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36)
FX9의 한 귀퉁이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크흑…”
솔직히 나도 신음이 터지는군.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오늘 FX9의 숭고한 희생으로 좋은 콘텐츠 하나 건졌다.”
내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그 인간들 그렇게 말하는데 올릴거야?”
“그럼. 올려야지. ‘찍어도 된다고 했지 올려도 된다고는 안 했다’ 이랬었나? 어쨌든 그 개소리까지 꼭 들어가게 올려야지. 누가 잘못했는지는 시청자들한테 판단 받자고.”
내가 힘주어 말했다.
“어… FX9이 메모리는 살아 있겠지?”
범수가 물었다.
“응. 그런데, FX9 영상은 당분간 안 올리기로 약속했다.”
“으잉? 그건 또 뭔 소리야.”
범수가 물었다. 아까 범수는 카메라 가지고 도망가느라 그 대화를 못 들었다.
“아니. 그럼…”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이 영상을 올리자고.”
나는 이번에 새로 들인 장비인 아이폰 13 맥스 프로를 들고 흔들었다.
“그 인간들. 유튜브 관계자 맞냐? 촬영 허락을 받았는데 메인 카메라 하나만 돌렸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
“헉…”
“FX9보다 이걸로 찍은 게 더 고발 영상 같아. 여기서 업체하고 사람 이름만 빼고 다 올리자고. 무편집으로. 음성 지우는 처리는 얼마 걸리지?”
“어… 대략 20분짜리니까, 22분이면 하지.”
범수가 대답했다.
“오. 좋아. 그럼 5시에 다음 만날 팀 오기 전에 후딱 영상 올려 버리자고.”
“진짜 괜찮겠어? 저 사람들 진짜 깡패 같은데.”
희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응. 일단 희연은 정식 멤버가 아닌 것처럼 얘기해 놨으니 괜찮을 거고. 범수야. 너는 괜찮아?”
“음. 까짓거. 뭐 한 번 해 보지 뭐.”
“오. 용기 있는데?”
내가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하. 몰라. 너 믿는 구석 있는 거 같아서 너만 믿는 거야.”
범수가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말하고, 곧바로 자기 노트북을 꺼내서 편집에 착수했다.
“야. 진짜 이거 장난 아니다. 영상 박진감 죽이는데.”
범수가 편집하며 말했다.
“아이폰 광각이 아주 좋지? 의자 하나 빼서 위로 보이게 올려놨는데…”
나도 범수의 말에 맞장구치고 옆에서 영상을 봤더니, 정호영이 FX9에 돌진하고 내가 쳐서 공중에 뜨는 것까지 너무 깔끔하게 찍혀 있다.
“하기야. 이건 밑에서 찍는 게 잘 나오지.”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느라고 의자에 올려놓은 건데, 그 덕에 오히려 각은 더 잘 나왔다.
“다 됐어!”
범수가 조금 후에 자신 있게 선언했다.
역시 빠른 작업 속도.
“좋아. 바로 올리자.”
“제목은 뭐라고 할 거야?”
희연이 옆에서 물었다.
“MCN업체의 정체. 어때?”
범수도 제목을 생각하고 있던 모양인지, 이렇게 외쳤다.
“야. 그건 ‘아무나 안 하는 일’에 잘 안 맞는 제목이잖아.”
희연이 말했다.
“그런가? 그럼.”
범수가 물었다.
“아무나 파헤치지 못하는 MCN업계의 놀라운 관행. 어때?”
희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야. 너무 길잖아. 그건 그렇고, 너도 제목에 욕심 있었구나.”
범수가 말했다.
“제목은 정해 놨어.”
내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래? 뭔데?”
– 1500만 원짜리 카메라 박살내면서 취재하기
“엇.”
“어머.”
“어때?”
내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걸로 해라.”
범수가 체념한 듯 말했다.
* * *
– 야. 이건 또 뭐냐.
– 이게… 실제 상황이라고?
동영상을 올리자마자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구독자는 4만 명을 넘어서 4만 5천 명을 향해 가고 있었다.
– MCN 업체와 계약 상담한 영상입니다. 분명 촬영 허락을 받았는데, 중간에 태도가 돌변해서 FX9이 전사했습니다. 나중에 반응 좋으면 FX9 시점 영상도 올리겠습니다. 그게 더 비장합니다. 내용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야. 크크. 어그로가 아주.”
“오늘만 사는 사람 같다. 우리.”
희연과 범수도 내가 동영상에 올린 설명 멘트를 보고 웃었다.
– 아니. 이건 MCN이 아니라 완전 깡패 아냐?
– 진짜 양아치네. 그런데 왜 이런 영상이 많이 안 올라온 거야? 불공정 계약 엄청 많았을 텐데.
– 결국 유튜버들이 이런 회사랑 계약했잖아. 어떻게 올리겠어?
동영상의 반응은 댓글만 봐도 상당히 좋았다.
물론 이런 댓글도 있긴 했지만…
– 미친… 사람이 한 번 당하기도 힘든 일들을 얘들은 왜 이렇게 당하는 거야?
– 야. 얼마 전에 이렇게 희한한 일 맨날 당하는 거 찍은 채널, 결국 사기로 판명 났잖아.
