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56)
“저쪽에다가도 그렇게 얘기했어?”
고장혁은 약간 혼란스러운 말투였다.
“네. 그러니까 양쪽 다 저 영입하려고 너무 애쓰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고래 싸움에 끼어들어서 새우 등 터지기 싫으니까.”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삼촌이라고 부른다?”
“아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면서요. 삼촌이면 피가 엄청 섞였는데 편 먹으면 삼촌이고, 안 먹으면 삼촌 아니에요?”
하여튼 재벌가 인간들 머리 돌아가는 건 이상하다니까.
“하하. 그건 그러네.”
고장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받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그럼, 저기…”
고장혁이 머뭇거렸다.
“그럼 영상은 내려주면 안 되겠는가? 그 영상이 지금 좀 불편한데, 나는 말이지.”
은근한 목소리로 부탁해 왔다.
“안 돼요.”
나는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엇. 그런가.”
고장혁이 당황했다.
“네. 유튜버한테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뭔지 아세요?”
“뭔데.”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내리라는 말이에요. 반대로, 유튜버를 적으로 돌리고 싶으면 딱 지금 그 말 하시면 돼요.”
“…”
“제 영상은 제가 알아서 올리고 내릴게요. 이건 되게 중요한 거니까, 앞으로도 꼭 주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하고 연락을 하실 거라면 말이죠.”
“으하하.”
고장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카님. 우리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가, 아주 전투력이 장난 아니구만.”
고장혁의 감탄 섞인 웃음.
“…”
나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쨌든 단호해서 좋아. 그리고 머리도 꽤 잘 쓰는 거 같은데.”
“머리요?”
“응. 싸움 났는데 양쪽의 역량도 미처 확인 안 된 상황에서 진영을 선택하는 건 하수지. 그런 점에서 우리 조카님 머리 잘 돌아가는군. 더 탐나는걸.”
“하하…”
사실 저게 틀린 얘긴 아니지. 하지만 나는 가급적 누구의 편도 되지 않을 작정이다.
“좋아. 그럼 내가 앞으로 조카님을 설득해야겠구만. 나하고 편 먹는 게 왜 사는 길이고 흥하는 길인지 차근차근 알려줄게. 오늘은 이만 끊자고.”
고현욱과 고장혁은 앞으로 서로 피 터지게 싸우겠지만, 닮은 점이 많다.
일단, 용건 끝나면 전화를 칼같이 끊어버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후우.”
나는 전화를 던지고, 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폭풍처럼 잠이 쏟아졌다. 금방 잠이 들었다.
* * *
“너, 정체가 뭐냐.”
약 2시간 정도 지나서 밖으로 나오니, 범수와 희연이 스위트룸 거실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야. 순박한 표정 짓지 마. 우리도 눈치란 게 있어.”
희연도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
“그래.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숨길 수 있을 거 같아? 조금 전의 전화도 그렇고.”
범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내가 언제 숨겼는데.
나는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데.”
“찾아보니까, 그 현민 씨라는 사람. L그룹 사람이지? 고현욱 동생 아냐?”
희연이 물었다.
“응. 맞아.”
내가 선선히 대답했다.
“그리고 너 그 컨퍼런스 들어간 것도 그냥 들어간 거 아니지. L그룹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서 들어간 거지.”
이번엔 범수가 다그쳤다.
“응. 맞아.”
역시 쿨하게 대답했다.
“어머머.”
희연이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어떻게 우리를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
“뭔 소리야. 내가 출생의 비밀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냐.”
“응?”
내 말을 듣고 희연과 범수가 오히려 당황했다.
“내가 출생의 비밀이라고 그랬어, 안 그랬어?”
“그랬…어.”
범수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거 봐. 내가 언제 숨겼냐. 너네가 말을 안 들었지.”
내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뭘 거창하게 그런 걸 출생의 비밀이라고 그러냐?”
그때, 갑자기 희연이 받아쳤다.
“으잉?”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역습이라, 내가 놀라서 희연을 바라봤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L그룹도 S그룹처럼 모계의 힘도 세다면서. 고현욱, 고현민이라는 사람하고 너하고 무슨 친척 관계인 거지? 이종사촌? 고종사촌? 그런 게 무슨 출생의 비밀이야. 출생의 비밀이란 그…”
그래. 그거. 숨겨둔 자식.
희연이가 생각하는 그 출생의 비밀 맞는데.
왜 내가 거기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을 못 하니.
내가 장 씨라서, 고현욱과 실제 형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내가 L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는 건 맞아. 내가 갖고 있는 돈도 L그룹으로부터 나왔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범수가 내 말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럴 줄 알긴 뭘 그럴 줄 알아.”
내가 범수의 말을 막았다.
“뭐?”
“맨날 로또니 코인이니 이상한 소리만 한 주제에.”
“하핫.”
범수가 멋쩍은지 머리를 긁더니, 이렇게 따졌다.
“야. 넌 재벌 가문인데 어떻게 그렇게 티가 안 나게 살 수가 있어? 네가 금수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해 봤다. 이게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깜쪽같이 속인 거지.”
“실제로 금수저로 안 살았었으니까.”
