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43)
다음은 영상에 찍힌 정명선의 방문 장면이다.
“어? 여기야? 여기 맞지?”
정명선이 머리를 긁으면서 옆에 선 정호영을 보았다.
이 두 사람이 저번 미팅에 나왔던 사람이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역시 정호영처럼 ‘생활’의 냄새가 풍기는 남자였다.
“어. 맞는데요. 그런데… 2층이…”
김성찬 선수의 도장은 웬만하면 일반인을 관원으로 받지 않는다.
따라서 네이버 지도에도 잘 검색 안 된다. 오히려 격투기 팬들이 어설프게 방문하면 골치 아프니까.
아주 세세하게 검색을 하지 않은 이상, 정명선은 우리의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이웃이 누구인지 몰랐을 것이다.
“아, 이 사람… 우와. 여기가 이 사람 체육관이구나. 혜화동에 있었네?”
그래도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계단을 올라오면, 김성찬 선수의 UFC 시합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정명선은 그때서야 2층에 뭐가 입주해 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볼일은 3층에 있었으니까.
“응? 그런데 문이 여기 달렸는데요?”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막은 문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정호영이었다.
“어라?”
정명선이 머리를 긁었다.
– 퍽! 탁! 퍽!
정명선과 일행들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도장의 관원들이 미트를 치는 소리가 둔탁하게 입력되고 있었다.
“문이 왜 여기 달렸어? 계단을 막으면 3층을 어떻게 가라고?”
정명선의 말.
“여기… 스튜디오라고 써 있긴 한데요?”
정호영의 말.
김성찬 선수 도장 현판 옆에, ‘유튜브 채널 – 아무나 못 하는 일’이라는 카드를 분명히 달아놓긴 했다.
“헉. 맞네. 근데 왜 문이 없어?”
우리 명패를 찾았는데, 하나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차라리 ‘건물을 잘못 찾아왔기를’이라고 바랐었겠지.
“이게 문이겠죠?”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어떻게 스튜디오하고 격투기 도장이 문이 같냐고. 건물 밖에 계단 따로 있는 걸 우리가 못 찾은 거 아냐?”
정명선의 말.
그리고 다시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서 현관문으로 나갔다.
이 장면은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약 3분 후, 정명선과 일행은 머리를 긁으며 다시 2층 문 앞에 나타났다.
“아… 씁…”
곤란해하는 정면선의 감탄사.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고민.
이것도 좀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그리고…
– 툭! 탁! 퍽!
계속 들려 오는 미트 치는 소리
– 삐이걱~
조심스럽게 문을 빼꼼 열어보는 정명선. 하지만 낡은 건물이라 문에서 나는 생각보다 큰 소리
– 화들짝!
물론 이런 소리는 실제로는 안 난다. 하지만 거의 이런 효과음이 깔릴 정도로 정명선과 일당들이 문소리에 당황하는 동작이 보였다.
‘화들짝’은 자막으로 깔면 되고.
“누구세요?!”
그들이 문을 열자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
딱 들어도 덩치와 직업이 느껴지는 땀내 나는 목소리와 말투다.
물론, 운동 중에도 이렇게 빠른 반응이 나온 것은, 우리가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이병만 선수에게 잽싸게 신호했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정명선이 깜짝 놀라 문을 닫으려고 했다.
지금부터는 도장 실내에 설치된 카메라의 시점.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이병만 선수가 잽싸게 열린 문을 잡고 도로 닫히지 못하게 했다.
“안 그래도 손님 오실 거 같다고 맞이하라고 하던데. 오셨나 보네.”
이병만 선수가 문을 활짝 열고 손짓을 하자, 뒷걸음 치던 정명선이 포기하고 일당과 함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정명선은 그렇다 치고, 정호영과 또 한 명의 남자의 손이 자꾸 가지런하게 앞으로 모여지는 게 보였다.
“저희, 여기 온 거 아닌데요.”
정명선이 말했다.
– 퍽! 탁! 퍽!
