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02)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메일 보낸 날짜를 확인했다.
“아. 우리하고 같이 일하기 전이구나.”
“응. 아직 내 채널 구독자 2만 정도에서 머물고 있을때.”
이제는 희연의 채널도 구독자 10만을 돌파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그게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군.
상당히 잘하던데? 정말 무서운 신인 탄생했다고 언니들이 긴장하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 문장 다음에는 하트 이모티콘까지 있었다.
– 근데 그거에 비해서 구독자 천천히 붙어서 좀 스트레스 쌓일 거 같아. 그래서 이 영건이가 꼭 도와주고 싶어. 뜰 사람은 내가 딱 알아보니까!
“이거 같은 사람 맞아? 다른 사람이 대신 써준 거 아냐?”
내가 묻자, 희연은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인격인데, 이거.”
범수가 대신 맞장구쳐줄 뿐이었다.
– 나랑 합방하자. 그럼 바로 구독자 5만까지 갈 거야. 의상이나 메이크업은 여기서 나하고 맞춰서 다 하면 되니까 편하게 입고 오면 되고. 이 메일 보면 바로 연락 줘. 기달릴게!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이런 문구로 끝났다.
– 당신에게 반한 영건 오빠가.
“푸하하!”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재수 없는데?”
“야, 이게 지금 그냥 재수 없는 정도냐? 나는 지금 닭 돼서 달걀 까기 직전이다.”
범수의 말에 내가 말했다.
“어후…”
한숨을 쉬고, 마음을 정리해서 말했다.
“내가 아까 희연이가 왜 그렇게 말하나 했어.”
“뭘?”
“뒤에서는 음흉한 놈이라는 식으로 말했었잖아. 그래서 ‘뭐 아는 게 있나’ 했는데, 이런 메일을 받았었구만.”
“응…”
희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정리 좀 해 보자.”
“뭘?”
범수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영건이라는 애가, 우리한테는 조폭 꼬붕처럼 ‘우리한테 가입 안 하면 큰일 날거지롱’ 한 거지?”
“그런… 거네.”
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희연이한테는 메일 보내서 ‘오빠가 키워줄게!’ 한 거고?”
“그렇지.”
이번엔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빌런이네, 빌런.”
“크크크.”
‘빌런’이라는 말에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니 구독자 200만 짜리들이 연락을 해 온다? 원래 이런 거냐?”
“글세. 이건 나도 몰랐다. 우리 수업에서도 이런 건 없었잖아.”
범수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긴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맞지?”
“뭐가.”
“수업 시간에 얘기 안 한 거.”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 수업에서 들었던 거 맨날 자기만 기억을 못 하니까, 문득 이번에도 불안해진 게 분명하다.
“풋. 그래. 이런 얘기 없었어.”
내가 웃으며 범수를 안심시켰다.
“어쨌든, 아까 ‘상식이’라는 애도 그렇고, 이 ‘영건’이라는 애도 그렇고. 무슨 심리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 텃세인 거냐?”
“그러게. 희한하다, 진짜.”
“상식이 그 자식도 영건이 보고 나니까 빌런이야.”
내가 중얼거리듯이 선언했다.
“그래? 상식이는 그래도 상식 채널이라…”
“말투가 빌런이야.”
“크크크.”
“100만 기념으로 또 영상 거리가 찾아오네? 이거 유튜브 각 아니냐?”
“어. 각이네.”
범수가 말했다.
“일단 상식이하고부터 좀 놀아보자.”
“어, 영건이 아니고 상식이?”
“응. 아무래도 상식이가 좀 순한 맛 빌런인 것 같아서.”
“하하. ‘순한 맛’ 올리게?”
“그건 만나 보고 결정.”
물론 영건보다 상식이를 먼저 택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구독자 1028908명
먼저 상식이한테 메일을 보냈다.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식이하고 한 번 상대해 본 다음에 진짜 빌런을 만나본다, 이거지?”
범수가 말했다.
“그런 것도 있고… 그리고 왠지 성향상 영건이라는 애는 한두 번 씹어 줘도 계속 연락할 거 같거든.”
“아. 크크크.”
내 말에 범수와 희연이 웃었다.
“오늘 구독자 100만 파티인데, 결국 일이 하나 더 생겼군.”
“100만 기념으로 다음 영상 소재들이 덤비는데 고마운 거 아니냐.”
“그런가… 젊었을 때 바쁜 건 좋은 거라더라.”
“그건 좀 아재 같은 말이고.”
범수와 내가 주고받고 있는데, 잠깐 잠자코 있던 희연이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 이벤트 끝내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응? 뭔데.”
내가 묻자, 희연이 씨익 웃더니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말투와 표정에 술기운이 아직 묻어 있다.
“골드버튼 신청해라.”
“아!”
“우왓!”
하지만 정신은 범수나 나보다 훨씬 또렷했다. 제일 중요한 걸 안 할 뻔했군.
“그리고, 100만 이벤트는 골드버튼 도착하면 한다고 해라. 그러면 준비할 시간 더 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희연의 말투가 우스워서, 범수와 내가 웃으면서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답했다.
* * *
“안녕하세요. 상식입니다.”
반말로 점철되어 있던 것과는 이메일과는 딴판으로,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나타나서 깍듯하게 인사했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 있긴 하지만, 뿔테 안경을 써서 공부 잘할 거 같이 생겼다.
꽤 깔끔한 외모였다.
