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40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40화
위대한 울림을 위하여(1)
탐험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쉬는 날이면 꼭 어디든지 밖으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남들 다 가는 관광지를 굳이 피해 가는 인간들 말이다.
마이클 롬스는 사실 그들의 기질이 현 인류를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인류는 중남부 아프리카의 단 한 구역에만 존재했고,
그런 인류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이유는 ‘탐험을 좋아하는 인간’에 이끌려서임이 분명하니까.
그러므로,
‘우리도… 수만 년 전 그들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거겠지.’
유니버스s의 수석 연구원 마이클 롬스는, 현재.
저 넓디넓은 우주에 사람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
자신을 그리 정의 내렸다.
“[150번 모델 시뮬레이션 성공했습니다!]”
“[지정해 둔 무게뿐만 아니라 +15%의 오차까지도 성공했습니다!]”
유니버스s의 제1 연구실에는, 오늘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은커녕 떡진 머리에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는 너드가 대다수였지만, 마이클 롬스는 확신했다.
이곳이 미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고.
이제 지구상에서 ‘탐험’할 곳이 남아 있지 않자, 그 눈길을 하늘을 돌려버린,
진정한 상남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고.
“[진짜 … 머지않았군요.]”
유니버스s는 항공 우주 기업이었다
주 사업 아이템은 즉 우주에 목표물을 대신 날려보내 주며 돈을 버는 것.
다만, 처음부터 그것만이 목적인 회사는 아니었다.
모든 것은 시작은 ‘화성에 인류를 보내야 한다’라는 한 남자의 바람에서 시작했다.
그러므로 회사에 소속된 인간들은 크나 작으나 ‘화성으로 간다’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고,
품었던 생각이 동일한 ‘꿈’으로 변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150가지 상황을 가정하여 100번씩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답이 나온 것이다.
‘화성에 가도 된다’고.
“크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예정된 테스트가 모두 끝나자,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그저 하나가 된 채로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중에서는 당연히.
“[모두 수고했습니다!]”
자신들의 보스 또한 섞여 있었다.
“[드디어 이날이 오는구나.]”
유니버스s의 실패기는 이미 전 세계에 잘 알려졌었다.
그 누구도 성공을 짐작하지 못했고, 몇 번이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개인’이 ‘회사’를 세워 ‘우주’에 간다는 것은, 그만큼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는 소리다.
다만,
“[한 달 뒤에, 곧바로 시험 비행선 두 대를 출발시킬 겁니다. 이게 마지막 테스트가 될 것입니다. 성공한다면… 인간은 화성의 땅을 밟을 수 있을 겁니다!]”
“…!”
이미 모든 것은 전부 준비된 상태.
수년 전과는 달리, 로켓의 운용 또한 매우 안정적이며,
화성까지 가는 모든 것이 계산되었고,
1년 전에는 달 탐사까지 마친 상태.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신형 AI 활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Lord Of Music 님과의 협업을 통해 인적 자원과 투자금 유치가 된 덕이죠.]”
물론, 이 모든 것을 회사 자체적인 힘만으로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한 번의 성공을 거머쥐자, 그다음부터는 NASA, 미 국회, 수많은 사람들이 물심양면 손을 뻗고 나선 것이다.
“[유인 탐사선은, 이르면 내년 출발입니다.]”
여튼 간에, 이러나저러나.
보스의 입에서는 성공을 확정케 하는 말이 터져 나왔고, 그것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인간들은 다시금 진심을 가득 담아 환호성을 내질렀다.
근데….
“[큰 산을 넘었습니다. 이제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요.]”
보스, 멜론 애스크는 왜일까.
기쁜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는 듯이, 본인 얼굴의 디폴트라고 볼 수 있는 초췌한 표정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곧장 ‘다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었다.
“[계획 말입니까? 화성을 탐사하는 것이 저희의 제 1목표 아닙니까.]”
탐사는 항해 쪽과는 다른 부서이기는 했지만, 조직의 특성상 공유하는 정보가 많았다.
그 내용은 현재 대중들에게 퍼져 있는 것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땅을 파 샘플을 채취하고, 대기 성분도 분석하고, 드론을 날려 지형 파악도 하고,
첫 번째 임무는 바로 화성 생명체가 정말 있는지 알아보는 것.
근데….