그 와중에도 미트 치는 소리는 지속적으로 들려 왔다.
하지만 마이크는 좋은 걸 써야 해.
말이 CCTV지 FHD 카메라에 집음 능력 좋은 마이크 달아 놨다.
“아. 유튜브 채널 방문 온 거 아닙니까? 거기 저희하고 같이 하는 뎁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금방 내려 올 겁니다.”
“네? 같이 한다고요? 도장에서 운영하는 채널이었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하여튼 같이 합니다.”
“허.”
정명선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정호영을 바라보았다.
정호영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눈빛이 훨씬 착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묻지 말라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저도 그냥 일반 관원이라 자세히는 몰라요. 어쨌든 잠깐 기다리세요. 물 드릴까?”
이병만 선수가 물었다.
“아, 괜찮습니다.”
“저희는 살 빼야 하는 사람들이라, 탄산음료나 커피 없습니다. 포카리 스웨트는 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명선이 공손하게 사양했다.
“알겠슴다.”
이렇게 말하고, 이병만 선수는 후배 선수를 우리에게 보냈다.
사실 이미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 훤히 다 보고 있었지만, 어쨌든 부르는 시늉을 해준 것이다.
“범수야. 내려 가자.”
“어. 그래.”
내 옆에서 킥킥거리며 모니터링하고 있던 범수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내려가?”
희연이 물었다.
“희연이 너는 그냥 여기서 보고 있어. 괜히 너까지 자꾸 노출시키는 건 별로 안 좋을 거 같아. 우리가 맨날 스튜디오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대답했다.
희연은 어차피 우리 객원 멤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지금 이 자리에서 정명선에게 얼굴을 보일 필요는 없지.
“응. 알았어.”
희연도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희연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안녕하셨어요. 정 대표님. 안 그래도 저번에 오신다고 해서, 스튜디오 영상 올리면 곧 오시겠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여유 있게 정명선 앞의 자리에 앉았다.
– 스윽.
이병만 선수가 팔짱을 끼고 내 뒤에 섰다.
그리고, 미트를 치던 다른 중량급 문하생 두 명이 각각 정호영과 다른 일행의 뒤에 섰다.
물론 이것도 사전에 정해 놓은 자리 연출이다.
“아. 반가워요.”
정명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풋.’
나는 진짜 웃음이 나올 뻔하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정명선은 눈웃음을 잘 짓는 사람이었다. 사기꾼은 원래 착한 척을 잘 하니까.
하지만 정호영은 처음부터 칼을 잘 쓰기라도 할 것 같은 날카로운 이미지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런데 손을 너무 착하게 모으고 있고 눈은 그거보다 더 착하게 뜨고 있다.
정호영 옆에 선 남자도 그것과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그 덕에, 그 남자는 원래부터 착하고 친절한 얼굴 하고 다니는 사람인가 착각할 정도다.
“저, 저번에 연락하셨잖아요. 두고 보자고.”
“아, 네? 아.”
“그때 분위기로 봐서 스튜디오 생겼다고 축하하러 오신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러자, 내 말에 정명선이 대답했다.
“아니요. 축하하러 온 건데요.”
“풋.”
이병만 선수가 못참고 웃었다.
아, 이건 곤란한데.
안 그래도 연기력 별로인 이병만 선수가 조금 전부터 너무 신나게 상황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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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축하하러 오신 거구나.”
너무나 공손한 정명선의 답에 오히려 내가 말문이 막힐 뻔했다.
이병만 선수는 실실 웃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닌데. 우리 채널에 불만이 많다던데! 항의하러 온 거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
“으흠. 흠.”
정명선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고, 나는 이병만 선수를 진정시키느라고 헛기침을 해야 했다.
“그런데, 김성찬 선수는 안 계십니까? 온 김에 사인이라도 받아 가려고 했었는데.”
정명선이 말했다.
“…”
범수와 나는 이게 거짓말인지 안다.
