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86)
“너는 엄마를 나쁘게 생각하거나 원망 안 하고 다 그렇게 이해해 주고 있었네. 나는 평생 그런 네 마음도 모르고 살았고.”
엄마의 목소리가 약간 젖었다.
“서로 얘기를 안 했잖아요. 얘기를 안 했는데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런데 너는 상처를 받기는커녕 나를 위해서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엄마가 드디어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런 페이스에 말리면 나도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재빨리 엄마 말을 끊었다.
“알아요. 알아. 어쨌든,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대중 앞에 안 서는 게 제일 안타까워. 그리고 내가 모를 줄 알아? 평생 옆에서 붙어 있었는데.”
“뭐를?”
“엄마도 나가고 싶잖아요. 세상으로. 다시.”
내가 천천히 말했다.
“…”
“천천히 돌아가요. 엄마가 있어야 할 곳으로. 죄인 아닌데 몹쓸 짓 당했다는 이유로 숨어 살아야 하는 건 20세기에 끝났다고.”
“안 그래도 방송국에서 연락 왔더라.”
“어, 진짜?”
그러고 보니, 방송국이라고 엄마를 가만 놔둘 리가 없겠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이름 중 하나가 ‘장혜민’이다.
“그래서? 출연하겠다고 했어?”
엄마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나는 세상에 나가면 내가 생각해 둔 방식이 있다고 했어.”
“그게 뭔데?”
내 말에 엄마가 살짝 웃었다.
“그 사람들한테는 말 안 했지만, 이미 나는 러브콜을 받았잖니.”
“아.”
그 말을 듣고 나는 환하게 웃었다.
* * *
이틀 후, 나는 채널에 영상 두 개를 올렸다.
하나는 매운맛.
그렇다. 고장혁과 갔던 ‘요정’을 엄마와 재방문한 것이다.
엄마의 ‘재기’를 축하하는 자리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1인칭 시선으로 촬영된 영상에 들어가는 멘트는 이랬다.
“이 집의 장점은, 식재료를 최상급으로 쓴 것보다는 정말 ‘기술’에 힘을 줬다는 데 있어요. 그런데, 그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죠. 이 정도의 인테리어와 가격을 자랑하는 집인 것에 비해, 들어간 재료의 원가는 생각보다 낮다는 것? 그래서 맛의 밸런스는 훌륭하면서도, 아주 특색 있는 요리를 먹었다는 임팩트는 생각보다 약한 것 같습니다.”
엄마의 날카로운 품평. 그리고 거기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 그래서, 이게 그 장혜민 씨라고?
– 그거 봐. 내가 자기가 장혜민인지 아닌지 안 밝힐 거라고 했지?
– 그러게. 진짜 안 밝히다니. 독하다, 독해.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영상 올릴 줄이야.
– 그런데 진짜 독한 인간들이다. 유튜브 하는 인간들 멘탈은 확실히 다른 거 같아.
영상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영상에 출연한 인물의 정체가 궁금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 조회수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나는 다음 영상을 올렸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구독자 846593명
“야. 이거 뭐냐.”
고현석이 고현민에게 말했다.
“응? 형, 뭐?”
고현민이 자기 형이 내민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엇…”
고현석이 내민 휴대폰에는 유튜브 영상 썸네일과 제목이 떠 있었다.
“형, 현준이 채널 너무 열심히 보는 거 아냐?”
고현민이 웃으며 말했다.
“…”
고현석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이 색히. 드디어 얼굴 까고 신분 드러내나?”
“글쎄…”
고현민도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채널에 접속했다.
“어우. 조회수가 벌써 장난 아니네.”
고현민이 중얼거리자, 고현식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유튜브 보는 놈들 관심사가 ‘아무나 안 하는 일 운영자가 장혜민 아들 맞냐’잖아. 그렇게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 이 자식이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그러게. 평소에는 유튜버가 얼굴 드러낸다고 해도 이렇게 화제가 안 될 테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응.”
고현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영상 썸네일부터가 장현준의 바스트업 샷이다.
