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06)
“이 색히야. 제대로 메일을 보내지 너 땜에 시간낭비했잖아!”
뒤통수를 감싸고 있는 영건에 대고 박정구가 소리쳤다.
“헉.”
나와 범수가 놀라서 잠깐 얼어 있는데, 아까 그 종업원이 와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들께 방해가 되셔서요. 나가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아, 알았어요. 졸라 재수 없네.”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한 박정구가 나를 노려보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스튜디오에서 보자니까 안 어울리게 이런 데로 불러내서 남들한테 피해를 주나, 피해를?”
그리고 박정구는 다시 종업원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 색히들이 오자고 그랬어요. 쟤들한테 변상 받으세요.”
“…….”
그 말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종업원이 잠깐 얼어붙었다.
“죄송합니다. 빨리 나갈게요.”
나는 범수에게 눈짓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사과했다.
“미팅은 이만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나는 박정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튜버니까 알지? 조금 전에 다 찍었음.”
박정구가 나를 보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응? 네. 우리도 찍었습니다.”
솔직히 박정구가 먼저 ‘찍었다’고 통보할 줄은 몰랐다.
깽판에 협박에. 뭘 잘했다고?
“응. 맘대로 하셔.”
박정구가 실실 쪼개며 말했다.
“네. 그럼. 안녕히.”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영건에게 한마디 더 했다.
“이제 또 메일 안 보내셔도 됩니다.”
“…….”
영건은 말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노려보지 마요. 원래 무서운 형님보다 무서운 형님한테 맞은 사람이 주위에다 대고 센 척하면 진짜 그거 못 봐주는 거니까.”
“뭐, 뭐….”
영건의 눈에 순간 불꽃이 튀었다.
“크크크.”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박정구가 웃는 바람에, 눈치를 보느라고 나에게 어쩌지 못했다.
“아, 계산은 그쪽에서 하세요. 미팅 요청하셨으니까.”
내가 박정구에게 말했다.
“음마? 여기 졸라 비쌀 텐데 그쪽에서 여기서 보자고 해 놓고 우리보고 돈을 내라는 건 어느나라 경우야요?”
“자꾸 만나자고 메일 보내서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비싼 데로 정했어요. 그러니까 돈 내세요.”
나는 이렇게 내뱉고, 범수를 이끌고 커피숍을 나섰다.
“젠장. 이 호텔에 우리까지 블랙리스트 오르는 건 아니겠지?”
복도에서 범수가 걱정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일부러 내가 돈 안 냈어. 카드 내면 카드 번호 같은 걸로 신원 파악 당할 거 같아서.”
“처, 천잰데?”
내 대답을 듣고 범수가 감탄했다.
“젠장. 오늘 원래 이 호텔 방 하나 잡고 영상 찍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빨리 여기에서 나가서 기록 안 남기는 게 상책이다.”
내가 중얼거리자, 범수도 킥킥 웃으며 맞장구쳤다.
“크크. 맞다. 빨리 나가자. 나 집에 가고 싶어. 똥 밟은 느낌이야.”
“음. 그런데 이게 끝은 아닐 거야.”
“그래? 쟤들 계속 물고 늘어지려나?”
“그럴 거 같은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박정구는 지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스스로의 콘셉트에 아주 충실하게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내 가설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바로 확인되었다.
“야. 저 자식들. 영상 벌써 올렸어.”
P자동차를 타고 혜화역으로 돌아가는데, 조수석에 탄 범수가 다급한 표정으로 알렸다.
“벌써? 저 자식들은 편집도 안 하나.”
“잠깐. 좀 볼게. 저 인간들 악마의 편집으로 우리 이상하게 만든 거 아냐?”
영상을 예쁘게 만드는 편집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목적이 아닌, 몇몇 부분 짜집기하는 식의 편집은 정말 초스피드로 할 수 있다.
범수가 걱정하는 건, 대화 내용 몇 개를 잘라서 우리를 이상하게 편집해서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영상 길이는?”
“11분 30초 정도?”
그래. 대략 대화가 오고 간 시간이 그 정도 되는 거 같다.
“걍 통째로 올려버린 거 같은데.”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화면을 볼 수는 없었다.
