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00)
“뭐야? 타이틀전 전날까지 정말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심하다, 정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내일 시합 못 하는데, 쪽팔려서 남궁훈 선수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는 거 아닐까?”
희연이 말했다.
“아냐. 우리가 모르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을지도.”
이렇게 말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오!”
김병득일까? 아니면 남궁훈 선수?
타이밍이 타이밍이라, 내일 타이틀전에 대한 소식일 것만 같았다.
“나다.”
“뭐야. 형님이잖아.”
“뭐, 뭐지? 그 반응은?”
고현석의 당황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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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휴우.”
“응? 뭐지? 그 한숨은?”
고현석의 목소리 톤이 더욱 올라갔다.
“아. 죄송해요. 지금 경기 진행 관련해서 이슈가 하나 있어서요. 누가 시비 걸려고 전화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형님이라고 실망한 거 아니에요.”
“실망한 거 같은데?”
“시비 걸려는 전화인 줄 알았다니까요. 누가 이 상황에 실망을 해요.”
“바로 너. 이 자식아. 너 원래 시비 걸리는 거 좋아하잖아.”
“어휴. 시비 전화가 맞긴 하네.”
내가 한숨을 쉬자, 고현석이 혈압을 올렸다.
“뭐야?”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너, 이번에 복싱 리그 런칭한 거. 잘됐더라?”
“아. 네. 다행히 화제 몰이가 됐어요.”
고현석과 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러게. 첫 영상 조회수도 높고.”
“네. 다행히 선수들 대전료는 섭섭하지 않게 드릴 수 있게 됐어요.”
“흠. 다행이군. 솔직히 망할 줄 알았는데. 우리 L그룹 디스플레이 광고도 한몫했겠지?”
“오. 그럼요. 광고 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흔쾌히 감사를 표했다.
“웬일이야? 삐딱하게 대답할 줄 알았더니.”
“솔직히 L그룹이 제일 먼저 광고주로 나서준 덕에 광고주 모집이 쉬웠으니까요. 감사할 건 감사해야죠.”
“흥. ‘나는 광고료 따위 관심 없거든’ 이럴 줄 알았는데.”
“헐. 왜 관심이 없어요.”
“너는 맨날 ‘나는 돈 따윈 관심 없어요!’라고 하니까?”
고현석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불리기만 하지 말자는 말한 적 있는 거 같긴 하지만. 그게 돈 싫어하는 거하고 같습니까?”
내가 항변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런 얘긴 됐고. 너하고 얘기하면 왜 이렇게 서론이 기냐?”
‘그건 당신이 은근히 입씨름하는 거 즐기니까’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제 경기 진행되는 거 실무진한테 맡기면 되는 단계 아니냐?”
“음. 저도 실무진이라, 계속 관여하긴 해야 하는데.”
“됐어. 그런 건 아랫사람들 시켜.”
아. 적응 안 돼. ‘아랫사람들’이라니.
“우리도 많이 기다려 준 거야. 근데 구독자가 많이 늘어났으니 좋구만.”
“뭘 기다려요?”
“L전자 마켓팅 회의. 고현세 이사하고, 너하고, 그리고 우리 실무진들하고 실무 회의 좀 하자니까. 구독자 늘었으니 너네 채널의 홍보 능력은 점점 더 올라간 거지.”
고현석은 여전히 ‘고현세 이사’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허.”
“섭섭하지 않게 쳐 줄 테니까. 게다가, 우리 L그룹의 큰 고객이 중동 쪽인 거 너 아냐? 우리 실무진들이 강하게 요청하더라. 너네 채널 꼭 잡으라고.”
“오. 좀 놀라운데요.”
“뭐가?”
“그런 거 묻지도 않았는데 솔직히 술술 말해주면, 제가 몸값 세게 요구할 거 아닙니까.”
“너 이 자식. 대주주로서 좀 자각을 가지는 게 어떻겠냐.”
“대주주도 돈은 받아야죠. 형님은 주식 있다고 L그룹에서 월급 안 받습니까.”
“끄응.”
“어쨌든, 알겠어요. 뭐 저도 큰 고비 하나는 넘겼으니까, 식사 정도는 하지요.”
