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201
202. 데빌 인 더 픽쳐
밤 10시 경.
펜툰 본사, 내 사무실.
“마지막 컷 끝!”
“확인해줘.”
어느 때처럼, 원고를 내 메신저로 넘겨 확인을 부탁했다.
녀석들의 원고를 체크하는 시간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이젠 문제점이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당연하다.
이정미와 박은정은 4년차 어시스던트다.
심지어 천재이기도 했고 말이다.
“피곤해.”
“수고했어. 들어가서 푹 쉬어.”
오늘도 매일하던 작업이 끝났다.
“넌 퇴근 언제하게?”
“좀 정리할 게 있어서.”
“으음, 회사 일인가보다. 알았어, 우리 먼저 갈게.”
“내일 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녀석들이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정미와 박은정이 퇴근한 이 때.
“이제 내 시간이네.”
나는 컴퓨터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띄웠다.
바로, 미국을 강타시키기 위한 신작.
“공을 많이 들여야겠어. 이나 이상으로.”
“감당이 안 되실 텐데요?
“괜찮아. 나한텐 끄떡없어.”
한쪽의 모니터엔 콘티를 띄우고, 다른 한쪽 모니터엔 원고를 띄웠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짜면서 원고 작업을 진행했고.
라피스의 채찍도 계속 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여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그리란 말이에요!”
“그, 그러고 있잖아!”
“주인공의 내면 연출도 타겟 독자층과 공감할 수 있도록!”
나는 일주일 동안, 몰래 신작 한 편을 완성 시켰다.
“꽤 괜찮네.”
신작 원고를 읽으면서 짧게 감탄했다.
내가 그렸지만 잘 그렸다.
여성 1, 20대 층을 타겟으로 한 작품이었으나, 남자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라피스 넌 어떻게 생각해?”
“이번에도 돌려보면 알게 되겠죠.”
“화실 식구들한테? 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그렇게 해서, 완성한 원고를 함께 돌려보기로 했다.
“두 달 뒤면 외전편이 연재종료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오리지날 신작 한 편 그렸는데 한 번 봐주실래요?”
– 오리지날 신작이라고요?! 꼭 보고 싶어요!
– 볼게! 얼른 볼게!
– 어디로 가면 돼요?
신작을 보여준다는 소식에 맨 꼭대기층, 내 사무실이자 작업실로 화실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신작을 그리고 있었다곤 생각도 못 했어.”
“정말! 우리한텐 이야기 해주지!”
이정미와 박은정 역시 깜짝 놀란 눈치였다.
외전편은 아직 연재중이었으니, 주 4회의 작업량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미안, 깜짝 놀래키고 싶어서.”
내가 미소 짓자, 이정미가 한숨을 내쉰다.
“그걸 의도했다면 성공하긴 했네. 아무튼, 읽어볼게.”
“얼른 보자!”
이번 작품도 기대하는 화실 식구들.
초반부부터 의견을 내놓았다.
“음? 지금껏 안 선생님이 그려온 만화랑 분위기가 좀 다른데…… 추리물? 호러물인가?”
하림 누나는 조금 알쏭달쏭한 눈치였고.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처럼 미국을 겨낭한 느낌이 조금씩 들긴 해요.”
소현 누나가 모니터에 눈을 떼지 않고 읽으며 말했다.
“일단 주인공이 예쁘고 멋지네.”
계속해서 감탄을 흘리는 진호 아저씨였다.
그렇게 해서, 중반부.
“추리물인가? 으음…… 분위기는 그런거 같은데 아직 추리물 같진 않고…….”
“인턴 기자인 주인공 행보가 기대 돼요.”
중후반부.
“…….”
“……….”
이젠 더 이상 말이 없어졌다.
그저, 한 컷 한 컷 볼 때마다 소리 없는 감탄이 튀어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컷까지 도달했고. 1화를 완독했다.