영상 확인은 범수에게 맡기고, 나는 스피커폰을 통해 음성만 확인했다.
“잘린 거 없는 거 같은데?”
“그러게.”
목소리만 들어도, 부자연스럽게 편집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 말은, 진짜 원본 영상을 날것 그대로 올렸단 얘기다.
“이 자식들은, 부끄러움이 없나? 그렇게 지들이 깽판을 쳐 놓고서 그걸 편집도 안 하고 올렸다고?”
범수가 이해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운전했다.
“우와. 옆 테이블하고 종업원한테 육두문자 쓰는 것도 안 짤랐어.”
범수가 계속 말했다.
“원래 그런 콘셉트잖아. 박정구 구독자들은 원래 그런 막장 영상 보려고 하는 거니까. 그거 보고 좋아하겠지.”
“음. 그런가.”
범수가 머리를 긁었다.
“영상 설명 같은 거 달아 놓은 거 없어?”
“아. 있어. 달아 놨네.”
“읽어 봐.”
내가 범수에게 부탁했다.
– 오늘 채널 운영자와 합방 운영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기생 오래비 같이 생겨서 영건이하고 기생 오래비 합방시키려고 했는데 개 허세를 떠네요? 이상한 호텔 커피숍으로 오라고 하길래 평소 모습 좀 보여줬습니다. 근데 또 지들이 불러 놓고서 돈은 우리가 내래? 십 제곱 팔 같은 색히들이에요.
“크크크크크.”
범수가 불러주는 영상 설명 내용을 듣고 현웃이 터졌다.
“댓글도 몇 개 읽어 줘 봐.”
– 크크크. 임자 만났네.
– 퍼플 마스크도 카메라 들이대면서 뒤통수 많이 쳤지? 근데 상대가 박정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지.
– 저런 애들 왜 합방시켜 줘요? 별 되도 않는 걸로 100만 찍었는데 왜 흥행을 도와줘?
– 저 호텔은…. 박정구를 저기다 불러내네. 등신들.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네.”
범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거기 구독자들은 그래. 깽판을 쳐도, 이미지 메이킹해 놓은 게 있으니까 영상으로 올라와도 데미지가 0이야. 박정구 같은 애들은.”
“으아. 그러네. 역시 유튜브 복잡해.”
범수가 내 설명을 듣고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어떻게 할 거야?”
범수의 질문에, 나는 씨익 웃고 대답했다.
“어떡하긴? 우리도 영상 올려야지.”
“영상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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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도착한 우리는 재빨리 영상 업로드에 착수했다.
범수는 제목을 어떻게 올릴지 물어봤었다.
– 서울역 초고급 호텔에서 미팅하다가 쫓겨났습니다.
이게 박정구와 영건이 올린 영상의 제목.
– 서울역 초고급 호텔에서 미팅하다가 쫓겨났습니다.
이게 내가 올린 영상의 제목.
“아니, 잠깐. 똑같이 올린다고?”
희연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응.”
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영상도 거의 편집 안 했잖아? 그러면 사실상 둘이 올린 영상이 제목부터 내용까지 똑같아지는 거 아냐.”
범수도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맞아.”
박정구나 나나 뭔가 결투하듯이 각자 카메라를 겨눠 놓고 미팅을 진행했다.
상대 얼굴 대신 가슴 쪽이 잡히는, 전형적인 목소리가 주인공인 영상이다.
그러니 분명 화면에 잡히는 피사체는 다르지만, 그건 어차피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요점은 두 영상의 주된 콘텐츠인 대화 내용이 똑같다는 것.
게다가, 범수에게 말해서 편집을 최소화시켰다.
덕분에 영상의 길이도 11분 30초 언저리로 같아져 버렸다.
“이렇게 올려도 되나? 재활용 아닌가?”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재활용이야. 똑같은 소스 가지고 각자 쓰는 건데. 이게 재활용이면 매일 나오는 언론사 뉴스들이 죄다 재활용이게.”
내가 대답했다.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희연이 여전히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있지.”
– 이 영상은 전후 관계가 중요할 거 같아서, 저희도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시청자분들께서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나는 이렇게 간단한 영상 설명을 올리고 업로드를 완료했다.
“우와. 조회수 올라가는 거 봐.”