“[이미 상세 계획서는 제출해 둔 상태입니다만… 혹시 보스께서 따로 생각해 두신 탐사 활동이 있습니까?]”
“[탐사 활동이라….]”
그는 마치 소금 하나도 뿌리지 않은 쇠고기를 먹는 듯한 얼굴이었다.
분명 맛있고 배부른데, 어딘가 조금 부족한 그런 표정 말이다.
“[…꼭 탐사여야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네…?]”
“[화성에 가서 하는 일 말입니다. 그게 꼭 ‘탐사’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어야 합니까?]”
마이클은 자신의 상사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터벅 터벅-
그가 연구실 한구석에 설치된 빔 출력용 컴퓨터에 보안 USB를 꼽고, 빔 프로젝터에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우니,
-[무엇을 할 것인가?]-
“…?”
의문은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연구원들에게까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아주 잠시 웅성거림이 올라왔지만,
“[여러분은, 뭘 할 생각입니까?]”
보스의 일갈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지금껏, 우리의 목표는 간결했습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 그것 하나만 보고 달려왔죠. 다만, 그다음부터는요? 첫 번째 원대한 꿈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그다음을 바라봐야 할 때지 않을 겁니까? 화성 이주 말입니다!]”
“…!”
그렇다.
보통이라면 지금 거머쥔 성공을 자축하고 축배를 드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으레 천재란 인간들은 그렇지 아니한가?
성공이 확실시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다음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지 않던가?
‘아득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처음 인류를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않은가.
어떻게든 답을 찾을 것은 분명했다.
지금껏 인류가 그래 왔듯이.
“[하지만… 그… 지금으로서는 자금이….]”
물론 재무 쪽 임원이 입을 떼자 당장 넘어야 할 산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졌지만,
“[압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입니다.]”
천재인 그는, 이 또한 예상했다는 양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무선 마우스를 누를 뿐이었다.
그리고,
빔 프로젝터에, 보라색 남자가 비쳤다.
“으어어어어어!”
“끼야아아악!”
“[시X 깜짝이야!]”
도저히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외견 탓이 순간 컴퓨터 그래픽을 띄운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하면을 꽉 메우고 있는 아슬아슬한 나체는,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음악가의 남자의 것이었으니까.
“[큰 도움을 받은 Lord Of Music. 본명은 김도일 씨입니다.]”
“[아… 네.]”
“[저는 이 남자를 화성에 보낼 생각입니다.]”
“[…네?]”
마이클 롬스는 귀를 팠다.
자신이 지금 들었던 게 진짜인지 아닌지 감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못 씻어서 그런가, 손가락 끝에 가득 묻은 서양인 특유의 끈적한 귀지는 청력 이상을 의심하기에 충분해 보이긴 했지만,
“[잘못 들은 거 아닙니다. 저는 이 남자를 화성에 보내어, 연주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폭탄발언은, 자그마한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조차 용서치 않았다.
“[아니…!]”
“[그게 무슨 개 솛ㄹ!]”
거품을 물으며 반박을 입에 담으려는 연구원들.
다만, 멜론 애스크는 그들의 반박을 예상했다는 듯이 목소리와 마이크의 볼륨을 더더욱 키울 뿐이었다.
“[화성에 갑니다. 가서 샘플을 채취하고, 사진 몇 방 찍고, 로봇 뿌리고 돌아옵니다. 그래서요? 그게 화제가 될 것 같습니까?]”
“[아… 예?]”
“[쥰내 될 거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다.
화성이다 화성.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갔을 때처럼, 최초로 다른 ‘행성’에 간다면 그 파장은 어마무시할 것이 자명했다.
“[예. 압니다. 엄청나겠죠. 종일 언론에서 떠들고,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 돈을 다발로 싸 들고 오는 투자자가 넘쳐날 것입니다.]”
“[근데 왜….]”
“[부족하니까요. 그걸로는 분명 부족할 테니까요. 종일 언론에서 떠드는 것뿐만 아니라, 식지 않는 화제가 필요합니다. 돈다발이 아니라, 트럭에 꽉 채워서 가져와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상징성’이 필요합니다.]”
“[우주 비행사들로는 그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의 답변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저희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화성에서도 ‘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믿음입니다.]”
