전부 상영하고, 몰래 시사회장에서 빠져나왔다.
‘이 2003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라니.’
내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다.
미소를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만족했다.
“뭘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세요. 뒷부분은 개그 내용이 아니었는데.”
“아니,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왜 웃겨요. 다른 참석자들은 눈물바다였잖아요.”
라피스의 말 대로였다.
초반부는 웃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중반부는 몰입도를 높여 모두가 스크린에 집중하는 듯 했다.
후반부에선 결국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관객들이 대다수였다.
모든 구간마다 내 의도대로 통했으니, 결국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웃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잖아. 을 본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는데, 이것 말고 기쁜 게 어디 있어?”
그래서 상영관에서 나만 유일하게 미소를 지은 것.
“작품이 2003년 기준으로는 꽤 괜찮더라고요. 서준님이 만든 캐릭터 디자인이 호소다 의 스타일이랑 일치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호소다 감독을 염두 해두고 만든 디자인이었거든. 시너지가 나온 거지.”
“아직은 멀었지만, 나중엔 정말 따라잡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일본을요.”
“회귀 전이었다면 미친 헛소리라고 생각할진 몰라도, 이젠 그럴 가능성까진 생겼다고 봐.”
호소다의 밑에서 노하우를 배운 애니메이터들은 일본 부럽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역시 재능이 없던 게 아니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였어.’
의 작품도 살리고, 인력의 수준도 키운다.
호소다의 섭외로 일석이조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었다.
“아무튼 관객 반응도 봤으니, 점점 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이 온다.”
나는 큰 자신감을 가졌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서, 12월 2일.
전국 상영관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이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