‘매운맛’ 재생목록에 올렸다.
우리 채널은 순한맛/매운맛으로 채널 내의 카테고리인 ‘재생목록’을 나눠 놨으니까.
원래 순한맛보다는 매운맛에 올린 영상들이 초반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아무래도 매운맛에 올라오는 영상들이 더 자극적인 게 많으니까.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 속도는 엄청나긴 하네.’
나도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릴 정도의 빠름이었다.
“지금 박정구가 우리 영상에다가 확 이목 집중시켜 놨잖아. 빠를 수밖에 없지.”
희연이 말했다.
“영건이는 구독자가 210만이라고 했고, 박정구는 몇 명이더라?”
내가 희연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범수에게 물었다.
“구독자 370만.”
“헐. 순 깡패 같은 자식이 많긴 많네.”
나도 그 구독자 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금 박정구가 작동시킨 알고리즘이 우리 영상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게 만든 시청자가 수십, 수백만인 거지.”
“음. 그런가 봐. 아마 우리가 그 영상에 어떻게 반응하나 궁금해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많겠지.”
희연이 맞장구쳤다.
“응. 궁금해하는 애들은 찾아서라도 올 거고, 근데 유튜브 알고리즘의 무서운 점은 궁금해하지 않은 사람한테도 일단 추천 영상에 띄운다는 거.”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흐음. 그렇지. 어차피 유튜브 알고리즘은 지금 ‘박정구 구독자들이 최신 영상 엄청 많이 보네? 연관성 높구만’ 계속 인식해서 해당되는 사람들한테 다 푸시해준다는 거.”
범수고 이 정도 매카니즘은 이해하고 있다.
“응.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지.”
우리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빨리 올라가기 시작하고,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뭐야? 똑같잖아?
– 푸하하. 이건 뭐냐. 시청자 우롱이냐? 왜 똑같은 걸 올려.
– 어떻게 반응하는가 궁금했는데. 뭐야. 이건? 시간낭비했네.
처음에는 의도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초반에 이런 반응들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치이다.
– 글쎄. 자기들이 잘못한 거 없는데 입장문 낭독한 거 찍은 영상 올리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 그러게. 무편집본을 박정구가 올린 상태에서, 자기들이 뭔가 편집해서 올리면 그건 그거대로 조작 의도 있다고 욕 먹지 않을까?
– 어라. 잠깐. 그럼 이렇게 올리는 게 최선이라는 거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확실히 느끼는 게 있다.
즉각적이고 수준 낮게 대응하는 단순한 댓글러들이 물론 많다.
하지만 채널이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영상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게 되면 댓글 다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영상 게시자한테 뭔가 의도가 숨겨져 있으면, 그걸 캐치해서 읽어내는 댓글들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립적인 댓글, 업로더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해주는 댓글.
– 야. 근데 똑같은 영상이지만 저쪽 채널에서 봤을 때하고 느낌이 엄청 다르다?
– 크크크. 그러게. 달라진 건 채널 뿐인데, 왜 이 영상 보니까 잘못한 건 박정구라는 생각이 들지.
– 솔직히 처음부터 박정구가 잘못했지. 이 채널 사람들은. 협박하고 깽판친 거 당한 것밖에 없잖아.
이렇게 내 의도를 뒷받침해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범수가 이런 댓글이 스스로 올라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가 직접 올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때 희연과 내가 힘을 합해서 엄청나게 혼을 냈었다.
“오오. 댓글들 올라온다.”
범수가 기뻐하며 말했다.
“응. 이 정도면 됐다.”
나는 흡족하게 웃고, 내 개인 데스크에 앉아 전용 데스크탑을 켰다.
“뭐하게?”
희연이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일단, 저 영상은 장작 역할을 할 거야. 어떻게 불타는지 좀 모니터링하고 있자고. 아. 너네 할 거 없으면 모니터링 좀 해 줘.”
내가 웃으면서 말하고, 데스크탑에 로그인했다.
“너는 뭐 할 건데?”
“왜 그런 걸 물어 봐?”
내가 희연을 보고 물었다.
“아니, 갑자기 뭔가 급한 일 생긴 것처럼 자기 컴퓨터를 켜니까. 평소랑은 좀 달라서.”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