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40
141화. 나도 참가한다.
모든 학교들이 펜툰 최강자전에 혈안이 오르는 때였다.
나의 모교, 한국 애니고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들, 펜툰 공모전 잘 준비하고 있지?”
한애고 만창과 학생들이라면 펜툰 공모전 참여는 필수가 되었다.
학교에서 급히 타블렛을 공수해와 웹툰 제작을 최대한 지원해주기도 했다.
‘한애고 만창과도 대학생 수준에 뒤지지 않아. 수상자를 반드시 만들고 싶은 거겠지.’
물론 만창과뿐만이 아니었다.
‘애니과나 게임과에서도 웹툰을 만든다고 하던데.’
만화과가 아니더라도, 그림을 좀 그리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참가한다고 했었으니.
‘거금을 들인 만큼 투고자 수도 많을 거야.’
나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야, 진태야. 웹툰은 이렇게 만드는 거 맞지?”
“스크롤 연출…… 이런 식으로 하면 되나?”
한 달 전만 해도, 웹툰 연재를 출판 연재와 동급으로 보지 않았던 학생들이었지만.
이제와서야 웹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었다.
‘웹툰의 입지가 굉장히 많이 올랐어. 거의 출판만화 급으로 말이야.’
만화 지망생들이 모인 네이바 카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 방사 회원님들, 이젠 웹툰 지원도 꽤 괜찮은 거 같네요? 이번 공모전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문체부 연관된 거 보니까 정부에서도 지원을 하려는 거 같아요. ] [ 펜툰 독자 수 은근히 많고, 원고료도 흑백만큼 준다고 하고요. ] [ 단행본 출판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는 이상 웹툰을 해도 되겠어요. ] [ ⌞웹툰도 인기 얻으면 단행본 출판도 해줘요. ] [ 제가 대명성 편집자랑 이야기해봤는데, 앞으로도 펜툰 인기작을 잡지 연계 연재도 해본다고 하네요. ] [ ⌞그게 진짜임? ] [ ⌞와…… 사실이라면 이제 펜툰을 노려야겠네요. 그 대명성 경쟁률 뚫는 거보다 펜툰이 훨씬 낫겠네. ] [ 게다가 그 안서준까지 펜툰을 연재하는데 말이죠. 이제 업신여겨 볼 수 없어요. ] [ 감히 예상하는데, 이번 공모전 끝나면 펜툰 경쟁률 엄청 오를 겁니다. ] [ 펜툰을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아쉽네. ]웹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
‘역시 투자가 답이지.’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오니, 지망생들이 이제야 펜툰에 주목을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펜툰 트래픽도 벌써 3배 가까이 폭등했다고 하고.’
10억이라는 상금을 내걸고, 협력사 네이바에서도 대대적인 광고를 해준다.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TV광고까지 흘러나왔으니.
‘이제 한국도 대 만화 시대가 열리는 거야.’
90년대 초기의 르네상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서준아.”
내가 고개를 올리자, 반 학생들이 노트를 들고 내게 다가온 것이다.
‘나한테 뭐 물어볼 게 있나.’
내가 안서준이란 정체를 밝혔을 때도, 학교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내가 펜툰 최강자전이 개최한다고 하니, 더더욱 그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많이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그 열의를 무시할 수 없었으니, 나는 질문에 대한 답해주었다.
공모전은 어떤 식으로 되는지, 왜 이런 공모전을 열었는지 궁금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나는 적당한 대답을 건네주었고.
“서준아, 내꺼 좀 잘 봐줘.”
이런 말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아니, 난 심사를 안 보거든.”
“응? 그럼 누가 심사를 해?”
그 질문의 대답은 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나왔다.
“야, 너 제대로 안 봤지? 독자 100% 심사라잖아.”
“뭐?”
제대로 이해했군.
“그래. 모든 건 독자가 선택해. 그러니 나보다 독자한테 더 잘 보여야할 걸?”
“으! 이럴 시간에 더 퀄리티를 올려야겠다. 답변 고마워!”
다들 얼른 작업을 하러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그래, 최강자전의 룰은 이러했다.
4월 초부터 5월 중까지 1화분 투고를 받는다.
일주일 동안 기준 미달의 원고들은 걸러내고, 되도록 많은 원고를 업로드하는 것이 1차 예선.
그 원고들 중에서 가장 있기 있는 64개를 뽑아 2차 예선을 실시한다.
‘2차 예선 땐 2화가 올라온다.’
초반부터 재미있고 인기를 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예선이 끝나면 상위 32작을 선정하여, 3화를 연재한다.
‘거기서 또 인기를 얻어낸 절반만 살아남는다.’
16강부터는 4화를 연재.
‘물론 4화까지 만드는 건 부담이 있겠지만…….’
16강에 들어온 16명의 투고자들에겐 모두 펜툰에서의 연재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니 몇 화를 만들든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8강 5화, 4강 6화, 결승까지 총 7화.
예선부터 결승까지 100% 독자투표로 결정된다.
‘회귀 전에 있던 네이바 웹툰 공모전과 거의 유사하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차이점이었다.
‘안 그래도 회귀 전의 독자들이 토너먼트 방식을 싫어했으니 말이야. 그걸 감안해서 만들어보았지.’
나는 회귀 전에 있는 공모전들의 장점과 단점을 자세히 파악했고.
독자들에게 받은 비판을 수용해서 단점을 수정해보았다.
‘그만큼 이번 공모전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
내가 상금 10억을 투자하는 그 이상의 성과를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도 최대한 노력을 해볼 거야.’
나는 공모전 성공을 위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느라 발로 뛰기도 했다.
