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86)
“응.”
– 돈에 욕심이 없는 거야? 유튜브 광고 수익보다, 기업한테 직접 유료 광고 받는 게 훨씬 돈이 된다던데. 알아보니까 그게 2~3배 수준이 아니던데?
“그렇지. 많으면 10배도 차이 날걸.”
– 그래. 너도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현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돈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계속 적립해 놓고 있는 거고, 그 적립금을 지금 찾으면 참았다가 나중에 찾는 것보다 손해일 거 같아서 그런 거지.”
– 호오?
“이번에 이슬람 쪽으로 진출된 거 알지?”
– 응. 응. 어떻게 한 거야?
현민의 목소리를 보니 그 건에 대해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별거 안 했어.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 응.
“내가 적립된 거 찾는다고 국내 유료 광고 받았어 봐? 그럼 이슬람 사람들이 내 채널 들어왔다가 ‘우리는 뭔지도 모르는 광고가 많네?’라고 나갔겠지.”
– 아. 그러네.
“그래. 유튜브 자체 광고는 현지 사람에 맞춰서 해 주니까 그런 일이 안 생기지만, 국내용 광고를 받으면 우리 채널 콘텐츠 자체가 국내용이 돼 버린다고.”
– 흐음.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었던 거 같다.
현민이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번 일이 내 생각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였지, 뭐.”
– 그렇구나. 이해했어.
현민이 이렇게 말하고 잠깐 쉬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 그래도, 채널 콘셉트하고 맞으면 찍을 수도 있지? L자동차 관련해서 영상 몇 개 찍었던 것처럼.
“응. 잘 맞고, 우리 채널에서 하고 싶은 대로 찍을 수 있는 보장이 있으면.”
– 음. 좋다. L자동차하고 협업했으니, 이번에는 L전자 차례야. 아마 채널에 다룰 만한 콘텐츠가 있을 거야.
“그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지금 전화온 게 현민이 아니라 고현욱이나 고현석이었으면 훨씬 냉정하게 받았을 거다.
L전자하고 영상을 같이 찍거나 기획을 할 생각이 지금으로선 전혀 없었으니까.
고현석이 L전자 관련해서 부탁을 해 오면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민한테 전화를 시킨 건 현명한 판단이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고현석이 전화해서 “고현세의 L자동차만 도와주고, 내 L전자는 안 도와줄 거냐?”라는 식으로 말했으면 또 빈정거리면서 받아쳐 줬을 거다.
지금까지 현민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정말 순수하게 안부만 전하려 전화를 한 건 아니다.
분명 고현욱과 고현석이 내 귀국에 맞춰 정식으로 협력을 요청하기 전에, 협상 분위기를 좀 말랑하게 만들려는 이유겠지.
현민도 그룹 내에서 슬슬 자기 입지와 역할을 다져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현민도 순순히 그 중간자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런데 L자동차는 분명히 나하고 같이 협력할 거리가 있었어. 그런데 L전자? 과연 그럴 건덕지가 있을까?”
거절하기 위해 솔직히 말했다.
그런데 현민의 대답은 꽤 의기양양하게 나왔다.
– 있어. 내가 확신해.
“으잉?”
뜻밖의 대답이었다.
“어떤 점에서?”
– 지금 반도체 때문에 자동차 쪽에서 대란인 거 알지?
현민이 물었다.
“응. 알지. 독일 자동차들이 10월 11월에 우리나라에서 다 품절될 거라면서.”
– 우리나라에서만이냐. 지금 전세계에서 품절 국가가 속출하고 있어. 자동차가 품절이라니, 말이 되는 상황이냐.
현민이 한심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까.”
– 그래서, 이번에 L전자가 좀 도박을 걸기로 했어.
“도박?”
– 응. 사실 생각해 보니까, 자동차 회사하고 전자 회사를 동시에 갖고 있는 그룹이 생각보다 세계에서 그렇게 많지 않은 거야.