그제야 폭발하듯 모두가 대답했다.
“정말 잘 봤어요.”
“호러물이거나 추리물인지 알았는데 로맨스 물이라니! 정말 좋아요!”
이젠 모두가 로맨스 판타지물이란 것을 알 수 있던 것이다.
“음, 그래. 캐릭터가 다 잘생기고 예쁘네. 스토리도 재밌고. 서준이답지 않은 만화인데, 그래서 오히려 신선함이 느껴진달까…….”
남자 독자인 진호 아저씨에게도 좋은 평가를 들었다.
“이번 만화, 여자 독자층을 노리신 거 맞죠?”
소현 누나가 물어보았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1, 20대 여성 독자층을 노렸거든요.”
“역시.”
소현 누나가 예상에 성공했다는 듯 먼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에야 모두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현 누나는 아주 드물게, 조금 고양된 목소리였다.
“이건 제 생각이지만, 이건 완전히 먹혀들 거예요.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만화를 읽어보네요.”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뭐예요?”
“악마가 엄청 미남이잖아!”
이정미가 대신 답했다.
악마의 얼굴이 공개되는 컷을 계속 보면서,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이정미였다. 그 뒤에 하림 누나도 두 손을 잡고 있었다.
“맞아요, 봐요. 엄청 잘생겼어요!”
“……난 주인공이 예쁘던데?”
진호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모두가 입을 모았다.
““악마가 더 예쁘거든요?!””
“……끄, 끄응.”
진호 아저씨를 제외하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남자 주인공…… 악마를 엄청 마음에 들어하시네.’
온갖 미남 캐릭터들의 자료들을 모아 만든 디자인이었다.
‘캐릭터가 전부인 웹툰이야. 일단 캐릭터가 먹혀들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네.’
나는 조금 안도감을 느끼면서, 질문을 건넸다.
“어느 부분이 기대되는지, 재밌는지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로맨스 판타지는 내가 처음 그리는 장르였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라피스는 완성된 원고를 보고 별말을 하지 않아서 이게 옳은지 틀린 지는 몰랐지만……. 반응이 좋은 걸 보니 일단 먹히긴 했다는 건데.’
여성 독자들이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하는 지 더욱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자꾸만 다음 컷을 보고 싶고, 악마는 언제 나오나 계속 기대가 되요.”
“맞아요, 악마를 보고 싶어서 다음화를 보고 싶어요!”
“그림이 너무 좋아요. 그림 때문이라도 계속 보려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각자 재미를 느낀 점을 이야기해주었다.
“으음……. 주인공이 힘차고,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멋지달까.”
말은 계속하면서도, 주위를 눈치를 보면서 조금 움츠러든 진호 아저씨였다.
“히어로물의 히로인 클리셰를 비트신 거죠?”
소현 누나의 분석이었다.
내 의도를 완전히 캐치했다. 나는 짧게 감탄하며 대답했다.
“잘 아시네요.”
“역시 맞았네요. 그래서 저는 더 좋게 봤어요.”
소현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우스 휠을 원고에 갖다대었다.
“제목은…….”
원고에 나와있는 제목은 라고 적혀 있었다.
“뜻이 있는 제목으로 설정했어요.”
그래.
픽쳐(Picture)의 뜻은 그림, 사진으로 주로 쓰여지고.
영화 혹은 ‘묘사’라는 뜻도 함께 있다.
작중에서는 도시 전설, 악마에 대한 어떤 몽타주라던가 상상화가 돌아다닌다.
하지만 인턴 기자였던 주인공은 악마를 사진에 담는 것을 성공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모든 사건의 계기가 된다.
나는 원고 앞 부분을 읽어보았다.
-IS HE THE DEVIL?
-이것은 정말 악마인가?
그래, 이런 시작이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는 특집 기사.’
그것이 스토리의 시작점이 된다.
