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2
012화
사무소로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아저씨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요한?
“어, 왜 전화했어?”
―세나 신고받았다고 알려주려고, 아, 그리고 편의점에서 CCTV 영상 받아오긴 했는데, 몇 군데는 이미 지워버렸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일단 최대한 받아오긴 했어.
“그래? 고마워.”
―그럼 이 자료는 네 사무소에 가져다 놓을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럼?
“왜 이러시나? 당연히 아저씨가 조사해야지. 설마 진짜 거저먹으려고 한 건 아니지?”
―…….
“뭐야…? 진짜 거저먹으려고 했던 거야?”
―에이~ 설마 내가 진짜 그럴 것 같아? 뭐하면 되는데?
“택배를 보낸 시간에 편의점에 있는 사람들 신상파악 가능하지?”
―왠지 내가 다 하는 것 같다?
“그럼 나랑 바꿀래? 난 행사 영상 보면서 스토커로 보이는 놈 추려내야 하는데… 그것도 두 개나.”
―그게 더 쉬워 보이는걸?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사람 인파 속에서…….”
―어우… 빨리 내 일이나 해야겠다.
* * *
늦은 밤.
씻고 축제 영상을 돌려보던 중 세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탐정님, 저 세나입니다.
“네, 무슨 일이죠?”
―그게… 끝인가요?
‘무슨 말을 하길 원하는 거지?’
“어머! 세나님 아니세요? 와아~ 정말 영광이에요~”
―…….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무례했군.’
“죄송합니다.”
―크흡… 아뇨, 재밌었어요.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 주셨나요?”
―그… 어제 너무 죄송해서…….
“죄송할 일은 어제만 있던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네… 오늘도 정말 죄송했습니다.
세나의 말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 알고 계시니까 다행이네요.”
―크흠… 그래도 오늘 저한테 연락해서 도움을 좀 얻으신 것 같은데… 그걸로 퉁치시는 게 어때요?
“그건 아니죠. 그쪽이 맡긴 의뢰를 해준 건데? 겨우 그걸로 퉁치시려고요? 그리고 어제 술값도 제가 낸 거 아시죠?”
―아이… 진짜… 한 번을 안 지시네. 알겠어요. 계좌 보내주시면 술값 보내드릴게요.
나는 세나의 말에 재밌다는 듯 큭큭 거리며 웃었다.
“아, 괜찮아요. 나중에 정산하면서 다 받아낼 생각이었으니까.”
―엑… 원래 드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들으니까 좀 치사해 보이는데요? 제 의뢰 한 번 끝나면 사백만 원 받으시면서 미인한테 술 사주는 게 아까워요?
“그건 노동의 대가죠~ 그리고 저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는 더 많이 버시는 분이시니까 더욱 열심히 계산해야죠. 그리고 저는 술 한 잔 마셨는데, 19만 8천 원은 좀 많이 아깝네요.”
―치이… 아, 그리고 아침에 북엇국 맛있게 먹었어요. 덕분에 속이 좀 풀렸어요.
“그래요? 맛있게 먹었다면 설거지라도 하고 가시지 그랬어요.”
―아앗… 그건 죄송해요! 다음에 설거지하러 갈게요.
“그때까지 남겨 놓을 수는 없잖아요. 이미 제가 다 치웠습니다. 정말 죄송하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부탁이요?
“행사 하나만 뛰어주세요.”
―행사… 라면 어떤……?
“음… 특정 인물들만 참여할 수 있고, 내부인과 외부인은 구분할 수 있는 그런 행사요.”
세나는 내 말에 당황했는지 5초간 정적을 흘리다 입을 열었다.
―그런 행사가 있나요?
나는 세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네, 학교 축제요. 아, 물론 대학교 축제가 아니라 중학교나 고등학교 축제요. 중학교, 고등학교 축제는 학생들이 대부분 교복이나 반티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데다 축제할 때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학교들이 많거든요.”
―아… 네, 한 번 알아볼게요. 근데 축제를 한다고 그놈들을 잡을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모르죠. 근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봤자 변하는 건 없어요.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
“여보세요?”
―아, 네. 그렇죠.
“아! 그리고 이번 행사는 외부에 발설하시면 안 돼요.”
―음… 넵!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탐정님!
“네?”
―탐정님은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뭐지…? 내가 또 실수한 거라도 있나?’
“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처음부터 이렇게 저한테 편하게 말 걸어주는 사람은 처음이거든요.
“예? 아… 신경 쓰였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뇨, 싫다는 게 아니라 왠지 모르게 친구 같다는 느낌…? 이라고요.
“아… 그렇군요. 난 또.”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혹시 우리 이번 일이 끝나도 나중에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요?
“세나 씨가 절 잊지만 않는다면 가능하겠죠?”
그렇게 말을 하자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피식하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네,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전화 끊을게요.
“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꽤나 소란스러웠네.’
* * *
세나에게 고등학교의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문자와 함께 날짜를 받았다.
이제 사건을 마무리 지을 때가 됐어.
대학교 축제에서 받은 영상들을 돌려본 결과 스토커로 보이는 인물은 160 중반에서 후반 정도의 키로 남성의 평균 체형보다 마른 체형의 몸매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었다.
아저씨가 알아낸 택배를 보낸 남성은 170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으로 체형은 평범한 남성보다 아주 살짝 통통한 체형, 모든 CCTV 영상에서 안경과 모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예상대로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는 것이 확실시된 것이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서로 안면이 있다는 것과 편의점 영상 속 남성이 한정우라는 것.