“그렇지. 게다가 둘 다 한국에서 점유율 2위권이니까.”
– 맞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자 회사와 자동차 회사가 같이 있는 데는 더더욱 없어.
“음.”
– 그래서 이번에 L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했어.
“오.”
솔직히 호기심이 생기는 얘기였다.
– 자동차용 디스플레이하고 자동차용 배터리에는 투자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 잘하면 반도체로 무혈입성하겠더라고.
“무혈입성이 가능할까? 일단 반도체 쪽으로 설비 투자를 해야 할 거 아냐. 아무리 수요가 넘쳐나니까 판로 개척은 쉽게 된다고 해도.”
– 흐응. 그런데 나도 이번에 알게 된 게 있어.
“뭔데?”
–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말이지.
“응.”
– 전자제품 기준으로는 한 세대나 두 세대 전 게 들어가.
“엇.”
– 자동차용으로 개발을 해야 하긴 하겠지만.
“한두 세대 전의 공정 재활용하는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단 소리네?”
– 응. 그렇지. 그쪽으로도 공부 좀 했나 보네?
현민이 감탄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보다, 다른 쪽으로 솔깃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좀 자세히 말해 봐.”
– 크크크. 서울 빨리 올 마음이 좀 생기나?
“일단 서울은 원래 가기로 했던 거고.”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L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대란에서 뭔가 하나의 실마리를 잡긴 한 모야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 채널 영상 제작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지는 따져 봐야 할 문제다.
구독자 4140982명
3일이 지났다.
몬테카를로의 에서 2박을 하고, 고장혁의 성대한 배웅을 받은 다음, 대한항공 1등석을 타고 귀국했다.
“대한항공에서 끓여주는 라면이 제일 궁금했어!”
1등석 자리에 앉은 희연이 제일 먼저 한 말이 이거였다.
“그러게. 하지만 비행기에서 끓여주는 라면은 맛이 없대.”
범수가 말했다.
“왜?”
“기압 때문에 면발이 제대로 끓지 않는대.”
“아. 그래도 궁금해.”
“그건 그래. 크크.”
외국 생활을 일주일 넘게 했다.
한국인인 우리의 몸은 라면을 갈구하고 있었다.
라면의 기압이 이러니저러니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캬아.”
“맛이 없기는. 쫄깃쫄깃하기만 하구만.”
“아니야. 분명히 면발이 땅에서 먹던 거랑 좀 다르긴 해. 그래도.”
“그래도 맛있지?”
“응. 눈물난다!”
대한항공 1등석도 카타르항공만큼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꽤 좋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행 비행기에서 찍은 영상 여러 개 중에 조회수 1등은 뭐니뭐니해도 이었다.
– 라면 먹방은 못 참지?
– 크크크. 1등석 시설보다 1등석 라면이 더 인기가 많아.
– 중동 구독자들 많잖아? 그 사람들도 라면 먹는 영상 좋아할 거 같은데.
– 이거 라면 회사가 좋아할 영상인데? 라면 바이럴이잖아.
댓글들의 분위기도 유쾌했다.
우리가 진심으로 눈물 콧물 흘릴 정도로 감격하며 라면을 들이켠 보람이 있다.
– 컵라면이 아니라 진짜로 라면을 끓여주는구나.
– 컵라면은 1등석이 아니라 일반석에서도 먹을 수 있지 않나?
– 부럽다. 침대로 펴지는 1등석 의자보다, 1등석에서 그릇에 받아먹는 라면이 정말 부럽다!
이동하는 3일간, 구독자는 10만 이상 늘어나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엇.”
공항에서는 뭔가 예상 못 할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우리가 귀국 날짜를 공표 안 했는데, 입국장에 대기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SPC방송의 김영훈 기자입니다.”
“J일보의 장택준 기지입니다. 잠깐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그래도 마스크가 기본 장착이라는 건 도움이 된다.
혹시 몰라서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쓴 상태니, 일단 얼굴은 제대로 가렸다.