CCTV로 정명선이 일행과 나누는 대화를 다 들었는데 뭐.
그는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 이 건물이 김성찬 선수와 관계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금 잠깐 외출하셨어요. 다행이죠.”
내가 말했다.
“뭐가 다행…”
정명선이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뭐가 다행이긴. 오히려 유명인이 이 자리에 없는 게 그림은 제일 잘 나오니까 다행이지.
“그런데 김성찬 선수하고 채널을 같이 한다는게 무슨 말씀이죠?”
“아. 스튜디오 여기로 옮겨서 밀착취재하거든요. 그리고 우리 채널이 후원도 하고요. 장기 시리즈 만들어서 채널에 올릴 겁니다. 물론 ‘재생목록’을 따로 만들어서요. 많이 봐주세요.”
“오. 격투기 채널로 거듭나시는구낭.”
정명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가 보면 우리 채널 응원해주는 팬인 줄 알겠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격투기 콘텐츠도 운영하지만… 격투기 선수를 만난 일반인들 영상도 좀 찍으려고요.”
범수가 끼어들었다.
“헛…”
정명선은 범수의 말을 듣고 뭔가 촉이 오는 모양이다.
하기야. 그도 사기성이 짙은 것과는 별개로 어디까지나 유튜브 업계 사람이다.
“원래 분노 조절 관련 콘텐츠 나올 때 격투기 선수들 많이 출연하는 거 아시죠?”
“어. 분노 조절이요?”
범수가 신나서 묻자, 정명선이 눈을 크게 떴다.
“네. 분노 조절이 안 된다고 하다가도, 격투기 선수만 만나면 분노 조절이 아주 잘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분노 조절 잘해’들.”
“아. 그렇…죠.”
“저희도 그런 컨셉으로 여기 공간에 이름 좀 붙여 놨어요.”
“여기? 여기가 어디를 말하는 거지.”
정명선이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호영을 보았다.
정호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모른다는 이야기.
“지금 우리 앉아 있는 곳. 격투기 도장 입구에 마련한 응접실 같은 공간이요. 이름이 뭔지 아세요? ‘분노 조절의 방’. 크크.”
범수가 말하고 큭큭 웃었다.
“…”
정명선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게 뭘 뜻하는지 자신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분노 조절 잘 되는 일반인 역할을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다는 얘기.
“어쨌든…”
내가 나서서, 정명선을 달래듯이 말했다.
“저희도 유튜브 시작하면서 뜻하지 않게 적이 좀 많아졌어요. 게다가 몇몇 분은 저희한테 찾아오겠다고 협박까지 했고요. 아, 물론.”
나는 잠깐 쉬었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정 대표님은 그냥 장난으로 하신 거 알아요. 그쵸?”
“아, 네…”
정명선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진짜 막 보복하겠다고 살벌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 용산 사람이라든가.”
“아. 용산… 알죠. 그 영상 나도 봤어요.”
정명선이 어색하게 맞장구쳤다.
“그렇죠. 그 사람들은 이번에 총판한테 판권 회수당해서 타격이 큰가 봐요.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자기 밥그릇 건드려지면, 다른 사람 죽일 기세로 해코지할 수도 있는 거.”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죠. 아, 용산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말했군요. 큰일 낼 사람들이네.”
정명선이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용산 상인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밤길 조심해라. 쳐들어간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자기가 밥줄 끊겼다고 얘기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 반응에 얽힌 정명선의 심리는 다음과 같았다.
‘용산 놈들은 바보같이 여기 테러하러 와서 망신당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진짜로 그냥 방문해 본 거다.’
지금 이 상황을 이런 그림으로 결론 내리고 싶은 거다.
“그래서 저희가 분노 조절의 방을 마련했어요. 저희한테 쌓인 화, 여기 앉아서 좀 풀고 가시라고.”
“아, 네…”
“우리 채널에 뭐 불만 없죠?”
이병만 선수가 갑자기 끼어들어 살벌한 기세로 확인하듯 물었다.
“네. 없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