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79)
“형들 이해해. 나하고는 다르게 좀 트라우마가 강한 모양이야.”
현민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응. 이해해.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형들은 잘못한 거 전혀 없어. 그런데.”
“그런데?”
“나도 잘못한 거 없어.”
“아. 그렇지.”
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통화, 내가 옆에서 들었거든.”
“응.”
“잘못 따지기 전에, 대중들이 물고 뜯어먹기 딱 좋은 소재인 건 알지? 너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현석 형의 말이 틀린 건 아냐.”
“뭐야. 너도 나 설득하려고 하냐?”
내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냐. 그런 건 아니야. 네가 선택할 문제는 맞다고 생각해. 우리가 간섭해도 안 되는 문제라고도 생각하고.”
“음.”
그 말에 내가 얼굴을 풀었다.
“그런데, 네가 피해 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서.”
현민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래. 걱정해주는 거라면 고마워.”
내가 살짝 미소를 보이자, 현민의 표정도 같이 풀어졌다.
“여어. 조카님. 왔는가?”
그때, 고장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엇.”
현민과 나는 걸터앉아 있던 창틀에서 급히 몸을 일으켰다. 뜻밖의 등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삼촌.”
“으하하! 현민 조카는 역시 성격이 좋구만. 나한테 꼬박꼬박 삼촌이라고도 불러주고.”
“하하…”
현민이 어색한 듯 머리를 긁었다.
“어쨌든 고마워.”
이렇게 말하고, 고장혁은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나도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응. 응.”
고장혁은 기분 좋은 미소로 내 인사를 받았지만, 그 눈은 어느 때보다도 번뜩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군 그래.’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민 조카님. 잠깐 내가 현준 조카님이랑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고장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네. 현준아. 그럼 다음에 보자. 카톡할게.”
“응. 그래. 연락해.”
현민과 내가 인사를 나누는 걸 웃으며 바라보던 고장혁이 한 마디 했다.
“그래. 그래. 형제끼리 사이좋으니 정말 보기 좋네. 그치?”
“네. 친하게 지내는 게 낫죠.”
“그래. 그런데 이번에 조카님이 하나 터뜨렸던데? 괜찮겠어?”
“아.”
엄마 얘기다.
하기야, 고장혁이라고 모를 리 없겠지.
“목소리… 알아들으신 건가요?”
“응. 나도 사람 시켜서 모니터링하다가, 재밌어서 영상 몇 개 봤어. 근데 아는 목소리가 나오더군.”
“찐 구독자 되셨네요. 감사드려요.”
“푸하하! 그러게. 나도 구독자라고. 근데 구독자가 너무 많아서 뭐 나 하나쯤이야…”
“아니에요. 구독자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죠. 삼촌도 이벤트 참여하세요. 유민혁 셰프 스시 맛있어요.”
“크크크. 내가 우리 조카님 넉살 좋은 건 못 당하겠다니까.”
고장혁이 이빨을 드러내며 킬킬댔다.
“맛있긴 뭐가 맛있어. 너네 엄마한테 가루가 되도록 까이더만.”
“그래서 크게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답니다. 어차피 우리는 무료로 초대받은 사람이라 시식해 준 거고요. 돈 받고 파는 건 검증된 스시 내놓아요.”
내가 여유 있게 대답해 주었다.
“하하하. 내가 당첨되면 사람들이 가만 있겠어? 안 그래도 조카님 채널 L그룹하고 관련 있다는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내가 당첨됐다고 하면 난리 날 걸?”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고 하면 돼요.”
“응?”
“아. 철 지난 유행어인데. 그런 말이 있어요.”
썰렁한 농담을 못 알아들은 덕에, 분위기가 아주 알맞게 식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나는 이번에 엄마 영상 올린 거 보고 조카에 대한 모든 의혹을 풀었어.”
고장혁이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의혹? 무슨 의혹이요?”
“나는 혹시 현준 조카가 현욱이네랑 같은 편이면서 나하고 장난질을 치는 건가… 했었거든.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이제 아닌 걸 아니까.”
“아…”
내 얼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엄마 영상 올린 거 보니까…”
“저쪽에서 난리 칠 걸 알면서도 한 거 보니 제가 저기랑 별개로 행동한다는 걸 아셨군요?”
내가 고장혁의 말을 받았다.
“응. 그렇지. 저쪽에서 용납했을 리가 없거든.”
“흐음.”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이. 조카.”
고장혁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나를 불렀다.
“네?”
“자네 부모 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지?”
“응?”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행동하는 거 보면 뭔가 좀 아는 게 있어서 말야.”
“흐음…”
나는 턱을 만지며 생각을 좀 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떠보는 질문은 곤란한데요. 저한테 뭔가 가르쳐줄 게 있으신가요?”
“음. 물어보면 가르쳐줄 수는 있어.”
“안 물어보면요?”
“사실 이게 본인한테는 상당히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거든.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가르쳐줄 수는 없고.”
“하하하.”
고장혁도 나름 한가락 하는 인물. 왠지 협상가로서 고장혁이 가지는 면모가 드러나는 말이었다.
“제가 뭘 모르는지 알아야 물어보죠. 근데 안 물어보면 안 가르쳐주신다?”
“말하자면 그렇게 되네.”
고장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 답답하다.”
내가 머리를 긁자, 고장혁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말했다.