“어…”
나는 일단 재빨리 입국장을 둘러보며 상황 파악을 했다.
두 사람 외에 다른 기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인터뷰 못 해 줄 것도 없군.’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걸음을 멈췄다.
내 눈치를 보고 있던 희연과 범수도 따라서 섰다.
범수와 나는 얼굴을 열심히 가렸다.
하지만 희연은 다소 여유 있는 반응.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지하철 못 타고 다니는 거 아냐?”
희연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마스크하고 선글라스 끼면 되잖아.”
범수가 속삭였다.
“그래. 코로나 덕분에 얼굴 알려진 사람들이 대중교통 타고 다닐 수 있게 됐을지도. 새로운 시각이다.”
희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잠깐이면 가능합니다. 어떻게 저희 들어오는 시각을 아셨어요?”
내가 기자에게 묻자, 그가 웃었다.
“하하. 취재하려면 촉이 있어야죠. 니스에서 오는 항공편 시간표 보면서 대기했습니다.”
장 기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우. 그러시구나.”
“그런 보람이 있네요! 특종 잡았습니다. 하하.”
해맑게 좋아하는 그 태도가, 딱히 밉상은 아니었다.
“아마 입굴 날짜 발표하셨으면, 난리가 났을 겁니다.”
“저희가 취재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모자 속에 손가락을 넣어 머리를 긁었다.
“무슨 말씀을! 이제 한류 스타잖아요. 중동 쪽에서 인기 끌고 계신 거, 뉴스에 다 났잖아요. 아시죠?”
“알긴 알죠.”
“요즘에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안 올리니까!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모르시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얼떨떨하네요.”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 한 번만 보여주실 수 있나요?”
방송국 김 기자가 그 틈을 타서 물었다.
아무래도 신문기자보다는 방송국 기자가 화면을 확보할 욕심이 더 큰 모양이다.
“죄송해요. 얼굴 공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딱 잘라 말한 덕분인지, 조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향후 채널 운영 방안은 어떻게 잡을 생각이신지?”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됐다.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해 보고 싶었던 걸 계속 찾아서 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거요? 이번에 해외 유튜버가 재연한 거 아시죠? 이 채널에서도 그런 거 하면 재밌을 텐데요.”
“하하.”
내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어?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인데요? 한류로 히트친 드라마인데 그거 재연을 미국 유튜버가 하니까 이상하잖아요. 한류 유튜버가 되신 김에 해 보시죠.”
장 기자가 집요하게 말했다.
“그러게요! 아마 채널에서 그거 재연한다고 하면, 협찬해주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설 텐데요.”
김 기자도 맞장구쳤다.
“글쎄요. 아무래도 저희 채널 성격상, 다른 유튜버가 한 거 따라 하면 역효과가 클 거 같아요. 그리고.”
“그리고?”
“기업들이 협찬을 한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왜요?”
“이 자본주의 비판하는 내용 담고 있는 드라마잖아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협찬하는 거, 좀 이상할 거 같아요.”
그리고, 대기업 핏줄이 돌고 있는 내가 그걸 찍는 것도 별로 안 어울리고.
하지만 직접 뒤의 내용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흐음.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두 기자가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좋아요. 그럼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이번에 아랍 계열 구독자들을 많이 모았잖아요. 비결이 있나요?”
“비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도 유튜브가 주요 매체로서 급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인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영상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대요.”
“그렇겠죠. 우리나라처럼 영상 편집 기술이 대중한테 보급된 나라가 얼마 없다고 하더군요.”
장 기자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러면 외국 채널 봐야 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영상들이 그분들한테는 별로 재미가 없나 봐요.”
“아마 그쪽 사람들은 영미권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도 꽤 있을 거예요.”
김 기자도 끼어들었다.
“네. 정치적 문제가 있을 거 같긴 한데, 어쨌든 그 덕에 저희 영상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거 같아요.”
“그렇군요. 어쨌든 자랑스럽네요. 한류가 퍼지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