이정미와 박은정이 있었고, 하림누나와 함께 만든 비축분도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시간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티비 방송도 급하게 결정되었다.
‘문체부와 협의했던 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문체부와 기획했던 티비 프로그램은 5월 말 혹은 6월초에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워낙 내게 출연 초청 요청이 많았기에, 그 중 하나를 골라 수락한 것이었다.
MBS에서 2004년부터 새로 만든 토크쇼 프로그램, [ 컴 히어! ]라는 것이었다.
‘회귀 전 땐 2004년 5월부터 방송이 된 거로 아는데.’
나를 게스트로 잡을 기회가 찾아오자, 예정보다 더 일찍 일정이 잡혀진 것이었다.
‘이거 나도 본 적이 있는데.’
유지석과 김언희라는 유명 MC가 진행으로 결정된 프로그램.
첫 회부터 내가 출연이 결정되었다.
약 20분간, 짤막하게 나오는 만화 특집이라는 듯 하다.
‘살다보니 TV쇼까지 나오게 될 줄이야.’
세트장에 도착했을 땐, 제안을 수락해줘서 고맙다는 PD도 만나보았다.
‘내가 출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고 예견하던데.’
내가 만화업계 외적으로도 그 정도 파급력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 담당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회귀 전이나 후나 방송 출연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되는 듯 했으나.
‘이야기를 좀 들어보니까, 크게 어렵지는 않은 거 같은데.’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될지 알게 되었다.
‘아무튼, 최강자전의 독자를 최대한 유입시킬 방법 중 하나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토크쇼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천재 만화가, 안서준 씨를 모시겠습니다!”
유지석과 김언희의 환호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한국 애니고 1학년, 안서준입니다.”
“아! 대표작, 를 만든 안서준 씨! 한국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던 그 만화의 작가가 고등학생이라니. 사실 저도 봤었거든요. 30대 아저씨가 그린 줄 알았어요.”
이런 부드러운 느낌으로 토크쇼가 진행되었다.
“아무튼 만화 그리느라 바쁜 와중에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석의 인사에 나도 맞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야말로 이런 프로그램에 초청해주셔서 영광이네요. 제가 개최하는 펜툰 최강자전 공모전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어? 어허, 안서준 씨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 하시면 위험합니다!”
‘공모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유지석 MC가 당황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손을 절레였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다.
방송 작가와도 이미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었으니.
“아, 덥다.”
내가 난방을 살짝 벗자,
“아앗! 안서준 씨!”
공모전 제목이 커다랗게 프린팅 된 내 티셔츠를 가리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곤란합니다, 안서준 씨!”
유지석이 손으로 티셔츠를 가리며 난방을 건네주기도 했다.
“자, 안서준 씨의 그림 시연이 있겠습니다!”
“음, 뭘 그려볼까요.”
내 작품의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캐릭터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플랜카드에 공모전 문구도 적혀있는 게 아닌가.
“아이, 안서준 씨! 이 캐릭터가 왜 갑자기 이런 팻말을 들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내가 최강자전 공모전을 은근슬쩍 광고하고.
그것을 저지하는 일은 유지석이 맡는다.
‘방송 작가 누나도 이런 식으로 웃음을 유발하라고 했으니 뭐, 광고도 잘 된 거겠지.’
워낙 뜬금없고 반응이 격렬하기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키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잘 통한 것일까.
“펜툰 최강자전이 뭐야?”
프로그램을 보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곤 했다.
그 때문에, ‘펜툰 최강자전’이 네이바 검색순위에 오른 것.
“1등이 5억이네?”
10억짜리 작품들을 뽑는 거대 공모전.
워낙 큰 금액이었기에 금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직 투고만 받고 있구나. 작품을 보는 건 5월 말부터 시작하네?”
“나도 참가해볼까?”
사람들에게 점점 인식되어간다.
5월 말부터 10억짜리 펜툰 공모전 작품들이 공개된다는 것이.
그리고 지망생들에게도 더욱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경쟁자 엄청나겠는데.”
“반드시 상을 타야지.”
“상 못 타도 상관없어. 출판사가 마음에 들면 데려간다니까.”
“정말 잃을 거 하나 없는 공모전이네. 지망생이라면 무조건 참가해야지!”
네이바, 펜툰, 문체부, 전국 유명 만화 출판사들이 모두 합친 국내 최대의 공모전.
“투자가 쭉쭉 들어오니까, 이젠 한국에서 만화 그릴 맛 난다!”
만화가와 만화 지망생들의 환경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 덕분일까, 한국 만화의 질은 더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반드시 최강자전에서 성공하고 말 테다!”
역대 최고 공모전, 펜툰 최강자전은 이미 지망생들의 꿈과 희망의 장소가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느덧 5월 12일이 되었고.
투고가 종료되었다.
* * *
펜툰 최강자전 투고 작품 수는 총 2,817편이었다.
그리고.
“완성됐다.”
안서준은 타블렛 펜을 내려놓으며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
그가 그린 만화를 보고 라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화풍이라면…… 서준님이 그렸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겠네요.”
“그렇지? 그림체를 최대한 바꿔봤어. 아무도 안서준인지 모르도록.”
안서준은 ‘어느 웹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같은 일본체도 아니었고, 같은 극화체도 아니었다.
“필명을 쓰신다는 건데, 결국 정체를 숨기시는 거네요.”
“당연하지. 내 이름을 밝히고 참가한다면 어떻게 되겠어? 내 만화만 주목받고, 다른 참가자들이 불리해질 거야.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공모전이니까 아무래도 공정해야 하잖아?”
펜툰 공모전.
안서준 역시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