“식사? 회의 아니고?”
“글쎄요. 일단 예비로 모인 다음에 정식 실무 회의 날짜랑 안건 잡아서 모이면 어떨까요?”
“예비? 너하고 나하고?”
“음. 저는 현세 형님도 끼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형님이 정하세요.”
“알겠어. 그럼 내일 저녁. 장소는 내가 정하지.”
“오. 그럼 현세 형님도?”
“음. 상관없어. 네가 연락할래?”
“네. 근데 이번에는 제가 한턱 낼게요.”
“네가? 알았어.”
고현석도 흔쾌히 받았다.
나는 밝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고현세와 고현석의 관계는 점점 편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나로서도 그 편이 훨씬 편하니, 일단 반길 일이다.
– 디리리링~ 디리리링~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야. 이 색히야. 이 치사한 색히야.”
“네?”
“이 색히야. 돼지 색히야.”
“앗. 스팸이다.”
나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 디리리링~ 디리리링~
“여보세요.”
“야 이 자식아! 전화를 끊어버려?”
“스팸 아닙니까? 외국어가 막 들이던데.”
“욕하고 외국어도 구분 못 하냐?! 이 색히 아주 웃기는 색히네.”
– 뚝.
이번에는 전화벨이 울려도 안 받았다.
그러자, 문자가 왔다.
– 나 김병득이오. 전화 좀 받으시오.
그래서 나는 답장을 보냈다.
– 자꾸 외국말 하시면 또 끊습니다?
– 알았소.
– 디리리링~ 디리리링~
“여보세요.”
“그러는 게 어딨지?”
“네? 뭐가요.”
문자와 달리 존댓말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제 좀 사람 대 사람으로 상대할 말투까지는 됐다.
“우리 챔피언 남궁훈이.”
“네.”
“원래 이번 주 주말에 시합 예정 아니었어? 근데 먼저 찍어버리고 예정보다 빨리 업로드를 해?”
“네. 사정상 그렇게 됐습니다.”
“사정? 무슨 사정!”
“그, 우리 선수가 다른 단체에도 속해 있는데, 그 단체 스케줄하고 꼬여버렸어요. 그래서 선수하고 그 단체에 대한 배려로 저희가 일정 조정했습니다.”
“뭐야?!”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단체’는 김병득의 KBBF다.
“시치미 떼고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그게 왜 우리한테 배려야?”
약이 많이 오른 모양이었다.
“배려지요? 두 단체의 스케줄이 겹쳤는데, 그쪽에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저희가 양보했는데요. 스케줄 먼저 잡은 쪽이 저희인데도요.”
내가 차분하게 답했다.
“으읔.”
아마 김병득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응인 것 같았다.
잠깐 말문이 막혀 있길래, 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무슨 문제입니까?”
“우리 선수가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인데 왜 너네가 일정을 바꾸냐고!”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죠. 저희는 독점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우리 선수가 다른 단체에서 뛰는 걸 재재하지 않아요. 그러니 선수가 그런 선택을 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거라고!”
“네. 맞습니다. 저희가 복수 활동 허용한다고 해서, 다른 단체한테 똑같이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요. 그러니까 남궁훈 선수에게 타이틀전을 시킬지, 아니면 타이틀을 박탈할지 KBBF에서 선택하시면 될 일입니다.”
“허. 나 참.”
수화기를 통해서 김병득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졌다.
“일단 제가 듣기로, 남궁훈 선수는 두 단체 모두에서 뛰기를 원합니다. 저희 단체는 전혀 그것과 관련 제약이 없고요. KBBF에서는 관련 규정이 있으면 허락하실지 선택하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할 주체는 선수가 아니라 단체입니다.”
“이 자식이. 이런 말 연습해 놨었냐?”
김병득이 날카롭게 따졌다.
“연습은 무슨. 그냥 이치가 그래요.”
“그 문제는 그렇다 치고! 너네 단체는 얼마나 사이비길래 관객하고의 약속을 깨느냐!”
“무슨 약속이요.”
“시합 시간을 잡았으면 그 약속을 지켰어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공지까지 해놓고 미리 시합을 진행해 버릴 수가 있어! 양아치냐?”