얼굴 부분을 자막으로 가려 놨을 뿐.
그야말로 ‘내 얼굴 궁금하면 봐라’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는 제목과 썸네일.
고현민도 호기심을 느끼며 자기 휴대폰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안녕하세요. 운영자입니다.
“에이. 뭐야. 쌍.”
고현석이 욕을 뱉었다.
화면에 나온 장현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게 장현준이라는 사실은 그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저래 놓고 나중에 벗으면서 자기소개하려나?”
고현석이 중얼거렸다.
“글쎄…”
고현민은 말을 아꼈다.
– 직접 영상에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좀 늦게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영상 속의 장현준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잘생기긴 했어.”
고현민이 중얼거렸다.
“으잉? 다 가렸는데 뭔 소리야.”
동생의 말을 들은 고현석이 눈을 치켜떴다.
“일단 얼굴 작은 게 느껴지잖아. 아마 얼굴 가렸어도 시청자들은 알 거야. 얘가 되게 잘생겼다는 걸. 게다가 발성도 되게 좋네. 확실히 엄마한테 많은 걸 물려받았어.”
고현민이 계속 말했다.
“흥. 이 판국에 이놈 얼평은 왜 하는 건데.”
고현석이 투덜거렸다.
“아니야.”
고현민이 고개를 저었다.
“응?”
“지금 이 채널 주인장이 누구인가가 관심사잖아. 그런데 지금 이런 실루엣 보여주면, ‘아, 역시 아들 맞네. 엄마 닮아서 잘생겼네.’ 이럴 거라는 거지.”
“그거까지 노린다고?”
고현민의 설명을 들은 고현석의 눈이 커졌다.
“노림수가 있을 거야. 지금까지 현준이 하는 거 보면… 그리고 자기 외모가 재산이라는 걸 설마 모를까.”
“흥. 진짜 지독한 놈이라니까.”
– 의 구독자도 8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사실 너무 놀라운 속도의 성장입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는 화면 속의 장현준.
“왜 계속 고개만 숙여.”
– 저희 채널은 아시다시피 ‘체험’과 ‘시도’를 메인으로 합니다. 그런데 정작 운영자인 제 모습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현준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 영상에 출연할지 고민이 됐어요. 아직은 제 얼굴을 보여드리기에는 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코디를 이것저것 해 봤어요. 그리고 결과가 이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자기 얼굴을 손으로 직접 가리켰다.
– 마스크하고 선글라스인데요.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당분간은 이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고현석과 고현민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대신, 정체성 강화를 위해서 마스크 색깔은 항상 퍼플로 통일할게요. 퍼플 마스크 끼면 저인 줄 아시면 됩니다.
“아니, 아니. 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저게 끝이라고?
고현석은 머리를 긁었다.
– 아, 그리고. 유튜브가 TV보다 좋은 점 중 하나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영상은 출연자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엇.”
마지막에 장현준이 말을 이었다.
이게 사실 고현석을 포함한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었다. 과연 신분을 밝힐지.
– 당분간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시켜드릴 수 있는 출연자는 세 명입니다. 저, 그리고 매운맛 음식 비평가님, 그리고 연님씨입니다. 이중 연님씨는 원래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시는 분이라서 저희 채널에서도 얼굴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개인 정보는 공표하지 않습니다.
“흐음. 그렇게 나온다?”
– 저는 유튜브가 훨씬 좋은 방송 생태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출연자들에게 과도한 사생활 노출을 강제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 점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도 양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한 놈.”
고현석이 휴대폰을 쇼파에 던지며 중얼거렸다.
“결국 신분 안 밝힌다는 얘기군. 지 엄마도 그렇고, 자기도 그렇고. 그냥 마음대로 생각해라, 이거네?”
“응.”
고현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하는 거 보니, 너는 이거 예상한 거 같다?”
고현석이 동생을 보며 물었다.
“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왜?”