인턴 기자인 주인공이 기사를 쓰면서 악마, ‘데빌 아이’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악마를 만나기 전, 주인공은 이런 기사를 쓰는 걸 내키지 않는 거야.’
신문 편집장은 악마 특집 기사를 누군가가 써야 한다고 소리친다.
뭐든 가져오는 녀석에게 단독 기사를 준다던가, 돈도 많이 준다던가 소리치지만.
목숨을 걸면서까지 악마를 취재하고자 하는 기자는 없는 와중이었는데…….
‘인턴 기자였던 주인공이 우연히 악마를 찍어버리고 모든 운명이 바뀌는 거지.’
처음에는 스쳐 가듯이 우연히 찍은 것이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악마에 대한 호기심이 점차 생겨나가고.
결국엔 상처입은 악마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치료까지 하며 그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다.
‘그 뒤로는 주인공이 진실을 알게 되는 거야.’
악마에 대한 소문은 안 좋지만.
알고 보니, 악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빌런의 어두운 진면모를 알고 대적하는 다크 히어로 였던 것이다.
그런 사건의 중심에서, 주인공이 악마를 만나게 되며 로맨스 판타지적 스토리로 이어나간다.
그래서 제목을 로 지었다.
“혹시 완결 분량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셨어요?”
소현 누나가 물어보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
“음……. 완결도 이미 구상해두었고. 생각보다 길진 않을 거예요. 아마 40화 정도로?”
“네?!”
“아, 안 돼!”
화실 식구들 모두가 굉장히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분량은 짧아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할 것을 염두해두었거든요.”
“시리즈 형식?”
궁금한 눈치였기에, 나는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제가 구상한 스토리는 이거거든요.”
주인공은 악마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모든 사건의 진면모를 파헤친다.
악마와, 악마에 대한 소문을 흘려낸 빌런의 진실을 찾아낸 주인공은 훨씬 더 큰 특집기사를 쓰고.
악마는 빌런을 쓰러뜨리면서 1막 엔딩.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닐수도 있다.
“인기를 봐서 2막, 3막 식으로 추가적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내가 답하자, 모두가 안도하듯 답했다.
“역시 안 선생님답네요.”
“그게 좋은 판단이긴 하죠.”
“다음화는 언제 그리세요? 꼭 보고 싶어요.”
“일해라, 안 선생님!”
모두 에 긍정적이었다.
덕분에 힘을 얻었다.
‘이제 연재를 위해 원고를 준비하는 것만 남았어.’
1화를 바로 연재하고 싶었지만.
‘펜툰의 사업 구조상 그렇게는 불가능하지.’
미리보기 서비스 덕분에 최소 10화분을 채우고 연재하는 것이 펜툰의 공식적인 룰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원고를 그릴 수밖에 없겠어. 최대한 빨리.’
두 달간 10화 분량을 준비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어느덧 12월.
[ 완결 수고하셨습니다. ] [ 안 씨 신작 또 언제 나오려나. ] [ 재밌었다, ]인기리에 연재한 외전편 연재가 종료되었고.
[ 펜툰 12월 신작 공개! ]는 펜툰에 전세계적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 ??? ] [ 뭐임? ] [ 외전편 오늘 완결났는데 바로 안서준 신작이라고? ] [ 펜툰 일 잘한다. ] [ 와ㅋㅋㅋ 아무런 예고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나오네. ] [ 그래서 더 좋은 거잖아? ]내 신작이었기에, 초반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엔 만화 하면 나를 떠올릴 정도로 강한 입지를 다졌고, 일본에서도 역시 큰 인기를 누리는 작가였다.
내 작품이 인기가 많은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인기가 많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나는 여성 독자층이란 타겟층을 설정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1, 20대 여성층이라고 말이다.
‘그것에 먹혀들어야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저 무난한 인기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내 목표는 미국에 폭풍을 휘몰아칠 만화가 되는 것.
의 진정한 두각이 나타날 때까지,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