“….”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듣는 것은 곧 ‘문화활동’ 아닙니까? 좋은 증명이 될 겁니다. 더욱이, 그의 곡으로 하여금 시청자가 생생히 화성을 느끼면 더 좋고요.]”
“….”
정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연설을 모두가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았고, 시선은 특히 상급자인 자신에게 많이 쏠렸는데,
“[저는….]”
그렇기에 더더욱, 솔직해져야만 했다.
“[반대는 아닙니다.]”
진심으로, 느끼는 바를 뱉어내야만 했다.
“[이유는요?]”
“[존X 재밌어 보이거든요.]”
현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를 화성으로 날려 보낸다.
…솔직히, 존X 짜릿한 망상이었다.
“[백악관 같이 가실 분?]”
* * *
그에게서 미국으로 날아와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거절할 생각 따위 눈곱만치도 들지 않았다.
화성에 보내준단다.
그것도 인류 최초로 그 영광을 누리게 해준단다.
여기에 대고 ‘콜’을 외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슴이 울부짖는 것 같구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원래 관종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꿈’을 위해 관종짓을 하는 것이다,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서도.
뒤돌아 생각해 보니, 사실 나는 븅X짓을 하면서 관심을 받는 걸 즐겼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게 원래 내 천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멜론이 내건 조건.
백악관에 있는 양반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조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것도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조금만 관점을 틀어보면 나는 곧 ‘백악관의 초청받은 인물’이라는 셈 아닌가?
이게 존X 신나는 일 아니면 대체 뭐가 신나는 일일까?
시각은 아직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
나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고, 공항에서 유니버스s 직원들과 나의 친구 멜론이 맞아주었다.
“[하하. 정말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시차는 괜찮고?]”
“[끄떡없죠.]”
그는 오늘도 매우 친근한 기색을 내뿜었다.
다만,
“[준비 잘하셔야 할 겁니다. 기회는 한 번밖에 없으니까.]”
당연하다고 할까.
막판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나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은 그닥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확률도 그리 높지 않을 테니, 너무 기대하지 마시고요.]”
당장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도, 코앞에 닥친 문제가 너무 큰 것도 있고.
“[…나는 백악관에서, 음주님을 화성에 보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거야. 음주님은… 연주든 뭐든 어떻게든 성의를 보이시고.]”
세세한 작전 따위는 없었다.
그는 그대로 준비하고, 나는 나대로 준비한다.
사실 내 준비라고 해봤자 그들에게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것 말곤 없었지만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달까.
‘…‘희망’을 연주하는 것만으로 될까?’
희망은 내가 만든 곡 중에 가장 좋은 곡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그걸 연주한다고 내가 우주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표현하기에 충분할까?
이건 모르겠다.
“[우주에 관련된 곡이라도 하나 써놓을 걸 그랬습니다.]”
“[하하, 그건 그렇네.]”
싱숭생숭한 감정이 가슴을 잠식했고, 도심을 빠져나와 외곽의 도로를 달리자, 저 멀리 놀이공원이 보였다.
그리고 그때 스쳐 지나간 단 하나의 생각.
우주에 관한 곡이 없다면, 만들면 되지 않나?
“[우주… 탈출속도… 중력가속도….]”
마치 대기권을 빠져나갈 때 느껴지는 중력가속도를 곡에 담는다면,
백악관에 있는 콧대 높은 인간들의 생각이, 코딱지만큼이라도 움직이지 않을까?
“[…과학자도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데 어려운 단어를 알고 계시는군요. 우리한테 환심 사려고 밤새 공부라도 한 겁니까?]”
직원의 빈정거림이 들려왔지만, 당장 그건 신경 쓸 때가 아니고.
나는 멜론에게 곧장 물었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한 반나절 전세 낼 수 있습니까?]”
“[뭐, 안 될 건 없긴 할 텐데. 돈은 꽤 많이 들 텐데?]”
“[저기서 작곡하려고요.]”
“[응…?]”
“[지구 탈출할 때 중력가속도 비스무리한 걸 느끼면서.]”
“[어… 와우.]”
순식간에 정적이 리무진의 실내를 덮쳤다.
분명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라는 프로젝트에 몸담은 이들은 ‘평범함’이라는 거리가 먼 인간들일 텐데.
“[미… 친놈.]”
그런 평범함이랑 거리가 먼 인간들에게조차도,
나는 정상이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