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83)
“MCN이라는 말 요즘에도 쓰나요? 잠깐 무슨 말인지 생각했다니까. 하하.”
자신도 그 0.5초를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덧붙여서 조금이라도 덜 어색하게 느껴지도록 하려고 노력하는 거겠지.
“그렇군요. 하기야 몬테카를로는 워낙 명소니까. 서양 여행의 끝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요? 확실히 좋은 거 같아요. 건물마다 운치가 있어요.”
“그래도 유럽 여행을 주로 하시면, 이 정도 규모나 고색창연함은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느낄 수 있을 텐데.”
“그, 그렇긴 하죠. 하지만 밀도가 다르달까? 몬테카를로처럼 사방이 다 고급스러운 동네는 유럽에도 별로 없어요.”
“흠. 그렇군요. 확실히 그럴 거 같긴 하네요.”
나는 이렇게 적당히 맞장구쳐주고, 희연을 돌아보고 물었다.
“카지노는 잘 둘러봤어?”
“응. 그런데 길게는 못 찍었어. 이분들하고 마주치는 바람에.”
희연이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지한석이 당황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그래도 영상 하나는 나왔으니까.”
로라이가 희연 대신 대답했다.
‘흥. 당신이 대답할 타이밍은 아니잖아.’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우승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제안했다.
“우리 마침 6명이 모였는데 다 또래들이네요. 다 20대 초중반 아니에요?”
“그러네요.”
“여행하면서 이렇게 유튜버들끼리 많이 마주치는 일 처음 겪어봤어요. 게다가 다 20대. 진짜 신기하지 않아요?”
내가 맞장구쳐주자, 우승현이 더욱 신나서 이렇게 물었다.
“네. 매우 신기하네요.”
내 표정과 말투는 꽤 심드렁하지만, 우승현은 별로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된 거 영상 같이 찍는 거 어때요?”
지한석도 한마디 보탰다.
“다 같이요? 어떻게요?”
범수가 물었다.
“아. 이분은 촬영 담당이신 거죠.”
범수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대신, 지한석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지한석이나 우승현은 범수는 빼고 나하고 희연하고만 같이 찍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범수는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적으니가, 스탶 정도로 봤겠지.
“어…”
지한석의 반응에 당황한 범수가 살짝 말을 더듬었다.
“촬영 담당이긴 한데, 저희 동료예요. 같이 출연도 하고요.”
내가 단호한 말투로 대신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내 태도를 보고 지한석이 당황했다.
범수가 물어보는데 대답 안 하고, 대신 나한테 “얘 누구냐?”라고 물어본 건 무례한 거니까.
내 태도를 보고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그럼 6명이 다 출연해도 재밌겠어요. 영상 풍성해지겠네.”
“네. 만약에 영상을 찍는다면 당연히 이 친구도 같이 출연해야죠.”
“오. 그럼 같이 찍으실래요? 혹시 항구 가 보셨어요?”
“항구라.”
아직 같이 찍겠다는 말은 안 했는데.
그때였다.
“저, 실례합니다!”
다시 한국말이 들려왔다.
“으응?”
놀란 건 지한석과 우승현, 그리고 로라이였다.
“저, 채널 맞죠? 맞나요?”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는 나를 보며 한 번 더 확인하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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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범수가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에서 유학생 브이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르블루라고 해요!”
“응? 그래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고, 범수가 나 대신 응대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네! 이번에 니스하고 모나코 오신 것 같아서, 한 번 뵈려고 왔어요.”
“아. 그렇군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합방하러 온 건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순전히 팬심으로 온 거예요.”
이렇게 말하며, 르블루는 로라이를 위시한 여행 유튜버들을 힐끔 보았다.
엇. 그러면 저 사람들이 뭐가 되나.
“그렇군요.”
내가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로라이, 지한석, 그리고 우승현은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퍼플마스크 님은 바쁘신데.”
로라이가 중얼거렸다.
“응?”
희연이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희연도 조금 전부터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던 모양이다.
로라이를 마냥 반가워하던 표정이 많이 변해 있었다.
“핫.”
희연은 원래 터프하다. 그걸 로라이도 모를 리 없지.
희연의 반응에 로라이가 찔끔하는 게 보였다.
“아니, 이제 카지노 곧 시작하니까. 그러면 촬영 못 하잖아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아, 저는 그냥 정말 인사하러 왔어요. 괜찮아요!”
르블루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튜버는 그런 로라이를 보고 당당하게 말했다.
뒤에서 한참 보고 있다가 등장한 게 분명했다.
그러면 대충 상황 파악 끝났겠지.
그녀의 당당한 모습이 오히려 로라이 일행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솔직히 ‘순수하게 인사만 하러 왔다’라고 하는 르블루의 말도 잘 믿어지기는 마찬가지지만.
“어. 안녕하세요.”
그때 다시 들리는 한국어.
이건 또 누구야.
유럽 사람들 틈에 섞여서 정말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오는 한국 사람이… 모두 나한테 말을 건다?
‘물론 니스 공항에서 아는 척했던 곽동성인지 곽성동인지만 제외하고.’