– 순진한 것들. 아직도 이 허언증 채널을 그럴듯하다고 믿는 거냐? 너네 뇌가 다 어떻게 됐냐?
– 그래. 이건 진짜 연출 아닐까.
– 글쎄… 진짜 저런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난 일단 중립 박는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반응도 좋고. 어그로도 좋고.”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FX9은 어떻게 할 거야? 새로 살 거야?”
범수가 물었다.
“미쳤냐. A/S 맡겨야지.”
“어우… 갑자기 로또 당첨된 사람처럼 굴길래 당연히 바꿀 줄 알았더니.”
범수가 중얼거렸다.
구독자 47832명
“정명선이 댓글 달지는 않겠지?”
범수가 물었다.
“설마. 전용호(P자동차 부장)는 유튜브 생리를 모르니까 단 거고. 만약 자기가 여기에 댓글을 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그러게. 일단 영상에서 어떤 업체인지 안 드러났으니까.”
희연이 말했다.
“응. 우리도 그걸 굳이 알릴 필요는 없고.”
“그럼 다른 방식으로 복수하지 않을까?”
희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글세… 한가한 인간들이면 그럴 수도 있고. 좀 현명한 사람이면 그냥 넘어가서 묻히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알고 있었다.
세상에 현명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을.
“5시 다 됐어.”
희연이 말했다.
“응. 다음 업체 오겠다. 준비하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FX9 대신 다른 카메라를 삼각대에다가 세팅했다.
“아마 지금 올라온 동영상 봤겠지?”
희연이 물었다.
“응. 아마 우리 모니터링하는 업체라면 봤겠지.”
“촬영 허락 안 하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안 올 수도 있을 거 같아.”
“음… 그건 일단 기다려 보면 알겠지.”
희연은 다시 옆방으로 돌아가고, 5시가 되자 누군가가 세미나실 문을 두드렸다.
“오. 왔다.”
범수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칼 같이 왔네.”
“안녕하세요.”
두 명이 들어왔다.
한 명은 40살 정도 되는 남성, 또 한 명은 35세 정도 되는 여성.
정장 차림이었다.
일단 프로페셔널한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정명선도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했다.
“네. 반갑습니다. 저희는 K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각자 명함을 돌렸다.
– K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의철
– K엔터테인먼트 MCN팀 팀장, 고윤정
“죄송합니다. 저희는 명함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아직 학생이신 거죠?”
김의철이 쾌활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저, 일단 시작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조금 전에 저희가 영상 하나 올렸는데, 보셨나요?”
“하하. 네. 봤습니다.”
김의철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잘 됐네요. 저희도 괜히 정보 숨기고 진행하긴 싫어서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보를 숨긴다고요?”
김의철이 물었다.
“네. 저희가 지금 올린 영상은, 저희하고 상담하는 입장에서는 촬영을 허락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니까요. 그걸 숨기고 결정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김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게 맞는 말이지요. 그게 아니면 사실상 몰카가 되지요. 취재 윤리에도 어긋나고요.”
“네. 괜히 영상 만들고 싶어서 남을 속이고 싶지는 않거든요.”
“오. 훌륭합니다. 요즘 유튜브 하는 분들이 그런 쪽으로 생각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김의철이 말했다.
“네. 잡음이 크게 난 영상들이 있었지만, P자동차나 조금 전 영상이나 다 사전에 촬영 허락 받은 영상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깔끔하게 안 하면 유튜브 채널로 크는 데 한계가 있을 거 같아서요.”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헤에.”
범수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범수도 거기까지는 생각 못 한 모양이다.
“아주 좋습니다. 상당히 야심이 있으신 거 같네요.”
김의철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정식으로 선언했다.
“네. 알고 왔습니다. 조금 전에 올라온 동영상도 모니터했습니다. 촬영 허락하겠습니다.”
“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진짜요?”
나와 달리 범수는 놀란 모양이었다.
“네. 다만, 저희 얼굴은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김의철이 말했다.
“그럼… 업체 이름은요?”
“업체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이 촬영을 허락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상담.
김의철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조건을 설명했다.
수익 분배는 6:4가 기본.
업체 쪽에서 기획, 편집 등에 관여하는 정도에 따라 비율은 달라진다고 했다.
“기획 능력이 있으신 거 같으니, 우리는 모니터링과 조언 정도만 하면 될 거 같아요. 이 정도면 좀 파격적이지만 7:3으로 가도 될 거 같습니다.”
김의철의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정명선의 조건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마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이 없었다면 촬영에 응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채널 소유권은요?”
“채널 소유권은…”
지금으로서는 제일 민감한 조항이 그거다.
“소유권은 애드센스 계정 변경이 어려울 때에는 사실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죠.”
“네.”
김의철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서 귓속말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굉장히 많은 업체들이 계정 이전 어렵던 시절 만들어진 계약 조건을 그대로 내밀고 있죠.”
“아.”
“유튜브 계정은 크리에이터 본인이 쓰더라도, 애드센스 계정은 업체 걸로 써야 하죠. 아마 업체에서 이걸 양보하긴 어려울 거예요.”
“그렇죠.”
내가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