“일단 L전자 사옥에서 이런 대화 오래하기는 좀 그래. 나하고 저녁 먹을래? 내일 저녁 어때?”
“식당에서는 이런 얘기하기 쉬우려나요, 뭐?”
엄마와 아버지 얘기니까. 확실히 귀가 있는 데서 이야기하긴 싫다.
“응. 내가 좀 프라이빗한 얘기 나눌 때 애용하는 데가 있어. 어때?”
“오오.”
“거기라면 아무도 안 들어. 어때, 구미가 당기나?”
“그럼요. 요정같은 데인가요?”
“젊은 사람이 요정이 뭐야… 요즘에 아무도 그렇게 안 불러.”
“촬영해도 되죠?”
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하아… 진짜 조카는 내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건 식당에 물어봐야지.”
“네. 그럼 내일 카메라 갖고 가서 식당에 물어 보죠. 어딘지 미리 안 가르쳐주실 거죠?”
“… 내일 내가 스튜디오로 차 보낼게.”
“좋아요!”
내가 웃으며 답하자, 고장혁이 한숨을 쉬었다.
“내일 나누는 대화가 그렇게 신이 날 얘기는 아닐 텐데… 어쨌든 밝은 것도 조카 매력이군.”
고장혁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사라졌다.
나는 휴대폰을 켜 내 채널로 들어갔다.
댓글에는, 엄마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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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석의 예상대로, 네티즌들이 목소리로 엄마를 특정하는 데에는 채 5일도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내기 걸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 이거, 장혜민 목소리 같지 않냐?
– 맞다! 장혜민! 세상에.
– 장혜민이 누구야?
– 모르면 검색해.
– 링크 걸어줄게.
친절한 댓글러는 링크까지 첨부했다.
나도 모르는 엄마가 출연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었다.
‘유튜브가 좋긴 좋군.’
나도 댓글러들 덕분에 엄마가 등장한 옛날 TV 프로그램들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쓰기 좋은 자료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토크쇼 출연한 것들, 그리고 인터뷰한 것들.
이런 영상들이 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목소리의 주인이 엄마라는 것을 특정하는 데 더 도움이 됐다.
– 근데 되게 예쁘네. 목소리도 카리스마 넘치고.
– 당시 최진실하고 김희선 라이벌 될 거라고 난리들이 났었다.
– 그러게. 옛날 영상인데 촌스러운 90년대 화장인데도 미모가 안 가려진다.
– 어우. 틀딱 냄새. 90년대면 선사시대 아냐?
– 이게 누군지 알면 아재 인증인 거죠?
– 아재면 어떻고 틀딱이면 어떠냐. 예쁘긴 개 이쁘네. 요즘 TV 나와도 최상급 외모다.
엄마의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 댓글란이 ‘장혜민’이라는 이름 석 자로 도배되고 있었다.
“어라. 재밌는걸.”
나도 정신없이 링크로 소개된 영상들에 빠져들었다.
당시 짧은 순간이지만 누구보다 밝게 빛났던 엄마의 과거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보다도 더 잘 나갔었네…’
유튜브가 새삼 무섭게 느껴졌다.
엄마는 자신의 과거 활동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우려고 했지만, 이렇게 많은 영상이 그대로 올라와 있을 줄이야.
TV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
저런 유망주가 어느 순간 완전히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나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엄마가 TV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이 세상에 내가 없었단 얘기다.
내 마음이 복잡하겠어, 안 복잡하겠어.
어쨌든 내 채널 댓글란을 보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새 저녁이 찾아오고, 고장혁과의 저녁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가 볼까.”
나는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느라 충혈된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어서 오십시오. 주차 도와 드리겠습니다.”
P자동차를 몰고 고장혁이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가자,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운전석 앞으로 와 섰다.
‘발레파킹 친절하네. 게다가 주차요원도 상당히 잘 꾸며 놨는걸.’
척 봐도 갓 서른 살이 넘을 거 같은, 모델 같은 몸매의 남자였다.
주차요원만 봐도 이 음식점이 얼마나 고급으로 운영하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창에 주소를 쳐 봐도 업장 이름이 안 나온다.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식당이란 얘기. 메뉴가 뭔지도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아는 손님만 받는다는 이야기.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처음 중얼거린 말은…
‘유튜브 각이다.’
하지만 그만큼 촬영 난이도는 높을 게 분명하다.
도전 의식이 생기는걸.
“환영합니다. 예약자분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역시 출중한 외모의 여성 직원이 배꼽인사를 하며 물어 온다.
“고장혁 님으로 예약되었을 겁니다.”
“아. 확인 감사합니다.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고장혁의 이름을 듣고 다시 한번 배꼽인사.
“…”
나는 이 직원에게 ‘촬영 되나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일단 한 번 참았다.
아무래도 고장혁과 함께 있는 데서 이야기하는 게 거절당하지 않을 확률이 올라갈 것 같아서.
한 번 거절 당하면 또 물어보기 모양 빠지니까.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밖에서 언뜻 보면 거대한 단독주택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정원을 지나서 들어가니, 작은 독채가 하나 나왔다.
점원이 문을 여니, 딱 두 명이 마주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나왔다.
그 테이블을 둘러싸고 내부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였다.
고장혁이 말한 ‘프라이빗’과 이거만큼 어울리는 게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가 벽 너머에까지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애초에 없다.
테이블 사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