결국 그 인간의 얼굴까지 내 시야에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저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미르코라고 합니다. 퍼플마스크 님이시지요?”
‘잘한다. 이제는 유학생 브이로거들이군.’
“아유. 그러시군요.”
내가 한쪽 입술로만 웃으며 답했다.
심지어 이 김미르코라는 남자는 연기도 좀 못하는 편이다.
르블루와 김미르코는 둘 다 유학생 유튜버.
둘이 동시에 나타난 게 우연일까?
‘로라이와 세 명이 같은 소속사. 그리고 지금 나온 유학생 브이로거 둘이 같은 소속사. 이런 건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인간들 또 없나 하고.
그런데 말을 걸어오는 인간이 한 명 더 있었다.
“오우. 헬로우!”
잉? 근데 이번엔 영어였다.
하지만 영국 억양이나 미국 억양은 아니었다.
“혹시 유튜버 아닙니까?”
돌아보니 아랍 사람이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30살? 40살? 이 동네 사람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쨌든 아랍 사람치고는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맞습니다.”
나도 영어로 대답했다.
“오! 설마 했는데 맞군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습니다!”
설마 이 사람도 우리를 따라온 걸까?
하지만 행색이 유튜버 같지는 않았따.
“저희는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마스크도 쓰고 있어서 아무리 영상으로 봤어도 쉽지 않았을 텐데.”
궁금한 걸 직접 물어보자, 그가 웃으면서 답했다.
“오!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기 잔뜩 모여 있길래요. 그래서 좀 유심히 봤죠. 설마 했는데 진짜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하.”
“아. 그렇구나.”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한국 유튜버들이 순식간에 5명이나 모여든 게 사람들 이목을 끌었군.
백인들만 잔뜩 있는데 한국인이 10명 가까이 모여 있으니, 더욱 눈에 띄었을 것이다.
“어디서 오셨는데요? 카타르?”
“아! 아닙니다! 요르단에서 왔습니다.”
“엇. 그렇군요. 요르단!”
카타르가 아니라 요르단이라니.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의 국가가 아랍어권이니 놀랄 일은 아니긴 하다.
알자지라에서 다루었으면 아랍어권 전반에 우리 채널이 소개됐다는 얘기니까.
유튜브나 비이슬람권 문물에 개방적인 국가라면 우리 구독자가 되어줄 것이다.
“요르단. 잠깐만요.”
나는 잽싸게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러자 ‘이슬람권에서 가장 개방적인 문화 정책을 가진 나라 중 하나’라는 설명이 나왔다.
“아하! 요르단에서도 많이 보나요?”
“네. 뉴스 나온 다음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 봤지요. 귀엽고 유쾌해서 좋아요. 한국 사람들 노는 거 신기해요!”
“오. 그렇군요. 하하.”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못 노는데….”
로라이가 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토를 달았다.
요르단 사람이 등장하고, 닭 쫓던 개가 되어가던 한국 유튜버들이다.
나와 요르단 남자가 짝짜꿍하는 것에 뭔가 위협을 느끼는 거겠지.
내가 생각하는 그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게 맞다면 말이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 남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요르단은 인구가 몇 명이나 되나요?”
“1,000만 명 정도 됩니다!”
요르단 남자가 흔쾌히 대답했다.
“와우.”
인구가 300만도 채 안 되는 카타르하고는 또 차원이 다른 인구다.
‘이슬람권으로 진출하면 진짜 구독자가 엄청나게 늘어날지도 모르겠는걸.’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핫산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내 가족이 저쪽에 있는데, 함께 사진 찍어도 될까요?”
“네. 좋아요.”
내가 흔쾌히 승락하자, 핫산이 활짝 웃었다.
“음. 좋아요. 다녀오겠습니다!”
핫산이 웃으면서 사라졌다.
“….”
남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저, 그럼 저희하고 합방하는 건.”
로라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딱 붙어 있던 희연을 외면하고 나에게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 곧 카지노가 시작되면 투어는 무리일 텐데요. 촬영도.”
지한석도 맞장구쳤다.
“흠.”
나는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유학 블로거들에게 돌렸다.
“….”
그들은 잠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말도 못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아무 목적 없이 인사한 거라면 “저희는 상관없어요”라고 했거나, 아니면 “저희는 이만 갈게요”라고 했겠지.
“흠. 좋아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열었다.
판단은 섰다.
“신기하게 아랍권 구독자들도 오셨고, 한국 유튜버분들도 오셨으니, 다 같이 영상 찍죠.”
“가, 같이요?”
로라이가 물었다.
“네! 어차피 영상 찍을 거면 풍성한 게 좋잖아요.”
“그, 그런가.”
로라이가 어쩔 줄 몰라하면서 지한석과 성우현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모양이다.
“기다리셨죠! 제 가족입니다.”
핫산이 4명의 일행과 함께 나타났다.
한 명은 부인으로 보였고, 다른 세 명은 자녀들로 보였다.
그중 10살 정도 된 아이가 외쳤다.
“우와! 진짜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이다!”
* * *
1시간 후, 곽동성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