“아. 그 약속.”
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 단체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놈 마인드 좀 보소. ‘그 약속’?”
“일단, 오프라인에서는 그 날짜 약속이란 게 참 중요하지요. 대관한 스타디움과도 약속해야 하고, 또 관객하고도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하니까.”
“오프라인에서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근데 저희는 유튜브 단체란 말이죠? 그래서 애시당초에 ‘관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대관’이라는 개념도 없고. 시청자하고 채널만 있죠.”
“…”
“저희가 예정보다 늦게 올렸으면 모르겠는데, 미리 올렸어요. 그것도 프리미어 예고 24시간 전부터 시작해서요. 관객이라면 자기가 티켓 산 시간에 시작을 안 하면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시청자들은 안 그렇거든요.”
“그런. 그래도 약속시간이란 게.”
“네. 사실 처음부터 시간 공지 올릴 때 ‘(예정)’이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시합 영상 올리기 48시간 전에 일정 새로 픽스해서 공지했고, 해당 영상 올라오기 24시간 전부터 프리미어 카운트다운 띄웠고. 문제가 있나요?”
“공지를 중간에 바꿨다고? 못 봤는데?”
“재공지 여러번 띄웠어요. 아마 못 보신 건, 오프라인 시합처럼 생각하셔서 일정이 변동됐을 거라고 생각 못 하셔서 그런 듯해요.”
“오프라인 시합처럼 생각했다?”
“네. 오프라인에서는 일정 바뀌는 게 큰일이니까.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그게 큰일이 아니라서요. 그러니까 일정에 큰 제약 없는 우리 쪽에서 그쪽에 양보해드리기도 한 거고요.”
“웃기지 마. 공지를 아무도 못 보게 했으니까 항의가 없는 거 아냐?”
“음. 그거 댓글 모니터를 해 봤는데.”
“어.”
“‘일찍 해서 신난다!’라는 댓글이 구십구쩜구구구 프로예요.”
내가 약간 과장을 섞어서 말했다.
“…”
“토요일 7시인 줄 알았는데 금요일 올라왔다? 왜 먼저 올리냐고 항의할 사람이 많을 거 같으세요?”
“항의를 하는 사람이 왜 없어! 세상엔 별사람 다 있는데.”
“아. 그래서 저도 모니터해 본 거예요. 근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크읔.”
또 잠깐 말문이 막힌 김병득.
“사람들이 뭘 몰라서 그렇지. 우리가 댓글 단다?”
“네. 네. 부탁드려요.”
“부우탁?”
김병득이 목소리를 높였다.
“허세 떨지 마. 상관없는 척하는 건 또 몰라. 부탁한다고?”
“네.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 의견들이 어떻게 나누어지나 좀 궁금했거든요. 의견 남겨주세요. 그럼 대댓글로 여론 형성이 될 거예요. 저희도 모니터 좀 하게.”
“크읔.”
“저, 시합 내일 진행되죠? J체육관? 오후 5시.”
“그건 왜 물어.”
“보러 가야죠. 모처럼 열리는 복싱 행산데. 저도 복싱 단체 운영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관람해야죠. 견학도 하고.”
“겁도 없네.”
“네? 겁이 없다뇨. 무슨 말씀을.”
“너네 일당들 오면 환영받을 거 같냐?”
“어휴. 환영을 기대하겠어요. 시합만 보면 되지.”
“그리고.”
김병득이 잠깐 망설였다.
“네.”
“무사할 거 같냐?”
“헉.”
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무서운 말씀을.”
“겁도 없이 계속 깔짝거리고 있는데, 착한 사람도 참을성에 한계가 있는 법이야.”
착한 사람 같은 소리 하네.
“티켓팅은 도대체 어디서 하는 건가요. 아우터파크 같은 데서도 못 찾겠던데.”
“그런 거 없어. 현장 발매야.”
“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럼 현장 발매로 사야겠네. 내일 뵈어요.”
“진짜 올 거냐?”
“네. 일단 저하고 제 동료들이 계속 티켓팅 모니터하고 있어요. 꼭 뵈어요.”
“너 진짜 무서운 게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