모든 조사를 끝마친 나와 아저씨는 세나의 고등학교 축제 공연을 대비해서 작전을 세웠다.
“농담이지…? 이걸… 입으라고?”
“아이… 어쩌냐? 우리 애들 중에 교복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애가 없는데… 게다가 너, 이제 겨우 23살이야.”
“겨우라니! 23살이나 된 거지.”
“너, 고등학교도 자퇴했잖아! 이참에 다시 입어보는 거지.”
“아, 아… 싫어!”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교복 입으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냐. 차라리 네가 교복 입고 학교 내부 좀 둘러봐.”
싫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입게 되었다.
―키는 160 후반으로 보이고, 마른 체형으로 보이는 남성이 현재 스토킹 피의자로 보고 있다. 여긴 학교니까 자칫하다간 학생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 그러니 의심스러운 외부인이 보이면 혼자 잡겠다고 지랄하지 말고 바로 무전해라.
아저씨에게서 받은 무전기로부터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리고 돌아다니며 교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나이 먹고 교복 입고 이러고 있다니.
진아가 보면 깔깔대며 비웃을 걸 생각하니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차례대로 여러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던 중 한 교실에서 절대 내부인인 것 같지 않은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누구세요?”
그는 내 목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며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까지 찾고 있던 스토커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켜며 능력을 사용했다.
“아, 여기 학생이니?”
“네,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여기 2학년 3반 우리 반 교실인데…….”
“어? 어… 아저씨는 사진 기자인데 오늘 여기에 세나가 온다고 해서 사진 찍으러 온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우라가 붉게 물들었다.
‘거짓말. 스토커가 확실하다.’
“아, 정말요? 근데…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발품을 팔아서 알아낸 거지.”
여전히 그의 말에 아우라는 여전히 붉게 물들었다.
‘여전히 거짓말. 그럼 내부에서 누군가 알려줬다는 건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한정우일 텐데.’
“그럼 왜 여기서 사진 찍어요?”
“여기가 세나 사진찍기 가장 잘 보이는 장소거든.”
“가까이 가서 찍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멀리서 찍으면 안 보이는 것까지 볼 수 있어.”
“그러고 보니 오늘 우리 학교 축제는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그는 내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그게 말이지… 아! 오늘 방문한다고 허락받았거든.”
“허락받은 사람? 그런데 아저씨는 방문증이 없네요?”
“어?”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방문증을 꺼내 그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이런 거 말이에요.”
“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나? 글쎄. 알면 많이 골치 아파질 텐데… 궁금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풀었다.
“이런 씹… 분명히 신고 취하했다고 했는데?”
“아~ 겁먹지 마. 나 경찰 아냐~”
“그럼… 그 탐정 꼬맹이냐?”
“꼬맹이라니… 이래 보여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거든.”
휘익!
녀석이 내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자 나는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녀석을 바라봤다.
“아저씨, 사람 때리는 건 범죄예요. 아니…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던 중에 걸렸지?”
“입 닥쳐!”
휘익!
휙!
녀석이 막무가내로 내지르는 주먹을 가볍게 피하며 여유롭게 농담까지 내뱉었다.
“어른이면 자기 나이 또래랑 놀아야지 꼬꼬마를 그렇게 도촬하고 싶어요?”
“시끄럽다고!”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주먹을 휘두르며 내게 덤벼들었다.
“설마 그렇게 달려오면 맞을…….”
퍼억!
어이없게 녀석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고, 어이없단 생각에 혓바닥을 낼름거리자 입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아씨… 코피.’
“이거 내가 맞아준 거다? 폭행죄도 추가하려고 맞아준 거야! 절대로 방심한 거 아니다.”
그는 내가 바닥에 쓰러진 틈을 타 재빠르게 교실에서 도망쳤다.
“도망치게 둘 것 같아!”
나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는 녀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에 다다르자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고, 녀석을 재빠르게 붙잡았다.
“요한, 이 녀석 맞지?”
“어, 맞아.”
아저씨는 내 대답을 듣고 미란다 원칙 고지와 함께 녀석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이걸로 끝난 건가…?”
“아니, 아직이야.”
“어… 야, 근데 너, 코피… 설마 맞았냐?”
아저씨가 내 코에 손을 대려고 하자 나는 아저씨 손을 쳤다.
“맞기는 누가 맞아? 이건 맞아준 거라고! 그래야 가중처벌 되니까.”
“허세는…….”
“그럼 나머지 잘 부탁하고, 난 세나 회사로 가볼게. 아저씨도 마무리하고 회사로 와.”
“그래. 금방 갈게.”
아저씨와 헤어지고 세나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
[스토커는 붙잡았습니다. 그럼 그때 처음 만나던 날 사무실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 *
세나의 사무실로 가기 전 학교 근처의 편의점에 들렀다.
“어서 오세요.”
“아, 실례합니다. 혹시 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 이 남자가 여기서 택배 하나 보내지 않았나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정우의 사진을 보여줬고, 점원은 사진을 보며 잠시 생각하는 듯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왔던… 것 같아요.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자세히 못 봤지만…….”
“혹시 그 택배 어디 있죠?”
나는 그녀가 가리킨 택배 보관함에서 상자를 하나씩 살펴보며 세나의 회사 주소가 적혀 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꺼내왔다.
“죄송한데, 이것 좀 뜯을게요.”
“네? 저기요! 그거 뜯으시면 안 돼요!”
나는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자를 뜯었고, 그녀는 나를 말리다 상자 속의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이거 제가 가져가도 되죠?”
그녀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CCTV영상도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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