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83)
하지만, 이 정도까지만 봐도, 이 영상에서 유력하게 풀 썰이 뭔지 예상이 되었다.
3번과 4번의 조합이겠지.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건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솔직히 뭐가 답인지 바로 나오지 않냐?
– 우와. 우리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 4번이면 죽이는데? 그럼 뒤에서 성상납하고 편하게 살다가 지금 얼굴 뻔뻔하게 기어 나오는 거야?
– 야. 이런 댓글 달다가 명예훼손으로 훅 간다? 괜히 인생은 실전이라는 거 배우지 말고 입조심들 해라.
– 4번이면 스스로 상납한 게 아니라 당한 걸수도 있는 거 아냐? 그러면 오히려 복귀 응원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4번으로 댓글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사실 그럴 만했다.
4번이 가장 자극적인 설이기도 했지만, 영상 자체가 그걸 교묘하게 강조하고 있었으니까.
나레이션의 흐름도 그랬고, 영상의 편집도 그랬다.
“…”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궤도에 올랐다.
앞으로 정신없이 빠르게 일이 진행될 것이다.
나는 차근차근,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응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전화가 울렸다.
– 야, 이 색히야.
고현석이었다.
“네.”
– 유튜브 올라온 영상 봤냐. 너네 엄마 잠적한 썰 푼 영상
“.”
내가 차분한 말투로 영상 제목을 읽었다.
– 그래. 이 색히야.
고현석이 으르렁거렸다.
“네. 봤어요.”
– 꼴 좋다. 이걸 원했던 거냐? 너네 엄마를 유튜브 양아치들이 껌처럼 씹는 사태를 원했던 거냐고.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는 생각했어요.”
– 뭐?!
고현석이 잠깐 말을 잃었다. 내 대답이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고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확인하듯 물었다.
“그 정도 일을 겪은 사람이, 한국 같은 사회에서 컴백하려면 당연히 시끄러워질 각오를 안 하면 안 되죠.”
– …
잠깐 수화기 저편에서 말이 없었다.
나는 수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회의를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현석과 고현욱.
사실 나는 두 명하고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
이윽고 고현석이 물었다.
조금 전의 공격적인 태도는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원래는 ‘말 안 듣더니 꼴 좋다! 이렇게 되니까 좋냐!’라고 다그칠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내가 각오했던 과정이라고 하니 내 의중이 궁금해진 것이다.
“형님들.”
나도 목소리를 깔았다.
– 왜, 이 자식아.
“저는 형님들한테 좀 궁금했는데요.”
– 응.
“형님들은 이 건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어요?”
– …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내 말을 이었다.
“저는 형님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 누구의 피해자? 너네 엄마?
고현석이 이렇게 묻는 걸 봐서, 이 형제들은 진짜로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 엄마가 아버지를 꼬셔서, 자기 가정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렇게 생각했겠지. 그리고 주위 어른들도 알게 모르게 그렇게 믿도록 주입했을 거다.
그러면 솔직히 고현석, 고현욱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미울 건 없을 거 같다.
내가 죄가 없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죄가 없다.
“아니요. 우리 아버지.”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고현석의 성격으로 봤을 때, 이게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모르시는구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 뒤, 정색을 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럼 이게 무슨 뜻인지 생각을 좀 해 보시어요. 현욱 형님이나, 현석 형님이나 눈치가 있는 분들이니까. 금방 아실 거예요.”
– 그게 뭔 소리…
“이걸 빨리 알아채는 게, 형님들한테도 훨씬 좋을 거예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 뭐, 잠깐…
– 삑.
나는 고현석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죄가 없다고 걍 맘 편하게 있으란 얘기는 아니고.”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 * *
“이게 무슨…”
고현석이 얼굴을 찡그리며 수화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
고현욱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형, 이게…”
이렇게 말하려다가, 고현욱은 입을 닫았다.
고현욱의 분위기를 보고, 함부로 말 걸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고현석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로서도 장현준이 한 말이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갔다.
“형 이게…”
“응. 이거 가장 큰 악재인데.”
“고장혁하고 결탁을 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얘는 그냥 자기 엄마 오명 벗기는 게 우선인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마침 고장혁한테 엄청난 이득이 되는 거고. 동맹 아닌 동맹이지.”
고현욱이 천천히 말했다.
“그럼 도와주겠네?”
“증언도 확보해 줄 거고… 주주총회 전에 터뜨리겠지.”
“이러다 진짜 회사 빼앗기는 거 아냐?”
고현석이 울상을 지었다.
“…”
고현욱은 대답 없이 동생을 쏘아보았다.
“아, 미안. 재수없는 말 했네.”
“하아…”
둘의 대화를 듣던 고현민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이 판국에도 주주총회 이길 생각을 해야 하다니. 진짜 현준이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고현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한시가 급하다.”
고현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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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다음 영상이 올라온 것은 L생명 주주총회 전날 저녁이었다.
“하필이면 올려도 오늘 밤에 올려요.”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도 고장혁 삼촌과 관계 있는 거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까지 드는 타이밍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게 우스워져서 픽,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니 고장혁이나 고현욱이나
– 장혜민은 왜 갑자기 은퇴했을까요? 거기에 대한 4가지 썰을 소개해드렸었지요. 오늘은 거기에 이어서 이야기를 해 봅시다.
