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나는 두 여자 사이에 껴서 그들의 신경전을 바라봤다.
“무슨 의뢰?”
“선배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저는 탐정님만 있어도 충분하거든요.”
아루의 말에 지은이는 살기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내 남자 친구 일인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쓰니?”
“그러니깐요. 선배님의 일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잖아요?”
“나는 요한의 여자 친구이자 파트너거든. 그러니까 신경 쓸 수밖에 없잖아.”
지은이의 말에 아루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파트너요?”
“왜?”
“아뇨, 그냥…….”
둘의 살기가 사무소를 가득 채웠고, 나는 지켜보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둘을 제지했다.
“둘 다 그만해! 아루라고 했지?”
“네.”
“지은이 말대로 난 지금 지은이랑 사귀는 중이고, 네 고백은 받아줄 수 없어. 그래도 네가 의뢰하고 싶다고 하니까 일단 들어줄게. 근데 이상한 부탁이면 안 들어줄 거야. 알았어?”
아루는 내 말에 씽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이걸로 일단락인가…….’
나는 둘을 진정시킨 뒤 소파에 앉히고, 커피를 끓여왔다.
“너희 둘 다 이거 마시고 진정 좀 해.”
“응.”
“감사합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진정이 된 둘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부탁인데?”
아루는 내 질문에 고개를 숙였다.
“그게… 사실 제가 데뷔하기 전부터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어서…….”
“스토커?”
“네, 사귀어달라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탐정님 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루의 말에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누군지는 알아?”
“아뇨. 항상 선물이랑 편지만 두고 가서…….”
아루의 말에 지은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거 그냥 팬 아냐?”
“아니에요! 어떤 팬이 고등학생한테 속옷을 선물하냐구요!”
푸웁!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마시던 커피를 뿜어버렸다.
‘고등학생…? 나 그럼 방금 미성년자한테 고백 받은 거야? 애초에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수갑 찰 수도 있었단 거잖아?’
“요한! 괜찮아?!”
“괘… 괜찮아.”
“속옷만 선물하는 것도 아니고 도촬까지 해서 편지로 보냈어요. ‘항상 지켜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아루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다 지은이를 바라봤다.
‘이 일, 지은이 때랑 똑같아.’
지은이도 본인이 겪은 일 때문인지 장난스럽게 넘어가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응?”
아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주일만 선배님 남자 친구를 빌려주세요.”
“뭐?”
“제 매니저는 허약해 보이는데, 든든해 보이는 선배님 애인이 옆에 있다면 그 스토커도 더 이상 찝쩍대지 않을 거예요.”
아루의 말에 지은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뭐, 내 남자 친구가 든든하기는 하지. 알았어, 빌려줄게. 나도 스토커 때문에 고생했던 적 있어서 네 마음 잘 알거든.”
나는 둘의 이야기를 듣고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지들끼리 신경전 하다, 이젠 내 의견은 듣지도 않는구나?’
* * *
다음날.
내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그 둘의 협의로 아루의 보조 매니저가 되었다.
“그럼 잘 부탁드려요. 탐정님~ 아니, 매니저님이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오빠?”
“그… 원하는 대로 불러.”
뭐, 그 이야기를 듣고 거절할 생각은 없긴 했지만.
근데…….
“그럼 오빠라고 할게? 반말해도 괜찮지?”
나는 고개를 돌려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살기를 내뿜는 지은이를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너는 왜 같이 가는 거야?’
“응?”
“왜?”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아무것도 아냐.”
지은이는 내 대답에 볼을 부풀리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내가 ‘아무것도 아냐.’ 이거 하지 말라 그랬지?”
“알았어.”
“그래서 왜 한숨 쉰 거야?”
“날 아루의 매니저로 보낸 건 이해하겠는데, 너는 왜 따라온 거야?”
“그거야 네 파트너니까?”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지은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아루를 바라봤다.
“저 여우 같은 게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뭐?”
“너라면 자기 애인한테 꼬리치는 사람한테 애인을 맡길 수 있겠어?”
지은이의 말에 나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잡았다.
“분명 어제 잘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잘 끝냈지. 근데 쟤가 또 너한테 찝쩍댈 수 있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거야.”
“어제 자기 입으로 고등학생이라고 말했잖아. 내가 설마 고등학생한테 홀리겠어?”
지은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 키스도 손으로 막는 바보인데, 저런 어린애한테 관심을 주겠…….”
“왜 말을 하다 말아?”
“그런 취향이라면 가능할지도…….”
“아냐!”
그 순간 아루의 매니저가 내게 차 키를 던졌다.
“뭐야?”
“놀러 왔냐? 운전이나 해.”
그는 마땅치 않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하여튼 요즘 것들 개념이 없다니까. 일하는데 애인을 왜 데려온 거야?”
그는 말을 마치고 보조석에 올라탔고, 나는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혀를 찼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성깔 더럽냐?”
그러고는 차에 올라탔다.
“너도 요즘 애들이거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지은이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오빠가 왜 운전해?”
아루의 질문에 옆에 탄 남성이 눈을 크게 뜨고 작게 속삭였다.
“오빠? 게다가 반말도 한다고?”
나는 그를 한 번 보고는 쓴 미소를 지었다.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오빠는 그냥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아루의 말에 지은이가 살기를 내뿜었다.