보통 자료 화면을 틀어놓고 나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채널이라, 운영자 얼굴은 내가 아는 한 영상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아. 반갑습니다. ‘아안일’ 채널 운영자입니다.”
상식이도 어차피 본명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나도 이 정도 자기 소개로 충분하겠지.
“네. 퍼마님.”
“퍼마요?”
“보라색 마스크 쓰고 나오시잖아요. ‘퍼플마스크’. 줄여서 ‘퍼마.’ 그렇게들 부르던데요.”
“앗.”
“크크크. 모르셨구나.”
“네.”
머리를 긁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촬영이 없지만 보라색 마스크를 쓰고 나오긴 했다.
“원래 유튜브라는 게 그래요. 제 채널 소식을 저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니까요?”
“아. 그렇죠. 대중이란 게 진짜 빠르고 무섭더라고요.”
나도 그 말에는 수긍했다.
“여기는 저희 채널 출연하시는 연님씨.”
“아.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상식이에게 인사하는 희연의 표정도 괜찮았다.
희연이 보기에도 상식이는 깔끔하고 매너 있는 남자였다.
상식이와의 미팅은 희연, 영건과의 미팅은 범수.
이렇게 함께 나가기로 결정되었다.
영건이 희연에게 보낸 메일을 보고 나니, 첫 미팅 단계에서 둘 만나게 하는 건 별로 그림이 안 좋을 거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순번이 결정된 것.
만나는 장소를 스튜디오로 정할까 하다가, 그냥 혜화역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무리 입구에 듬직한 문지기들이 있긴 하지만, 어제 여러 채널의 메일을 받고 생각을 바꿨다.
너무 노출시키면 좋을 거 없다는 거.
유튜브의 장점이 익명성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거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TV에 비해서나 그런 거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염탐을 오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런 생각을 한 것치고는, 이 상식이라는 남자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답장 바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렇게 빨리 답장 주실지 몰랐어요. 하하.”
“그런데… 솔직히 말투가 반말이라 답장하지 말자고 할 뻔했어요.”
희연이 입을 열었다.
“으응~ 그거 우리 채널 컨셉이야. 이해해 줬음 좋겠엉~”
“헉.”
갑자기 상식이가 목소리와 말투를 바꿔서 대답했다.
“으흠. 으흠.”
상식이가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조금 전의 목소리로 돌아와서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안 그래도 그거에 대해서 고민이 많긴 해요.”
“아, 네…”
하이톤으로 과장스럽게 연출된 목소리를 들으니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사실 제가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못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채널 대 채널로 소통하고 만 거잖아요.”
“네.”
“그러면 그냥 채널에서 하는 톤으로 소통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근데 말씀 들으니 괜히 메일에도 컨셉질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하하. 좀 생각해 봐야지…”
상식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런 거군요.”
희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지금은 직접 얼굴 마주하게 됐으니까 그냥 운영자 대 운영자로 만나는 거고요. 메일은 그냥 채널 대 채널. 이런 거였긴 한데. 그래도 불편하셨을 거 같긴 해요.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고민하신 게 이해가 되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내 말에 상식이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일단, 합방 이야기를 해 보죠.”
분위기는 어느 정도 화기애애해졌으니,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생각보다 멀쩡한 미팅이 될 거 같은데?’
“네. 자, 그럼 이거.”
“응?”
상식이가 가방을 열더니, PPT 인쇄한 것을 꺼냈다.
“한 부 더 인쇄하긴 잘했어요.”
한 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를 희연과 나에게 나눠주는 상식이었다.
“엇. 이런 것도 준비하시고.”
“에이. 제가 미팅 제안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세상에는 예상 외로 미친 인간도 많고, 또 예상보다 멀쩡한 사람도 많다.
상식이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저, 솔직히 메일 받았을 때에는 인상 많이 안 좋았거든요? ‘이름은 상식인데 말투는 비상식이네’ 이랬었는데… 만나 보니 완전 달라서 놀랐어요.”
희연이 솔직하게 말하자, 상식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사실 상식이가 본명입니다.”
“네? 그래요?”
“네. 이름이 김상식이에요. 이름으로 놀림 많이 받았었어요. 근데 또 유튜브 채널 만들 때 제 이름에 오히려 힌트를 받았죠.”
“아하. 본명을 쓰시는구나.”
“근데 뭐, 제 본명인지 몰라요. 그러니까 본명을 쓰면서도 본명 쓰는 부담이 없죠.”
“오.”
“자, 이 피피티 보시면…”
상식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오. 그러니까, 나레이션으로 합방을 하자는 얘기네요?”
“제가 하고 콜라보 결심한 계기가 몇 개 있어요.”
“어떤 거요?”
희연이 물었다.
“일단, ‘퍼마’님이 목소리가 되게 좋으세요. 얼굴도 지금 보니 엄청 잘생기셨는데, 목소리가 진짜 좋아요. 그리고 딕션도 좋고.”
“…”
이 말에는 일단 머리를 긁을 수밖에.
“제 채널 영상이 나레이션 위주인 거 아시죠?”
상식이가 청산유수로 말을 이어갔다.
“알죠.”
“그러니까, 제 채널 영상 합방하시려면 목소리가 더 중요하거든요. 근데 이게 최적이시더라고요?”
“그렇지. 나도 인정.”
옆에서 희연이 나 대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서, 일단 저하고 나레이션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 잘 맞겠다… 이게 첫 포인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