나는 편안하게 앉아서 영상을 시청했다.
– 저번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4가지 설 중에 어느 하나가 맞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유력하다고 하는 썰이 있어요. 그래서 그 썰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것을 공유하는 겁니다. 제가 주장하는 거 아닙니다.
“흥.”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장혜민이 대기업 회장의 세컨드가 됐다’라는 설을 맞다고 주장할 정도의 바보는 없다.
그러다가 명예훼손으로 감당 못할 정도의 ‘금융치료’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저렇게 보호막을 치는 거다.
– 자, 일단. 거두절미하고 증언 들어보시죠.
“호오.”
증언을 수집했어? 취재력이 상당하군.
금융치료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유튜버로서 피해 가기 어려운 주제이긴 하다.
첫 번째 영상의 조회수나, 거기 댓글만 봐도 지금 영상이 대박날 건 정해진 사실이니까.
– 당시 여배우이나 여가수들 중에 얼굴 반반한 애들이 있으면, 아예 소속사에서 먼저 스폰서들한테 경매처럼 내밀어. 근데 골 때리는 게 뭔지 알아요? 본인들은 몰라.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들이 거래되는 거지. 골 때리는 거야.
“헉.”
모자이크 처리된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얼굴이 가려 있긴 하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를 보면 대략 50대 정도 되는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 밑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깔려 있었다.
– 당시 연예 기획사 직원(51세)
물론 그것보다 더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저 사람도 신분 드러내놓고 떠벌리다간 목숨 내 놔야 하는 걸 잘 아니까.
하지만, 맹점도 있었다.
신분을 숨겼으니, 저 사람이 정말 엄마가 있던 기획사의 직원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는 거다.
마음만 먹으면 익명 뒤에 숨어서 증언자도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는 게 유튜브니까.
– 그렇게 해서 간택이 되잖아? 그러면 여자애들이 대부분 좋다고 또 적극적으로 데쉬를 해요.
– 그럼, 장혜민 씨도 그랬나요?
– 그건 모르지. 억지로 했을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했을 수도 있고. 나한테 그런 거 물어보지 마쇼? 하지만, 당시에는 좋다고 하는 애들이 더 많았단 얘기지.
채널 주인장이나, 제보자나 확실히 자기들의 방어막은 치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면 엄마도 그랬다는 소리로 들리잖아. 씨밤바들아.’
– 스폰서는 보통 어떤 사람들인가요.
자막으로 질문이 깔렸다.
– 당연히 대기업 회장들이 많죠. 특히 재벌 2세들이 많았어. 아무래도 나이가 4~50 정도 되는 아재들이 욕심이 많으니까. 정치인들, 언론사 사장들도 많았고.
– 그럼, 그 중 장혜민 씨의 스폰서로 알려진 사람은?
– 흐흐흐. 일단 당시에 소문 난 사람이 두 명 있었어요. 두 명이 장혜민 씨 놓고 엄청 경쟁 붙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고… 둘 다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리고 둘 다 기업인이었고.
“흥.”
나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요리조리 피할 구멍은 다 확보를 해 놨고, 또 객관적인 척하고 있다.
하지만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악의적인 편집이었다.
– 자,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면, 장혜민 씨는 자의든 타의든 스폰서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스폰서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면, 4번 설과 3번 설 둘 다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솔직히 겁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
‘저 정도로 금융치료를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명예훼손으로 걸리는 유튜버들의 특징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자기가 결론 내리는 거다.
악플러들도 대체로 그런 패턴을 보이는데 말이지.
하지만, 어쨌든 이걸 까발렸을 때 얻게 되는 게 이익이 너무 탐스러우니 참을 수가 없는 거다.
가소롭게도, 이 영상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판단은 어디까지나 시청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흐흐흐.”
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유튜브 앱을 종료했다.
* * *
“저기… 엄마는 괜찮으셔?”
주주총회에 가는 길. 물론 여느 때처럼 희연과 범수와 동행했다.
내 차에 타자마자 희연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건넨 질문이 바로 그거였다.
“응. 괜찮으셔.”
“아, 그래? 다행이다.”
내 대답을 듣자 희연이 흠칫했다.
너무 쿨하게 답을 해서 오히려 놀란 모양이었다.
“어머니랑 얘기한 모양이네? 나는 어머니가 상처 많이 받으실 거 같아서 걱정했어. 그렇게 자기 과거가 남들한테 껌처럼 씹히면…”
맞는 말이다. 그래서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먼저 나는 엄마한테 깊이 사과하고 시작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셔?”
범수도 궁금했는지, 이렇게 물었다.
“응. 일단 나는 엄마가 세상에 다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작전을 짜놓고 그대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어.”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했어.”
“그래? 다시 나온다고?”
“너네 생각해 봐라. 우리 엄마 얼굴을 보라고. 우리 엄마가 관종 기질이 있겠니, 없겠니?”
“이, 있으시겠지…”
희연이 당황한 듯 대답했다.
“크크. 그래. 엄마도 사실 좀이 쑤셨던 거지. 어쨌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되면 해 줄게.”
“근데, 무슨 작전을 짜 놓은 건데?”
희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도 나중에.”
“치이.”
희연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