“채널 운영하는 데에선, 소문이 무성한 걸 활용하는 게 나으니까. 괜히 거기서 ‘내가 사실 그 아들입니다’라고 밝히면 얻는 거보다 잃을 게 많아질 테니까.”
“흐음…”
고현석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그러니까, 현준이 이 자식은 자기한테 쏟아지는 관심은 최대한 이용하면서 자기 신분을 밝히는 리스크는 걸지 않겠다는 거네.”
“응. 도움되는 것만 취하는 거지.”
“흐흐. 이 세계도 나름 오묘하군.”
그 말을 듣고 고현민이 살짝 웃었다.
“왜 웃어?”
고현석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형도 유튜브 무시하더니… 이제는 제일 열심히 공부하는 거 같은데.”
“아, 노는 게 되게 웃기잖아. 하도 까부니까 잠깐 봐 주는 거야.”
고현석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 * *
– 뭐야, 이거. 그래서 장혜민 아들이라는 거야, 아니야.
– 보면 모르겠냐? 우리한테 알려줄 이유가 없다는 거잖아.
– 등신인가? 척하면 아는 걸 그런다고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숨기는 게 아니라, 그냥 지가 먼저 나서서 인정할 이유가 없는 거지.
– 그럼 인정 언제 하는데?
– 앞으로 쭉 인정 안 하겠지. 니가 본인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래, 사실 나요!’ 이러겠냐? 유치하잖아?
“흐음.”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댓글창을 닫았다.
대충 내 의도를 눈치챈 시청자들이 많이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신분은 결국 안 밝힌다는 거네.”
희연이 말했다.
“응. 엄마와 내가 유튜버 활동하는 데 걸림돌은 제거된 거지. 이제 ‘너 사실 장혜민이지? 유튜브에 슬그머니 얼굴 내밀어도 되는 거냐?’라고 하기 어려워졌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이제는 ‘뭐가 문제인데? 이 사람이 피해자라잖아?’라고 댓글로 방어해 줄 사람도 많고.”
범수도 끼어들었다.
“그렇지. 악플 달아 봐야 힘도 빠지고.”
나는 범수에게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럴까? 그래도 꿋꿋이 악플 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희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나는 빙그레 웃으며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 그래서, 고무혁 첩 아들이라는 거 아냐? 안 밝힌다고 모를 줄 아냐?
– 이런 혼외자식들이 뻔뻔하게 더러운 유산 갖고 유튜브로 활동해도 되는 거냐?
당연히 이런 악플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달려 있는 대댓글들.
– 이 채널에 들어와 있는 사람 중에 그거 모르는 사람 있냐?
– 되게 웃기는 애네. 혼외자면 유튜브하면 안 돼? 그다음에 고현욱은 유산 받아도 되고 혼외자는 유산 받으면 안 돼?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거지.
– 그리고 누구나 대충 예상할 뿐이지, 신분 안 밝혀졌다. 자꾸 그런 댓글 달면 금융치료 당하니까 알아서들 해라.
“아하. 이렇게 되는구나.”
범수가 댓글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너 장혜민 아들 맞지?’ / ‘더러운 것들아’.
악플은 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댓글이 달리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반박 댓글이 달려서 진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후우. 구독자들이 먼저 나서서 실드 쳐주네.”
“응. 이제 나하고 엄마 얘기를 가지고 껌처럼 씹으려고 하면 일차적으로 다른 시청자들한테 손가락질 당하는 거야.”
내가 웃으며 설명하고, 다시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 댓글 봐봐.”
– 아, 어쩐지 수상하다 했더니 숨겨둔 자식이구나… 불륜으로 태어난 놈 영상이나 보고 있어야겠냐? 더러워 죽겠네.
“어휴… 이런 꼴통들이 진짜 있구나.”
희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댓글 단 사람 누군지 봐라.”
“엇, 매드미니…”
‘주작’을 외쳐대던 매드미니가, 이제는 ‘더러운 종자’라는 악플을 달아대고 있었다.
근데 매드미니가 모르는 게 있구만.
“확률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매드미니가 떡밥을 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