‘아, 진짜…….’
“아, 맞다! 오빠 핸드폰 고장 났다고 하셨죠?”
아루를 손뼉을 한 번 치고 가방을 뒤적이다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이거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어?”
“핸드폰 없으면 불편하잖아요. 제 번호 저장했으니까 언제든지 필요하시면 연락해주세요.”
“비쌀 텐데…….”
“에이~ 돈도 안 받고 도와주시는데, 이런 거라도 해드려야죠.”
“아, 그럼 잘 받을…….”
상자를 가져가려는 순간 지은이가 재빠르게 상자를 뺏어갔다.
“운전에 집중해야지.”
“어…….”
“그리고 내 번호도 저장해둘게.”
둘의 신경전과 함께 옆에 앉아 있는 매니저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느낌이 쎄한데?’
그들의 신경전은 촬영장에 도착해서 준비하는 동안 이어졌고, 매니저의 따가운 시선도 이어졌다.
애써 그들의 신경전과 시선을 피해 봤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매니저를 바라봤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뭐?”
“부모님 원수 보듯 바라보니까 일을 할 수 없잖아요.”
그는 내 말에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고, 나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아루는 그냥 어린애로 보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예?”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당신 아루 매니저잖아. 설마 아루에게 관심이 있어서 나한테 그러는 건 아닐 테고… 혹시나 이상한 놈이랑 엮일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마. 보다시피 난 사귀는 사람도 있고, 사정이 생겨서 일주일 정도만 아루 보조 매니저 역할하는 거니까.”
그러고는 그의 곁에서 떨어지고, 촬영 준비 중인 아루를 노려보는 지은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눈 튀어나오겠다.”
“어?!”
당황해하는 지은이에게 나는 손을 내밀었고, 지은이는 잠시 고민하다 내 손을 잡았다.
“뭐해?”
“응?”
“폰 달라고. 아까 아루가 나한테 준 거.”
“아~”
지은이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며 아루가 준 핸드폰을 건넸다.
“여기.”
“어.”
“단축번호 1번이 나야. 그리고 내가 더 좋은 걸로 사줄 테니까 이건 예비용으로 써.”
나는 그녀의 말에 당황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왜?”
“너, 설마 저 어린 애한테 질투하는 거 아니지?”
“…….”
“나도 어린애한테 이런 비싼 물건 받는 거 좀 그래. 이번 일만 끝내고 돌려줄 거니까 걱정하지마.”
지은이는 내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뿐이야.”
“응.”
지은이는 내 말에 대답하고는 잠시 고민하다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
“뭐?! 뭐라 그랬어?”
“뭐가?”
“아니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잖아.”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짓고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요한! 다시 말해줘! 뭐라고 한 거야~!”
“글쎄~”
잠시 후 아루의 촬영이 시작되고, 우리는 멀리서 그녀의 촬영을 지켜봤다.
지은이는 촬영에 임하는 아루의 모습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데?”
“응?”
“소속사에서 연습도 시키고 촬영 전 리허설도 하지만, 초창기엔 무대에서 떨 수밖에 없거든. 근데 쟤는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러워.”
“그래?”
내 대답에 지은이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만 보이면 딱딱해지고, 어리바리하는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지?”
“나야 이쪽 업계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넌 심했어.”
“난 어디 나서고 그러는 스타일 아니거든. 그나저나 아루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칭찬까지 해주네?”
지은이는 불만 가득 볼을 부풀었다.
“그건 너 때문이잖아. 그리고 잘하는 건 잘한다고 칭찬해줘야지.”
* * *
아루의 보조 매니저 첫날이 끝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난번 놀이 공원에서 붙잡았던 남성이 사망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며 나는 사람 없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일부러 사람들이 안 오는 곳으로 들어왔으니까 이제 그만 나오지 그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난번에 만난 하얀 가면과 그의 뒤로 검은 가면을 쓴 여럿이 걸어 나왔다.
“이거 너희들 작품이냐?”
그들에게 뉴스 기사를 보여줬지만, 역시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래, 뭐…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아루 스토커 같지는 않고, 그럼 내 스토커인 건가?”
그 순간 그들 중 한 명이 방망이를 들고 내게 달려왔다.
휘익!
나는 공격을 가볍게 피한 뒤,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찍었다.
“커억!”
“그 낯짝 한 번 볼까?”
그의 가면을 벗기려 하자 다른 녀석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공격을 막고 멀찍이 떨어져 자세를 잡았다.
“치잇.”
그들이 점점 더 나를 포위해 오자 나는 바닥에 불장판을 깔았다.
그러자 그들은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고, 그들 사이로 하얀 가면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초능력자, 역시 네 녀석들은 쓰레기군.”
“비겁하게 여러 명이서 습격하는 너희들보단 내가 더 깨끗한 것 같은데?”
그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날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나는 그의 공격을 붙잡고는 이를 꽈악 깨물었다.
“너, 도대체 뭐야?”
“너희 쓰레기들을 박멸할 존재다.”
“놀고 자빠졌네.”
나는 말을 마치고 그의 주먹을 잡아당겨 그대로 엎어쳤다.
퍼억!
“커억!”
“이 상황에 가면 벗기려고 해봤자…….”
혀를 차고 뒤에 서 있는 검은 가면 놈들을 바라봤다.
“그래, 다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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