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범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먼 친척이었나 보네…”
범수와 희연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상속 같은 건 복잡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희연의 말이었다.
뭘 또 너네 맘대로 이상하게 납득해 버리는 건데.
진실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고무혁 회장의 혼외자식이라고.’
라고 내 입으로 정정해주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그냥 ‘출생의 비밀’이라고 하면 한 번에 알아들어 주면 얼마나 좋냔 말이냐.
“그래, 그래. 대충 그 정도로 알았으면 됐어. 어쨌든 L그룹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나는 포기하고 이렇게 말했다.
“잘 됐는데?”
희연이 말했다.
“뭐가 잘 됐어.”
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물었다.
“유튜브 각 잘 나오잖아. 물론 조심해서 올려야겠지만.”
“하하.”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희연과 범수가 내 눈치를 살짝 봤다.
“그래도, 현준이 지분도 있으면 유튜브로 까발리는 게 좀 안 좋을 수도 있어.”
범수의 조심스러운 말이었다.
“아니야.”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응. 사실 나도 희연이와 같은 생각이야.”
“풋. 너도 참…”
희연이 웃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 뒤에 올 말이 뭔지 안다.
“관종이라고?”
내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응. 맞아.”
희연이 더욱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부정하지 않겠어. 어쨌든 이 참에 우리 채널에 카테고리 하나 더 만들자고.”
내가 선언하자 희연과 범수가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순한맛, 매운맛에 더해서 쓴맛 어떠냐. 확실히 내 핏줄하고 관계돼서 인생의 쓴맛이 팍팍 느껴진다.”
내가 푸념하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그 핏줄 때문에 돈 엄청나게 생긴 거 아냐?”
희연이 물었다.
“그치. 그건 그래. 그러니까 인생의 쓴맛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냐.”
“그럼 이제 뭐 하지? L그룹 경영권 전쟁 영상 전문으로 올려야 하나?”
범수가 물었다.
“아니?”
“그럼?”
“일단 이 코너스위트 영상 찍어야지. 그리고 어제 펜트하우스와 비교 영상도.”
“어휴… 또 컨셉 왔다갔다 한다고 뭐라고 하겠다.”
범수가 걱정했다.
“아냐. 에서 영상 보고 알고리즘으로 넘어온 사람들 우리 호텔 체험 영상 보고 힐링 좀 하라고 해. 기업 경영권 전쟁 같은 몹쓸 거 보면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까.”
“풉. 알았어. 일단 찍자.”
내 말을 듣고 희연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네는 나 잘 동안 뭐 하고 있었어?”
내가 문득 생각나서 물어보자, 희연이 말했다.
“뭐하긴. 너 정체에 대해서 회의하고 있었지.”
‘회의씩이나 하고 내린 결론이 고작 먼 친척이냐.’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 * *
– 얘네는 지금 태풍의 핵 아냐? 다시 태평하게 S호텔 사용기 올리는 거 봐.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
– 아니. 잠깐. 이번에 L그룹 내부 컨퍼런스 장소가 S호텔이었잖아.
– 소름. 이 자식들 계속 떡밥 뿌리고 있었던 거냐?
우리의 ‘순한맛’ 영상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무리는 아니다. 우리 채널을 둘러싼 상황이 순하지가 않았으니까.
“8시다. 공중파 뉴스 좀 보자.”
내가 희연과 범수에게 말하고 TV를 켰다.
“왜?”
“내 생각이 맞다면… 우리 채널 공중파 탈 수도 있어.”
“응?”
과연, 주요 뉴스가 진행되고 약 10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 L그룹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 L그룹, 경영권 분쟁 시작되나.
“오. 진짜 바로 나오네.”
희연이 감탄했다.
“응. 사실 언론 플레이 준비하고 터뜨린 거니까, 안 나올 리가 없지.”
내가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더 관심 가지는 보도는 따로 있었다.
– 유튜브의 시대라는 말이 그야말로 실감 납니다. 이제는 기업 내부의 경영권 경쟁도 유튜브로 먼저 포문이 열립니다.
여성 앵커의 멘트.
“헉.”
‘유튜브’라는 말이 나오자 희연과 범수도 숨을 죽였다.
– 정영진 기자, 전해주시죠.
앵커의 말에 따라, 젊은 여성 기자가 보도를 시작했다.
– S호텔에서 L그룹 컨퍼런스가 열리고 나서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구독자 40만 명 이상을 가진 유튜브 채널에 현장 영상이 올라옵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 유튜브 플랫폼이 TV에 자료화면으로 뜨고 있었다.
– 해당 채널은 시사 전문 채널로, 객관적인 논조가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올라오고 또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채널에서 영상이 올라옵니다.
“오우, 쉿!”
기자의 소개와 함께 뜬 자료 화면을 보고 범수가 소리쳤다.
채널의 이름, 그리고 영상 안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 등.
여러 곳에 모자이크가 된 자료 화면이었다.
하지만 척 봐도 그게 우리 채널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진짜 공중파 떴네. 현준이 말이 맞았어.”
구독자 279893명
“야. 이제 우리 구독자 쓸어 담으면 되는 거냐.”
범수가 흥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